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최민수도 아니면서

含閒 2010. 1. 27. 11:03

  최민수도 아니면서




최근 발표된 조사 자료를 보니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공무원이 적지 않더군요.
그런데 선택의 이유가 기막힙니다.
부모가 권유했다는 거지요, 안정적이라고.
이보다 더 어떻게 슬프겠어요.

이제 겨우 열 살 넘은 아이에게 안정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빡빡한 현실을 백번 감안해도 부모라는 이들이
‘본의 아니게 폭력적이다’란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잔뜩 먹고 배가 부른 아이에게
그건 진짜 배부른 게 아니라며
구절판이 차려진 궁중음식상의 숟가락을 들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평론 분야에서 당대 최고수로 평가받는 중년의 평론가는
아직도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언젠가 아버지에게 영화 잡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런데 넌 언제부터 일을 하고 살 거냐?”고 물었다네요.
아버지가 보기엔 제대로 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부모 자식의 관계에서만 그런 건 아닙니다.

최민수도 아니면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니 꿈은 내가 꾼다’고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선의(善意)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요.

혹시 누군가에게 내가
최민수 시리즈의 그 ‘최민수’였던 적은 없었는지 돌이키다 보면
혼자서 얼굴이 붉어지는 때가 많더라구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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