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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선왕이나 선대 회장의 가르침 중 최악은 ‘사람을 아무도 믿지 말라’는 종류의 말입니다. 그런 육성을 되새기며 결의를 다지는 등장인물을 보고 있으면 드라마인줄 알면서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허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장 적나라한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이겠지요.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유년의 행복이라지요. 자녀를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구요.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를 앞에 놓고 그런 비수 같은 말을 날린 것일까요. 특별한 개인적 이력 때문이든 나름 체득한 세상이치든 그 말들은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가슴에 따뜻한 질화로가 아니라 날이 시퍼렇게 선 비수 하나를 품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누릴 수 있고 지켜지는 것이 그 무엇이든요.
그런데 살다보면, 혹시 내가 그런 현명하지 못한 말들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등장인물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불기둥처럼 솟구칠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소홀한 순간에 그렇더군요, 저 같은 경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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