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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봉공/070 인터넷전화 ‘질주’

含閒 2009. 10. 20. 00:12

2008-07-04 오후 10:17:12 >> 경기타임즈의 다른기사보기

070인터넷전화 가입자 120만 돌파…

방송통신위원회가 "번호이동 시행안" 또 이상한 논리로 연기  

 



최근 고객 정보유출 사고로 초고속인터넷 업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하는 등 최근 유선통신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지만 인터넷전화(VoIP) 시장만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인터넷전화는 지난달 기준으로 총 이용자수(업계추정)가 12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맹렬한 기세로 가입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데이콤은 이용자 8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누적가입자수는 78만 2872명. 지난달 17일 70만명을 돌파한 이후, 보름만에 10만명 가량이 증가한 셈이다. 최근에는 한달에 12만명 꼴로 가입자가 늘고 있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LG데이콤 관계자는 “최근 신규가입자 중 40% 가량이 지인의 소개로 가입하는 등 저렴한 요금이 입소문을 타면서 알음알음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올해 가입자 유치 목표인 140만명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텔레마케팅(TM)중단 이후, 신규가입자 감소는 물론, 기존 가입자까지 이탈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KT 등 유선통신업계의 전반적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편, 당초 6월 말로 예정돼 있었던 KT 등의 번호이동제 도입은 잠정 연기됐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제는 집전화 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 인터넷전화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전화는 식별번호인 ‘070’이 붙어 스팸전화로 오인받거나, 기존 번호를 반드시 바꿔야 하는 맹점을 지녔다.


그러나 119 등 긴급통화시 위치확인 불가능과 정전시 통화 불능 등 보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가계통신비 절감 차원에서 인터넷전화 활성화 계획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결과제 등에 대한 검토를 이유로 시행 시기를 연기했다. 방통위는 3일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시행 안건을 상정하고, 도입여부를 협의하였다. 위원회에서는 즉시시행과 조건부 시행, 그리고 보류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였으나, 또 연기하였다.  

  

방통위는 단서를 달아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즉각 허용해야 한다.



칼자루를 쥔 자가 바뀌면 앞서 맺은 약속을 휴지조각처럼 버리는 게 후진국의 모습이다. 우리 기업들 가운데 후진국 정부나 기업들과 큰 계약을 맺고도 하루 아침에 정책방향이 바뀌어 낭패를 당하는 소식을 종종 접하곤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3일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성 도입 재논의를 결정한 과정은 우리의 현실이 남얘기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넷전화는 방송통신위가 지난 5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만든 자료에서 조차 시내외 통화에서 일반전화보다 80% 저렴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신 070 식별번호가 붙어 스팸전화처럼 취급됐다. 긴급통화시 자동으로 위치추적이 안되고, 정전되면 전화를 사용할 수 없으며,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지녔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도입은 070 식별번호를 떼고 기존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게 해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긴급통화 112나 119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 긴급의 경우 유선전화를 사용하는게 아니고 화장실이나 밖으로 대피한뒤 휴대폰을 이용하여 신고를 하는게 상식이 아닌가?


그러나 방송통신위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문제점이 중요하니,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고 합의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현재의 전화가 문제가 있어서 도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 편의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빨리 실시돼야 한다. 인터넷전화가 기존 유선전화와 100% 같은 품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금이 더 싼 것이고,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산간오지에 거주하거나 도시 저소득층도 긴급통화 때 119에서 위치를 자동으로 알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산간오지엔 초고속인터넷 망이 깔리느냐는 문제가, 저소득층은 2만~3만원 가량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느냐가 현실적으로 걸리는 문제다.


또한 산간오지에서 초고속인터넷을 가입한다면 그 대상은 전국망 구축 의무를 가졌던 KT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자동 위치추적이 다른 인터넷 전화 사업자들보다 수월하다는 것은 방통위도 알고 있다.


따라서 긴급통신 지원이 100%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번호이동을 불허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긴급통화대책, 이를테면 통신사업자연합회를 통한 각 지역 소방소 연결 등과 인터넷전화 가입시 긴급통화 문제 발생 가능 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는 단서를 달아 번호이동을 허용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지금 불거진 문제점들은 가깝게는 1년 전, 멀게는 3~4년 전 인터넷전화 도입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나왔던 것의 재탕이다. 옛 정보통신부는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시범서비스까지 실시해가며 인터넷전화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투자 및 서비스를 준비했고,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방안의 하나로 인터넷전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형태근 위원은 이날 위원회의에서 실무자에게 "단점은 이미 지난해 3월15일 로드맵에서 적시된 내용이며 충분히 검토가 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는가?"라고 반문했다. 문제점 개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약속한 시점을 넘겨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는, 방통위 조직의 '직무유기'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준비부족으로 한두 달 시행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방통위의 규제 예측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모든 사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옛 정통부가 아니다. 방통위는 다른 조직"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정보통신부 시절 부여했던 사업자들의 인허가부터 다시 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