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가 연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는 10일 오후 제33차 회의를 열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국회 설명 등을 이유로 처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우선 국회 설명회를 먼저 진행한 후 여야 합의를 기다릴 예정이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반 공청회를 다시 한 번 개최할 방침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 방송과 보도전문·종합편성 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자산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하고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겸영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처리 시점 놓고 여야 추천 상임위원 격론
이날 방통위 회의에서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의 격론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야당 추천의 이경자 위원은 지난 9일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신중한 의견 수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국회에서 관련법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방통위가 그리는 방송 지형이 무엇인지 전체적인 그림이 나오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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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찬가지로 야당 추천인 이병기 위원도 “방송시장 활성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놓고 이것이 확고한 상황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가 절차에 따라 두 차례 공청회를 시도했고 무산되자 인터넷으로 전자 공청회를 진행하며 공식의견을 받는 노력을 했던 것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주요 쟁점 사안들을 논의하기에 앞서 찬반이 명확하게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대적인 시한이 있는 계획이 아니라면 어제(9일) 국감에서 의견이 나온 것처럼 국회 설명회를 한 번쯤 하고 마무리에 들어가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송도균 “공청회 다시 해도 똑같은 문제 생길 것…연내 처리하려면 오늘 결론 내려야”
그러나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절차가 적법한 만큼 이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도균 부위원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처음 제안한 게 아니라 방송위원회가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1년 반 정도 된 얘기”라면서 “(위원회 출범 이후) 5달 이상 적법하게 논의를 진행해 왔는데 권위를 훼손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려면 절차적 문제를 슬기롭게 지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공청회를 다시 하더라도 (이전 두 번 무산됐을 때와) 똑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2008년이 넘어가기 전에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 하려면 오늘 결론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태근 위원 역시 “공청회를 두 번이나 추친 했고 전자공청회도 충분히 이뤄졌다”며 “대기업 규제완화와 관련해 규제개혁위원회가 10조 이상의 안으로 갈 수도 있다. 해정에는 절차와 시장의 기대가 있는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다. 우리가 연기하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추천 상임위원 간 논박이 이어지자 최시중 위원장은 “기업의 국경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 5조, 10조가 무슨 의미인가.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대기업 정서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못한 측면이 있어 국민 정서도 반영하며 국제적 흐름도 따라가기 위해 상징적 의미로 10조면 전향적이지 않냐”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잠시 동안 장내에 표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최 위원장은 “(야당 측) 위원들의 한 번 더 논의해 달라는 말을 존중하고 싶다. 또 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설명을 해달라고 해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국회와의 협의가 이뤄진다면 좋고, 수용되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일반 공청회를 하는 것으로 하자”고 정리, 안건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기업 기준 완화 재고돼야”
방통위가 이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를 연기한 것과 관련해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국회 설명회를 하기로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면서 “대기업 기준을 10조원으로 완화하는 조항 등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 국장은 “방송은 일반 제조업 등과는 달라 자본의 크기 뿐 아니라 형태, 성질 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왜 대기업 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배경과 근거를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