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한시5

含閒 2008. 10. 1. 10:42
326   佛經   불경
     父母恩重經   부모은중경

懷胎守護恩   회태수호은   나를 잉태하시고 지켜주신 은혜
臨産受苦恩   임산수고은   해산에 임하여 출산의 고통을 감내한 은혜

生子忘憂恩   생자망우은   자식을 낳았다고 근심을 잊어 버리는 은혜
咽苦吐甘恩   인고토감은   입에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이면 뱉어서 먹이신 은혜

廻乾就濕恩   회건취습은   마른 자리에 아기를 눕히고 진자리에 누우신 은혜
乳哺養育恩   유포양육은   젖 먹여 길러주신 은혜

洗滌不淨恩   세척부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을 씻어 주신 은혜
遠行憶念恩   원행억념은   자식이 멀리 가면 생각하고 염려하시는 은혜

爲造惡業恩   위조악업은   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서슴지 않는 은혜
究竟憐愍恩   구경연민은   끝까지 자식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


327 秋日  추일     가을 날
    徐居正  서거정 1420~1488

茅齋連竹逕   모재연죽경   띠집은 대숲길로 이어져 있고
秋日艶晴暉   추일염청휘   가을 햇살 맑고 곱게 빛나네

果熟擎枝重   과숙경지중   열매가 익어서 가지는 늘어지고
瓜寒著蔓稀   과한착만희   마지막 남은 덩쿨에는 오이도 드무네

遊蜂飛不定   유봉비부정   여전히 벌은 날개짓 그치지 않고
閒鴨睡相依   한압수상의   한가한 오리는 서로 기대어 졸고 있네

頗識身心靜   파식신심정   참으로 몸과 마음 고요하구나
棲遲願不違   서지원불위   물러나 살자던 꿈 이루어졌네


328 山居  산거    산에 살면서
    徐居正   서거정 1420~1488

花潭一草廬   화담일초려   개성 땅 화담에 초가 한 간
瀟灑類僊居   소쇄유선거   신선처럼 맑고 깨끗하게 산다네

山簇開軒面   산족개헌면   앞쪽 창 열면 뭇 산들이 모여들고
泉絃咽枕虛   천현열침허   샘물은 베개머리에서 거문고처럼 노래하고

洞幽風淡蕩   동유풍담탕   골이 깊으니 바람소리 맑고 시원해
境僻樹扶疎   경벽수부소   사는 곳 구석지니 나무 울창하구나

中有逍遙子   중유소요자   이 가운데 한가하고 자유로운 사람 있으니
淸朝好讀書   청조호독서   청명한 아침 책 읽기를 좋아한다네

 

329 三伏  삼복      초여름
   徐居正  서거정 1420~1488

一椀香茶小點氷 일완향다소점빙  한 주발 향그런 차 조그마한 얼음 띄워
철來端可洗煩蒸 철래단가세번증  마셔보니 참으로 무더위를 씻었네
閑憑竹枕眠初穩 한빙죽침면초온  한가하게 竹枕 베고 단잠이 막 드는 차에
客至敲門百不應 객지고문백불응  손님 와서 문 두드리니 백번인들 대답 않는다네


330 小雨  소우     보슬비
     徐居正  서거정 1420~1488

逆旅少親舊   역려소친구   나그네 길에  친구는 적은데
人生多別離   인생다별리   인생길에는 이별이 많구나
如何連曉夢   여하연효몽   무슨 까닭인가, 새벽꿈에 연이어
未有不歸時   미유불귀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적이 없는 것은


331 獨坐  독좌    홀로 앉아
    徐居正  서거정 1420~1488

獨坐無來客   독좌무래객   오는 손님도 없이 홀로 앉았자니
空庭雨氣昏   공정우기혼   빈 뜰은 빗기운으로 어둑하구나
魚搖荷葉動   어요하엽동   물고기가 흔들어 연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飜   작답수초번   까치가 앉으니 나뭇가지 흔들리네

琴潤絃猶響   금윤현유향   거문고가 젖었어도 줄은 울리고
爐寒火尙存   노한화상존   화로가 싸늘해도 불씨는 남았구나
泥途妨出入   이도방출입   진흙길이 나들이를 방해하니
終日可關門   종일가관문   종일토록 문에다 빗장을 걸어두리

 


332 閑中  한중    한가로움 속에서
     徐居正  서거정 1420~1488

白髮紅塵閱世間   백발홍진열세간   속세에서 백발이 되도록 살아오니
世間何樂得如閑   세간하락득여한   삶속에서 어떤 즐거움이 한가로움 같으리
閑吟閑酌仍閑步   한음한작잉한보   한가히 읊고,한가히 술 마시며,한가히 걷고
閑坐閑眠閑愛山   한좌한면한애산   한가히 앉고 잠자며 한가로이 산을 즐겼네

 

333 自笑詩   자소시     웃으며 
    徐居正  서거정 1420~1488 

一詩吟了又吟詩   일시음료우음시   시 한 수를 읊고 나서 또 한 수를 읊어
盡日吟詩外不知   진일음시외부지   하루가 다하도록 시 읊는 일뿐
閱得舊詩今萬首   열득구시금만수   지난 날, 지어 둔 시 지금은 만 수
진知死日不吟詩   진일사일불음시   죽는 날에 가서야 읊지 않으리라

  
334 天機   천기
    徐敬德  서경덕 1489~1546

風餘月揚明   풍여월양명   바람 그치자 달이 밝게 비치고  
雨後草芳菲   우후초방비   비 온 뒤 풀들은 향기롭다

看來一乘兩   간래일승양   하나가 둘을 타고
物物賴相依   물물뢰상의   사물들은 서로서로 의지해 있나니

透得玄機處   투득현기처   현묘한 기틀을 꿰뚫고
虛室坐生輝   허실좌생휘   빈 방에 앉았노니, 빛을 머금어라


335 無題    무제
    徐敬德  서경덕 1489~1546  

眼垂簾箔耳關門   안수렴박이관문   눈에는 발을 내리고 귀에는 문을 닫았으나
松뢰溪聲亦做暄   송뢰계성역주훤   솔바람 개울물 소리도 소란하구나
到得忘言能物物   도득망언능물물   말을 잊고 물성을 물성대로 보게 되니
靈臺隨處自淸溫   영대수처자청온   마음이 처하는 곳에 따라 저절로 맑고 따뜻하다

336 讀書有感  독서유감    책을 읽고서
     徐敬德  서경덕 1489~1546  

讀書當日志經綸   독서당일지경륜   책 읽는 당일에는 경륜에 뜻을 두어
歲暮還甘顔氏貧   세모환감안씨빈   한 해가 다 가는 연말에도 顔氏의 청빈을 즐긴다

富貴有爭難下手   부귀유쟁난하수   재산과 권력은 다툼이 생겨 손대기 어려우나
林泉無禁可安身   임천무금가안신   숲 속 샘물 금하는 이 없어, 몸 편히 할 수 있다
 
採山釣水堪充腹   채산조수감충복   산나물 캐고 고기 잡아 배를 채울 수 있고
詠月吟風足暢神   영월음풍족창신   밝은 달 불어오는 바람 노래하니 정신이 맑고

學到不疑眞快活   학도부의진쾌활   배워서 의문이 없게 되면 내 마음 시원하니
免敎虛作百年人   면교허작백년인   이제 백년인생 헛되이 됨을 면하였다

 

337  破鏡   파경     깨진 거울
    徐德言  서덕언

鏡與人俱去   경어인구거   거울과 사람이 함께 떠나가더니
鏡歸人不歸   경귀인불귀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오지 않네
無復嫦娥影   무복항아영   거울에 비친 그대 모습 더 이상 볼 수 없고
空留明月輝   공류명월휘   텅 빈 하늘에는 보름달만 휘영청 하네

 

338 春日游湖上  춘일유호상   봄날 호수에서 놀며
    徐府(南宋)  서부

雙飛燕子幾時回   쌍비연자기시회   쌍으로 나는 제비 언제 돌아왔나
來岸桃花潛水開   래안도화잠수개   언덕에 오니 물가에 복사꽃이 찰랑찰랑 피어있네
春雨斷橋人不渡   춘우단교인부도   봄비에 다리 끊겨 건너는 사람 없고
小舟撑出柳陰來  소단탱출류음래   쪽배가 버드나무 그늘 헤치고 나오네


339 花雨   화우   꽃 비
    休靜  서산대사 1520~1604

白雲前後嶺   백운전후령   앞뒤 산봉우리엔 흰 구름 떠 있고
明月東西溪   명월동서계   동서로 흐르는 시내엔 밝은 달 떠있네
僧坐落花雨   승좌낙화우   스님 앉은 곳에, 꽃 비 떨어지고
客眠山鳥啼   객면산조제   客이 잠드니, 산 새가 운다

 

340 臨終偈    임종게  
    (입적하며 깨달음을 후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글)
     西山大師  서산대사 1520~1604

千計萬思量   천계만사량   천만 가지 온갖 생각들 일랑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붉은 화로 위에 한 점 눈송이로다
泥牛水上行   니우수상행   진흙 소가 물 위로 걸어가는데
大地虛空裂   대지허공렬   대지와 허공이 찢어지더라


341 贈牧庵  증목암    목암에게
    西山大師  서산대사 1520~1604

吹笛騎牛子   취적기우자   송아지 등에 타고 피리 불면서
東西任意歸   동서임의귀   동서를 마음대로 다니는구나
靑原烟雨裏   청원연우리   푸른 들, 안개 낀 비 오는 속에서
費盡幾蓑衣   비진기사의   도롱이는 몇 벌이나 헤어졌던가

 

342 三夢詞   삼몽사    삼몽사
   白華道人(休靜)  서산대사 1520~1604

主人夢說客   주인몽설객   주인은 나그네에게 꿈 이야기하고
客夢說主人   객몽설주인   나그네도 주인에게 꿈 이야기하네
今說二夢客   금설이몽객   지금 꿈 이야기하는 두 나그네
亦是夢中人   역시몽중인   역시 또한  꿈속의 사람이라네

 
343 示碧泉禪子  시벽천선자   벽천선자에게
    西山大師  서산대사 1520~1604

閃電光中坐   섬전광중좌   번쩍이는 번갯빛 속에 앉아
對人能殺活   대인능살활   사람을 대하면 능히 죽이고 살리네
無頭無尾棒   무두무미봉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는 몸둥이로
打破虛空骨   타파허공골   허공의 뼈를 쳐서 깨뜨린다.

十年呑栗棘   십년탄률극   십 년을 밤송이를 삼키며 수행했건만
猶是野狐精   유시야호정   아직도 참선이 그릇된 야호정일세
若欲敵生死   약욕적생사   만약 생사의 이치를 깨달으려면
寒灰爆一聲   한재폭일성   불꺼져 차디찬 잿 속에서 임제의 할을 들어라.

莫要會佛法   막요회불법   불법을 깨닫으려 하지 말고
大臥三條椽   대와삼조연   세 서까래 위에 크게 누우라
道人宜痴鈍   도인의치둔   도 닦는 수행자는 마땅히 어리석고 둔해야 하나니
令我憶南泉   령아억남천   나는 南泉선사를 생각한다


344 金剛山彌勒峯偶吟  금강산미륵봉우음   금강산 미륵봉에서
    休靜   서산대사 1520~1604

坐斷諸人不斷頂   좌단제인불단정   만인이 못 끊는 분별심을 앉아서 끊으니
許多生滅竟安歸   허다생멸경안귀   하고 많은 생멸이 마침내 어디로 갔는가

飛塵鎖隙安禪久   비진쇄극안선구   참선이 익으니 나는 티끌이 틈을 막았고
碧草連階出院稀   벽초연계출원희   외출이 드무니 푸른 풀이 층계까지 이어졌네

天地豈能籠大用   천지기능롱대용   천지가 어찌 대용을 가두겠는가
鬼神無處覓玄機   귀신무처멱현기   귀신도 현기를 찾을 곳이 없네

誰知一衲千瘡裏   수지일납천창리   뉘라서 알 거요, 헤진 누더기 속에
三足金烏半夜飛   삼족금오반야비   세 발의 금까마귀가 밤중에 나는 줄을

 

345 偶詠   우영
    徐憲淳   서헌순 1801~1868

山窓盡日抱書眠    산창진일포서면   山窓서 하루 종일 책 안고 잠을 자니
石鼎猶留煮茗烟    석정유유자명인   돌솥엔  차 달인 연기 남았구나
簾外忽聽微雨響    렴외홀청미우향   주렴 밖 보슬보슬 빗소리 들리더니
滿塘荷葉碧田田    만당하엽벽전전   못 가득 연잎은 푸른 밭이로다


346 부처님의 法語
    釋迦牟尼   석가모니 483~563

空手來空手去是人生 공수래공수거시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여
生從何處來       생종하처래       삶은 어느 곳에서 왔으며
死向何處去       사향하처거       갈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뜬 구름 자체는 본래 자체가 실이 없나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죽고 사는 것도 역시 이와 같도다

 
347 睡起   수기   잠 깨어 일어나
    釋守初  석수초

日斜첨影落溪濱   일사첨영락계빈   해 기우니 처마 그림자 개울가에 지고
捲簾微風自掃塵   권렴미풍자소진   발 걷으니 산들바람 티끌을 쓸어가네
窓外落花人寂寂   창외낙화인적적   창밖엔 꽃이 지고 인적은 적적한데
夢回林鳥一春聲   몽회임조일춘성   꿈에서 깨어보니 들려오는 봄 숲속 새소리


348  僧院  승원     산사 에서
     釋靈  석령

虎溪閒月引相過   호계한월인상과   호계에 떠가는 달 따라 골을 지나가니
帶雪松枝掛?蘿   대설송지괘벽라   눈에 쌓인 솔가지에 댕댕이 덩굴 걸려있다
無限靑山行欲盡   무한청산행욕진   끝없는 청산도 갈 길이 막혔는데
白雲深處老僧多   백운심처노승다   백운이 감도는 곳에 노승도 많아라

 

349 辭世頌  사세송    게송시
    石屋淸珙   석옥청공

白雲買了賣淸風   백운매료매청풍   흰구름 팔아서 맑은 바람 사니
散盡家私徹骨窮   산진가송철골궁   살림살이 바닥나 뼈 속까지 가난하네
留得數間茅草屋   유득수간옥초실   남은 건 두어 간 띠집 뿐이니
臨別付與丙丁童   임별부여병정동   떠난 뒤 불 속에 던져버리게

350 賢士不貪?  현사부탐람    현명한 사람
    釋寒山(唐)  석한산

賢士不貪?   현사부탐람    현명한 이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데
癡人好爐冶   치인호노야    어리석은 사람은 장생불로 좋아하네

麥地占他家   맥지점타가    전답 남의 것까지 차지하고
竹園皆我者   죽원개아자    정원 모두 내 것 삼으려 하네

努膊覓錢財   노박멱전재    팔 걷어올리고 재물 찾아 나서고
切齒驅奴馬   절치구노마    이 악물고 허약한 몸 마구 부리네

須看郭門外   수간곽문외    성문 밖을 보시게나
壘壘松栢下   누루송백하    소나무 아래 온통 무덤인 것을

 
351 山客  산객    산손님
    釋海源  석해원

山梅落盡野花飛   산매락진야화비   산매화 진 뒤에 들꽃이 날리고
谷口春殘客到稀   곡구춘잔객도희   골짝에 봄은 다 가는데 찾는 손님 드물다

遙望千峰紅樹裏   요망천봉홍수리   온 산봉우리 붉은 나무 바라보니
杜鵑啼處一僧歸   두견제처일승귀   두견새 우는 곳에 한 스님이 돌아온다

 
352 文珠寺  문주사    문주사에서
    釋坦然   석탄연 1070~1159

一室何寥廓   일실하요곽   방이 어찌 이리도 쓸쓸한가
草綠俱寂寞   초록구적막   풀은 푸르고 모두가 적막하다

路穿石하通   노천석하통   길은 돌틈으로 나 통하고
泉透雲根落   천투운근락   샘은 구름 속을 꿇고 떨어진다

晧月掛첨楹   호월괘첨영   흰 달은 처마기둥에 걸려있고
凉風動林壑   양풍동임학   서늘한 바람 숲 골짜기에서 인다

誰從彼上人   수종피상인   어디서 왔는가, 저 스님은
淸坐學眞樂   청좌학진락   청정히 앉아 참 안락을 배운다

 

353 春望詞   춘망사   봄날의 바램   
    薛濤(唐) 설도 770~830

花開不同賞   화개불동상   꽃 피어도 함께 바라볼 수 없고
花落不同悲   화락불동비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수 없네
欲問相思處   욕문상사처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디에 있나
花開花落時   화개화락시   꽃 피고 꽃이 지는 때에 있다네

攬草結同心   남초결동심   풀 뜯어 동심결로 매듭을 지어
將以遺知音   장이유지음   님에게 보내려 마음먹다가
春愁正斷絶   춘수정단절   그리워 타는 마음이 잦아질 때에
春鳥復哀吟   춘조부애음   봄 새가 다시 와 애달피 우네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한데
不結同心人   불결동심인   한마음 그대와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공연히 동심초만 맺고 있다네

那堪花滿枝   나감화만지   어쩌나 가지 가득 피어난 저 꽃
飜作兩相思   번작량상사   날리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을
玉箸垂朝鏡   옥저수조경   거울에 옥 같은 두 줄기 눈물
春風知不知   춘풍지불지   봄바람아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354   동심초
     薛濤(唐) 설도 770~830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노   꽃은 바람에 시들어가고
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만날 날은 아득히 멀어져가네
不結同心人   불결동심인   마음과 마음은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헛되이 풀잎만 맺었는고


355 秋朝覽鏡  추조람경  가을 아침에 보는 거울
    薛稷(唐)  설직

客心驚落木   객심경락목   나그네 마음  지는 잎에 놀라
夜坐聽秋風   야좌청추풍   밤 새워 앉은 채로 가을 바람 소리 듣네 
朝日看容髮   조일간용발   아침 되어 얼굴 모습 비추어보니
生涯在鏡中   생애재경중   생애가 바로 그 거울 속에 있네


356 怪石  괴석   괴이한 돌
    崔松雪堂   최송설당 1855~1939

屹立庭除尺許身   흘립정제척허신   마당 구석 한 자  우뚝  남짓한 돌
層峻庾骨近天眞   층준유골근천진   삐죽이 바짝 마른 것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
幽藏每被煙霞護   유장매피연하호   그윽한 곳에 숨겨져 안개의 보호를 입어
不畏塵間有力人   불외진간유력인   속세 힘 있는 사람도 두렵지 않다

 

357 君子行   군자행    군자의 도리
   섭夷中 섭이중

君子防未然   군자방미연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여
不處嫌疑間   불처혐의간   의심받는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

瓜田不納履   과전불납리   외밭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李下不正冠   리하부정관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바로잡지 아니하노라

嫂叔不親授   수숙불친수   형수와 시동생 사이에는 직접 물건 건네지 않고
長幼不比肩   장유불비견   어른과 아이 사이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는다네

勞謙得其柄   로겸득기병   겸손하기에 애쓰면 권력을 잡게 될 것이나
和光甚獨難   화광심독난   자신을 나타내지 않기란 유독 어려워라

周公下白屋   주공하백옥   옛날 주공은 초가집에서 살았고
吐哺不及餐   토포불급찬   손님맞이로 먹던 밥도 뱉어내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네

一沐三握髮   일목삼악발   손님맞이로 한번 목욕하면서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왔으니
後世稱聖賢   후세칭성현   후세 사람들이 성인이라 일컬었다네

 

358 游園不値  유원불치   정원으로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葉紹翁  섭소옹

應憐극齒印蒼苔   응련극치인창태   푸른 이끼 위에 난 나막신 자국 안타까운데
小구柴扉久不開   소구시비구불개   싸리문 두드려도 오래도록 문은 안 열리네
春色滿園關不住   춘색만원관부주   봄기운은 마당 안에만 머물지 못하고
 一枝紅杏出牆來   일지홍행출장래   붉게 꽃핀 살구나무 가지 하나 담 밖으로 내뻗네

 

359 途中  도중    길가는 도중에
     成侃  성간 1427~1456

籬落依依半掩?   리락의의반엄행   반쯤 닫은 사립문에 울타리 촘촘한데
夕陽立馬問前程   석양립마문전정   夕陽에 말 세우고 앞길을 묻네
소然細雨蒼烟外   소연세우창연외   푸른 안개 밖으로는 보슬비 흩뿌리고
時有田翁叱犢行   시유전옹질독행   때마침 농부는 소를 몰고 오는구나

 

360  垂釣  수조    낚싯대 드리우고
     成聃壽    성담수   ~1456

持竿鎭日釣江邊   지간진일조강변   온종일 낚싯대 잡고 강변에서 고기 잡다가
垂脚淸波困一眠   수각청파곤일면   맑은 물에 다리 담그고 곤하게 잠들었네
 夢與白鷗遊萬里   몽여백구유만리   꿈속에선 흰갈매기와 만리를 노닐었는데
覺來身在夕陽天   각래신재석양천   깨어보니 몸은 해 지는 하늘 밑에 있구나


361   臨死賦 1   임사부  
      成三問    성삼문 1418~1456

擊鼓催人命   격고최인명   둥둥둥 북소리 사람의 목숨을 재촉하고
回首日欲斜   회수일욕사   고개 돌려보니 해는 서산으로 지는데
黃泉無一店   황천무일점   황천 가는 곳  주막 하나 없으니
今夜宿誰家   금야숙수가   오늘 밤 누구 집에서 잘 것인가

     臨死賦 2   임사부
食人之食衣人衣   식인지식의의의   남의 밥, 옷을 먹고 입으며
素志平生願莫違   소지평생원막위   평생에 행여 잘못 없기 빌었네
一死固知忠義在   일사고지충의재   이 몸은 죽어가도 충의는 사니
顯陵松柏夢依依   현릉송백몽의의   꿈에도 못 잊혀라 현릉의 솔빛

 
362   虛父贊  허부찬    허수아비
      成運   성운 1497~1579

肌以藁筋以索   기이고근이삭   짚으로 살을 대신하고 새끼로 힘줄을 대신해
人其形塊然立   인기형괴연립   사람 형상하고  홀로 우두커니 서 있네
心則亡虛其腹   심칙망허기복   심장도 없고  뱃속도 텅 비어
中天地絶聞覩   중천지절문도   이 넓은 천지간에 보도 듣도 않은 허수아비여
處無知誰與怒   처무지수여로   앎이 없으니  싸울 일이 전혀 없겠구나


363 大谷晝坐偶吟  대곡주좌우음   한 낮 大谷에 앉아서
    成運   성운 1497~1579 

夏日成유晝日昏   하일성유주일혼   여름 날, 그늘 우거져 낮에도 어두운데
水聲禽語靜中喧   수성금어정중훤   물소리 새소리에 고요한 산속이 시끄럽다
已知路絶無人到   이지로절무인도   길 끊어져 아무도 안 올 줄 알면서도
猶천山雲鎖洞門   유천산운쇄동문   산 구름이 골짝 입구 막은 것이 오히려 어여쁘다

 
364 臨終偈     임종게 
   性徹스님  1912~1993

生平欺狂男女群   생평기광남녀군   한 평생 사람들을 속였으니
彌天罪業過須彌   미천죄업과수미   그 죄업은 하늘에 넘치네
浩陷阿鼻恨萬端   호함아비한만단   산채로 지옥에 떨어져, 그 恨이 만 갈래니  
一輪吐紅掛碧山   일륜토홍괘벽산   한 덩이 붉은 해는 푸른 산에 걸려 있네

 

365 出家頌  출가송
    性徹스님   성철스님 1912~1993

彌天大業紅爐雪  미천대업홍로설  하늘에 넘치는 큰일들은 붉은 화롯불에 한 점의 눈송이
跨海雄基赫日露  과해웅기혁일로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일세
誰人甘死片時夢  수인감사편시몽  그 누가 잠깐의 꿈속 세상에 꿈을 꾸며 살다가 죽어가랴
超然獨步萬古眞  초연독보만고진  만고의 진리 향해 모든 것 다 버리고 초연히 나 홀로 걸어가노라


366 주련/오도송
   性徹스님   성철스님 1912~1993

黃河西流崑崙頂   황하서류곤륜정    황하수 서쪽으로 흘러 곤륜산에 치솟아 오름이여
日月無光大地沈   일월무광대지침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져 내리도다
遽然一笑回首立   거연일소회수립    문득 한번 웃고 머리를 돌려 서니
靑山依舊白雲中   청산의구백운중    청산은 예대로 흰 구름 속에 섰네.


367 法語     법어
    성철스님

山是山兮水是水兮   산시산해수시수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日月星辰一時黑     일월성신일시흑     해 달과 별이 일시에 암흑이구나
欲識箇中深玄意     욕식개중심현의     만약 이 가운데 깊은 뜻을 알고 싶다면
火裏木馬步步行     화리목마보보행     불속의 나무말이 걸음걸음 가는 도다


368 偶吟  우음    우연히 읊다
    成渾   성혼 1535~1598 

四十年來臥碧山   사십년래와벽산   사십년 동안 산에 살고 있소
是非何事到人間   시비하사도인간   옳거니 그르거니 무슨 일로 속세에 사는지
小堂獨坐春風地   소당독좌춘풍지   조그만 집에 홀로 앉으니, 봄바람 불고
花笑柳眠閒又閒   화소류면한우한   꽃은 웃음 짓고 버들은 한가롭게 졸고 있구려

 

369 空江      빈 강
    成孝元  성효원 1497~1551

情裏佳人夢裏逢   정리가인몽리봉   마음 속 어여쁜 님 꿈속에 만나보니
相看憔悴舊形容   상간초췌구형용   서로 보매 초췌한 옛 모습 그대로 일세
覺來身在高樓上   각래신재고누상   깨고 보니 이 내 몸 높은 누각 위에 있어
風打空江月隱峯   풍타공강월은봉   바람은 빈 강치고 달은 산 뒤 숨었네


370 送祖擇之  송조택지    祖擇之를 보내며
    司馬光(北宋)   사마광 1019~1086

人生榮與辱   인생영여욕   인생의 영광과 치욕이란
百變似浮雲   백변사부운   수시로 변하여 뜬구름 같도다

自有窮通定   자유궁통정   곤궁과 형통은 정해진 운명
徒勞得喪分   도로득상분   득실을 따지는 건 헛된 수고로다

銷愁唯有酒   소수유유주   슬픔을 삭임에는 오직 술뿐
娛意莫如文   오의막여문   마음을 달램에는 글 만한 것 없도다

方寸常蕭散   방촌상소산   마음이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다면
其餘何足云   기여하족운   그 나머진 족히 말하여 무엇하리

371  石壁精舍還湖中作 석벽정사환호중작  석벽정사에서 호수로       돌아가며
     謝靈運(南朝) 사영운 385~433

昏旦變氣候   혼단변기후   아침 저녁으로 기후가 변하여
山水含청暉   산수함청휘   산도 물도 맑은 햇빛 머금었네
청暉能娛人   청휘능오인   맑은 햇빛이 사람을 즐겁게 하여
遊子憺忘歸   유자담망귀   평온이 노니는 이들 귀가마저 잊었네

出谷日상早   출곡일상조   골짜기에서 나올 적엔 해가 아직 일렀는데
入舟陽已微   입주양이미   배에 오르니 해는 이미 져버렸네
林壑斂瞑色   임학렴명색   숲에 덮인 골짜기는 어둔 빛을 걷고
雲霞收夕비   운하수석비   구름 낀 노을은 날아가는 저녁 구름 거두네

기荷迭映蔚   기하질영위   우거진 연꽃이 서로 비추고
蒲稗相因依   포패상인의   부들과 피가 서로 기대어 자라 있다
披拂趨南逕   피불추남경   숲을 헤치고 남쪽 길을 지나
愉悅偃東비   유열언동비   기쁜 마음으로 동쪽 사립 곁에 눕다

慮詹物自輕   여담물자경   생각이 맑으면 사물들이 경쾌하고
意협理無違   의협리무위   뜻이 상쾌하면 이치에 어긋남이 없다
寄言攝生客   기언섭생객   섭생하는 이들에게 부치노니
試用此道推   식용차도추   시험삼아 이 道를 써 보게나

 
☞  상= 숭상할 상, 또한.  비= 올비. 偃= 쓰러질 언. 비= 광주리 비. 협= 쾌할 협.

 
372 舟夜書所見  주야서소견   배 위에서 본  밤 풍경
    査愼行   사신행 1650~1727

月黑見漁燈   월흑견어등   달도 없는 밤, 고기잡이배의 등불
孤光日點螢   고광일점형   외로운 빛, 한 점 반닷불 같네
微微風簇浪   미미풍주랑   잔잔한 바람에 파도가 일자
散作滿河星   산작만하성   강 가득  별 빛이 흩어지네

373 上京卽事  상경즉사   상경했을 때의 일
    薩都喇(喇-口)  살도라 1300~ ?

牛羊散漫落日下   우양산만낙일하   해 저무는 들녘  소와 양이 흩어져 있고
野草生香乳酪甛   야초생향유락첨   들풀은 향기롭고  유락은 달다
卷地朔風沙似雪   권지삭풍사사설   땅을 휘감는 삭풍에 모래가 눈처럼 흩날리자
家家行帳下氈簾   가가행장하전렴   집집마다 천막의 덮개를 내린다

374 漁浦   어포    갯가
    常建(唐) 상건

春至百草綠   춘지백초록   봄 되니 온갖 풀 푸르고 
陂澤聞창경   피택문창경   물가엔 징경이 우는 소리 들린다

別家投釣翁   별가투조옹   누구일까, 낚시대 드리운 영감
今世滄浪情   금세창량정   혼탁한 세상에 맑은 뜻 지니고 사는 분이려니

구紵爲縕袍   구저위온포   삼베로 옷 해입고
折麻爲長纓   절마위장세   새끼줄로 허리 질끈

榮譽失本진   영예실본진   부귀영화가 사람의 참된 가치 손상시키는 것이거늘
怪人浮此生   괴인부차생   이상타 사람들은 뜬구름처럼 살아가니

碧水月自闊   벽수월차생   파란 달 비치니 수면 한결 넓어 보이고
安流靜而平   안퓨정이평   강물 잔잔히 소리없이 흐른다

扁舟與天際   편단여천제   조각배에 몸 싣고 하늘가 저쪽
獨往誰能名   독왕수능명   홀로 가는 저 사람 그가 누구인지 그 누가 알랴

 

375 宿王昌齡隱居  숙왕창령은거   왕창령의 은거처에 묶으며
    常建(唐)  상건 

淸溪深不測   청계심불측   개울 물 너무 깊어 깊이를 잴 수 없고  
隱居唯孤雲   은거유고운   세상 피한 이곳은 오직 구름 뿐  

松際露微月   송제노미월   소나무 높은 끝에 희미한 달빛  
淸光猶爲君   청광유위군   그 맑은 빛은 오히려 그대를 위한 것  
茅亭宿花影   모정숙화영   정자에는 은은한 꽃 그림자 머물고   藥院滋苔紋   약원자태문   약초밭에는 이끼 자욱 짙어 지네    

余亦謝時去   여역사시거   나 또한 다 버리고 떠나와   
西山鸞鶴伴   서산란학반   이곳 서산에서 난새와 두루미들 벗하며 살고 싶어라


376 題破山寺後禪院  제파산사후선원   破山寺뒤 禪院에서
   常建   상건

淸晨入古寺   청신입고사   맑은 새벽 파산사 찾아드니
初日照高林   초일조고림   돋는 해 높은 수풀 비춘다
曲徑通幽處   곡경통유처   굽은 오솔길은 그윽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   선방화목심   선방은 꽃과 나무 속에 묻혔네

山光悅鳥性   산광열조성   새들은 산 빛의 변화를 기뻐하고
潭影空人心   담영공인심   못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고 마음을 비운다

萬뢰此俱寂   만뢰차구적   온갖 소리 이곳에선 모두 고요롭고  
惟餘鐘磬音   유여종경음   먼 종소리 그윽히 들려 온다


377  西山   서산      서쪽 산  
    常建   상건   

一身爲輕舟   일신위경주   이 한 몸 작은 배가되어 수면을 달려가니  落日西山際   낙일서산제   지는 해 서산에 떠 있네
常隨去帆影   상수거범영   해는 달려가는 돛의 그림자를 따라가는데  遠接長天勢   원접장천세   멀리 하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네

物象歸餘淸   물상귀여청   눈에 보이는 만물의 모양이 다 맑고 넉넉하며  林巒分夕麗   임만분석려   숲도 봉우리도 아름다운 저녁 노을 속에 싸여 있네
亭亭碧流暗   정정벽유암   아득히 흐르는 漢江의 푸른 물도 점점 어두워지고   
日入孤霞繼   일입고하계   해가 진 그 뒤를 한 조각 저녁노을 구름은 홀로 빛나고 있네

洲諸遠陰映   주제원음영   많은 섬들은 석양 속에 아득히 明滅하는데  湖雲尙明霽   호운상명제   호숫가의 구름은 아직도 뚜렷이 밝게 보이네
林昏楚色來   임혼초색래   하류로 갈수록 숲은 어두워지고 楚國다운 색채가 진하며   
岸遠荊門閉   안원형문폐   멀리 강기슭에는 형문산 모양의 산이 어둠에 싸이고

至夜轉淸逈   지야전청형  밤이 되니 공기는 더욱 맑고 시원하며  蕭蕭北風려   소소북풍려   소소하게 북풍이 몹시 강하게 불어 닥치네
沙邊雁櫓泊   사변안로박   강가 모래밭에는 기러기와 백로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宿處겸가蔽   숙처겸가폐   나도 잠자리를 마련하니 갈대가 많이 덮여있네

圓月逗前浦   원월두전포   둥근 달이 눈 앞 포구에 얼굴을 내미는데   
孤琴又搖曳   고금우요예   홀로 琴을 꺼내 타고 있으니 여음은 길게 울려
冷然夜遂深   냉연야수심   차가운 밤도 드디어 깊어졌네   
白露沽人袂   백로고인몌   깜짝 정신을 차려보니 소매가 이슬에 흠뻑 젖어있네
 


378 自警  자경    나 자신을 경계하며 
     尙震   상진 1493~1564

輕當矯之以重   경당교지이중   경박함은 중후함으로 바로잡고 
急當矯之以緩   급당교지이완   급한 성격은 느긋함으로 고치며 

偏當矯之以寬   편당교지이관   치우침은 너그러움으로 바루고
躁當矯之以靜   조당교지이정   조급함은 고요함으로 다스린다

暴當矯之以和   포당교지이화   사나움은 온화함으로 다잡고  
추當矯之以細   추당교지이세   거친 것은 섬세함으로 고쳐나간다.

 

379 留別妻  유별처  아내와의 이별
    蘇武(漢)   소무

結髮爲夫婦   결발위부부   머리 얹어 부부 되어
恩愛兩不疑   은혜양불의   은혜와 사랑 둘 다 의심치 않네
歡娛在今夕   환오재금석   즐거움이 오늘밤에 있으니
燕婉及良時   연완급량시   아름다움과 더불어 좋은 때로다 

征夫懷往路   정부회왕로   원정갈 남편은 먼 길을 생각하여
起視夜何其   기시야하기   일어나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본다
參辰皆已沒   삼진개이몰   삼태성. 신성. 모두 이미 졌으니
去去從此辭   거거종차사   이로써 갈 길을 떠나네

行役在戰場   행역재전장   할 일이 전장에 있으니
相見未有期   상견미유기   서로 만날 기약 못하네
握手一長歎   악수일장탄   손을 잡고 길이 탄식하니
淚爲生別滋   루위생별자   생이별이라 눈물이 흥건하다

努力愛春華   노력애춘화   노력하여 젊은 시절 사랑하고
莫忘歡樂時   막망환락시   즐거웠던 때를 잊지 마오
生當復來歸   생부부래귀   살아 남는다면 응당 다시 돌아오겠지만
死當長相思   사당장상사   죽는다면 길이 생각할거야  

 

380 本事詩  본사시   고향 생각
     蘇曼殊   소만수 1884~1918

 春雨樓頭尺八蕭   춘우누두척팔소   봄비 속에 누각에 올라 척팔소를 부는데
何時歸看浙江潮   하시귀간절강조   언제나 돌아가 절강의 조수를 볼 수 있을까
芒鞋破鉢無人識   망혜파발무인식   보잘것 없는 이 중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데
踏過櫻花第幾橋   답과앵화제기교   벗꽃을 보며 지나친 다리는 얼마나 될까

 
381 夏意  하의      여름날
    蘇舜欽(北宋) 소순흠 1008~1048

別院深深夏席淸   별원심심하석청   별당 깊숙한 곳, 돗자리 시원한데
石榴開遍透簾明   석류개편투렴명   석류꽃 활짝 피어 주렴발 건너 눈이 부시다
松陰滿地日當午   송음만지일당오   한낮 마당 가득 소나무, 그림자 덮였는데
夢覺流鶯時一聲   몽각류앵시일성   낮잠자다 꿈결에, 어럼풋이 꾀꼬리 소리 듣는다


382 題花山寺壁  제화산사벽    화산사 벽에 
    蘇舜欽(北宋) 소순흠 1008~1048

寺裏山因花得名   사리산인화득명   산 속의 절은 꽃 때문에 이름을 얻었건만
繁英不見草縱橫   번영불견초종횡   꽃은 보이지 않고 풀만 무성하구나
栽培剪伐須勤力   재배권벌수근력   가꾸고 솎는 일 힘써야 하지만
花易凋零草易生   화이조령초이생   꽃은 쉬이 지고 풀만 쉬이 나는구나

 

383 萬居定惠院之東 雜花滿山 有海棠一株 土人不知貴也
    만거정혜원지동 잡화만산 유해당일주 토인부지귀야
   (定惠院 동쪽에 더부살이하는데 雜花 산에 가득하였고 海棠花    한그루가 있으나 토착민들은 귀한 줄을 몰랐다)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江城地장菜草木   강성지장채초목   강 마을 훈습한 땅에 초목이 무성한데
只有名花苦幽獨   지유명화고유독   아름다운 꽃 하나 외롭고 쓸쓸하게 피었네
언然一笑竹籬間   언연일소죽리간   대울타리 사이로 한번 웃자 예쁘고
桃李漫山總추俗   도이만산총추속   산에 흐드러진 도리화가 도무지 속되구나

也知造物有深意   야지조물유심의   이제사 알겠네, 조물주께서 깊은 뜻 있어
故遣佳人在空谷   고견가인재공곡   가인을 빈 골짜기로 보내셨음을
自然富貴出天姿   자연부귀출천자   저절로 부귀한 모습은 하늘이 낸 것
不待金盤薦華室   부대금반천화실   금소반에 담아 좋은 집에 올릴 필요 없도다

朱脣得酒暈生검   주순득주운생검   붉은 입술로 술을 마셔 볼에 훈기 돌고
翠袖卷紗紅映肉   취수권사홍영육   푸른 소매 비단에 붉은 살이 어린다
林深霧暗曉光遲   림심무암효광지   안개 낀 숲은 어두워 새벽 햇빛 더디고
日暖風輕春睡足   일난풍경춘수족   미풍 불고 볕이 따스해 봄 잠이 달구나

雨中有淚亦悽愴   우중유루역처창   비에 젖어 눈물 머금은 모습도 애섧고
月下無人更淸淑   월하무인갱청숙   달 아래 외로운 자태가 더욱 정숙하구나
先生食飽無一事   선생식포무일사   동파 선생은 배부르고 한가하여
散步逍遙自문腹   산보소요자문복   산보하며 한가하게 배 문지르며 돌아다녔다

不問人家與僧舍   불문인가여승사   민가인지 절인지 따질 것 없이
주杖敲門看脩竹   주장고문간수죽   지팡이 짚고 문 두드려 대를 구경하다가
忽逢絶艶照衰朽   홀봉절염조쇠후   문득 절색의 빛이 노쇠한 이 모습을 비추는 걸 만나
歎息無言개病目   탄식무언개병목   아무 말 못하고 탄식하며 병든 눈 비벼댔지

陋邦何處得此花   루방하처득차화   이런 누추한 곳에 어떻게 이런 꽃이 피었을까
無乃好事移西蜀   무내호사이서촉   호사가가 서촉에서 옮겨온 것이 아닐까 
寸根千里不易到   촌근천리불이도   한치 뿌리라도 해도 천리 멀리 가져오기란 쉽지 않으니 
銜子飛來定鴻鵠   함자비래정홍곡   꽃씨 물어온 것은 필시 기러기들이리 

天涯流落俱可念   천애류화구가념   하늘 끝에 유락하다니 너나 나나 서글프구나
爲飮一樽歌此曲   위음일준가차곡   술 한동이 기울이며 이 노래를 부르노라
明朝酒醒還獨來   명조주성환독래   내일 아침 술 깬뒤 다시 홀로 오리라
雪落紛紛那忍觸   설락분분나인촉   눈처럼 꽃잎 질 걸 생각하면 만지지 못하겠네 

 

 
384  縱筆  종필     붓을 놓고
     蘇東坡(宋) 1036~1101

寂寂東坡一病翁   적적동파일병옹   외롭고 쓸쓸한 東坡,  병든 한 늙은이
白鬚蕭散滿霜風   백수소산만상풍   쓸쓸히 흰수염 서리가득한 바람에 날린다
小兒誤喜朱顔在   소아오희주안재   어린아이는 내 붉은 얼굴보고 기뻐하건만
一笑邪知是酒紅   일소아지시주홍   웃음지며, 술에 취해 붉은것을 어찌 알리

 

385 溪聲山色 계성산색    계곡소리 산빛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溪聲便是長廣舌   계성갱시장광설   시냇물 소리가 그대로 부처님의 장광설이요
山色豈非淸淨身   산색등비청쟁신   산빛이 어찌 그대로 청정법신이 아니겠느냐
夜來八萬四千偈   야래팔만사천게   밤새 들은 팔만사천 법문의 그 소식을
他日如何擧似人   타일여하거이인   뒷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386 東欄梨花   동란이화   동쪽난간에 핀 배꽃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梨花淡白柳深靑   이화담백류심청   배꽃은 희고 버들은 푸르니
柳絮飛時花滿城   류서비시화만성   버들개지 휘날릴 때 배꽃은 만발한다
추장東欄一株雪   추장동란일주설   슬프다, 동쪽에 핀 한 그루 흰 배꽃을
人生看得幾淸明   인생간득기청명   사람이 몇 번이나 그 깨끗한 꽃을 볼 것인가


387 江城子   강성자   ( 原題 : 悼念亡妻詞 ) 
    蘇軾   소식 1036~1101

十年生死兩茫茫   십년생사양망망   삶과 죽음으로 아득히 멀어진 십년 세월
不思量  自難忘   불사량 자난망    생각지 않으려 해도 정말 잊기 어렵구나
千里孤墳         천리고분         천리 먼 외로운 무덤
無處話凄凉       무처화첩량       처량한 심정 호소할 데 없구려 

縱使相逢應不識   종사상봉응불식   서로 만난대도 알아보지 못하리니
塵滿面          진만면           나는 얼굴에 먼지 가득하고

빈如霜           빈여상         머리는 서리 처럼 세었으니까
夜來幽夢忽還鄕   야래육몽홀환향   밤들어 꿈속에서 문득 찾은 고향 집

小軒窓正梳반     소헌창정류반     작은 창가에서 그대는 마침 화장을 하고 있었지
相顧無言         상고무언         서로 돌아볼 뿐 말은 못하고
惟有淚千行       유유루천행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소

料得年年斷腸處   류득년년단양처   해마다 애간장 끊었구려
明月夜           명월야           달 밝은 밤
短松岡           단송강      작은 소나무 늘어선 언덕위에서

 

388 赤壁賦     적벽부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且夫天地之間   차부천지지간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사물은
物各有主       물각유주        각각 주인이 있어서

苟非吾之所有   구비오지소유    내 것이 아니면
雖一毫而莫取   수일호이막취    터럭 하나라도 가질 수 없지만

惟江上之淸風   유강상지청풍    오직 강가에 부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   여산간지명월    산에 떠 있는 밝은 달은

耳得之而爲聲   이득지이위성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目寓之而成色   목우지이성색    눈으로 보면 색이 된다네

取之無禁      취지무굼        그것을 가진다고 막을 사람 없고
無之無竭       용지무갈       그것은 쓴다고 고갈되지 않으니

是造物者之     시조물자지    조물주가 준 무진장한 선물이로다


389 惠崇春江晩景  혜숭춘강만경   혜승의 춘강만에 부쳐
    蘇軾   소식 1037~1101

竹外桃花三兩枝   죽외도화삼량지   대밭 밖에는 활짝 핀 봉숭아나무
春江水暖鴨先知   춘강수난압선지   봄 강물이 따뜻한 것은 오리가 먼저 안다
蔞蒿滿地蘆芽短   루호만지노아단   쑥이 가득한 데  갈대는 이제 싹이 트니
正是河豚欲上時   정시하돈욕상시   바로 황복이 올라올 때라네

 
390 望雲樓   망운루   
    蘇軾   소식 1036~1101

陰晴朝暮幾回新   음청조모기회신   흐리고 개이고 아침저녁 몇 번 바뀌는가
已向虛空付此身   기향허공부비신   나도 허공에 몸 맡기고 살아간다네
出本無心歸亦好   출본무심귀역호   무심코 생긴 터에 돌아가도 그만인걸
雲還以望雲人   백운환이망운인   흰 구름아  너는 어찌 나를 그리 닮았느냐


391 薄命佳人  박명가인     박명한 여인
    蘇軾(宋)  소식 1037~1101

雙頰凝?髮抹漆   쌍협응소발말칠   두 뺨은 젖이 엉긴 듯, 머리는 옻칠한 듯
眼光入簾珠白樂   안광입렴주백락   눈빛은 발로 들어 구슬처럼 또렷하구나

故將白練作仙衣   고장백련작선의   짐짓 흰 비단으로 선녀의 옷을 만들어도
不許紅膏汚天質   불허홍고오천질   붉은 연지로 원래의 바탕 더럽히지 못하는구나

吳音嬌軟帶兒癡   오음교연대아치   오나라 사투리 귀엽고 부드러워 어린 티 나고
無限間愁總未知   무한간수총미지   무한한 인간의 근심 전혀 알지도 못하는구나

自古佳人多薄命   자고가인다박명   예부터 가인은 운명이 기박한 사람 많다지만
閉門春盡楊花落   폐문춘진양화락   닫은 문에 봄도 다 가니 버들 꽃이 지는구나

 

392 中秋月  중추월    한가위 달
    蘇軾(宋)  소식 1036~1101

暮雲收盡溫淸寒   모운수진온청한   저녘 구름 걷히니 썰렁 맑은 기운 넘치고
銀漢無聲轉玉盤   은한무성전옥반   은하수 소리 없이 쟁반에 옥을 굴리네
此生此夜不長好   차생차야부장호   이 세상 이런 밤 늘 있는 것도 아닌데
明年明月何處看   명년명월하처간   내년엔 밝은 달  어디에서 볼 것인가


393 春夜  춘야    봄밤에
    蘇軾(北宋)   소식 1036~1101

春宵一刻直千金   춘소일각직천금   봄밤 한 시각이 천금의 값이라
花有淸香月有陰   화유청향월유음   꽃은 맑은 향기품고, 달은 그림자가 아름답다
歌管樓臺聲寂寂   가관루대성적적   누대엔 노래와 거문고 소리  고요하고
추韆院落夜沈沈   추천원락야심심   그네 뛰던 후원 뒤뜰엔 밤이 깊어만 간다

 

394  雨日  우일    비오는 날에
     소요스님

花笑階前雨   화소계전우   뜨락에 내리는 비에, 꽃은 웃음 짓고
松鳴檻外風   송명함외풍   난간 밖 바람에 소나무 운다
何須窮妙旨   하수궁묘지   참선을 해야만 깨닫는가
玆個是圓通   자개시원통   있는 그대로가 원만한 깨달음인 것을


395 詠無生  영무생   무생을 읊다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了俗明眞早脫中   료속명진조탈중   속됨과 참됨을 다 밝히고 일찌감치 초탈하여
雙收天地納匈中   쌍수천지납흉중   하늘과 땅을 모조리 가슴 속에다 쓸어넣었네
문身撒手三千外   문신살수삼천외   몸 뒤지어 삼천대천세계로 손을 뻗치고는
臥聽溪聲夜月中   와청계성야월중   달빛 속에 누워 시냇물 소리 듣네
        ☞  ?= 더듬을, 어루만질 문.


396 新凉入郊墟  신량입교허  성밖 언덕에서 서늘한 바람  불어     오니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江城何處起秋風   강성하처기추풍   江城 어느 곳에서 가을바람 이는가
螢火如流點暮空   형화여류점모공   저문 허공엔 반딧불 물 흐르듯 하네
政好乘凉吟夜月   정호승량음야월   서늘한 기운에 밤 달, 읊기 참 좋아라
浩然詩思滿樓中   호연시상만루중   호연히 詩思이 누각에 가득하네

 
397 山中漫興     산중만흥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紫陌紅塵尺許深   자맥홍진척허심   도시의 거리 붉은 먼지가 한 자나 쌓였는데
幾多游宦客浮沈   기다유환객부침   얼마나 많은 벼슬아치들 부침하는가
誰知一片白雲壑   수진일편백운학   누가 알까, 한 조각 흰구름과 골짜기
天付貧僧値萬金   천부빈승치만금   하늘이 가난한 중에게 준 것이 만금 같아라


398 無題     무제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山矗矗水참참     산촉촉수참참     겹겹의 산, 맑고 맑은 물
風習習花冥冥     풍습습화명명     솔솔 부는 바람에 그윽한 꽃
活計只如此       활계지여차       活計란 다만 이 같을 뿐이니
何用區區順世情   하용구구순세정   뭣하러 구구하게 세상 물정 따르리

   ☞  矗 = 우거질 촉.  참 = 산 험한 낭떠러지 참. 높을 참.

399 山中漫興   산중만흥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一표逐物多煩惱   일표축물다번뇌   세상사람들 재물을 좇아 번뇌가 많네
幾介男兒脫世間   기개남아탈세간   세간 벗어나는 남아대장부 몇이나 되나
誰知野老出塵網   수지야노출진망   누가 알까, 누추한 늙은이 티끌그물 벗어나
高臥松風徹骨寒   고와송풍철골한   소나무바람 아래 누웠으니 뼈까지 시리구나

 
400 淸夜吟  청야음    맑은 달밤에
    昭康節  소강절

月到天心處   월도천심처   달은 하늘에 떠서 비치고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바람은 호수에 일렁인다
一般淸意味   일반청의미   이렇게 맑은 뜻을
料得少人知   료득소인지   사람들은 아는 이 없다


401汾上驚秋  분상경추    타향에서의 가을
  蘇(廷+頁)(唐)  소정

北風吹白雲   북풍취백운   북풍이 흰구름 몰아가는데
萬里渡河汾   만리도하분   만리타향에서 황하 건너고 분하를 건너네
心緖逢搖落   심서봉요락   잎이 지는 계절에 얽혀드는 생각들
秋聲不可聞   추성부가문   가을 그 소리 차마 못 들을레라


402 宿雲門寺閣  숙운문사각   운문사에서 묵으며
     孫적  손적 696~761  

香閣東山下   향각동산하   동쪽 산 아래에 있는 雲門寺
煙花象外幽   연화상외유   안개속 꽃, 세상 밖의 그윽한 멋이라오  
懸燈千장夕   현등천장석   온 산에 저녁이 되면 등불 내달리고
卷만五湖秋   권만오호추   五湖에 가을오면 휘장을 걷네

畵壁餘鴻雁   화벽여홍안   화려한 벽 그림에는 기러기가 여유롭고 
紗窓宿斗牛   사창숙두우   비단 창문엔 북두성과 견우성이 잠들어 있소  

更疑天路近   갱의천로근   이곳이 하늘 가까운 길 아닌가 하여  夢與白雲遊   몽여백운유   나 꿈에 흰 구름과 놀았소


403  赴京  부경   서울에 들어서니
     宋時烈   송시열 1607~1689

綠水喧如怒   녹수훤여노   시냇물은 성난 듯 콸콸 쏟아지는데
靑山?似嚬   청산묵사빈   청산은 말이 없이 침묵을 지키네
靜觀山水意   정관산수의   산과 물의 갸륵한 뜻 곰곰이 생각하니
嫌我向風塵   혐아향풍진   풍진에 몸 더럽힘이 안타까와 하노라


404  金剛山   금강산
     宋時烈   송시열 1607~1689

山與雲俱白   산여운구백   산과 구름 모두 다 희고 희거니
雲山不辨容   운산부변용   구름인지 산인지 분간 못하네
雲歸山獨立   은귀산독립   구름 가자 산만이 홀로 섰구나
一萬二千峯   일만이천봉   일만이야 이천봉 금강이라네

405 望月  망월   달을 바라보며
    宋翼弼  송익필 1534~1599

未圓常恨就圓遲   미원상한취원지   둥글지 않았을 때 항상 더딤을 한스러워 했는데 
圓後如何易就虧   원후여하역취휴   둥근 뒤 어찌 이리 쉬 이그러지는고
三十夜中圓一夜   삼비야중원일야   서른 밤, 둥근날은 단 하루 뿐
世間萬事摠如斯   세간만사총여사   세상 만사 모두가 이와 같은 걸


406 山中  산중    산속에서
   宋翼弼   송익필 1534 ~ 1599

獨對千峯盡日眠   독대천봉진일면   일천 봉우리 마주하여 졸음에 해 지는데
夕嵐和雨下簾前   석람화우하렴전   저녁 산 으스름이 비를 안고 내려오네
耳邊無語何曾洗   이변무어하증세   세속 잡설 안 들리니 귀 씻을 일 무엇이랴
靑鹿來遊飮碧泉   청록래유음벽천   푸른 사슴 노닐면서 맑은 샘물 마신다네


407 人生無常   인생무상
    宋翼弼   송익필 1534~1599  

繁花飄落一溪紅   번화표락일계홍   낙화는 펄펄 시냇물이 붉으래  白鳥雙飛錦繡中   백조쌍비금수중   백조는 쌍쌍이 비단강산을 날으네 
醉客無心尋道士   취객무심심도사   취객이 무심코 도사를 찾아갈 때  小舟浮在去來風   소주부재거래풍   작은 배 물에 떠서 바람따라 가고 있네

 
408 山雪  산설    산에 내린 눈
   宋翼弼   송익필 1534~1599  

連宵寒雪壓層臺   연소한설압층대   몇 밤을 찬 눈이 내려 다락집을 누르고
僧在他山宿未廻   승재타산숙미회   스님은 다른 산에 가 자고 아직 돌아오지 않네
小閣殘燈靈?靜   소각잔등영뢰정   작은 누각엔 등잔불 희미하고 바람소리 고요한데
獨看明月過松來   독간명월과송래   홀로 밝은 달 바라보며 솔밭을 지나온다


409 서흥의 오운산사에 묵으며
    宋翼弼  송익필 1534~1599 

仙境遺塵跡   선경유진적   좋은 경치에서 세상일 잊어버리고
초초鎖玉?   초초쇄옥경   아득히 먼 곳에서 옥 빗장 걸어두네

沈吟秋欲老   침음추욕로   고요히 읊조리니 가을은 깊어가고
高臥醉初醒   고와취초성   숨어 편안히 살며 취하여 술이 깨네

流水無留響   유수무류향   흐르는 물은 소리를 내지 않고
閒雲不定形   한운부정형   한가한 구름은 일정한 모양이 없네

道心隨鶴去   도심수학거   도를 따르려는 마음은 학을 따라 떠나
天遠入冥冥   천원입명명   하늘 머리 아득한 곳으로 들어가네


410  春晝獨坐  춘주독좌    봄날 낮에 홀로 앉아
    宋翼弼   송익필 1534~1599

晝永鳥無聲   주영조무성   날은 길어 새소리 자취 없고    
雨餘山更淸   우여산갱청   비 갠 뒤, 산은 더욱 푸르구나 

事稀知道泰   사희지도태   할 일이 적으니 道가 큼을 알겠고
居靜覺心明   거정각심명   고요히 사노라니 마음 밝음 깨닫노라  
日午千花正   일오천화정   한낮에 뭇 꽃들 피어나고    
池淸萬象形   지청만상형   맑은 못물에는 온갖 사물 다 비친다 

從來言語淺   종래언어천   종래 언어는 가난하여  
?識此間情   묵식차간정   이 깊은 맛 말없이 알겠노라


411  足不足  족불족    만족과 불만
     宋翼弼   송익필 1534~1599

君子如何長自足   군자여하장자족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족하며
小人如何長不足   소인여하장부족   소인은 어찌하여 늘 족하지 아니한가
不足之足每有餘   부족지족매유여   부족하나 만족하면 늘 남음이 있고
足而不足常不足   족이부족상부족   족한데도 부족타 하면 언제나 부족하네

樂在有餘無不足   낙재유여무부족   즐거움이 넉넉함에 있으면 족하지 않음 없지만
憂在不足何時足   우재부족하시족   근심이 부족함에 있으면 언제나 만족할까
安時處順更何憂   안시처순갱하우   때에 맞춰 순리로 살면 또 무엇을 근심하리
怨天尤人悲不足   원천우인비부족   하늘을 원망하고 남 탓해도 슬픔은 끝이 없네

求在我者無不足   구재아자무부족   내게 있는 것을 구하면 족하지 않음이 없지만
求在外者何能足   구재외자하능족   밖에 있는 것을 구하면 어찌 능히 만족하리
一瓢之水樂有餘   일표지수낙유여   한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음이 있고
萬錢之羞憂不足   만전지수우부족   만금의 진수성찬으로도 근심은 끝이 없네

古今至樂在知足   고금지락재지족   古今의 지극한 즐거움은 족함을 앎에 있나니
天下大患在不足   천하대환재부족   천하의 큰 근심은 족함을 알지 못함에 있도다
二世高枕望夷宮   이세고침망이궁   秦 二世가 望夷宮서 베게 높이 했을 젠
擬盡吾年猶不足   의진오년유부족   죽을 때까지 즐겨도 충분할 줄 알았지

唐宗路窮馬嵬坡   당종노궁마외파   唐 玄宗이 馬嵬坡에서 길이 막히었을 때
謂卜他生曾未足   위복타생증미족   다른 삶을 산다해도 족하지 않으리라 말했네
匹夫一抱知足樂   필부일포지족락   필부의 한 아름도 족함 알면 즐겁고
王公富貴還不足   왕공부귀환부족   왕공의 부귀도 외려 부족 하다오

天子一坐知不足   천자일좌지부족   天子의 한 자리도 족한 것은 아닐진데
匹夫之貧羨其足   필부지빈선기족   필부의 가난은 그 족함 부러워라
不足與足皆在己   부족여족개자기   부족함과 족함은 모두 내게 달렸으니
外物焉爲足不足   외물언위족부족   외물이 어찌하여 족함과 부족함이 되리오

吾年七十臥窮谷   오년칠십와궁곡   내 나이 일흔에 窮谷에 누웠자니
人謂不足吾則足   인위부족오즉족   남들야 부족타 해도 나는야 족해
朝看萬峯生白雲   조간만봉생자운   아침에 만 봉우리에서 흰 구름 피어남 보노라면
自去自來高致足   자거자래고치족   절로 갔다 절로 오는 높은 운치가 족하고
 
暮看滄海吐明月   모간창해토명월   저물녁 엔 푸른 바다 밝은   달 토함을 보면
浩浩金波眼界足   호호금파안계족   끝없는 금물결에 眼界가 족하도다
春有梅花秋有菊   춘유해화추유국   봄에는 매화 있고 가을엔 국화 있어
代謝無窮幽興足   대사무궁유흥족   피고 짐이 끝없으니 그윽한 흥취가 족하고

一床經書道味深   일상경서도미심   책상 가득 經書엔 道의 맛이 깊어 있어
尙友千古師友足   상유만고사우족   千古를 벗삼으니 스승과 벗이 족하네
德比先賢雖不足   덕비선현수부족   德은 선현에 비해 비록 부족하지만
白髮滿頭年紀足   백발만두년기족   머리 가득 흰 머리털, 나이는 족하도다

同吾所樂信有時   동요소락신유시   내 즐길 바 함께 함에 진실로 때가 있어
卷藏于身樂已足   권장우신낙이족   몸에 책을 간직하니 즐거움이 족하도다
俯仰天地能自在   부양천지능자개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아 능히 자재로우니
天之待我亦云足   천지대아역운족   하늘도 나를 보고 족하다고 하겠지


412 偶吟  우음   그냥 읊다
    宋翰弼(朝鮮)  송한필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간 밤 비 맞고서 꽃을 피우곤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슬프다 한해 봄날의 일이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비 바람 가운데서 오고 가노니


413 雨後惜落花  우후석낙화   비온 뒤 떨어진 꽃을 안타까워하      며
    宋翰弼(朝鮮)  송한필

白白紅紅數朶花   백백홍홍수타화   희디 희고 붉디 붉은 꽃가지들 휘늘어져
春歸粧點老人家   춘귀장점노인가   가는 봄에 촌로의 집을 잎잎이 단장했네
狂風急雨無情思   광풍급우무정사   미친 바람 급한 비는 무정하기도 무정할사
一半朝來減却華   일반조래감각화   아침 반나절에 화려한 꽃빛 수구려져 버렸네


414 淸風明月을 가지고 다닌다더니
    修翁華嚴  수옹화엄스님

這一交這一交     저일교저일교     이 한 번의 곤두박질,이 한 번의 곤두박질!
萬兩黃金也合消   만양황금야합소   만냥 황금을 쓴다해도 괜찮지
頭上笠腰下包     두상립요하포     머리 위에는 삿갓, 허리춤에는 보따리
淸風明月杖頭酪   청풍명월장두낙   청풍 명월이 지팡이 끝에 걸렸네


415 宿彌勒堂  숙미륵당    미륵당에서 머물며
    申光洙   신광수 1712~1775

天寒宿古店   천한숙고점   찬 날씨에 옛 주막서 묵어 자려니
歸客夜心孤   귀객야심고   나그네 밤중 마음 더욱 외롭다

滅燭窓明雪   멸촉창명설   촛불 꺼도 창밖은 눈 빛 환하고
燃茶枕近爐   연다침근로   머리말 화로에선 차 끓는 소리

深更知력馬   심경지력마   마구간 말굽 소리 밤 깊음 알고
細事聞鄕奴   세사문향노   세상일은 하인에게 물어 듣노라

月落鷄鳴後   월락계명후   달 치고 첫닭이 소리쳐 운 뒤
悠悠又上途   유유우상도   유유히 다시금 길에 오른다

 
416 崍口所見    래구소견   
   申光洙   신광수 1712~1775

靑裙女出木花田   청군여출목화전   푸른 치마 입은 여자, 목화밭을 나와
見客回身立路邊   견객회신립로변   客을 보고, 몸을 돌려 길가에 서있네
白犬遠隨黃犬去   백견원수황견거   흰 개는 멀리, 누런 개 따라 가다가
雙還更走主人前   쌍환갱주주인전   짝 지어 다시, 다시 주인 앞으로 달려오네

 
417 投宿山寺  투숙산사   산사에 머물며
    申光漢   신광한 1484~1555

少年常愛山家靜   소년상애산가정   젊은 날엔 산집의 고요함이 좋아서
多在禪窓讀古經   다재선창독고경   禪窓에서 옛 경전을 많이도 읽었었네
白髮偶然重到此   백발우연중도차   흰 머리로 우연히 다시 이곳 이르니
佛前依舊一燈靑   불전의구일등청   불전엔 그때처럼 등불 하나 푸르구나 

 
418 偶吟  우음   그냥 읊다
    辛夢參   신몽삼 1648~1711

心有是非知己反   심유시비지기우   내 자신 옳고 그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口無長短及人家   구무장단급인가   남의 장단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아야지
消除惡念霜前葉   소제악념상전엽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나쁜 생각 떨어내고
培養善端雨後茅   배양선단우후모   비온 뒤에 띠 자라듯 착한 마음 길러야지


419 踰大關領望親庭  유대관령망친정    대관령을 넘어 친정을       바라봄
     申師任堂(朝鮮) 신사임당 1504~1551

慈親鶴髮在臨瀛   자친학발재림영  그리운 어버이는 백발로 臨瀛에 계시고
身向長安獨去情   신향장안독거정  내 몸은 서울을 향해 그리운 홀로 땅을 떠난다
回首北坪時一望   회수북평시일망  돌아보고 북쪽 산마을을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   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이 날아가는 아래 해지는 산이 푸르도다

420 思親  사친    어머니 생각
    申師任堂(朝鮮) 신사임당 1504~1551

千里家山萬疊峰   천리가산만첩봉   천리 머나먼 친정은 첩첩 산봉우리로 가로막혀 있고
歸心長在夢魂中   귀심장재몽혼중   친정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꿈 속에 있네

寒松亭畔雙輪月   한송정반쌍윤월   寒松亭 호반에는 두개의 달이 떠있네
鏡浦臺前一陳風   경포대전일진풍   鏡浦臺 앞에는 한무리 바람이 일어나는데

沙上白鷗恒聚散   사상백구항취산   모래밭의 흰갈매기는 항상 모였다가 흩어지고
波頭魚艇每西東   파두어정매서동   부두의 고깃배들은 매양 西와 東으로 가는데

何時重踏臨瀛路   하시중답임영로   나는 어느 때 다시 臨瀛땅을 밟을까
綵舞斑衣膝下縫   채무반의슬하봉   어머님 슬하에서 색동옷 입고 춤 추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까


421 寄權正卿  기권정경    권정경에게
   申叔舟   신숙주 1417~1475

得閑因病久   득한인병구   오랜 병으로 한가함 얻어
空歎綠陰低   공탄록음저   공연히 녹음이 낮아졌다 탄식하네
黃鳥催人起   황조최인기   꾀고리 나 일어나라 재촉하니
東園數日啼   동원수일제   동산에 몇 일간을 울고 있다네


422 秋史에게  
    申緯(朝鮮)  신위 1769~1847

昭代參容播正聲   소대참용파정성   태평 시대 넉넉히 바른 소리 전하고
蒐羅揚抱有深情   수라양포유심정   온갖 자료 모아서 어루만지며 깊은 정 품었도다 
吾今倦矣論英雋   오금권의론영준   나 이제 영웅호걸 논하는 것 권태로와
煮酒靑梅屬後生   자주청매속후생   푸른 매실 술 데우는 일 후세에게 맡긴다네

 
423 贈卞僧愛  증변승애    卞僧愛에게
    申緯(朝鮮)  신위 1769~1847

澹掃蛾眉白苧衫   담소아미백저삼    흰 모시 적삼입고,눈썹 곱게 단장하고서  
訴衷情話燕니남   소충정화연니남   마음 속 정스런 말, 소근소근 얘기하네  
佳人莫問郞年歲   가인막문랑년세   佳人이여 내 나이를 묻지 마오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전이십삼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424 朴淵瀑布   박연폭포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一派長天噴壑壟   일파장천분학롱   한 줄기 물이 내같이 구렁에 떨어질 때
龍湫百인水叢叢   용추백인수총총   용추의 백인의 물은 용솟음 치네

 
飛泉倒瀉疑銀漢   비천도사의은한   폭포수는 은하수가 쏟아지듯
怒瀑橫垂宛白虹   노폭횡수완백홍   그 폭포 옆에는 흰 무지개 섰구나

 
雹亂霆馳彌洞府   박난정치미동부   물방울이 洞府에 떨어지면
珠聳玉碎徹晴空   주용옥쇄철청공   구슬같이 방울방울 창공에 빛나네

 
遊人莫道廬山勝   유인막도려산승   나그네여, 여산의 폭포만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   수식천마관해동   이 천마산이야말로 해동의 제일일세

 
425 奉別蘇判書世讓   봉별소판서세양    소판서 세양을 보내며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月下庭梧盡    월하정오진    달빛어린 뜰에는 오동잎 지고
霜中夜菊黃    상중야국황    서리맞은 들국화 노랗게 피었네

 
樓高天一尺    루고천일척    누대는 높고 높아 하늘에 닿을듯
人醉酒千觴    인취주천상    오가는 술잔은 취해도 끝이 없네

 
流水和琴冷    류수화금랭    흐르는 물소리는 거문고 가락에 싸늘하고
梅花入笛香    매화입적향    매화는 피리곡조에 젖어 향기로와라

 
明朝相別後    명조상별후    내일 아침 눈물지며 이별한 뒤에
情與碧派長    정여벽파장    그리운 정은 강물되어 이어지리라


426 半月    반달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누가 곤륜산의 玉을 잘라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었는가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가신 님(牽牛) 그리움에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愁心 푸른 허공에 던졌다네

 

427 靑山裡 碧溪水   청산리 벽계수   푸른산속 푸른 시냇물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靑山裡碧溪水      청산리벽계수      청산리  벽계수야
莫誇易移去        막과이이거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不復還   일도창해부복환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明月滿空山        명월만공산        명월이 만공산 하니
暫休且去若何      잠휴저거이약하    잠시 쉬어 간들 어떠하리

 
푸른산은 나의 뜻이요. 흐르는 물은 님의 정인데
녹수는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리가 있단 말인가
흐르는 물도 푸른 산을 못 잊어 울면서 흐르네.

 
428 相思夢   상사몽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그대 그리는 심정은 간절하나 꿈에서 밖에 볼 수 없어
농訪歡時歡訪농   농방환시환방농   내가 님을 찾아 떠났을 때에 님은 나를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오가는 그 길에서  우리 함께 만나기를


429  松都   송도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雪中前朝色   설중전조색   눈오는 날은 전조의 모습이요
寒鐘故國聲   한종고국성   차가운 종은 고국의 그 소리다
南樓愁獨立   남루수독립   시름하여 남루에 홀로 섰나니
殘廓暮烟香   잔곽모연향   남은 성터에 저녁 연기 내음이라


430 別金慶元   별김경원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三世金緣成燕尾   삼세금연성연미   삼 세의 굳은 인연 금슬 좋은 짝이 되니
此中生死兩心知   차중생사양심지   이 가운데 생사는 두 마음만 알리로다
楊州芳約吾無負   양주방약오무부   양주의 꽃다운 언약 내 아니 저버렸는데
恐子還如杜牧之   공자환여두목지   도리어   그대가 두목 같을까 두려울 뿐

 
431 滿月臺懷古     만월대회고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古寺蕭然傍御溝   고사소연방어구   옛 절 소연하게 어구 곁에 있는데
夕陽喬木使人愁   석양교목사인수   교목에 석양이 비끼면 옛 근심 솟아나네

 
煙霞冷落殘僧夢   연하냉락잔승몽   연하는 남은 승에게 쓸쓸히 보이고
歲月觴嶸破塔頭   세월쟁영파탑두   세월은 빛나 파탑 위에 비치었구나

 
黃鳳羽歸飛鳥雀   황봉우귀비조작   봉황새 어디 가고 잡새들 만 오락가락
杜鵑花落牧羊牛   두견화락목양우   두견화 진 곳에는 소와 양이 풀을 뜯네

 
神松憶得繁華日   신송억득번화일   옛 솔에 번화롭던 그날이 생각나니
豈意如今春似秋   기의여금춘사추   어찌 알았으랴 지금 이 봄이 가을인 듯한 것을


432 小柏舟   소백주   조그만 잣 배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汎彼中流小柏舟   범피중류소백주   저 강 복판에 떠 있던 조그만 잣나무 배
幾年閑盛碧波頭   기년한성벽파두   몇 해나 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였던고
後人若問誰先渡   후인약문수선도   누가 먼저 건넜느냐 사람들이 묻는다면
武兼全萬戶侯   문무겸전만호후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


433白雲  백운   흰 구름
  黃廷彧    황정욱 1532~1607

 
世間榮辱진悠悠   세간영욕진유유   세간의 영욕이야 모두다 아득커니
何處藏身可自由   하처장신가자유   어디에 몸 숨긴들 자유로울 수 있나
只合任他牛馬我   지합임타우마아   소와 말로 날 부려도 맡겨둠이 마땅하리
蒼空來往白雲浮   창공래왕백운부   흰 구름처럼 떠서 푸른 하늘 오가리니

  

434 絶命詩 1    절명시
    黃玹   황현 1855~1910

 
亂離滾到白頭年   난리곤도백두년   난리에 휩쓸려버린 머리털 허연 나이 
幾合捐生却未然   기합연생각미연   몇 번이고 죽어야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今日眞成無可奈   금일진성무가내   참으로 어찌할수 없는 오늘
輝輝風燭照蒼天   휘휘풍촉조창천   가물거리는 촛불이 푸른 하늘 비추는구나

絶命詩 2    절명시

妖분掩?帝星移   요분엄예제성이   요망한 기운에 가려 임금자리 옮겨지더니
九闕沈沈晝漏遲   구궐침침주루지   구중 궁궐 침침하게 낮 시간이 더디구나
詔勅從今無復有   조칙종금무부유   조칙도 이제 다시는 나오지 않을테니 
琳琅一紙淚千絲   임랑일지루천사   아름다운 한 장 종이에 천 줄기 눈물 흐른다

 
絶命詩 3    절명시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새와 짐승도 슬피울고 산천도 찡그리고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이 세상이 침몰해 버렸도다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에 책을 덮고 지난 역사 돌이켜보니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세상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어렵구나

 
絶命詩 4    절명시

曾無支厦半椽功   증무지하반연공   일찍이 나라 위해 한 일,조금도 없는 내가
只是成仁不是忠   지시성인불시충   다만 忠이 아니라, 내 죽음 仁을 이루는 것이요 
止竟僅能追尹穀   지경근능추윤곡   겨우 송나라의 尹穀처럼 자결할 뿐
當時愧不섭陳東   당시괴불섭진동   송나라 陳東처럼 의병을 일으키지 못한것이 부끄럽도다

 

435 老客婦怨   노객부원      늙은 나그네 아낙의 원망
     許筠   허균 1569~1618

東州城西寒日훈   동주성서한일훈   동주성 서쪽, 차가운 해 뉘엿뉘엿
寶蓋山高帶夕雲   보개산고대석운   우뚝한 보개산이 저녁 구름 감싸 있다
파然老의衣藍縷   파연로구의남루   머리 허옇게 센 늙은 할미, 남루한 옷차림
迎客出屋開柴戶   영객출옥개시호   손님 맞아 방을 나와 사립문을 열어준다

 
自言京城老客婦   자언경성로객부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 늙은 나그네 아낙
流離破産依客土   류리파산의객토   파산하여 떠돌다가 객지에 사는 신세가 되었다오
頃者倭奴陷洛陽   경자왜노함락양   저 지난날 왜놈들이 서울을 함락시켜
提携一子隨姑郞   제휴일자수고랑   외 아들 손에 잡고 시어머니와 남편 따라

 
重跡百舍竄窮谷   중적백사찬궁곡   삼백리 길 걷고 걸어 깊은 골에 숨어왔소
夜出求食晝潛伏   야출구식주잠복   밤에 나와 밥을 빌고 낮에는 숨어 살았소
姑老得病郞負行   고로득병랑부행   시모 늙어 병을 얻어 남편이 업고 가니
蹠穿쟁山不遑息   척천쟁산불황식   험한 산길에 발바닥이 다 뚫어져도 쉴지도 못했소

 
是時天雨夜深黑   시시천우야심흑   이런 때, 비는 내려 밤이 더욱 캄캄하니
坑滑足酸顚不測   갱활족산전불측   길 미끄럽고 다리 시러워 언제 넘어질지 몰랐소
揮刀二賊從何來   휘도이적종하래   칼 휘두르는 두 왜적은 어디서 왔는지
闖暗섭종如相猜   틈암섭종여상시   어둠 속에 머리 내밀며 서로 다투어 뒤를 밟아

 
怒刃劈두두四裂   노인벽두두사렬   성난 칼날 목을 갈라서 목이 찢어졌소이다
子母倂命流원血   자모병명류원혈   어미와 아들 다 죽어 원한의 피 흐르고
我설幼兒伏林藪   아설유아복림수   나는 어린아이를 끌고 덤불 속에 엎드렸소

兒啼賊覺驅將去   아제적각구장거   아이 울음에 들켜 잡혀가고 말았으니

 
只餘一身脫虎口   지여일신탈호구   내 한 몸 겨우 남아 호랑이 굴을 벗어났지만
蒼黃不敢高聲語   창황불감고성어   허둥지둥 경황없어 소리 높여 말조차 못했소
明朝來視二骸遺   명조래시이해유   다음 날 아침 와서 보니 두 시체 버려져
不辨姑屍與郞屍   불변고시여랑시   시모인지 남편인지 분간할 길 없었다오

 
烏鳶啄腸狗교격   오연탁장구교격   솔개와 까마귀 창자 쪼고, 들개는 살 뜯으니
라리欲掩憑伊誰   라리욕엄빙이수   삼태기와 흙수레로 덮어가리려해도 누가 도와주랴
辛勤掘得三尺담   신근굴득삼척담   석 자 깊이 구덩이를 천신만고로 겨우 파서
手拾殘骨閉幽坎   수습잔골폐유감   남은 뼈골 손수 모아 봉토하고 나니

 
경경隻影終何歸   경경척영종하귀   의지 없는 외그림자 끝내는 어디로 돌아갈까
隣婦哀憐許相依   린부애련허상의   이웃 아낙 슬피 여겨 함께 살자 하여
遂從店裏躬井臼   수종점리궁정구   이 주막에 더부살이 방아 찧고 물 길렀소
궤以殘飯衣弊衣   궤이잔반의폐의   남은 밥 먹여 주고 낡은 옷 입혀 주어

 
勞筋煎慮十二年   로근전려십이년   지치고 마음졸이기 열두 해가 되었다오
面려髮禿腰脚頑   면려발독요각완   주름진 얼굴, 듬성머리, 허리도 다리도 뻐근한데
近者京城消息傳   근자경성소식전   근자에 서울 소식 드문드문 들려왔소
孤兒賊中幸生還   고아적중행생환   내 불쌍한 아이는 적중에서 다행히도 살아나와

 
投入宮家作蒼頭   투입궁가작창두   대궐에 투숙하여 창두가 되었다 하오
餘帛在사균倉稠   여백재사균창조   옷장에는 남은 비단, 창고에는 곡식 가득하니
娶婦作舍生計足   취부작사생계족   장가들고 집 마련하여 생계가 풍족하다 하나
不念阿孃客他州   불념아양객타주   타관살이 나그네 처지 제 어미께 생각 못하니

 
生兒成長不得力   생아성장불득력   낳은 아들 성장해도 그 덕을 보지 못하오
念之中宵涕橫臆   념지중소체횡억   생각할수록 한밤중에 눈물이 가슴 적시고
我形已췌兒已壯   아형이췌아이장   내 꼴은 다 시들고 아들은 이미 장년이 되었소
縱使相逢거相識   종사상봉거상식   설사 서로 만나더라도 알아볼 리 있을까

 
老身溝壑不足言   로신구학불족언   늙은 몸 구렁에 버려지는 건 더 말할 나위 없거니
得汝酒요父墳   안득여주요부분   너의 술이라도 얻어 아비 묘에 올려볼 수 없겠는가
嗚呼何代無亂離   오호하대무란리   아 슬프구나, 어느 시대인들 난리야 없으랴만
未若妾身之抱원   미약첩신지포원   이 못난 여편네가 품은 원한은 아직도 없었으리라

 
436 成佛庵   성불암
    許筠   허균 1569~1618

深樹僧房小   심수승방소   울창한 숲에 승방은 작고
層巒石路分   층만석로분  층층 둘러싼 산에 돌길이 나뉘어 있네

 
中宵初見月   중소초견월   밤이 깊어서야 달을 보았는데
滄海闊無雲   창해활무운   넓은 바다는 활짝 트여 구름 한점 없네

 
香氣諸天降   향기제천강   향기는 하늘에서 내려오지만
鐘聲下界聞   종성하계문   종소리는 땅에서 들리어오네

 
冷然人境外   냉연인경외   시원하다, 인간 밖 세상이라
不恨久離群   불한구리군   사람들과 오래 떨어진 것이 한스럽지 않네


437  摩訶衍   마하연 
    許筠   허균 1569~1618

 
寶刹排雲上   보찰배운상   절이 구름을 밀치고 솟아
珠宮奪日鮮   주궁탈일선   집은 햇빛을 받아 곱기도 하다

 
經函明貝葉   경함명패엽   경전함에는 貝葉鏡이 빛나고
爐燼郁煎檀   노신욱전단   화로에는 전단향이 그윽하다

 
僧侶參禪坐   승려참선좌   승려는 참선에 들고
吾仍借榻眠   오잉차탑면   나는 걸상을 빌려 잠이 들었다

 
夜란風뢰發   야란풍뢰발   밤이 이슥해지자 바람소리 들리고
笙鶴下三天   생학하삼천   신선의 학이 세상으로 내려오네


438  移小桃用惜落花韻 이소도용석낙화운  앵두나무 옮겨심다          떨어지는 꽃을 아쉬워하며
       許筠  허균 1569~1618

淺植幽厓奈爾何   천식유애내이하   그윽한 언덕 살포시 묻힌 네 신세를 어이할까
孤根無路近陽和   고근무로근양화   외로운 뿌리는 따뜻한 빛을 가까이 할 길이 없구나
移栽隙地勤封護   이재극지근봉호   틈새 땅에 옮겨 심어 부지런히 북돋아주니
爲待朱明結子多   위대주명결자다   여름철을 기다려 열매 많이 맺기 위함이라오


439 貧女吟  빈녀음   가난한 여인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豈是乏容色   개시핍용색   이 얼굴 박색은 아닌 듯 하고
工鍼復工織   공침부공직   바느질 길 쌈 베도 솜씨 있건만
少小長寒門   소소장한문   가난한 집 태어나 자란 탓으로
良媒不相識   양매부상식   매파도 발끊고 몰라라 하네

 
不帶寒饑色   부대한기색   추위에 주려도 내색치 않고
盡日當窓織   진일당창직   진종일 창가에서 베를 짜나니
惟有父母憐   유유부모연   부모님 안쓰럽다 여기시지만
四隣何曾識   사린하증식   이웃이야 이내심사 어이 아리요

 
夜久織未休   야구직미휴   밤 깊어도 베틀에 쉬지도 않고
軋軋鳴寒機   알알명한기   찰칵찰칵 차가운 베틀소리에
機中一匹練   기중일필연   짜여 가는 이 한 필의 고운 비단
終作阿誰衣   종작아수의   필경 어느 규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가위 잡고 삭독삭독 옷 마를 제면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밤도 차라 열 손끝이 곱아드는데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시집갈 옷 삵 바느질 쉴 새 없건만
年年還獨宿   연연환독숙   해마다 독수공방 면할 길 없네

 

440 暮春  모춘    늦봄에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煙鎖瑤空鶴未歸   연쇄요공학미귀   안개는 공중에 자욱한데 학은 돌아오지 않고
桂花陰裏閉珠扉   계화음리폐주비   계수 꽃 그늘 속에 구슬 문은 닫혔네
溪頭盡日神靈雨   계두진일신령우   시냇가는 온종일 신령스런 비만 내리고
滿地香雲濕不飛   만지향운습불비   땅에 가득한 구름은 젖어서 날지 못하네

 

441 采蓮曲  채련곡   연꽃을 따는 노래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蓮花深處繫蘭舟   련화심처계란주  연꽃 피는 깊은 곳에 란초 배를 매놓고서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당신보고 물 건너서 연꽃을 던졌는데
或被人知半日羞   혹피인지반일수  혹시 남이 봤을가봐 반나절 부끄럽네

442 哭子     곡자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哀哀廣陵土   애애광릉토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蕭蕭白楊風   소소백양풍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鬼火明松楸   귀화명송추   도깨비불  숲 속에서 번쩍인다

 
紙錢招汝魂   지전초여혼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玄酒存汝丘   현주존여구   너희 무덤에 술잔을 따르네

 
應知第兄魂   응지제형혼   아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夜夜相追遊   야야상추유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으리

 
縱有服中孩   종유복중해   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
安可糞長成   안가분장성   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리오

 
浪吟黃坮詞   낭음황대사   황대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血泣悲呑聲   혈읍비탄성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443 閨怨   규원    여자의 恨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月樓秋盡玉屛空   월루추진옥병공   달빛 비친 망루에 가을이 다하니, 옥병이 쓸쓸하고 
霜打蘆洲下暮鴻   상타노주하모홍   서리 내린 갈대 밭, 늙은 기러기 내려앉는다 
瑤瑟一彈心不見   요슬일탄심불견   아름다운 거문고 한번 타도 그 마음은 볼 수 없고 
藕花零落野塘中   우화영락야당중   문 밖의 연못엔, 연꽃이 가랑비와 땅에 떨어진다


444  春雨  춘우     봄비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봄비 가만히 서쪽 못에 내리고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가벼운 추위, 장막 속에 스며드네
愁依小屛風   수의소병풍   근심을 작은 병풍에 의지하니  
薔頭杏花落   장두행화락   장미꽃 근처에 살구꽃 떨어지네

 
445 寄夫江舍讀書  기부강사독서   강사에서 글 읽는 낭군에게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燕掠士첨兩兩飛    연약사첨양량비   제비는 비낀 처마 스쳐 둘씩 나는데
落花僚亂撲羅衣    낙화요란박라의   지는 꽃만 어지러이 비단옷을 칩니다
洞房極目傷春意    동방극목상춘의   심방에서 시선 끝까지 봄을 아파하는 뜻은
草綠江南人未歸    초록강남인미귀   江南에 풀 푸른데, 님은 돌아오지 않네

446 無可無不可吟  무가무불가음   옳은 것도 없으며 옳지 않은      것도 없나니
    許穆   허목 1595~1682

 
一往一來有常數   일왕일래유상수   한번 오고 한번 가는 것이 진리이나니
萬殊初無分物我   만수초무분물아   온갖 사물 처음에 무에서 사물과 나로 나누어진다네
此事此心皆此理   차사차심개차리   이 일, 이 마음도 다 이러한 이치일진대
孰爲無可孰爲可   숙위무가숙위가   무엇이 옳으며 옳지 않다 하리요

 
447 宿上雲庵  숙상운암   구름위 암자에서 잠들다
    虛應堂   허응당  ? ~1565

 
春山無伴獨尋幽   춘산무반독심유  친구 없이 홀로 봄 산 깊숙히 찾으니
挾路桃花츤杖頭   협로도화츤장두   길가의 복사꽃 지팡이에 스치네
一宿上雲疎雨夜   일숙상운소우야   부슬비 내리는 밤 구름 위 잠을 청하니
禪心詩想兩悠悠   선심시상우수수   선의 마음, 시 생각 아슬하구나

 
448 자護寺樓  자호사루    자호사 누각에서
     許洪材   허홍재

 
早起獨登樓   조기독등루   일찍 일어나 홀로 누각에 오르니
悠然八月秋   유연팔월추   무르익은 팔월 가을이네

 
白煙橫野外   백연횡야외   흰 연기 들판에 끼어있고
紅日上峰頭   홍일상봉두   붉은 해는 산봉우리 위에 떠있네

 
客路風霜冷   객로풍상냉   나그네 길, 바람과 서리에 차가운데
僧軒花木幽   승헌화목유   절간의 꽃과 나무 가득하네

 
一준開笑語   일준개소어   한잔 술에 웃음띤 말소리 나오니
消遣利名愁   소견이명수   세상의 명리,근심이 사라진다


449 慈仁寺荷花池  자인사하화지   자인사 하화지에서
    何紹基   하소기 1799~1873

坐看倒影浸天河   좌간도영침천하   앉아서 보니 연꽃 그림자 은하수에 잠겨 있고
風過欄干水不波   풍과난간수불파   난간 위로 부는 바람에도 물결조차 없다
想見夜深人散後   상견야심인산후   밤 깊어 사람들 흩어진 후 바라보니
滿湖螢火比星多   만호형화비성다   연못 가득한 반딧불이 별보다도 더 많네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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