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에서 모셔 왔습니다.
임금님의 호출
밤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대문을 마구 두드렸습니다. 깜짝 놀란 주인이 "밖에 누구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누구인지 궁금하면 문을 열어 보면 알 것 아니오."하고 문 밖에서 누가 대답했습니다. 주인은 하는 수 없이 대문을 열었습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사내가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임금님의 명령을 전하러 온 사람이오. 임금님께서는 당신은 데려오라 하셨소!" 이 말을 들은 주인은 놀라 벌벌 떨면서 임금님께서 무슨 일로 자신을 부르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건장한 체격이 말했습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오. 나는 단지 명령을 전할뿐이오!" 그리고는 내일 몇 시에 대궐로 오라고 전하고는 가버렸습니다.
주인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무슨 일로 임금님이 오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도저히 혼자서 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걱정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하다 친구와 같이 임금님께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는 마침 소중한 친구 셋이 있었습니다. 그 중 자기에게 소중하다 생각되는 친구를 먼저 찾아가 자신의 걱정거리를 말하며 임금께 같이 가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나는 오늘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갈 수가 없다네. 다른 친구에게 가보는 것이 어떨까?"
가장 믿었던 친구에게 거절을 당한 그는 몹시 야속하다 생각되어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친구를 찾아 갔습니다. 딱한 사정 이야기를 들은 두 번째 친구가 말했습니다. "자네 말대로 함께 가기는 하겠지만 나는 대궐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네."
둘째 친구에게도 실망한 그는 서둘러 셋째 친구 집을 찾아 문을 두드렸습니다. 세 번째 친구는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자네, 정말 오래 간만이군. 자네가 나를 찾아오다니 뜻밖이군. 그런데 자네 얼굴이 몹시 안 좋아 보이는데 대체 어쩐일인가?" 그는 세 번째 친구의 친절에 감사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임금님의 명령과 친구들의 반응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세 번째 친구가 말했습니다. "여보게, 걱정 말게나. 자네같이 착한 사람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임금님이 벌을 내리시겠나. 내가 함께 가서 혹 잘못된 일이라도 있다면 내가 잘 말씀드려 보겠네. 자, 이제 진정하고 나하고 가보세. 시간이 늦으면 안 되니까."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뛸 듯이 기뻐하며 대궐로 향했습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탈무드에서는 이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모든 사람은 죽은 후에 임금이신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 세 친구 중 첫 째 친구는 '재물'이다. 살아 있는 동안 사람에게는 재산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되지만 재물은 살 동안만 필요하지 죽을 때는 가지고 갈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친구는 '일가친척'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죽었을 때 장례식에는 참석하지만 무덤 속에까지 따라가지 않는다. 임금님 앞에까지 가는 셋 째 친구는 '선행'이다. 착한 행실은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죽은 뒤에도 그와 함께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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