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마음 빌려주기

含閒 2009. 10. 7. 11:52

  마음 빌려주기




한 중년 남성이 보기에,
자신의 파트너는 ‘잘 느끼는’ 편이랍니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정서적으로 자신보다 훨씬 많은 걸
향유한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연극을 함께 가면 공연장 공기가 유쾌해질
정도로 깔깔거림이 유난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는
저 홀로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제주올레 같은
좋은 풍광 속에선 동행자에게 ‘참 좋다, 그치?’를
종달새처럼 반복한다나요^^

그러니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오죽하겠어요.
상대방의 희노애락을 투명한 여과지처럼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네요.

자의식의 예민도가 지나쳐 늘상 마음에 구김질이 조금씩
있는 그 중년 남성에게 그녀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내 마음을 빌려주고 싶다’ 랍니다. 마음을 빌린다는 게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제는 공중급유 받듯
파트너로부터 가끔 마음을 빌려와 편안할 때도 있다는 게
그 중년남의 은밀한 고백입니다.

약간의 오해와 편견의 혐의가 있는 고백이긴 하지만,
그 중년 남성의 파트너,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마음을 빌려준다는 것은 치유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제가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치유자로서 기능하는 면이
있다면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 제 마음을 빌려 주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잘 느끼는’ 제 심리적 곳간에서 비롯하는
것 인지도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심리적/치유적 영역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 싶어요^^

가을을 핑계로 모든 것에서,
지금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마음껏 느끼는 전환점이
시작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