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새 대가리

含閒 2010. 2. 10. 11:21

  새 대가리




제가 좋아하는 스님의 해석에 따르면,
나뭇가지 위의 새가 쉴 새 없이 머리나 몸통을 움직이는 것은
외부 자극에 즉각 반응하여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이랍니다.
그에 비해 사람은 생각은 더 많지만
그것을 거르는 필터가 있어서 생각한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여과 과정을 거친다는 거지요.

그런데 살다보면,
생각 필터가 작동하지 않아 새처럼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서, 화를 참지 못해서, 어떤 때는 그냥.

심리적 억압만큼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일, 흔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무작정한 발산 역시
나를 포함해 주위 사람을 옥조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지지배배 귀여운 종달새도 아니면서
자기 생각 그대로를 즉자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을 보는 일은 불편합니다.

그러다 앞서의 스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던 누군가의 말처럼
심리적 새 대가리로 지칭된다면
본인에게도 유쾌한 일은 아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