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본질

含閒 2009. 7. 2. 14:20

  본질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세계의 오지나 전쟁, 대지진, 전염병 등
재난의 현장에서 자발적인 무상 진료 활동을 펼치는 쿠바 의사들의
인도적인 의료 지원은 유명합니다.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모토 하에 지난 45년 간
101개국에 무려 10만 명이 넘는 쿠바 의사가 파견되었답니다.

대지진의 현장에서 반년 넘게 천막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나
한 번의 진료를 위해 몇 시간 동안 밀림을 헤치고 걸어가는 의사나
그들이 바라는 보상은 간단합니다.
‘의사가 친절하고 좋다’는 말만 들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지요.

그렇지요.
의사에게 ‘친절하고 좋은 의사’라는 말보다 더한 보상이 어디 있을라구요.
선생님에게 ‘졸업하고도 계속 보고 싶은 스승’이라는 말만큼 짜릿한
보상이 또 있을라구요. 부모에게 ‘나는 엄마 아빠가 참 좋아’라는 말
이상의 보상이 다시 있을라구요.

모든 혁명의 처음이 그런 것처럼 본래 인간의 모든 행위와 관계는
본질적이었을 겁니다.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영양 공급으로
비만을 초래하는 식탁처럼 자꾸 넘치는 욕망 쪽으로 몸을 기울이다가
종래에 알맹이는 없고 덧대기만 남아 있는 형국인지도요.
특별히, 인간의 모든 관계에서는 본질을 꿰뚫는 쿠바 의사같은
‘혁명가 정신’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