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는 조선의 아버지들!
『아버지의 편지』. 옛 아버지들의 편지를 모은 글이다. 퇴계 이황에서부터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까지 조선 선비들이 자식들에게 쓴 편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자식을 향한 염려와 걱정을 보여준다. 학자, 관료, 문인이기 이전에 '아버지'였던 조선 선비들이 '아들'에게 쓴 편지 90여 통이 실려 있다.
아버지들의 편지는 저마다 개성이 무척 다르다. 성격도 다르거니와 관심사도 달라 보는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강세황이나 김정희는 예술가답게 편지에서도 글씨 쓰고 그림 그리는 방법, 자시가 직접 만든 화로 등을 이야기한다. 천생 학자인 안정복의 편지에서는 공부 방법에 대해 엿볼 수 있다.
또한 편지는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박지원의 초상을 보면 장대한 기골에 범상을 한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데, 편지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추장을 담그고 소고기 볶음을 만들어 서울 집에 보내는 사연을 접할 수 있다. 만년에 귀향살이를 했던 박제가가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는 당시 그의 내면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