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한시7

含閒 2008. 10. 1. 10:44
6孟夏  맹하   초여름
 가엄

江南孟夏天   강남맹하천   강남의 초여름
紫竹筍如編   자죽순여편   대나무 숲 죽순이 엮은 듯 솟아나네
蜃氣爲樓閣   신기위루각   아지랑이는 뭉게뭉게 누각을 이루고
蛙聲作管弦   와성작관현   개구리 소리가 그대로 관현악 이로다

 
7湖上寓居雜詠  호상우거잡영   호숫가에 살며 읊다
姜夔  강기

荷葉披披一浦凉    하엽피피일포량  연잎은 너풀너풀 온 뻘이 시원하고
靑蘆奕奕夜吟商   청로혁혁야음상  갈대는 한들한들 밤이면 가을 노래 읊는다
平生最識江湖味   평생최식강호미   평생에 자연의 멋을 내가 가장 잘 아노니
聽得秋聲憶故鄕   청득추성억고향   가을소리 들으니 고향이 생각나는구나


8花園帶鋤  화원대서    꽃밭에 호미 메고
姜希孟(朝鮮)  강희맹 1424~1483

荷鋤入花底   하서입화저   호미 메고  꽃 속에 들어가
理荒乘暮回   이황승모회   김을 매고  저물녁에 돌아오네
淸泉可濯足   청천가탁족   맑은 물이 발 씻기에 참 좋으니
石眼林中開   석안림중개   샘이 숲속 돌틈에서 솟아나오네

 

9作墨戱題其額贈姜國鈞    작묵희제기액증강국균(그림그려 시 한수 적어 강국균에게)
姜希孟   강희맹 1424~1483

胡孫投江月   호손투강월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波動影凌亂   파동영능란   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飜疑月破碎   번의월파쇄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引臂聊戱玩   인비료희완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水月性本空   수월성본공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笑爾起幻觀   소이기환관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波定月應圓   파정월응원   물결 가라 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리고
爾亦疑思斷   이역의사단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長嘯天宇寬   장소천우관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松偃老龍幹   송언노룡간   소나무 늙은 등걸 老龍처럼 비스듬히 누워 있네

 
10金剛途中  금강도중  금강산 가는 길에
姜栢年  강백년 1603~1681

百里無人響   백리무인향   백리에 사람 소리 들리지 않고
山深但鳥啼   산심단조제   산 깊어 들리느니 새 울음 소리
逢僧問前路   봉승문전로   중 만나 앞 길을 물어 보고는
僧去路還迷   승거로환미   중 가자 다시금 길을 잃었소

 

 11峽行雜絶  협행잡절    산골짝을 지나며
 姜진  강진 1807~1858

山翁夜推戶   산옹야추호   산에 사는 노인이 지게문을 열고
四望立一回   사망립일회   사방 한번 둘러보고 서서 하는 말
生憎啄木鳥   생증탁목조   얄미운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에
錯認縣人來   착인현인래   마실온 마을 사람인줄 잘못 알았네

 
12聽秋蟬  청추선    가을 매미 소리  
 姜靜一堂    강정일당 1772~1832

萬木迎秋氣   만목영추기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蟬聲亂夕陽   선성난석양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沈吟感物性   침음감물성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林下獨彷徨   임하독방황   쓸쓸한 숲 속을 혼자 걸었네

    

 13悟道頌    오도송
鏡虛禪師   경허선사 1849~1912
 
忽聞人語無鼻孔   홀문인어무비공   홀연히 사람에게서 고삐 뚫을 구멍 없다는 말 듣고
頓覺三千是我家   돈각삼천시아가   문득 깨닫고 보니 삼천 대천세계가 이 내 집일세
六月鳶巖山下路   육월연암산하로   유월 연암산 아랫길에
野人無事太平歌   야인무사태평가   들사람 일이 없어 太平歌를 부르네

    

14午睡   오수     낮잠
鏡虛禪師  경허선사 1849~1912

無事猶成事   무사유성사   일 없음을 일삼아
掩關白日眠   엄관백일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대낮에 낮잠을 자고 있는 데
幽禽知我獨   유금지아독  깊은 산 속 새들이 나 홀로인 줄 알고서
影影過窓前   영영과창전   창문앞을 어른어른 날면서 그림자를 비치네


 15遊隱仙洞  유은선동    선동에 숨어 지내며
   鏡虛惺牛   경허성우 1849~1912

山與人無語   산여인무어   산과 사람은 말이 없고 
雲隨鳥共飛   운수조공비   구름은 새를 따라 함께 날으네 
水流花發處   수류화발처   물 흐르고 꽃피는 곳
淡淡欲忘歸   담담욕망귀   아아 모든 것 돌아가 잊고져 하네

 
16偶吟    우음
  鏡虛惺牛   경허성우 1849~1912

風飄霜葉落   풍표상엽락   바람이 서리맞은 잎을 떨어트린다
落地便成飛   락지편성비   떨어지는 잎이 다시 바람에 날아간다
因此心難定   인차심난정   어쩔거나 이 마음 맡길 데 없어
遊人久未歸   유인구미귀   잎비 속에 길을 잃고 헤메이나니

 

17觀物吟  관물음   사물을 바라보며
 高尙顔   고상안 1553~1623

牛無上齒虎無角   우무상치호무각   소는 윗니가 없고, 범은 뿔이 없으니
天道均齊付與宜   천도균제부여의   하늘 이치 공평하여 저마다 알맞구나
因觀宦路升沈事   인관환로승침사   이것으로 벼슬길에 오르고 내림을 살펴보니
陟未皆歡黜未悲   척미개환출미비   승진했다 기뻐할 것 없고, ?겨났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18臨終偈    임종게 
  孤閑熙彦(朝鮮)   고한희언 1561~1647

空來世上       공래세상       공연히 이 세상에 와서  
特作地獄滓矣   특작지옥재의   지옥의 찌꺼기만 만들고 가네 
命布骸林麓     명포해림녹    내 뼈와 살을 숲속 산기슭에 버려 
以飼鳥獸       이사조수      새와 짐승들의 먹이가 되게 하라

 
19 田家夜春  전가야춘   농가의 봄밤 
   高啓  고계

新婦용糧獨睡遲   신부용량독수지   신부가 방아 찧다가 혼자 늦게 잠들고
夜寒茅屋雨來時   야한모옥우래시   차가운 밤, 초가에 비가 내리고 있다
燈前每囑兒休哭   등전매촉아휴곡   등불 앞에는 우는 아이 달래라 매번 부탁하나니
明日行人要早炊   명일행인요조취   내일 떠날 사람있어 일찍 밥지어야 한다네

 

20山亭夏日  산정하일    여름날 산속 정자에서
  高騈(唐)  고병 1350~1413

綠樹濃陰夏日長   록수농음하일장   푸른 나무,그늘은 짙고 여름 해는 길고
樓臺倒影入池塘   누대지영입지당   연못속에 거꾸로 비친 樓臺 그림자 보이네
水晶簾動微風起   수창염동미풍기   수정발 들리니, 실바람 불어오고
一架薔薇滿院香   일가장미만원향   시렁 가득, 장미꽃 향기 집안에 가득하네


 

21山莊夜雨  산장야우    산장의 밤비
 高兆基  고조기   ? ~ 1157

昨夜松堂雨   작야송당우   어젯밤 송당에 비가 왔는지
溪聲一枕西   계성일침서   베갯머리 서편에선 시냇물 소리
平明看庭樹   평명간정수   새벽녘 뜨락의 나무를 보니
宿鳥未離棲   숙조미리서   자던 새는 둥지를 아직 떠나지 않았네

 
22東平路      동평로에서
  高適(唐)  고적 702~765

淸曠凉夜月   청광량야월   맑게 탁 트인 서늘한 달밤
徘回孤客舟   배회고객주   외로운 나그네로 배 안에서 배회하며

渺然風波上   묘연풍파상   아득히 바람 치는 물결 위로
獨愛前山秋   독애전산추   홀로 고향 땅 앞산의 가을을 그렸더니

秋至復搖落   추지부요락   가을이 되어 다시 나뭇잎은 떨어져
空令行者愁   공령행자수   길 떠난 자를 부질없이 시름겹게 하여라


    
23除夜作   제야작    섣달 그믐날에 만듦
  高適(唐)  고적 702~765

旅館寒燈獨不眠   여관새등독불면  여관의 추운 등불아래 홀로 잠을 못 이루니
客心何事轉凄然   객심하사전처연  나그네 마음은 어쩐지 외롭기만 하다
故鄕今夜思千里   고향금야사천리  고향에서는 오늘밤에 멀리 있는 나를 생각하고있겠지
霜빈明朝又一年   상빈명조우일년   서리 내린듯한 머리에 내일 되면 한살 더 나이를 먹네


24閑居  한거   한가히 사노니
  高適(唐)  고적 702-765

柳色驚心事   류색경심사   버들 색, 마음을 놀라게하고   
春風厭索居   춘풍염삭거   봄바람도 쓸쓸한 처소를 싫어하네
方知一杯酒   방지일배주   이제사 알겠네, 한잔 술이   
猶勝百家書   유승백가서   오히려 많은 집의 책보다 좋다네

 
25營州歌  영주가
  高適   고적 702~765

營州少年厭原野   영주소년염원야   영주의 소년 들판에 익숙하여
狐구蒙茸獵城下   호구몽용렵성하   가죽 옷 휘날리며 성 아래서 사냥하네
虜酒千鍾不醉人   노주천종불취인   노주 천 잔에도 취하지 않으니
胡兒十歲能騎馬   호아십세능기마   오랑케 아이들은 열 살부터 말을 탄다오

?= 갖옷 구.


26村居  촌거    시골에서 
 高鼎  고정

草長鶯飛二月天   초장앵비이월천   풀이 돋고 꾀꼬리 나는 二月의 하늘
拂堤楊柳醉春煙   불제양류취춘연   둑 위의 버드나무 봄 안개에 취한 듯 흔들거리고
兒童散學歸來早   아동산학귀래조   어린아이들은 공부가 끝난 후 일찍 돌아와
忙진東風放紙鳶   망진동풍방지연   동풍을 좇으며 종이 연을 날리네
         ☞  ?= 좇을 진, 밟을 전.


27聽角思歸  청각사귀   피리소리에 고향생각  
  顧況  고황 727~816

故園黃葉滿靑苔   고원황엽만청태   고원에 낙엽 푸른 이끼 덮는다
夢後城頭曉角哀   몽후성두효각애   꿈 깨니 성 가에 새벽 깨우는 소리 서럽고
此夜斷腸人不見   차야단장인불견   이 밤 애끊는 이도 보이지 않으니
起行殘月影徘徊   기행잔월영배회   기우는 달 아래 홀로 서성거린다

 
28  偈頌詩    게송시
    恭都寺  공도사

點盡山窓一盞油   점진산창일잔유  온 산의 창아래 등잔불을 밝히니 
地爐無火冷湫湫   지노무화냉추추  화로에도 불이 없어 썰렁하구나
話頭留向明朝擧   화두류향명조거   화두는 놔 두었다 다음 날 묻기로 하고
道者鼓鐘又上樓   도자고종우상루  도인은 종을 치러 다시 樓에 오르네


 29 禾熟  화숙  벼가 익을 무렵
   孔平仲(宋)   공평중

百里西風禾黍香   백리서풍화서향   백 리 들판에 서녘바람 선뜻 불고 벼 기장 향그럽게 익었는데
鳴泉落竇穀登場   명천락보곡등장   샘물 졸졸 바위 위를 흐르고 탈곡장에 곡식 들어온다
老牛粗了耕耘債   노우조료경운채   늙은 소는 이것으로 논밭갈이 채무를 얼추 갚았는가
齧草坡頭臥夕陽   설초파두와석양   꼴 씹으며 석양빛 언덕 위에 가로 누웠네


30長源亭應製野?騎牛 장원정응제야수기우 소타고 가는 저 늙은이
  郭輿(高麗)  곽여 1058~1130 

太平容貌恣騎牛   태평용모자기우   소 타고 가는 저 노인, 편안한 얼굴로
半濕殘비過壟頭   반습잔비과롱두   뿌연 안개비 속  언덕길을 넘네
知有水邊家近在   지유수변가근재   저 냇가 어디쯤 집이 있는가
從他落日傍溪流   종타락일방계류   흐르는 냇물 위에 夕陽이 지네

 

 31東郊馬上演雅體  동교마상연아체   동쪽 들판 말위에서 시를 읊음 
  郭預   곽예

信馬尋春事   신마심춘사   말 가는대로 몸을 맡겨 봄 구경 나가보니
牛兒方力耕   우아방역경   소는 한창 밭을 갈고 있네

鳥鳴天氣暖   조명천기난   새는 지저귀고  날씨는 따뜻하고 
魚泳浪紋平   어영랑문평   물고기 헤엄치니 잔물결 이네

野蝶成團戱   야접성단희   들에는 나비가 무리 지어 날고
沙鷗作隊行   사구작대행   沙場의 갈매기는 떼 지어 날아가네

自嫌隨燕雀   자혐수연작   부끄럽구려 소인배들 따르다가
不似鷺자淸   불사노자청   큰 인물 닮지 못한 것이...  


32 雲   운     구름
  郭震(唐)  곽진 656-713  

聚山虛空去復還   취산허공거부환   허공에 모였다가 흩어지고 갔다간 또 오는데
野人閑處倚空看   야인한처의공간   야인이 한가롭게 지팡이 짚고 서서 바라본다네
不知身是無根物   부지신시무근물   스스로 뿌리 없는 신세인 것을 모르고
蔽月遮星作萬端   폐월차성작만단   달 가리고 별 막으며 별짓을 다하는구나

 

33 西村  서촌    절간 마을의 어부
  郭祥正(宋)  곽상정

遠近皆僧刹   원근개승찰   여기저기 모두가 절간
西村八九家   서촌팔구가   마을이라야 인가가 고작 여덟 아홉
得魚無賣處   득어무매처   잡은 물고기 팔 곳도 없는지라
沽酒入蘆花   고주입노화   술 사들고 갈대꽃 숲 속으로 들어간다네

 
34退居琵琶山  퇴거비파산     물러나 비파산에 살면서
  郭再祐  곽재우 1552~1617

朋友憐吾絶火煙   붕우연오절화연   친구들은 속세와 인연 끊은 나를 불쌍히 여겨
共成衡宇洛江邊   공성형우낙강변   함께 낙동강 변에 집을 지어주었네

無饑只在啖松葉   무기지재담송엽   나 굶지 않아요, 다만 솔잎을 씹고
不渴惟憑飮玉泉   불갈유빙음옥천   목마르지도 않아요, 맑은 샘물 마신다오

守靜彈琴心淡淡   수정탄금심담담   고요한 마음 지키며 거문고 타니, 마음은 담담하고
杜窓調息意淵淵   두창조식의연연   두견새 우는 창가에 앉았더니 생각은 맑고 깊어라


35待山月  대산월    산위에 뜨는 달 기다리며
  皎然(唐) 교연

夜夜憶故人   야야억고인    밤마다 밤마다 벗님 그리워
長敎山月待   장교산월대    산 위에 뜬 달 본체만체 하였더라네
今宵故人至   금소고인지    오늘 밤 그 벗님 오셨는데
山月知何在   산월지하재    산 위에 뜨던 그 달 어딜 갔는지

 
36遠山  원산     먼 산
 歐陽修   구양수 1007~1072

山色無遠近   산색무원근   산빛은 멀고 가까움이 없으니
看山終日行   간산종일행   종일토록 산을 보며 간다
峰巒隨處改   봉만수처개   가는 곳 마다 산봉우리 바뀌어도
行客不知名   행객부지명   길가는 객은 이름을 모른다네

 

37畵眉鳥   화미조   개똥 지빠귀
  歐陽修   구양수 1007~1072

百전千聲隨意移   백전천성수의이   마음대로 다니며 온갖 소리 다 내고
山花紅紫樹高低   산화홍자수고저   붉은 꽃 자주 꽃, 높은 나무 낮은 나무 아무 데든 지저귄다
始知鎖向金籠廳   시지쇄향금롱청   이제서야 알았네. 금으로 된 새장속의 소리가
不及林間自在啼   불급임간자재제   수풀 속에서 제멋대로 내는 소리에 미치지 못함을
☞  ?= 지저귈,가락 전.

 
38贈魏野處士   증위야처사   위야 처사에게
  寇準   구준 961~1023

人間名利走鹿埃   인간명리주녹애   사람들은 명리를 쫓아 속세를 헤매어 다니건만
惟子高閑晦盛才   유자고한회성재   오직 그대만이 유유히 뛰어난 재주를 감추고 있네
의枕夜風喧薛?   의침야풍훤폐례   베개머리에서 밤바람에 흔들리는 사철나무 소리 듣고
閉門春雨長매苔   폐문춘우장매태   방문 닫고서 봄비에 자라는 이끼의 소리를 듣는다네
詩題遠岫經年得   시제원수경년득   詩題는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일년 내내 얻고
僧戀幽軒繼日來   승연유헌계일래   스님들은 유심한 정자를 좋아해 날마다 찾아오네
却恐明君徵隱逸   각공명군징은일   다만 두려운 건 군왕이 은둔한 그대를 찾는 것이니
溪雲誰得共徘徊   계운수득공배회   계곡의 구름 아래를 누구와 함께 거닐 수 있겠는가

 
39 華山   화산
  寇準(宋)  구준

只有天在上   지유천재상   그 위로는 하늘이 있을 뿐
更無與山齊   갱무여산제   더불어 겨를 산이 없네
擧頭紅日近   거두홍일근   머리 드니 붉은 해가 가깝고
回看白雲低   회간백운저   고개 돌리니 흰 구름이 낮게 깔렸네

 
40尋西山隱者不遇 심서산은자부우  서산의 은자를 만나지 못하고
 邱爲  구위

絶頂一茅茨   절정일모자   가장 높은 곳에 띳집 하나
直上三十里   직상삼십리   곧바로 삼십 리나 올라갔다오
구關無동부   구관무동부   문을 두드려도 나와 맞는 아이 하나 없고
窺室惟案궤   규실유안궤   방안을 들여다보니 책상 하나뿐이네

若非巾柴車   야비건시거   허술한 수레 타고 가지 않았다면
應是釣秋水   응시조추수   틀림없이 가을 물가에 낚시 갔을 것이네
差池不相見   차지부상견   길 어긋나 만나지 못하고
민勉空仰止   민면공앙지   머뭇거리며 공연히 생각만하네

 
草色新雨中   초색신우중   내리는 비속의 풀빛 푸르고
松聲晩창裏   송성만창리  저녁 녘 창문에서 들리는 솔바람 소리
及자契幽絶   급자계유절   지금의 그윽한 경치 마음에 들어
自足蕩心耳   자족탕심이   흡족히 내 마음과 귀를 씻어주네

雖無賓主意   수무빈주의   비록 손님과 주인의 생각 몰라도
頗得淸淨理   파득청정리   다소간 맑고 깨끗한 이치 얻었네
興盡方下山   흥진방하산   기분 다하면 산 내려가리니
何必待之子   하필대지자   어찌 반드시 그대 오기를 기다릴까

 
41題畵  제화  그림에 부처
  歸莊(淸) 귀장

巖穴幽樓盡隱淪   암혈유루진은륜   동굴에 숨어사는 사람 모두 明나라의 遺民隱士들
抱琴扶杖往來頻   포금부장왕래빈   거문고 안고 단장 짚고 자주들 오고 가네
山家長日無餘事   산가장일무여사   산중 긴 하루 하는 일 따로 없고
一局閑消洞裏春   일국한소동리춘   바둑 한판에 봄날이 가네
屋繞靑山竹遍栽   옥요청산죽편재   푸른 산 집을 에워싸고 뜰에는 온통 대나무
棋枰茗碗酒甁開   기평명완주병개   바둑 두며 茶 마시고 술병을 따네
此中勝景非天地   차중승경비천지  이러한 경치 속세가 아닐지니
邦得閑人入畵來   방득한인입화래   어찌 아무나 그림 속에 들어오게 할 것이랴

 
42七夕偶書   칠석우서
  權擘   권벽 1520~1593

浮世紛紛樂與悲   부세분분락여비   기쁨과 슬픔으로 뜬 세상 어지럽고
人生聚散動相隨   인생취산동상수   만나고 흩어짐은 인생길을 따르누나
莫言天上渾無事   막언천상혼무사   천상에는 아무런 일 없다고 하지 말라
會合俄時又別離   회합아시우별리   만남은 잠깐일뿐 다시 헤어지느니


43嘲鼠  조서   불쌍한 쥐새끼
  권구  권구 1672~1749

爾本無家依我屋   이본무가의아옥   너는 본디 집이 없어 내 집에 의지해 사는데
旣依胡乃反穿爲   귀의호내반처위   그렇게 의지하면서 내 집에 왜 구멍을 뚫나
固知爾亦無長慮   고지이역무장려   참으로 너도 멀리 내다보는 생각은 없구나
我屋顚時爾失依   아옥전시이실의   내 집이 무너지면 너도 의지할 데 없어질텐데

 
44鬪者  투자   싸우는 사람
  권구 1672~1749

怒臂相交千인側   노비상교천인측   성난 두 어깨 서로 엉겨 천길 낭떠러지에 있네
懸知飄碎在須臾   현지표쇄재수유   자칫 떨어지면 틀림없이 몸이 부서질 것이로다
可憐利害相形處   가련리해상형처   불쌍하기도 하여라, 이해를 따지는 형편과 처지
只見絲毫不見軀   지견사호부견구   터럭같은 이익만 보고 제 몸은 보지 못하는구나

 
45秋日  추일     가을
  權遇   권우 1363~1419
竹分翠影侵書榻   죽분취영침서탑   푸른 그림자 나눠 책상 맡에 스며들고
菊送淸香滿客衣   국송청향만객의   국화는 맑은 향기 보내 나그네 옷 가득해라
落葉亦能生氣勢   낙엽역능생기세   지는 잎도 또한 능히 기세를 일으켜서
一庭風雨自飛飛   일정풍우자비비   뜰 가득 비 바람에 절로 날려 가누나

 

46自詠  자영     내 모습 
 權好文    권호문 1532~ 1587

偏性獨高尙   편성독고상   모난 성격 홀로 고상함을 지켜       卜居空谷中   복거공곡중   텅 빈 골짜기에 집 짓고 살지       
전林鳥求友  전림조구우   숲속엔 벗 찾는 새소리 맑고         
落체花辭叢   락체화사총   섬돌엔 나풀나풀 어여쁜 꽃잎들    
簾捲野經雨   렴권야경우   주렴 드니 들에는 지나가는 빗줄기  襟開溪滿風   금개계만풍   냇가 가득 부는 바람 옷깃 열어주네 
淸吟無一事   청음무일사   일없이 청아한 한 수 시를 읊으니    句句是閑功   구구시한공   구절구절 참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47顧人行   고인행    일꾼들의 걸음
 權?   권헌 1713~1770

西江雇人健於牛   서강고인건어우   서강나루 일꾼들은 소보다 건장하여
兩肩뢰如土阜   양견뢰위여토부   두어깨 불끈 솟아 흙더미 같다
每從販船巧射利   매종판선교사리   장사배에서 이익을 교묘히 노려
巨商捐錢聽奔走   거상연전청분주   거상이 돈을 주면 마을은 분주해진다
淸晨比肩集江門   청신비견집강문 이른 새벽 나란히 강어귀로 나가 모여   較量轉輸立良久   교량전수입량구   하역량을 헤아리며 한참을 서 있다가
卓午南風不欺潮   탁오남풍불기조   정오에 남풍 불어 밀물이 틀림없으면
邂逅책艦私傳受   해후책함사전수   큰 배 만나서 사사롭게 주고 받는다
終日負米得脅直   종일부미득협치   종일토록 볏짐 져서 품삯 받으니
筋力攻食恐在後   근력공식공재후   근력으로 밥벌이, 행여 뒤질세라
長身루行仰脅息   장신루행앙협식   큰 키를 구부려 가다가 고개들어 숨 몰아쉬고
大索擔頭常在手   대색담두상재수   동아줄과 등태를 손에 꼭 쥐고 있다
行年六十不息肩   행년육십불식견   나이 육십에도 어깨를 쉬지못해
背坼皮皺生塵垢   배탁피추생진구   등은 갈라지고 살결은 쭈글쭈글 꾀죄죄
終身勤苦得自給   종신근고득자급   한평생 힘들게 노력하여 제 밥 벌면서
但恐任重老無有   단공재중로무유   다만, 늙어 일감 없을까만 염려하니
鮮羹白飯無饑歲   선갱백반무기세   흉년이 없어 생선찌개 쌀밥에 
男子供薪女추酒   남자공신여추주   사내는 나무하고 아낙은 술 거른다
道旁流갈何爲者   도방류갈하위자  길거리 비렁뱅이는 무얼 하는가
但能乞飯指其口   단능걸반지기구   입구멍 때문에 구걸이 고작이라니

 
 
54懷妻  회처    아내 생각
 奇遵(朝鮮)  기준 1492-1521

膝下孩兒新學語   슬하해아신학어   슬하의 어린아이는 말을 갓 배웠겠고 
조門老婢舊懸瓢   조문노비구현표   부엌문앞 늙은 종, 양식 없다하겠지 
林園廖落生秋草   림원료락생추초   숲속 밭은 쓸쓸히 가을 풀 돋았겠고 
想見容華日日凋   상견용화일일조   날로 여위는 그대 이쁜 얼굴 보일듯, 생각하네

 

55述志  술지    내평생의 뜻  
  吉再  길재 1353~1419

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개울가 초가집 지어  한가히 홀로사니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즐거움이 넘치네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부래산조어   손님이 찾지 않아도 산새들이 이야기 하고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대나무 둑으로 평상을 옮겨 누워 글을 읽는다오

 
56 偶吟  우음     우연히 읊다
   吉再  길재 1353~1419

竹色春秋堅節義   죽색춘추견절의   봄가을 대나무 빛 절개를 굳게 하고 
溪流日夜洗貪濫   계류일야세탐람   밤낮 흐르는 개울물 탐욕을 씻어낸다
心源瑩靜無塵態   심원형정무진태   마음의 근원 맑고 고요하여 속기라곤 하나 없고 
從此方知道味甘   종차방지도미감   이때부터 알겠네, 도의 맛이 감미로움을
五更殘月窓前白   오경잔월창전백   오경에 지는 달은 창문 앞에 밝고 
十里松風枕上淸   십리송풍침상청   십리를 불어오는 소나무 바람, 잠자리를 맑게 하네
富貫多勞貧賤苦   부관다노빈천고   부귀 누리기는 힘이 들고, 빈천은 고통스러우니
隱居滋味與誰評   은거자미여수평   숨어 사는 재미를 누구와 함께 말하리오


 
 
67 始遊京城  시유경성    서울에 와서
  金錦園   김금원 1817~1851

春雨春風未暫開   춘우춘풍미잠개   봄바람은 봄비 섞어 불어오는데
居然春事水聲間   거연춘사수성간   어느덧 좋은 봄철 오고 가누나
擧目何論非我土   거목하논비아토   내 고향이 아니라고 탓할 것 없고
萍遊到處是鄕關   평유도처시향관   부평초처럼 어디나 살면 고향 이라네

 
68  書懷  서회   회포를 적다
   金宏弼   김굉필 1454~1504

處獨居閒絶往還   처독거한절왕환   홀로 있으며 한가한 곳에 사니, 오가는 이 드물고,
只呼明月照孤寒   지호명월조고한   오직 달을 부르니, 가난하고 외로운 나를 비추네.
憑君莫問生涯事   빙군막문생애사   그대 생각으로, 나의 생애 묻지 말라.
萬頃煙波數疊山   만경연파수첩산   넓은 바다 안개 낀 물결, 첩첩한 산들이 가득하니라

 
69 絶 句
   金得臣   김득신 1604 ~1684

夕照轉江沙   석조전강사   저녘노을 곱게 강 모래위에 비추고
秋聲生遠樹   추성생원수   가을소리 먼 숲속에서 들려오네
牧童叱犢歸   목동질독귀   목동이 소를 몰고 바삐 돌아오고
衣濕前山雨   의습전산우   산에 내리는 비, 옷이 흠뻑 젖는구나

    
70만吟   만음    미소 띄우며
  金得臣  김득신 1604~1684

爲人性癖每耽詩   위인성벽매탐시   사람의 성벽이 늘상 시에 빠져서 
詩到吟時下字疑   시도음시하자의   시 이르러 읊조릴 젠 글자 놓기 망설이네
終至不疑方快意   종지불의방쾌의   망설임이 없어야만 마음에 쾌하거니
一生辛苦有誰知   일생신고유수지   일생의 괴로움을 알 사람 그 누구랴

 

 

71 頭陀山   두타산
   金得臣(朝鮮)  김득신 1604 ~1684 

行行路不盡   행행로부진   가도가도 길은 끝이 없고
萬水更千峰   만수경천봉   많은 개울 건너니 또 많은 산봉우리들
忽覺招堤近   홀각초제근   홀연히 마을 가까와진 줄 알게 되었는데
林端有暮鍾   임단유모종   숲속 끝에서 저녁 종소리 들리는 듯

 

 

72 雙燕  쌍연   한쌍의 제비
  金履萬   김리만 1683~1758

雙燕銜蟲自忍飢   쌍연함충자인기   제비 한쌍  벌레 물고  배고픔 참으며
往來辛苦哺其兒   왕래신고포기아   힘들게 왔다갔다 제 새끼들 먹이누나
看成羽翼高飛去   간성우익고비거   날개깃 돋아나서 높이 날아 가버리면
未必能知父母慈   미필능지부모자   부모의 자애로움 능히 알지 못하겠지


73 苔磯釣魚  태기조어    이끼 낀 물가에서 낚시 드리우고
   김류 1571~1648

日日沿江釣   일일연강조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 낚는데
呑釣盡小鮮   탄조진소선   낚시 무는 놈은 모두 잔챙이
誰知滄海水   수지창해수   누가 알까, 저 푸른 바닷물 속에
魚有大於船   어유대어선   배보다 더 큰 고기 있음을

 
104松都甘露寺次惠遠韻 제송도감로사차혜원운  송도 감로사에서
   金富軾  김부식 1075~1151

俗客不到處   속객부도처   세속 나그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登臨意思淸   등임의사청   올라오니 생각이 해맑아진다

山形秋更好   산형추갱호   산의 모습은 가을이라 더욱 곱고
江色夜猶明   강색야유명   강 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다

白鳥高飛盡   백조고비진   해오라기 높이 날아 사라져 가고
孤帆獨去輕   고범독거경   외론 돛만 혼자서 가벼이 떠간다

自慙蝸角上   자참와각상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   반세멱공명   功名을 찾아다닌 반평생이 부끄럽구나

    

105  觀瀾寺樓  관란사루    관란사 누대에서
    金富軾   김부식 1075~1151

六月人間暑氣融   육월인간서기융   세속의 유월은 더위가 가득한데
江樓終日足淸風   강루종일족청풍   강루에는 종일토록 청풍불어 좋아라

山容水色無今古   산용수색무금고   산모양 물빛은 고금이 한결같으나
俗態人情有異同   속태인정유이동   세상의 풍속과 사람의 인정은 다름이 있다

책맹獨行明鏡裏   책맹독행명경리   거룻배는 맑은 거울 속을 홀로 가는데
鷺자雙去畵圖中   로자쌍거화도중   가마우지 한 쌍 그림 속으로 날아간다

堪嗟世事如銜勒   감차세사여함륵   아아, 세상사 마치 재갈과 굴레같아
不放衰遲一禿翁   불방쇠지일독옹   약하고 둔한 한 늙은이 놓아주지 않는다

 

106再過楊季平村舍  재과양계평촌사   양계 평촌사를 다시 지나    면서
  金士衡  김사형 1341~1407

碧溪西畔亂山東   벽계서반란산동   서쪽에 푸른 시냇물이 흐르고 동쪽에는 산들이 어지럽게 서있네
楊子高亭活畵中   양자고정활화중   양자의 높은 정자 그림속에 살아 있으니

淸福豈容人久假   청복기용인구가   이 맑은 복을 어찌 남에게만 오래 주고 있으랴
勝遊眞似夢還空   승유진사몽환공   멋진 놀이는 참으로 허무하게 돌아온 꿈만 같도다

樂生莫作千年調   락생막작천년조   인생이 천년을 고루 살기를 즐기지 마라
養拙甘爲一野翁   양졸감위일야옹   수양하여 한날 野翁이 됨이 좋으련만

不久收身同結社   부구수신동결사   멀지 않아 몸을 거두고 함께 모일 것이니
半分溪月與山風   반분계월여산풍   시냇가에 저 달과 산바람을 반만 나누어 주오


 
107上洛府院君   상락부원군   상락부원군에 대한 輓詞
  金士衡   김사형 1341~1407

傳家積善正無倫   전가적선정무론   대대로 전해 오는 積善이 뛰어나고
眞箇東韓社稷臣   진개동한사직신   진실로 동한에 사직의 신하였지

許國寸心雙雪   허국촌심쌍설   나라에 마음 바쳐 귀밑머리 희어졌고
接人和氣一團春   접인화기일단춘   사람 대하는 그 화기는 일단의 봄이었지

芸臺繪綵殊勳著   운대회채수훈저   운대에서 필단 잡아 큰 공로 드러나고 
玉輦親臨寵數新   옥레친임총수신   어가가 왕림하여 은총이 새로웠네 

六十七年渾似夢   육십칠년혼사몽   육십칠 년 모두 다 꿈 속과도 같아라 
喪歌凄楚響淸晨   상가처초향청신   처량한 상엿소리 맑은 새벽에 울리네

 

108 善竹橋    선죽교
    金士衡  김사형 1341~1407

曾聞周國伯夷淸   증문주국백이청   일찍이 周나라 백이숙제의 청백함 들었지만
餓死首陽不死兵   아사수양부사병   전쟁으로 죽지 않고 首陽山에서 굶어 죽었다

善竹橋邊當日事   선죽교변당일사   선죽교의 그 날, 그 참혹한 일에도
無人扶去鄭先生   무인부거정선생   鄭先生 도와 데리고 갈 사람 아무도 없었도다

 

          
130 述樂府辭   술악부사   
    金守溫(朝鮮)  김수온 1409-1481 

十月層氷上   십월층빙상   시월의 두꺼운 얼음위
寒凝竹葉棲   한응죽엽서   추위 엉긴 대숲속 집
與君寧凍死   여군영동사   차라리 님과 함께 얼어 죽으리
遮莫五更鷄   차막오경계   새벽닭이 울거나,말거나


131  頌祝  송축   慶事을 祝賀
     金守溫(朝鮮)  김수온 1409~1481

大母鶴髮綵爰在坐   대모학발채원재좌   어머님 흰 머리로 편안히 자리하시니
維子維孫趨?右左   유자유손추창우좌   손자들이 좌우에서 뛰어 노네
賓旣興止迭走爲賀   빈기흥지질주위하   손님도 흥이 나서 달려와 축하하니
萬有千歲維祺是荷   만유천세유기시하   일만 천년의 상서로움 지니셨네

 
132 雪夜獨坐  설야독좌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金壽恒  김수항 1629~1689

破屋凉風入   파옥량풍입   허름한 집에 서늘한 바람오고
空庭白雪堆   공정백설퇴   빈 뜰에는 흰 눈만 쌓이네
愁心與燈火   수심여등화   근심스런 내 마음 저 등불과
此夜共成灰   차야공성회   오늘 밤 함께 재가 되어가네


133 夏日  하일     여름 날
    金三宜堂  김삼의당

日長窓外有薰風   일장창외유훈풍   창밖에 낮은 길고 향기로운 바람 이는데
安石榴花個個紅   안석류화개개홍   어찌하여 석류화는 하나하나 붉게 익는가
莫向門前投瓦石   막향문전투와석   문 앞으로 기와조각 돌조각을 던지지 말라
黃鳥只在綠陰中   황조지재녹음중   푸른 그늘 속에는 꾀꼬리가 있단다

 

 
137 詠李上舍鶴四美亭    영리상사학사미정
   (李上舍의 四美亭을 읊다)
   金麟厚  김인후 1510~1560

江雲一雨肥   강운일우비   강 구름이 비 한번 넉넉히 내려
南畝看春耕   남묘간춘경   남쪽 밭두둑 봄갈이하는 것을 본다
日夜自生息   일야자생식   밤 낮 스스로 생겨 자라니
欣欣苗向榮   흔흔묘향영   기쁘게도 곡식들 성히 자랐네

 把鋤去랑유   파서거랑유   호미를 들고 나가 김을 매주니
漸見秋實成   점견추실성   점점 가을 이삭들 여물어 간다 
兒童驅雀鼠   아동구작서   아이들 참새와 쥐를 몰아내니
一廛輸易영   일전수역영   한 뙈기 밭, 농부 살림이 풍족하구나

且詠실솔唱   차영실솔창   이제 귀뚜라미 노래 부르면서
酌醴諧性情   작례해성정   마음편히 술이나 한잔 마셔야지 
蠶月麗景遲   잠월려경지   밤 누에 커가는 모습이 느리고
습桑柔始敷   습상유시부   물가 뽕나무 잎 비로소 두루 퍼졌네

攀條철其葉   반조철기엽   가지 잡아당겨 그 뽕잎 따다 주고
采采看朝포   채채간조포   아침 저녁으로 잘 자라는 것을 본다 
蜀蜀佇三眠   촉촉저삼안   누에들 석 잠을 기다렸더니
滿箔奇功輸   만박기공수   잠박 가득 고치들 기특도 해라

新絲足自給   신사족자급   새 명주실은 쓰기 넉넉하고
不見充官租   부견충관조   나라에선 세금으로 빼앗지 않네
萬室樂太平   만실락태평   집집마다 태평시대 함께 즐기어
鼓舞歌康衢   고무가강구   흥겨이 강구노래를 부르는구나

向晩理煙艇   향만리연정   저물녘에 조각배 손질좀 해서
滄波垂釣絲   창파수조사   푸른 물결에 낚시줄 드리웠네
寓興非爲魚   우흥비위어   취미일 뿐, 고기 잡자는 건 아니지만
有得猶可怡   유득유가이   낚이면 그래도 마음 즐겁지

呼童貫之柳   호동관지류   아이 불러 버들가지 꿰어 들리니
皓月山前窺   호월산전규   하얀 달이 산 앞으로 고개 내미네
번思赤壁遊   번사적벽유   예전 적벽놀이를 상상해 보니
宛爾同襟期   완이동금기   지금이 옛 정취 그대로구나

更有暮雪時   경유모설시   다시 저녁눈이 내릴 양이면
蓑笠君知誰   사립군지수   도롱삿갓을 그대는 알아 볼런지
靑山臨碧水   청산림벽수   푸른 산이 푸른 물을 내려다 보니
煙霧生其間   연무생기간   연기 안개 그 사이서 피어오르네

腰鎌者誰子   요겸자수자   허리에 낫을 찬 자 저게 누군가
逕路工제攀   경로공제반   사잇길 익숙히 잘 오르는 걸
長歌采薪蒸   장가채신증   노래가락 뽑으며 나무를 하니
幽興飛孱顔   유흥비잔안   흥겨움은 날아 산 마루 넘네

日夕始歸來   일석시귀래   날 저물어 비로소 집을 향하니
栖鳥相與還   서조상여환   새들도 둥지로 돌아가는군
偶此入吾賞   우차입오상   우연히 나는 이 광경 보게 된 거라
寧知彼行艱   녕지피행간   저들의 고생을 어찌 알리오


138 古木    고목
    金麟厚  김인후 1510~1560

半樹惟存骨   반수유존골   반만 살은 나무  뼈마디만 남았는데
風霆不復憂   풍정불부우   바람과 우레에도 다시 근심치 않네
三春何事業   삼춘하사업   봄 석 달을 무슨 일을 하느뇨
獨立任榮枯   독립임영고   영고성쇠 맡기고 홀로 서있을 뿐

 

139 茅齋  모재   초가집
    金彦璣(惟一齋) 김언기 1520~1588 

謨拙難成屋數間   모졸난성옥수간   내 계획이 졸렬하여 집 몇 칸 짓기도 어려워
開基春日涉冬寒   개기춘일섭동한   봄에 기초를 닦고 겨울을 지났네

重茅風散椽全露   중모풍산연전로   겹겹 띠풀 바람에 흩어져 서까래 드러나고
塼土氷疑壁未乾   전토빙의벽미건   벽돌벽은 얼어서 벽이 마르지 않는구나

月入虛畯明照榻   월입허첨명조탑   텅 빈 처마에 든 달은 탑상을 밝게 비추고
烟生疎戶翠連山   연생소호취연산   성근 집에서 피어난 연기는 산을 푸르게 이었네

蕭條雖甚吾猶樂   소조수심오유락   쓸쓸함이 심하지만 내 오히려 즐거우니
爲是身心兩得閒   위제신심양득한   이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 한가롭구나


140 遊龍門山  유용문산    용문산에서
    金安國    김안국 1478~1543  

步步緣危등   보보연위등   걸음걸음 가파른 길 따라 오르니
看看眼界通   간간안계통   보면 볼수록 눈 앞이 탁 트여라

閒雲迷極浦   한운미극포   한가한 구름은 멀리 포구에 어려 있고
飛鳥沒長空   비조몰장공   날으는 새 하늘속으로 숨어 버린다

萬壑餘殘雪   만학여잔설   골짝기마다 殘雪 남아 있는데
千林響晩風   천림향만풍   숲속에는 저녁 바람 소리 울린다

天涯懷渺渺   천애회묘묘   하늘 끝, 아득한 생각
孤月又生東   고월우생동   외로운 달, 동녘에서 솟아 오른다

 

141 登津寬寺   등진관사     진관사에 올라
    金雲楚 김운초 1800~1857 

山寺尋登凍凍街   산사심등동동가   언 길 지나 산사를 찾았네
雪花滿發坊坊佳   운화만발방방가   눈꽃 만발하여 곳곳이 아름다워라

寒風靜去丹靑壁   한풍정거단청벽   찬바람 단청 벽 고요히 지나고
暖日動輝銀白階   난일동휘은백계   따스한 햇살 은백의 섬돌 위 빛나네

梵語淸聲空隱隱   범어청성공은은   경 읽는 맑은 소리 하늘가 은은히 울리는데
松枝微舞鳥     송지미무조       솔가지 가는 떨림 새가 개개히 우는구나

死生境界分何處   사생경계분하처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인가
一色乾坤萬物諧   일색건곤만물해   한 빛의 하늘과 땅 만물이 화락하는 것을


142 龍宮閑居次金蘭溪得韻培  용궁한거차김난계득배운
   (용궁촌에서 난계 김덕배의 시에 화답하여)
   金元發    김원발

江활修鱗縱   강활수린종   강은 넓어 고기 떼 지어 왔다갔다
林深倦鳥歸   임심권조귀   숲은 깊어 지친 새들 날아오네
歸田是吾志   귀전시오지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나의 뜻
非是早知機   비시조지기   세상 일 괴로운 줄 알고 있었소


143 送童子下山  송동자하산   下山하는 童子를 보내며
    慈藏法師(新羅)  자장법사

空門寂寞汝思家   공문적막여사가   절 적막하여 네가 집생각을 하더니
禮別雲房下九華   예별운방하구화   구름낀 승방에 작별을 하고 九華山을 내려 가는구나 

愛問竹欄騎竹馬   애문죽란기죽마   대나무 난간에서 죽마타기를 즐겨 묻더니
懶於金地聚金沙   나어금지취금사   절에서 금모래 모으기에 게으르고 

添甁澗底休招月   첨병간저휴초월   달 보는 것도 그만두고,산골 시냇물에 병을 적시고
烹茗구中罷弄花   팽명구중파농화   꽃을 가지고 노는것도 그치고 사발에 茶를 끓이네  

好去不須頻下淚   호거불수빈하루   잘 가거라, 자주 눈물 흘리지 말고,
老僧相伴有煙霞   노승상반유연하   노승은 고요한 산수의 경치와 벗 하리

 

144  感興  감흥   저녁에
    金淨(朝鮮)  김정 1486~1520

落日臨荒野   낙일임황야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떨어지고
寒鴉下晩村   한아하만촌   갈가마귀 저무는 마을에 내리앉네
空林烟火冷   공림연화냉   빈 숲에 저녁 연기 썰렁하고
白屋掩荊門   백옥엄형문   초가집엔 사립문은 닫혀 있네


145    오솔길은
      金正喜  김정희 1786~1856

藥徑通幽요   약경통유요   오솔길은 깊고 먼 곳으로 나 있고
蘿軒積雲霧   라헌적운무   칡덩굴 처마에 안개구름 쌓이네 
山人獨酌時   산인독작시   산사람 저 홀로 대작할 적에 
復與飛花過   복흥비화과   꽃잎이 날아가다 술잔과 마주치네
        요= 깊고 멀요.


146  八月初一日早發靈巖過月出山  팔월초일일조발영암과월출산 
     (8월 초하룻날 일찍 영암을 출발하여 월출산을 지나며)
     金宗直(朝鮮)  김종식 1431~1492

 呼燈욕食苦栖遑  호등욕식고서황  등불을 켜고 새벽밥을 먹은 뒤에 어정어정 거닐자니
月出山頭日出光  월출산두일출광  월출산 꼭대기에 해가 솟네

深深野雲收洞穴  심심야운수동혈  들판에 낀 짙은 구름은 골짜기로 빨려 들어가고
凌凌秋骨倚穹蒼  능능추골의궁창  낙엽진 산등성이에 날카로운 바위들은 푸른 하늘에 솟아있네

浮生强半聞名久  부생강반문명구  인생를 반쯤 지나오는 동안 이산의 이름을 들은 지가 오래 되었는데
 絶頂難攀問俗忙  절정난반문속망  저 꼭대기를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세속일이 바쁘기 때문일세

彷彿伽倻眞足喜  방불가랑진족희  우리 고향 가야산과 비슷하여 참으로 기뻐서
無端馬上憶吾鄕  무단마상억오향  나도 몰래 말 위에서 고향 생각을 하네

 

147     鑿氷行  착빙행    얼음 뜨러 가는 길 
        金昌協  김창협 1651~1708

季冬江漢氷始壯   계동강한빙시장   늦겨울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어니
千人萬人出江上   천인만인출강상   사람들 우글우글 강위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鑿   정정부근란상착   꽝꽝 도끼로 얼음을 찍어 내니
隱隱下侵馮夷國   은은하침빙이국   울리는 소리가 용궁까지 들리겠네

鑿出層氷似雪山   착출층빙사설산   찍어낸 얼음이 산처럼 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   적음름름핍인한   싸늘한 음기가 사람을 엄습하네
朝朝背負入凌陰   조조배부입릉음   낮이면 날마다 석빙고로 져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   야야추착집강심   밤이면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   주단야장야미휴   해짧은 겨울에 밤늦도록 일을 하니
勞歌相應在中洲   로가상응재중주   노동요 노래소리 모래톱에 이어지네
短衣至간足無?   단의지간족무비   짧은 옷, 짚신도 없는 발에 정강이까지 이르고
江上嚴風欲墮指   강상엄풍욕수지   매서운 강바람에 언 손가락 떨어지네

高堂六月盛炎蒸   고당육월성염증   고대광실 오뉴월 무더위 푹푹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미인소수박청빙   여인의 하얀 손이 맑은 얼음을 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偏   조도격졸사좌편   난도로 그 얼음 깨 자리에 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   공리백일류소하   멀건 대낮에 하얀 안개가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   만당환락부지서   왁자지껄 이 양반들 더위를 모르고 사니
誰言鑿氷此勞苦   수언착빙차노고   얼음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道傍갈死民       도방갈사민       길가에 더위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다시강중착빙인   지난 겨울 강위에서 얼음뜨던 자들인 걸

       ☞   ? :정강이뼈 간.   ? : 짚신비.   ?: 더위 먹을 갈.

 

148   山民  산민     화전민
      金昌協   김창협 1651~1708

下馬問人居   하마문인거   말에 내려 인가를 찾아가 보니
婦女出門看   부녀출문간   아낙네 문간에 나와 맞이하네
坐客茅屋下   좌객모옥하   띠집 처마아래 손을 앉게 하고
爲我具飯餐   위아구반찬   나를 위해 밥과 반찬 내어오네

丈夫亦何在   장부역하재   남편은 어디에 나가 있는지
扶犁朝上山   부리조상산   아침에 소 끌고 산에 올랐는데
山田苦難耕   산전고난경   산밭을 일구느라 고생을 하며
日晩猶未還   일만유미환   저물도록 돌아오지 못한다네

四顧絶無隣   사고절무린   사방을 둘러봐도 이웃은 없고
鷄犬依層巒   계견의층만   개와 닭도 산기슭에 의지해 사네
中林多猛虎   중림다맹호   숲 속에는 사나운 호랑이 많아
採藿不盈盤   채곽불영반   나물도 마음대로 못 뜯는다네

哀此獨何好   애차독하호   슬프다 외딴 살이 어찌 좋으리
崎嶇山谷間   기구산곡간   험하고 험한 산골짝에서
樂哉彼平土   락재피평토   평지에 살면 더없이 좋으련만
欲往畏縣官   욕왕외현관   가고 싶어도 벼슬아치 두렵다네

 


149 竹林亭十詠東嶺霽月   죽림정십영동령제월
    金昌協   김창협 1651~1708

夕霽臥遙유   석제와요유   비갠 저녁에 넓은 장막에 누우니
東峰綠煙歇   동봉록연헐   동쪽 봉우리에 푸른 연기 사라진다
開簾滿地霜   개렴만지상   주렴을 여니 땅에 가득히 서리 내렸고
竹上已明月   죽상이명월   대나무 숲 위의 달이 이미 밝게 떠올랐구나

 

 
150 臨池  임지    못 가에서
    金昌翕   김창흡 1653~1752 

寂寂臨池坐   적적림지좌   못 가에 가만 앉았노라니
風來水面過   풍래수면과   수면 스치며 바람이 온다
高林有病葉   고림유병엽   병든 나뭇잎 숲에 있길래
一箇委微波   일개위미파   하나 주어서 물결에 띄우네

 

151  三日浦丹書石  삼일포단서석   삼일포구 단서석에서
     金孝印  김효인  ~1253

 刻碑鐫碣古猶多   각비전갈고유다   비석과 돌기둥에 글 새기는 일,예전에도 많았지만
蘇食塵侵字轉訛   소식진침자전와   이끼끼고 먼지앉아 글자마저 틀려졌도다
爭似指頭千載血   쟁사지두천재혈   손가락 끝으로 천년 혈통 다투건만
一淪山石不銷磨   일륜산석부소마   한 번 山石이 되면 녹여 갈지 못하노라

 


153 漫興   만흥    가난이 주는 여유
    김효일

樂在貧還好   락재빈환호   즐거움이 있으니, 가난해도 오히려 괜찮고
閒多病亦宜   한다병역의   한가로움이 많으니 병이 있어도 또한 괜찮아라

燒香春雨細   소향춘우세   향불을 사르다 보니, 내리던 봄비 가늘어지고
覓句曉鐘遲   멱구효종지   시구 찾다 보니 어느새,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

巷僻苔封逕   항벽태봉경   골목이 외져, 길은 이끼로 덮혔고
窓虛竹補籬   창허죽보리   창문이 없어 대나무로 울타리를 삼았네

笑他名利客   소타명리객   명예와 이익을 따르는 저 사람들 우스워라
終歲任驅馳   종세임구치   세월이 다하도록 바쁘게 달리기만 하네


154 幽居卽事 유거즉사   한가히 살며
    金仲權  김중권

家貧營産少   가빈영산소   집이 가난하여 살림살이 적고
草色滿庭除   초색만정제   풀빛만 뜰에 가득하도다

妻病惟須藥   처병유수약   아내가 병들어 약이 필요하고
兒癡懶讀書   아치라독서   아이는 어리석어 글읽기에 게으도다

菊從晴後種   국종청후종   국화는 비갠 뒤에 옮겨심고
苽向晩來鋤   고향만래서   오이밭은 저녁때 쯤에 김을 맨다

漸覺幽居好   점각유거호   차츰 한가히 사는 맛을 알겠노니
門無長者車   문무장자차   집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은구나

 

155 白鷺사    백로사
    盧仝(唐)  노동

刻成片玉白鷺사  각성편옥백로사   옥으로 다듬었나 백로 한 마리
欲捉殲鱗心自急   욕착섬린심자급   물고기 잡으려고 마음 조이며
翹足沙頭不得時   교족사두부득시   물가 모래밭에  발 쫑긋 세웠거늘
傍人不知謂閑立   방인부지위한립   사람들은 영문 모르고 그 모습 한가롭다 말하네


156 村醉   촌취   시골에서 술에 취해
    盧仝  노동

村醉黃昏歸   촌취황혼귀   저물어 취하여 돌아오다
健倒三四五   건도삼사오   몇 번이고 비틀비틀 넘어졌도다
 摩사靑매苔   마사청매태   푸른 이끼 짓밟아 버려서
莫嗔驚著汝   막진경저여   자네를 놀래킨 것 성내지 말아다오

 

157 山店    산점   산속 토기굽는 집
    盧綸(唐) 노륜 748~800

 登登山路何時盡   등등산로하시진   끝없이 이어지는 산 길, 언제나 끝 나려나
決決溪泉到處聞   결결계천도처문   괄괄대는 개울 샘물소리 도처에서 들리네
風動葉聲山犬吠   풍동엽성산견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개가 짖고
一家松火隔秋雲   일가송화격추운   어떤 집의 햇불이 가을구름 너머에 있네

 

158 道峯寺    도봉사
     羅湜   나식 1498~1546

曲曲溪回復   곡곡계회복   굽이굽이 개울 돌아 또 개울
登登路屈盤   등등노굴반   오를수록 산길은 구불구불 굽어진다
黃昏方到寺   황혼방도사   황혼에야 절에 이르니
淸磬落雲端   청경낙운단   맑은 경쇠소리 구름 끝으로 사라진다

 


159 自遺   자유    속내
     羅隱(唐)  나은

得卽高歌失卽休   득즉고가실즉휴   득의할 땐 노래하고 실의할 땐 쉬어가며
多愁多恨亦悠悠   다수다한역유유   근심 많고 한 많은 세상 그렁저렁 살아가세
今朝有酒今朝醉   금조유주금조취   오늘 술 생기면 오늘 취하고
明日愁來明日愁   명일수래명일수   내일 근심일랑 내일로 미뤄두세

 

160 神光寺     신광사
   南袞   남곤 1471~1527 

庭前柏樹儼成行   정전백수엄성행   뜰 앞의 잣나무  의젓이 늘어서서
朝暮蕭森影轉廊   조모소림영전랑   하루 종일 우뚝한 그림자가 행랑을 도네
欲問西來祖師意   욕문서래조사의   서쪽에서 祖師가 온 뜻을 물으려 하니
北山靈?送凄凉   북산령  송처량   北崇山 신령한 바람 서늘한 기운을 보내오네

 

161 禪詩    선시
    南岳스님     남악스님

祖師心上乾坤靜   조사심상건곤정   祖師의 마음 위엔 하늘과 땅이 고요하기만 하고
法界經中日月閑   법계경중일월한   法界의 길 위엔 해와 달이 한가롭구나

流水遠歸滄海岸   유수원귀창해안   흐르는 물은 멀리 푸른 바다 언덕으로 돌아가고
碧山微露白雲間   벽산미로백운간   푸른 산  흰 구름 사이로, 가는 이슬이 내리네

遊眸大地時移步   유모대지시이보   大地 위를 이리저리 바라보다 때때로 걸음을 걷기도 하고
擧首長空獨破顔   거수장공독파안   먼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나 홀로 크게 웃기도 하네

一切有爲如夢幻   일절유위여몽환   뭔가를 할려는 모든 것들이 다 꿈과 같은 환상
此生名利甚玩愚   차생명리심완우   이 生의 名利란 너무나 완고하고 어리석은 일 뿐이야


162   哭孫女  곡손녀    손녀를 땅에 묻고 울면서
      南氏   남씨

七年八歲病   칠년팔세병   여덟 해에 일곱 해를 병 앓았으니 
歸臥爾應安   귀와이응안   돌아가 눕는 것이 네겐 편안할테지
只憐今夜雪   지린금야설   다만 눈내리는 이밤이 슬프구나
離母不知寒   리모부지한   제어머 떠나고도 추운줄 모르니

 

163 送麴司直  송국사직   麴司直을 보내고
    郎士元  낭사원

曙雪蒼蒼兼曙雲  서설창창겸서운  새벽 눈도 추워라 구름도 추워
朔風燕雁不堪聞   삭풍연안불감문   삭풍에 기러기 소리 마음 설랜다
貧交此別無他贈   빈교차별무타증   가난도 몸에 젖어 서러운 이별 
惟有靑山遠送客   유유청산원송객   푸른 산이  객을  멀리 보내네

 


164 待月  대월    달을 기다리며
   凌雲  능운(조선 후기의 기생)

郞云月出來   랑운월출래   달 뜨면 오시겠다 말해 놓고서
月出郞不來   월출랑불래   달 떠도 우리 임은 오시지 않네
想應君在處   상응군재처   아마도 우리 임 계시는 곳엔
山高月上遲   산고월상지   산이 높아  저 달도 늦게 뜨나 봐

 

 

165 寒江獨釣圖  한강독조도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하며
    唐肅(元)   당숙

非爲投竿僞好奇   비위투간위호기   고기를 잡자는 게 아니고 호기심 때문인데
江寒凍折釣翁자   강한동절조옹자   강 바람 추위에 수염이 꽁꽁 얼어 붙었네
綠知雪壓봉창曉   록지설압봉창효   봉창에 쌓인 눈으로 날이 밝은 것 알았거니와
不載漁歸只載詩   부재어귀지재시   고기는 싣지 않고 詩만 돌아오네

 
166 落第詩    낙제시 
    唐靑臣   당청신

不第遠歸來   부제원귀래   급제하지 못하고 먼 길을 돌아오니
妻子色不喜   처자색불희   처자의 낯빛이 반기는 기색 없네
黃犬恰有情   황견흡유정   누렁이만 흡사 반갑다는 듯
當門臥搖尾   당문와요미   문 앞에서 드러누워 꼬리 흔드네

 

167畵竹  화죽    대나무를 그리며
   戴熙 (淸)  대희

雨後龍孫長   우후용손장   비 온 뒤 대나무 쑥쑥 자라고
風前鳳尾搖   풍전봉미악   바람 부니 대나무 산들거리네
心虛根底固   심허근저고   속 비었고 뿌리 굳으니
指日定干宵   지일정간소   이제 곧 하늘까지 닿으리라

 

 

168  空山春雨圖    공산춘우도
     戴熙   대희

空山足春雨   공산족춘우   빈산에 봄비 내리고
緋桃間丹杏   비도간단행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花發不逢人   화발불봉인   꽃이 피어도 봐주는 이 없고
自照溪中影   자조계중영   스스로 개울속 그림자로 비춰보네


169 春江獨釣  춘강독조   봄 강에 홀로 낚시대 드리우니
    戴叔倫 (唐)    대숙륜 732~789

獨釣春江上   독조춘강상   홀로 봄 강에 낚시대 드리우니
春江引趣長   춘강인취장   봄 강의 흥취가 마냥 길구나

斷煙樓草碧   단연루초벽   안개 서려있는 누각, 풀은 푸르고
流水帶花香   류수대화향   꽃잎 떠가는 강물 향기롭다

心事同沙鳥   심사동사조   마음은 백사장의 갈매기와 같아
浮生寄野航   부생기야항   뜬구름 같은 인생, 들나루에 머물어 있네

荷衣塵不染   하의진부염   연잎 옷은 애당초 먼지에 물들지 않았으니
何用濯滄浪   하용탁창랑   어찌 창랑수에 빨래를 하랴

 

170 客夜與故人遇  객야여고인우  옛친구들과 만난 타향의 밤
    戴叔倫   대숙륜 732~789

天秋月又滿   천추월우만   가을 하늘, 달은 만월인데
城闕夜千重   성궐야천중   城闕의 밤은 깊어간다 

還作湘江會   환작상강회   湘江에서 다시 모였으니    
飜疑夢裡逢   번의몽리봉   설마 꿈은 아닌지

風枝驚暗鵲   풍지경암작   가지에 바람부니, 밤 까치 놀라고
露草覆寒蟲   노초부한충   이슬 젖은 풀, 귀뚜라미 덮어 

羈旅長堪醉   기려장감취   우린 타향살이 나그네, 술에 취해보자 
相留畏曉鐘   상유외효종   새벽종아 부디 울리지 말아다오


171 贈殷亮  증은량    은량에게 부치는 노래
   戴叔倫   대숙륜 732~789 

日日河邊見水流   일일하변견수류   한종일 나는 강기슭에 앉아 물을 바라보노라 
傷春未已復悲秋   상춘미이복비추   서러운 봄 채 가시우기 전에 애달다 가을이 또 찾아오누나
山中舊宅無人住   산중구택무인주   황량한 고향은 찾을 길도 없는데, 옛집엔 사는 이도 없다하더고 
來往風塵共白頭   래왕풍진공백두   풍진에 싸여 사는 몸이라서  모두다 머리칼이 세어 가나봐


172  偶題   우제    우연히 지음
     道濟  도제 1150~1209

幾度西湖獨上船   기도서호독상선   서녘 호수에서 홀로 배에 오르기 몇 번
고師識我不論錢   고사식아불론전   사공은 나를 알아보고 배삯을 받으려 않네
一聲啼鳥破幽寂   일성제오파유숙   一聲의 새 울음소리, 깊은 적막함이 깨지니
正是山橫落照邊   정시산횡락조변   바로 이때, 산은 석양옆에 누워 있도다

 

173 秋興八景畵冊  추흥팔경화책    가을 그림
    董其昌(明)  동기창

溪雲알雨添山翠   계운알우첨산취   냇가에 구름 머물고,비가오니 산이 더욱 푸르고
花片粘沙作水香   화편점사작수향   백사장에 꽃잎 지니 물이 향을 머금었네
有客停橈釣春渚   유객정요조춘저   나그네 배를 세우고 낚시 드리웠는데
滿船淸露濕衣裳   만선청로습의상   맑은 이슬 촉촉히  옷자락을 적시네

 
174  山行  산행   산에 오르다
     杜牧(唐)   두목 803~853      

遠上寒山石徑斜   원상한산석경사   멀리 한산에 오르려니 돌길은 비스듬한데
白雲生處有人家   백운생처유인가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네
停車坐愛風林晩   정거좌애풍림만   수레 멈추고 가만히 늦은 단풍을 즐기니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서리 맞은 잎이 꽃보다 붉구나


175 淸明   청명      음력 3월
    杜牧(唐)   두목 803~853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청명 시절에 비는 오락가락 하니
路上行人欲斷魂   로상행인욕단혼   길 가는 나그네는 넋을 끊는 듯함이라
借問酒家何處在   차문주가하처재   잠깐 묻노니, 술집은 어디 있음이오
牧童遙指杏花村   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만 가리 킨다

 
176 秋夕  추석
    杜牧(唐)  두목 803~852

銀燭秋光冷畵屛   은촉추광랭화병   은촛대 가을 빛 그림  병풍에 차가운데
輕羅小扇撲流螢   경라소선박류형   가벼운 비단 부채로 나르는 반딧불 잡네
天階夜色凉如水   천계야색량여수   궁전 돌계단에 썰렁한 밤기운 물처럼 밀려드는데
坐看牽牛織女星   좌간견우직여성   멀거니 앉아서 견우직녀 별만 쳐다보네


177 重到襄陽哭亡友韋壽朋   중도양양곡망우위수붕
    杜牧(唐)  두목 803~852

故人墳樹立秋風   고인분수입추풍   친구 무덤가, 나무에 가을 바람 불어오고
伯道無兒跡更空   백도무아적갱공   鄧伯道가 아이없듯 자취 쓸쓸하구나
重到笙歌分散地   중도생가분산지   笙簧노래로 헤어지던 곳, 다시 찾아왔더니
隔江吹笛月明中   격강취적월명중   강 건너 누군가, 달 밝은 속에 피리를 부네
 
     ☞ 伯道= 晉(진)나라 名士.

 

 

217 秋夜宴臨津鄭明府宅 추야연임진정명부댁  가을 밤 나루터 정      명부집 잔치
    杜審言(唐)  두심언 648~708 

行止皆無地   행지개무지   가나오나 이 한 몸, 의탁할 곳 없어  
招尋獨有君   초심독유군   불러주어 찾아 갈 곳은 오직 그대뿐   
酒中堪累月   주중감누월   술에 취해야 몇 달의 시름을 견딜 뿐  身外卽浮雲   신외즉부운   내 몸밖의 일은 뜬구름이네 

霜白소鐘徹   상백소종철   서리 희어짐에, 종소리 또렷하고  
風淸曉漏聞   풍청효누문   바람 맑아짐에, 물 듣는 소리도 들리네   
坐携餘興往   좌휴여흥왕   앉은 채로 여흥을 가져가니   
還似未離群   환사미리군   나 아직 그대들 떠나지 않은 듯 하오

 


218  秋風引  추풍인    가을 바람 노래
     劉禹錫   류우석

何處秋風至   하처추풍지  어디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지
蕭蕭送鴻群   소소송홍군  살살 불고 기러기 무리를 보낸다
朝來入庭樹   조래입정수  아침이 되여 마당의 나무에까지 불어오는데
孤客最先聞   고객최선문  고독한 나그네가 가장 먼저 이 소리를 듣네


219  蚊子 문자   모기
     懶翁錄   라옹록
 
不知氣力元來少   부지기력원래소   제 힘이 원래 약한 줄을 모르고
喫血多多不自飛  끽혈다다불자비   피를 너무 많이 먹고 날지 못하네
勤汝莫貪他重物  근여막탐타중물   부디 남의 소중한 물건을 탐하지 말라
他年必有劫還時  타년필유각환시   뒷날 반드시 돌려줄 때 있으리

 
220 春有百花   춘유백화    봄에는 꽃이 피고
    無門禪師(慧開)(宋)  무문선사 1183~1260

 
春有百花秋有月   춘유백화추유월   봄에는 갖가지 꽃, 가을에는 달 빛
夏有凉風冬有雪   하유량풍동유설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겨울에는 눈
若無閑事掛心頭   약무한사괘심두   마음에 걸림 없이 한가롭다면
更是人間好時節   경시인간호시절   이야말로 인간세상은 호시절이라

 
221 題驛亭壁上  제역정벽상    역정 벽위에
    無名氏

衆鳥同枝宿   중조동지숙   뭇새들 한 가지서 잠을 자고는
天明各自飛   천명각자비   날 밝자 제각금 날아가누나
人生亦如此   인생역여차   인생도 또한 이와 같나니
何必淚沾衣   하필루첨의   어이해 눈물로 옷깃 적실까

 

                 
222 擊壤歌   격양가
    無名氏   무명씨

日出而作         일출이작         해 뜨면 나가 농사 짓고
日入而息         일입이식         해 지면 들어와 쉬노라
鑿井而飮         착정이음         우물 파서 물 마시고
耕田而食         경전이식         밭 갈아서 음식 먹으니
帝力何有于我哉   제력하유우아재   황제의 힘이 내게 무슨 필요 있으리오

 

223 木蘭辭(樂府詩)    목란사   
    무명씨

즐즐復즐즐      즐즐복즐즐      덜그럭 덜그럭
木蘭當戶織      목란당호직      목란이 방에서 베를 짜네
不聞機저聲      불문기저성      베틀북 소리 들리지 않고
唯聞女嘆息      유문여탄식       들리는 건 오직 긴 한숨소리
問女何所思      문녀하소사       무슨 걱정을 그리 하는가
問女何所憶      문녀하소억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가
女亦無所思      여역무소사       저에게는 그리는 사람도 없고
女亦無所憶      여역무소억       다른 생각도 없습니다
昨夜見軍帖      작야견군첩       어제 밤 군첩을 보았는데
可汗大点兵      가한대점병       나라에서 군사를 모은답니다
軍書十二卷      군서십이권       군첩 열 두 권 안에
卷卷有爺名      권권유야명      아버지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阿爺無大兒      아야무대아      아버지에게는 장성한 아들 없고
木蘭無長兄      목란무장형      목란에게는 오라비 없으니
願爲市鞍馬     원위시안마       시장에 가 안장과 말을 사서
從此替爺征     종차체야정  늙은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려구요
東市買駿馬    동시매준마        동쪽 시장에서 준마를 사고
西市買鞍천   서시매안천         서쪽 시장에서 안장 사고
南市買비頭   남시매비두         남쪽 시장에서 고삐 사고
北市買長鞭    북시매장편       북쪽 시장에서 채찍을 사네

旦辭爺娘去    단사야낭거      아침에 부모님께 하직인사 하고
暮宿黃河邊    모숙황하변      저녁이 되어 황하 가에 머무네
不聞爺娘喚女聲 불문야낭환녀성 부모님이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但聞黃河流水鳴천천   단문황하류수명천천  단지 들리는 건 황하의 물소리
旦辭黃河去      단사황하거     아침에 황하를 떠나
暮宿黑山頭      모숙흑산두     저물어 흑산 머리에 묵네

不聞爺娘喚女聲  불문야낭환여성      부모님이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但聞燕山胡騎鳴추추  단문연산호기명추추  연산의 오랑캐 말굽 소리만
萬里赴戎機    만리부융기    만리길 변방 싸움에 나서고
關山度若飛    관산도약비    날듯이 관산을 넘었네
朔氣傳金柝    삭기전금탁    삭풍은 쇠종소리 울리고
寒光照鐵衣    한광조철의    찬 달빛은 철갑옷을 비추네
將軍百戰死    장군백전사    수 많은 전투에 장군도 죽고
壯士十年歸    장사십년귀    장사는 십 년 만에 돌아오네
歸來見天子    귀래견천자    돌아와 천자를 뵈오니
天子坐明堂    천자좌명당    천자는 명당에 앉아
策勛十二轉    책훈십이전    논공 행상을 하여
賞賜百千强    상사백천강    백 가지 천 가지 상을 내리네
可汗問所欲    가한문소욕    천자가 소망이 무어냐 물으니
木蘭不用尙書郞  목란불용상서랑   목란은 벼슬도 마다하고
願借明駝千里足  원차명타천리족   천리길 내달릴 말을 내려
送兒還故鄕      송아환고향       고향으로 보내주길 청하네
爺娘聞女來     야낭문녀래       부모는 딸이 돌아온단 소식에
出郭相扶將     출곽상부장       울 밖으로 마중 나오고
阿자聞妹來     아자문매래        언니는 여동생이 온다고 하니
當戶理紅粧     당호리홍장        방에서 새로이 화장을 하네
小弟聞자來     소제문자래        남동생은 누나가 온다고 하니
磨刀곽곽向猪羊  마도곽곽향저양   칼 갈아 돼지와 양을 잡네
開我東閣門      개아동각문       동쪽 채에 있는 방문 열고
坐我西閣床     좌아서각상     서쪽 채에 있는 침상에 앉아보며
脫我戰時袍     탈아전시포      싸움 옷 벗어 놓고
著我舊時裳     저아구시상      옛 치마 입었네
當窓理雲빈     당창이운빈      창 앞에서 곱게 머리 빗고
對鏡帖花黃     대경첩화황      거울 보면서 화장을 한 후에
出門看화伴     출문간화반      문을 나서 전우들을 보니
화伴皆驚惶     화반개경황     전우들 하나같이 크게 놀라네
同行十二年     동행십이년      십이 년을 같이 다녔건만
不知木蘭是女娘 불지목란시여낭   목란이 여자인 줄 정말 몰랐네
雄兎脚撲朔    웅토각박삭       숫토끼 뜀박질 늦을 때가 있고
雌兎眼迷離    자토안미리       암토끼 눈이 어릿할 때 있거늘
雙兎傍地走    쌍토방지주       두 마리 같이 뛰어 달릴 때
安能辨我是雄雌  안능변아시웅자  어찌 자기가 숫놈인지 암놈인지를 가릴 수 있으리오

 


224 長歌行    장가행
    樂府(漢)  악부

靑靑園中葵   청청원중규   뜰 안 해바라기는 파릇파릇하고
朝露待日晞   조로대일희   아침 이슬은 해가 뜨자 마르네

陽春布德澤   양춘포덕택   따뜻한 봄 볕  은덕을 주니
萬物生光輝   만물생광휘   만물이 빛을 낸다

常恐秋節至   상공추절지   늘 두려운 것은, 가을이 와
혼黃華葉衰   혼황화엽쇠   누렇게 꽃잎이 시들까 두렵네

百川東到海   백천동도해   강물이 동쪽으로 바다에 이르면
何時復西歸   하시복서귀   언제 다시 서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少壯不努力   소장불노력   젊어서 노력하지 않으면
老大徒傷悲   노대도상비   늙어 헛되이 슬픔과 걱정뿐이라네

 
225 養蠶詞   양잠사 
    繆嗣寅(淸)  무사인 1662~1722  

蠶初生           잠초생           누에가 처음 나오니    
采桑陌上提筐行   채상맥상제광행   밭둑의 뽕잎을 따 광주리에 들고 가고 

蠶欲老           잠욕로           고치가 되려하니
夜半不眠常起早   야반불면상기조   한밤에도 잠 못 자고 항상 일찍 일어난다  

衣不暇浣髮不簪   의불가완발부잠   옷은 빨지도 못하고 비녀조차 꽂지 못하지만   
還恐天陰壞我蠶   환공천음괴아잠   날씨가 나빠 누에를 망칠까 그것만 걱정하네

回頭吩咐小兒女   회두분부소아녀   고개 돌려 계집아이에게 분부하기를
蠶欲上山莫言語   잠욕상산막언어   고치가 되려 하니 말을 하지 말거라 

 


226 悟道頌    오도송
    무산스님

界有成住壞空   계유성주괴공   유?무형 세계에는 이뤄지고 머물고 무너지고 없어지는 현상이 있고
念有生住異滅   념유생주이멸   생각에는 생겨나고 머물고 달라지고 없어지는 현상이 있으며
身有生老病死   신유생노병사   몸에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현상이 있다
無常之體無常   무상지체무상   무릇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것이다

    


227 明日歌   명일가    내일 노래  
    文嘉(明)  문가 1501~1583

明日復明日    명일부명일     내일, 또 내일
明日何其多    명일하기다     내일이 어찌 그리도 많더냐

日日待明日     일일대명월     매일 내일을 기다려니
萬世成蹉       만세성차       삶이 어그러 졌네. 

世人皆被明日累  세인개피명일계   세상 사람들이 다 그처럼 내일에 연루되니
明日無窮老將至   명일무궁노장지   내일은 끝이 없어, 장차 늙음에 이르리

晨昏滾滾水流東   신혼곤곤수류동   하루종일 동쪽에 흐르는 물을 보자니
今古悠悠日西수   금고유유일서수   이제 해는 멀리 서쪽으로 지네

百年明日能幾何   백년명일능기하   백년 인생 내일이 그 얼마나 될까
請君聽我明日歌   청군청아명일가   청하노니 그대들 내 명일가를 들으소서

 
228 新晴山月  신청산월     달밤에
    文同(北宋)  문동 1018~1079

高松漏疏月   고송루소월   소나무 높은 가지 사이로 달빛이 흘러
落影如畵地   락영여화지   땅 위에 그림처럼 그림자 드리우네

俳徊愛其下   배회애기하   그 광경 좋아서 그 밑을 맴돌면서
及久不能寐   급구부능매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네

怯風池荷卷   겁풍지하권   연잎은 바람 싫어 돌돌 말리고
病雨山果墜   병우산과추   산과일 비를 맞아 뚝뚝 떨어지네

誰伴余苦吟   수반여고음   나와 함께 시 읊는 이 누구일까
滿林啼낙緯   만림제낙위   숲 가득 베짱이 울음소리

        ☞   락= 두를 락.


229 詠?麥  영년맥    보리 찧는 노래
    文東道   문동도 1646~1699

四月黃雲潤麥田   사월황운윤맥전   4월이라 보리밭에 금빛 구름 빛나는데
刈麥驕氣婦顔先   예맥교기부안선   보리 베니 흡족한 기분, 아낙 얼굴 밝도다
靑薪雨濕炊何窘   청신우습취하군   비에 젖은 생나무 불 지피기 어찌나 힘드는지
療得朝飢近午天   요득조기근오천   아침 나절 시장기를 대낮에야 요기하였소

 


230  勸酒   권주   술을 권하며
     文徵明  문징명 1470~1559

勸君金屈?   권군금굴치   그대에게 권하노니, 이 황금 술잔
滿酌不須辭   만작불수사  가득 부은 이 술을 부디 사양치 마시라
花發多風雨   화발다풍우   꽃이 피면 비바람 많듯이
人生足別離   인생족별리   인생에서 이별이야 흔한 것 아니겠나


 
231 過零丁洋  과영정양    영정양을 지나며
    文天祥  문천상 1236~1283 

辛苦遭逢起一經   신고조봉기일경   고생 끝에 벼슬길 올랐으나
干戈寥落四周星   간과요락사주성   전쟁터를 전전한 지 어느덧 4년일세
山河破碎風飄絮   산하파쇄풍표서   나라의 운명은 바람에 날리는 버들개지요
身世浮沈雨打萍   신세부침우타평   내 신세는 비 맞는 부평초다
惶恐灘頭說惶恐   황공탄두설황공   황공탄은 두려웠던 시절을 말하고
零丁洋裏嘆零丁   영정양리탄영정   영정양은 처량한 심정을 탄식한다
人生自古誰無死   인생자고수무사   자고로 그 누가 죽음을 면했으리오
留取丹心照汗靑   유취단심조한청   한 조각 붉은 마음 남겨 역사를 비추리

 
232 過野?居  과야수거   들녁 늙은이의 집을 지나며
    馬戴  마대

野人閑種樹   야인한종수   시골 늙은이 한가히 나무를 심는데
野老野人前   야로야인전   늙은이보다 들판 나무가 더 오래되었다
居止白雲內   거지백운내   흰 구름 속에 머물러 살며
漁樵滄海邊   어초창해변   바닷가에서 물고기 잡고 나무하며 산다
呼兒採山藥   호아채산약   아이 불러 산에가 약초를 캐고
放犢飮溪水   방독음계수   송아지를 놓아 시냇물 먹인다
自著養生論   자저양생론   내 스스로 양생론을 지으며 살아가니
無煩憂老年   무번우노년   늙음을 걱정하는 어떤 괴로움도 없도다.


234  秋思  추사      가을 생각
     馬致遠(元)  마치원 1250~1321

枯藤老樹昏鴉   고등노수혼아   마른 등나무, 오랜 고목, 황혼녘의 갈가마귀
小橋流水人家   소교유수인가   작은 다리, 흐르는 물, 인가
古道西風瘦馬   고도서풍수마   오래된 길, 서풍, 파리한 말
夕陽西下       석양서하       석양은 서쪽으로 지고
斷腸人在天涯   단장인재천애   애간장이 끊어지는 사람은 하늘끝에 서 있다


235 臨終偈    임종게
    萬松行秀(南宋)   만송행수 1166~1246

八十一年   팔십일년   팔십일 년 동안 
只此一語   지차일어   이 한 마디뿐    
珍重諸人   진중제인   여러분들 몸조심하고
切莫錯擧   체막착거   부디 잘못 알지 말라
 


236 陶 者  도자     기와쟁이 
    梅堯臣(宋)   매요신 1002~1060   

陶盡門前土  도진문전토  문 앞의 흙 다 퍼다가 기와를 구웠건만
屋上無片瓦  옥상무편와  제 집 지붕 위엔 기와 한 쪽 못 올렸네
十指不霑泥  십지불점니  열 손가락 진흙 한 번 묻히지 않고서도
鱗鱗居大廈  린린거대하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사는 이도 있는데
   


237 終日尋春不見春 종일심춘부견춘   하루종일 봄을 찾았으나       봄을 찾지 못하고
    梅花尼  매화니

 
終日尋春不見春   종일심춘불견춘   하루 종일 봄을 찾았으나 봄을 보지 못하고
芒鞋踏破嶺頭雲   망혜답파령두운   짚신으로 동쪽 산 구름 속을 답파하였네
歸來笑撚梅花臭   귀래소연매화취   돌아와 향내를 맡고 웃으며 수염을 꼬니
春在枝頭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봄이 가지 위에 이미 온통 와 있더라

 
238 夜感自遣   야감자견 
    孟郊(唐)  맹교 751~814

夜學曉未休   야학효미휴   밤부터 새벽까지 시구 땜에 신음하니
苦吟神鬼愁   고음신귀수   귀신도 내 苦吟에 서글픈 얼굴일세

如何不自閑   여하부자한   어이 하여 스스로를 이토록 괴롭히나
心與身爲수   심여신위수   몸과 마음이 서로가 원수처럼

死辱片시痛   사욕편시통   죽음은 아픔을 잠시 욕되게 하나  
生辱長年羞   생욕장년수   삶은 평생의 수치를 욕되게 하네

청桂无直枝   청계무식지   맑은 계수나무 곧바른 가지 없고
碧江思구游  벽강사구유   푸른강은 그 옛날 한가로웠던 때를 생각나게하네

 


239 游子吟  유자음   떠나가는 자식의 노래
    孟郊(唐)  맹교 751~814

慈母手中線   자모수중선   자애로운 어머님 손안에 침선이 있고
游子身上衣   유자신상의   먼 길 떠나는 아들의 옷을 지으시네

臨行密密縫   임행밀밀봉   떠남에 임하여 더욱 촘촘히 꿰매시는 것은
意恐遲遲歸   의공지지귀   생각하건대 아들이 늦게 돌아옴을 두려워함이로다

誰言寸草心   수언촌초심   누가 말하던가, 저 조그만 풀이
報得三春暉   보득삼춘휘   봄날 따사로운 햇볕 같은 어머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고


240 織婦辭  직부사   비단 짜는 아낙네
    孟郊   맹교 751~824

夫是田中郞   부시전중랑   지아비는 시골 농사꾼
妾是田中女   첩시전중여   저는 시골 아낙이지요

當年嫁得君   당년가득군   그 해 당신에게 시집와서부터
爲君秉機저  위군병기저   당신을 위해 베틀북을 잡았지요

筋力日已疲   근력일이피   근력이 날로 부쳐 피곤해도
不息窓下機   불식창하기   창 아래 베틀은 쉬지 않았지요

如何織紈素   여하직환소   어째서 흰 비단을 짜면서
自著襤褸衣   자저람루의   나는 헤진 옷을 입나요

官家榜村路   관가방촌로   관가의 방이 동네 길에 붙었는데
更索栽桑樹   갱색재상수   뽕나무 더 심으라는 것이지요

 

241 烈女操  열여조   열녀의 지조 
    孟郊   맹교 751~824

梧桐相待老   오동상대로   오동나무는 서로 마주해 늙고
鴛鴦會雙死   원앙회쌍사   원앙새는 한 쌍으로 함께 죽는다오

貞女貴殉夫   정여귀순부   정녀는 남편 따름을 귀하게 여기니
捨生亦如此   사생역여차   묵숨을 버리는 것 또한 이와 같아요

波瀾誓不起   파란서불기   맹세코 물결 일으키지 않으리니
妾心古井水   첩심고정수   저의 마음은 마른 우물이어요

 

242 夏日南亭懷辛大 하일남정회신대   꿈에도 그리운 사람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山光忽西落   산광홀서락    산마루의 해 건듯 서쪽으로 지고
池月漸東上   지월점동상    연못에 비치는 달 두둥실 동쪽에 떠오르네

散髮乘夕凉   산발승다경    머리 풀어 헤치고 석양 시원한 바람 맞고
開軒臥閑敞   개헌와한창    창문 열어젖히고 넓은 마루에 벌렁 누웠네

荷風送香氣   하풍송향기    연잎은 바람결에 향기 보내고
竹露滴淸響   죽로적청향    댓잎에 맺힌 이슬 맑은 소리 내며 방울져 떨어지네

欲取鳴琴彈   욕취명금탄    거문고라도 타볼까 하다가도
恨無知音賞   한무지음상    문득 그 소리 알아주는 이 없음이 한스럽다네

感此懷故人   감차회고인    친구야, 친구!
中宵勞夢想   중소노몽상    이 밤 꿈속에서조차 그리운 그대여


243  宿建德江  숙건덕강   建德江에서 묵으며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移舟泊煙渚   이주박연저   배 저어 안개 낀 모래섬에 대니
日暮客愁新   일모객수신   날은 저물어, 나그네 시름 새로워라
野廣天低樹   야광천저수   넓은 들판에서 하늘은 나무에 내려앉고
江淸月近人   강청월근인   맑은 강가에서 달은 사람에게 가까워라

 
244  望洞庭湖贈張丞相  망동정호증장승상  洞庭湖에서 바라보며       張丞相에게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八月湖水平   팔월호수평   팔월의 호수 잔잔하여
涵虛混太淸   함허혼태청   허공을 담아 하늘과 어울리네

氣蒸雲夢澤   기증운몽택   운몽못에는 아지랭이 피어오르니
波감岳陽城   파감악양성   물결이 악양성을 감싼다

欲濟無舟楫   욕제무주즙   호수를 건너려하니 배와 노가 없으니
端居恥聖明   단거치성명   바르게 사노라니 천자를 대하여 부끄럽다

坐看垂釣者   좌관수조자   앉아서 낚시하는 이를 바라보면서
空有羨魚情   공유선어정   공연히 고기잡는 것을 부러워한다네.

 涵=젖을 함. 蒸= 찌다. 감= 흔들, 움직일 감. 楫= 노 즙,노 집. 端= 바르다. 羨= 부러워할 선. 

 

245 春曉    춘효       봄날의 새벽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春眠不覺曉    춘면불각효     봄잠에 날새는 주 몰랐더니
處處聞啼鳥    처처문제조     곳곳에 새 지저귀는 소리 들리네
夜來風雨聲    야래풍우성     밤사이 비바람 소리 들렸으니
花落知多少    화락지다소     꽃은 또 얼마나 졌을까...


246 尋菊花潭主人不遇  심국화담주인불우 
     (菊花潭에 갔으나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行至菊花潭   행지국화담   길가다 菊花潭에 이르니  
村西日已斜   촌서일이사   마을 서편으로 해는 이미 기울었네
主人登高去   주인등고거   주인은 산에 올랐는지  
鷄犬空在家   계견공재가   닭과 개만 쓸쓸히 집안에 남아있네

 

247 秋夜  추야    가을 밤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不覺初秋夜漸長   불각초추야점장   어느새 초가을 밤은 점점 깊어지고
淸風習習重凄凉   청풍습습중처량   솔솔 맑은 바람 처량함이 더해 가네
炎炎暑退芽齋靜   염염서퇴아재정   불볕 더위 물러가고 초가집에 고요함이 감도는데
陛下叢莎有露光   폐하총사유로광   섬돌 아래 잔디밭에 이슬이 빛나고 있네


248 書扇示門人  서익시문인    제자에게
     范仲淹(宋)  범중엄

一派靑山景色幽   일파청산경색유   푸른 산 그윽히 아름다운 경색
前人田地後人收   전인전지후인수   조상이 후손에게 물려주신 것
後人收得休歡喜   후인수득휴관희   후손들아 얻었다고 기뻐만 하지 마라
還有收人在後頭   환유수인재후두   다시 그것 거두어 갈 사람 뒤에 있느니라


249 四時田園雜興  사시전원잡흥    전원의 사계절 풍경
    范成大   범성대 1126~1193

晝出耘田夜績麻   주출운전야적마   낮에는 김매고 밤에는 길쌈하는데
村莊兒女各當家   촌장아녀각당가   시골 계집아이도 집안 일을 나눠한다
童孫未解供耕織   동손미해공경직   어린 손자  아직 농사일도 모르지만
也傍桑陰學種瓜   야방상음학종과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는 법을 배운다

 

250  晩春田園雜興  만춘전원잡흥    늦은 봄 시골
     范成大   범성대

胡蝶雙雙入菜花   호접쌍쌍입채화   나비는 짝지어 채소꽃으로 날아드는데
日長無客到田家   일장무객도전가   해는 길어 시골에 오는 사람은 없구나
鷄飛過籬犬吠竇   계비과리견폐두   닭은 날아 울타리를 넘고 개는 움에서 짖어대니
知有行商來買茶   지유행상래매다   行商이 와서 차를 사고 있나보다

 

251 揷秧  삽앙     모내기
   范成大(宋)  범성대


種密移疏綠?平   종밀이소록담평   빽빽한 모판에서 듬성듬성 옮겨 심으니,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行間淸淺穀紋生  행간청천곡문생   줄 사이 맑고 옅은 물 찰랑찰랑 비단결 무늬 이루었네
誰知細細靑靑草  수지세세청청초   뉘 알까 ? 가늘고 파란 풀잎
中有豊年擊壤聲  중유풍년격양성   그 속에 풍년 격양가 소리 있음을

 


252 喜晴  희청    성큼 다가온 여름
    范成大(南宋)  범성대

窓間梅熟落체   창간매숙락체   창가의 매실 익어 뚝뚝 떨어지고
牆下筍成出林   장하순성출림   담 아래 죽순 돋아,  숲을 이루었네
連雨不知春去   연우부지춘거   연일 오는 비에 봄 가는 줄 몰랐더니
一晴方覺夏深   일청방각하심    날씨 개이자   어느덧 여름

 

253 錢     돈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周遊天下皆歡迎   주유천하개환영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興國興家勢不輕   흥국흥가세불경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   거복환래래복거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生能死捨死能生   생능사사사능생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254 贈某女  증모녀   어느 여인에게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客枕條蕭夢不仁   객침조소몽불인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滿天霜月照吾隣   만천상월조오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綠竹靑松千古節   녹죽청송천고절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紅桃白李片時春   홍도백리편시춘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昭君玉骨湖地土   소군옥골호지토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貴妃花容馬嵬塵   귀비화용마외진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人性本非無情物   인성본비무정물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莫惜今宵解汝裙   막석금소해여군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255 落照  낙조    해는 지는데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落照吐紅掛碍山   낙조토홍괘애산   지는 해 붉게 토하며 막아선 산에 걸리고
寒鴉尺盡白雲間   한아척진백운간   외로운 갈가마귀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問津行客鞭應急   문진행객편응급   나루터를 묻는 나그네는 채찍질 서두르고
尋寺歸僧杖不閑   심사귀승장불한   절 찾아 돌아오는 중은 지팡이가 바쁘다

放牧園中牛帶影   방목원중우대영   방목하는 들판에는 소 그림자 드리워지고
望夫臺上妾低환   망부대상첩저환   서방 기다리는 대 위의 첩 쪽 그림자 낮다

蒼然古木溪南路   창연고목계남로   창연한 고목이 선 시냇가 남쪽 길에는
短髮草童弄笛還   단발초동농적환   짧은 머리 초동이 피리 불며 돌아온다


256 詠笠  영립      내 삿갓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 가뿐한 내 삿갓이 빈배와 같아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牧堅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구경하네

俗子依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   하늘 가득 비바람 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257 妓生合作 기생합작   기생과 함께 짓다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平壤妓生何所能   평양기생하소능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能歌能舞又詩能   능가능무우시능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能能其中別無能   능능기중별무능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月夜三更呼夫能   월야삼경호부능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258 磨石   마석    맷돌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誰能山骨作圓圓   수능산골작원원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   천이순환지자안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   은은뇌성수수거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   사방비설낙잔잔   사방으로 눈 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259  多睡婦  다수부   잠 많은 아낙네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西隣愚婦睡方濃   서린우부수방농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不識蠶工況也農   부식잠공황야농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機閑尺布三朝織   기한척포삼조직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杵倦升粮半日春   저권승량반일춘   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弟衣秋盡獨稱搗   제의추진독칭도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姑襪冬過每語縫   고말동과매어봉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蓬髮垢面形如鬼   봉발구면형여귀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 같아
偕老家中却恨逢   해로가중각한봉   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260 懶婦  나부    게으른 아낙네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無病無憂洗浴稀   무병무우세욕희   병 없고 걱정 없는데 목욕도 자주 안해 
十年猶着嫁時衣   십년유착가시의   십 년을 그대로 시집 올 때 옷을 입네

乳連褓兒謀午睡   유연보아모오수   강보의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手拾裙蝨愛첨暉   수습군슬애첨휘   이 잡으려 치마 걷어들고 햇볕 드는 처마로 나왔네

動身便碎廚中器   동신변쇄주중기   부엌에서 움직였다하면 그릇을 깨고
搔首愁看壁上機   소수수간벽상기   베틀 바라보면 시름겹게 머리만 긁어대네

忽聞隣家神賽慰   홀문인가신새위   그러다가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柴門半掩走如飛   시문반엄주여비   사립문 반쯤 닫고 나는 듯 달려가네

 

261  山齋    산재    산속 방에서
     朴怜   박령

皎皎月侵床   교교월침상   맑은 달빛이 방안의 책상을 비추고
蕭蕭風動竹   소소풍동죽   쓸쓸한 바람 대나무를 흔들고
幽人意?然   유인의초연   내 마음 한없이 서글픈기만 한데
獨夜寒齋宿   독야한재숙   홀로 차가운 서재에 지낸다네


262 使宋過泗州龜山寺 사송과사주구산사  使宋 過泗龜山寺를지       나며
    朴寅亮   박인량 

참巖怪石疊成山   참암괴석첩성산   험한 바위 괴상한 돌은 산을 이루고
上有蓮坊水四還   상유연방수사환   위에는 절, 사방은 강물이 둘러싸여

塔影倒江飜浪底   탑영도강번랑저   탑 그림자 강에 거꾸러져 물결 아래 일렁이고
磬聲搖月落雲間   경성요월락운간   풍경 소리 달 흔들며, 구름 속에 사라지네

門前客棹洪濤疾   문전객도홍도질   문앞에 나그네는 노는, 큰 파도에 급한데
竹下僧碁白日閑   죽하승기백일한   스님은 대나무 아래서 한가히 바둑을 두네

一奉皇華堪惜別   일봉황화감석별   사신으로 떠나온 몸 이별이 아쉬워            
更留詩句約重攀   경류시구약중반   시 한 구절 남기고 다시 올 일 기약하네

 

263 當使黃太史却步   당사황태사각보  
    (마땅히 황정견으로 하여금 발걸음을 물리게 할 것이다)
     朴誾   박은 1479~1504 

深秋木落葉侵關   심추목락엽침관   깊은 가을, 지는 나뭇잎, 빗장으로 들어오는데
戶유全輸一面山   호유전수일면산   집의 들창은 온전히 한쪽의 산을 실어나른다

縱有盃尊誰共對   종유배준수공대   비록 술잔이 있은들 누구와 함께 마주하리
已愁風雨欲催寒   이수풍우욕최한   이미 비바람 추위를 재촉할까 근심하노라 

天應於我賦窮相   천응어아부궁상   아마도 하늘이 나에게 궁한 팔자 내렸으니
菊亦與人無好顔   국역여인무호안   국화꽃 또한 사람에게 좋은 색채 없도다

撥棄憂懷眞達士   발기우회진달사   근심스런 회포 떨쳐버려야 진정한 達士이거니
莫敎病眼만長산   막교병안만장산   병든 눈을 속이고, 눈물 흐르게 하지 말게나

 


264 夜臥誦詩有感  야와송시유감    밤에 누워 시를 짓다가
    朴誾    박은 1479~1504

枕上得詩吟不輟   침상득시음불철   베개 베고 시를 얻어 계속 읊조리는데
羸참伏력更長鳴   리참복력갱장명   마구간에 마른 말이 길게 따라 울음 운다
夜深纖月初生影   야심섬월초생영   밤 깊어 초승달은 그림자를 만들고
山靜寒松自作聲   산정한송자작성   고요한 산  찬 소나무는 절로 소리를 낸다

    

265 田家   전가      농가 
    朴趾源   박지원 1737~1805 

翁老守雀坐南陂   옹노수작좌남피   참새 쫓는 노인네 밭둑에 앉아 있건만
粟拖拘尾黃雀垂   속타구미황작수   개꼬리 조 이삭에 노란 참새 매달렸네

長男中男皆出田   장남중남개출전   맏아들 둘째 아들 일하러 들로 나가고
田家盡日晝掩扉   전가진일진엄비   시골집 사립문은 하루 내내 닫혀 있네

鳶蹴鷄兒攫不得   연축계아확부득   소리개가 병아리를 채가려다 놓쳤는지
群鷄亂啼匏花籬   군계난제포화리   박꽃 핀 울 밑에 소란스레 우는 뭇 닭

小婦戴권疑渡溪   소부대권의도계   함지를 인 새댁은 조심조심 내 건너고
赤子黃犬相追隨   적자황견상추수   누렁이와 벌거숭이 다투어 뒤따라가네


266  남송정 가는 도중
     朴齊家   박제가 1750~1805 

人生何處不宜居   인생하처불의거   사람의 삶, 어느 곳인들 살지 못하랴
認取無營卽有餘   인취무영즉유여   영리만 버릴 줄 안다면 마음 여유 있으리
渡盡無名山萬疊   도진무명산만첩   이름 모를 첩첩 산을 다 지나고 보니
松風海色掃襟거   송풍해색소금거   솔바람, 바다 물 빛 마음 다 씻어주네

 

 
267 證道歌  증도가   깨달음의 노래
   龐居士    방거사    ~ 785

日用事武別   일용사무별   일상사가 다를 것이 없나니 
唯吾自揭諧  유오자게해   내가 스스로 하나가 될 뿐

頭頭非取捨  두두비취사   무엇이나 취사가 없으매 
處處勿張乖  처처물장괴   어디서건 어긋남이 없도다

朱紫誰爲號  실자수위호   주자를 누가 귀하다고 이르는가
丘山絶點埃  구산절점애   청산에는 한 점 티끌조차 없는 것을

神通幷妙用  신통병묘용   신통묘용이 무어냐 하면 
運水及搬柴  운수급반시   물긷고 땔나무 나르는 일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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