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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영화 속 조폭 두목은 자신의 위세를 과시할 때 구멍이 하나뿐인 수제벨트를 풀어 상대에게 보여줍니다. 자신의 허리 사이즈에 딱 맞춘 벨트라서 구멍이 하나뿐이라는 거지요.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서 소유할 수 있다는 맞춤형 과시입니다.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넣거나 특별 제작한 만년필, 가방, 핸드폰, 구두 등에 특별한 애착을 보이는 인간의 맞춤 욕구가 원시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요.
하지만 미역국을 끓이듯 아내를 위해 매년 생일 카드를 그리는 전용성 화백의 맞춤 카드는, ‘젊은 오빠’들이 결정적인 작업의 순간에 투입하는 차별화 방법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물위에 흘러가는 꽃등(花燈)같은 아내의 나이를 ‘이쁘다’고 표현하는 담백하고 그윽한 감성이 나태주 시인의 <풀잎>을 닮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잎>은 감탄할 만큼 검박하고 단촐한 시의 한 상징으로 인구에 회자되곤 하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대개의 경우, 진심으로 상대에게 집중하는 그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맞춤 선물이 된다, 저는 그렇게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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