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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含閒 2008. 10. 1. 10:38
601 花下醉   화하취   꽃밭에서 취하여
   李商隱(唐) 이상은 812~858

 
尋芳不覺醉流霞   심방부각취류하    꽃 찾아 나섰다가 나도 몰래 流霞에 취하여
依樹沈眠日已斜   의수심면일이사    나무에 기대어 잠이 든 사이 해가 저물었네
客散酒醒深夜後   객산주성심야후    손님 다 가고 술 깨고 보니 오밤중
更持紅燭賞殘花   갱지홍촉상잔화    다시 촛불 밝혀 남은 꽃 구경하였네.

 
602 無題       무제
    李商隱(唐) 이상은 812~858

 
八歲偸照鏡   팔세투조경   여덟 살 때 거울을 몰래 들여다보고
長眉已能畵   장미이능화   눈썹을 길게 그렸지요

十歲去踏靑   십세거답청   열 살 때 나물 캐러 다니는 게 좋았어요
芙蓉作裙차   부용작군차   연꽃 수 놓은 치마를 입고

 
十二學彈箏   십이학탄쟁   열 두 살 때 거문고를 배웠어요
銀甲不能사   은갑부능사   은갑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요

 
十四藏六親   십사장육친   열 네살 때 곧잘 부모 뒤에 숨었어요
懸知猶未嫁   현지유미가   남자들이 왜 그런지 부끄러워서

 
十五泣春風   십오읍춘풍   열 다섯 살 때 봄이 까닭없이 슬펐어요
背面秋韆下   배면추천하   그래서 그넷줄 잡은 채 얼굴 돌려 울었지요

 

603 無題  무제     제목 없음
    李商隱(唐) 이상은 812~858

 
相見時難別亦難   상견시난별역난   어렵게 만났다 헤어지긴 더 어려워
東風無力百花殘   동풍무력백화잔   시들어 지는 꽃을 바람인들 어이하리

 
春蠶到死絲方盡   춘잠도사사방진   봄 누에는 죽기까지 실을 뽑고
蠟炬成恢淚始乾   납거성회누시건   초는 재 되어야 눈물이 마른다네

 
曉鏡但愁雲빈改   효경단수운빈개   아침 거울 앞에 변한 머리 한숨 짓고
夜吟應覺月光寒   야음응각월광한   잠 못 이뤄 시 읊는 밤 달빛은 차리

 
蓬山此去無多路   봉산차거무다로   봉래산은 여기서 멀지 않으니
靑鳥殷勤爲探看   청조은근위탐간   파랑새야 살며시 가보고 오렴


604  早起  조기    일찍 일어나서
    李商隱(唐)  이상은 812~858

 
風露澹淸晨   풍로담청신   찬 이슬 바람 이는 이른 봄 아침 
簾間獨起人   염간독기인   발 사이에 혼자서 일어나 보면 
鶯花啼又笑   앵화제우소   꽃 피고 꾀꼬리도 울어 대는데 
畢竟是誰春   필경시수춘   아무리 생각해도 내 봄은 아니어라

 

605 有感  유감
    李穡(高麗)  이색 1328~1396    

 
非詩能窮人   비시능궁인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할 수 없고
窮者詩乃工   궁자시내공   궁한 이의 시가 좋은 법이라

 
我道異今世   아도이금세   내 가는 길 지금 세상과 맞지 않으니
苦意搜鴻곤   고의수홍곤   괴로이 광막한 벌판을 찾아 헤맨다

 
氷雪뇨肌骨   빙설뇨기골   얼음 눈이 살과 뼈를 에이듯 해도
歡然心自融   환연심자충   기꺼워 마음만은 평화로웠지

 
始信古人語   시신고인어   옛 사람의 말을 이제야 믿겠네
秀句在羈窮   수구재기궁   빼어난 시귀는 떠돌이 窮人에게 있다던 그 말

 
606  觀物  관물   萬物을 바라보며
     李穡(高麗)  이색 1328~1396   

 
大哉觀物處   대재관물처   크도다! 사물이 있는곳을 바라보니    
因勢自相形   인세자상형   형세 따라 절로 형상이 다스려진다

 
白水深成黑   백수심성흑   하얀 물이 깊어지면 검게 변하고    
黃山遠送靑   황산원송청   누런 산이 멀리서는 푸른빛을 보내지

 
位高威自重   위고위자중   지위가 높아지면 위엄은 절로 무겁고    
室陋德彌馨   실누덕미형   집이 누추해도 德은 더욱 향기롭네

 
老牧忘言久   노목망언구   늙은 이 몸은 말을 잊은 지 오래이고    
苔痕滿小庭   태흔만소정   이끼 자국 작은 뜰에 가득하네

 
607 讀書  독서    글을 읽으며   
    李穡(高麗)  이색 1328~1396

 
讀書如遊山   독서여유산   글읽기란 산에 오르는 것 같아
深淺皆自得   심천개자득   깊고 옅음이 모두 自得함에 달려있네
淸風來徐寥   청풍래서요   맑은 바람은 천천히 하늘에서 불어오고
飛雹動陰黑   비박동음흑   나는 우박은 어두운 곳에서 내려오네

 
玄규蟠重淵   현규반중연   검은 교룡은 깊은 못에 서려있고
丹鳳翔八極   주봉상팔극   붉은 봉황은 하늘로 날아오르네
精微十六字   정미십육자   精微한 열여섯 글자
的的在胸臆   적적재흉억   분명하게 가슴에 간직하네

 
輔以五車書   보이오거서   다섯 수래의 책 읽어서 돕고
博約見天則   박약견천칙   능히 하늘의 이치를 본다네

 
王風久蕭索   왕풍구소삭   옳은 기풍 오래도록 쓸쓸하고
大道예荊棘   대도예형극   큰 길은 가시나무에 가려있네
誰知蓬窓底   수지봉창저   뉘 알랴, 蓬窓 아래에서
掩卷長太息   엄권장태식   책을 덮고 길이 탄식하는 것을

 
608 晨興卽事  신흥즉사   새벽 興을 즐기며
   李穡(高麗)  이색 1328~1396

 
湯沸風爐鵲조첨    탕비풍로작조첨   風爐에는 국 끓고, 처마 끝에 까치 울고
老妻관櫛試梅鹽   노처관즐시매염   치장 끝낸 아내는 국물 간을 맞추네
日高三丈紬衾煖    일고삼장주금난   아침 해  높이 떠도 명주 이불 따뜻해
一片乾坤屬黑甛    일편건곤속흑첨   세상일 나 몰라라, 잠이나 더 자자

 
609 雪軒鄭相宅靑山白雲圖  설헌정상택청산백운도  청산 백운도
    李穡  이색 1328~1396

 
山本乎止本乎靜  산본호지본호정  산은 그침이 본색이고, 고요함이 본색인데
雲可以西可以東  운가이서가이동   구름이야 동서 어디라도 떠다닌다
本乎止靜者有體而附地  본호지정자유체이부지  그침과 고요함이 본색인것은 형체가 땅에 붙은 탓이고
可以西東者無心而隨風  가이서동자무심이수풍  동서로 떠다니는 것은 무심히 바람을 따른 탓이다

 
一動一靜將觀物所性    이동일정장관물소성    움직이고 쉬는 데서 사물의 성격을 보았네만
或靑或白已累吾之瞳    혹청혹백이누오지동    푸르기도 하고 희기도 해서 내 눈에 누를 끼쳤도다


610  詠雪  영설   눈을 보며
     李穡   이색 1328~1396

 
松山蒼翠暮雲黃   송산창취모운황   송악산 푸르름에 저녁 구름 물들더니
飛雪初來已夕陽   비설초래이석양   눈발 흩날리자 이미 해는 저물었네
入夜不知晴了未   입야부지청료미   밤들면 혹시나 이 눈이 그칠려나
曉來銀海冷搖光   효래은해랭요광   새벽되면 은빛 바다에 차가운 빛 출렁이겠지


611 浮碧樓    부벽루
    李穡  이색 1328~1396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를 찾아 갔다가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성은 텅 비어 있고, 달 한 조각 떠 있고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바위는 늙어 천 년 두고 구름이 흐르네

 
麟馬去不返   기마거불반   麟馬는 떠나간 뒤 돌아올 줄 모르고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天孫은 어느 곳에서 노니시는가

 
長嘯倚風등   장소의풍등   바람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긴 휘파람 부니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산은 푸르고 강은 저절로 흐르네

 
612 閑寂詩    한적시
   李穡(高麗)  이색 1328~1396   

 
夜冷狸奴近   야냉리노근   차가운 밤 고양이는 가까이 붙고 
天晴燕子高   천청연자고   맑은 하늘 제비는 높이 나누나
殘年深閉戶   잔년심폐호   남은 해, 깊이 문 닫아 걸고
淸曉獨行庭   청효독행정   맑은 새벽, 홀로 뜰을 걸으리

 


613 小雨   소우    이슬비
    李穡   이색 1328~1396

 
細雨몽몽暗小村   세우몽몽암소촌   이슬비 부슬부슬 작은 마을은 어두운데
餘花點點落空園   여화점점락공원   남은 꽃 점점이 빈 정원에 떨어지네
閑居剩得悠然興   한거잉득유연흥   한가로이 지내며 느긋한 흥취 넉넉하니
有客開門去閉門   유객개문거폐문   손님 오면 문 열고 떠나면 문 닫노라

 

614 守歲  수세   섣달 그믐
    李世民(唐)  이세민 599-649

 
暮景斜芳殿   모경사방전   석양 전각에 비끼고
年華麗奇官   년화여기관   세월은 아름다운 궁궐에 아롱지네


寒辭去冬雪   한사거동설   겨울눈과 추위도 사라지고
暖帶入春風   난대입춘풍   봄바람 속에 따스함이 스미네


階馥舒梅素   계복서매소   섬돌에 매화 향기 하얗게 번지고
盤花卷燭紅   반화권촉홍   쟁반위의 꽃은 촛불 받아 붉네

 
共歡新故歲   공환신고세   모든 이 기쁨 속에 해가 바뀌니
迎送一宵中   영송일소중   맞이하고 보냄이 이 한 밤중에 있네

 


615 莫愁曲  막수곡    앞 강물
    李英輔  이영보 1686~1747

 
二八吳娃花揷頭   이팔오와화삽두   십팔세 예쁜 아씨 머리에 꽃을 꽂고
每逢春日動春愁   매봉춘일동춘수   해마다 봄날이면 봄 시름 싱숭생숭
若爲化作前江水   약위화작전강수   만약 다시 태어나면 앞 강물이 되어서
天際隨君日夜流   천제수군일야류   하늘 가 님을 따라 밤낮으로 흐르련만

 

616 白鷺      백로
    李亮淵   이양연 1771~1853

 
蓑衣混草色   사의혼초색   도롱이 衣色이 풀빛과 같아
白鷺下溪止   백로하계지   白鷺가  냇가에 앉았네
或恐驚飛去   혹공경비거   혹여 놀라 날아갈까봐
欲起還不起   욕기환불기   일어나려다 다시 그대로 앉아버렸네

 

617 村婦   촌부    시골 아낙네
    李亮淵   이양연 1771~1853

 
君家遠還好   군가원환호   자네 친정은 멀어서 오히려 좋겠네
未歸猶有說   미귀유유설   집에 가지 못해도 할 말이 있으니까
而我嫁同鄕   이아가동향   나는 한동네로 시집와서도
慈母三年別   자모삼년별   어머니를 삼 년이나 못 뵈었다네

 

618  偶吟  우음     우연히 읊다
    栗谷   율곡(李珥)  1536~1584

 
風月養我情   풍월양아정   바람과 달은 나의 情感 키우고
煙霞盈我身   연하영아신   안개와 노을은 나의 몸을 충만케 한다

 
子長吾所慕   자장오소모   子長는 그리워 하는 사람
悅卿吾所親   열경오소친   悅卿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非探山水興   비탐산수흥   山水의 흥취를 찾는 것이 아니라
聊以全吾眞   료이전오진   나의 참된 마음을 온전하게 하고자 함이다

 
物我合一體   물아합일체   사물과 내가 一體가 되니
誰主誰爲賓   수주수위빈   누가 주인이고 누가 客 인가

 
湛湛若澄潭   담담약징담   깊음은 맑은 못과 같고
肅肅如秋旻   숙숙여추민   고요하기는 가을 하늘과 같다

 
無憂亦無喜   무우역무희   근심도 없고 기쁨도 없으니
此境人難臻   차경인난진   이러한 경지에 사람이 이르기는 어렵다

 


619 花石亭     화석정 
    李珥   이이  1536~1584

 
林亭秋已晩    임정추이만  숲속의 정자에 가을이 이미 지나가니
騷客意無窮    소객의무궁  취해 떠드는 나그네의 뜻은 끝이 없다 

 
遠水連天碧    원수련천벽   멀리 강은 하늘에 잇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    상풍향일홍  서리 내린 단풍나무는 해빛을 받고 빨갛다 

 
山吐孤輪月    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    강함만리풍  강은 말리 멀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다

 
寒鴻何處去    한홍하처거   추운 날, 기러기 어디로 날아 가는가
聲斷暮雲中    성단모운중  기러기 울음소리, 夕陽속으로 사라진다

 

620 浩然亭見月  호연정견월   호연정에서 달을 보며
    李珥   이이 1536~1584

 
天放空疎客   천방공소객   하늘이 쫓아낸 쓸쓸한 나그네
逍遙江上山   소요강상산   강 위의 산을 소요한다
登臨夕陽盡   등림석양진   올라와 바라보니 석양은 지고
月出海雲間   월출해운간   바다구름 사이로 달이 떠오른다

 

621 梅梢明月  매초명월    매화 가지 끝의 밝은 달
    李珥   이이 1536~1584

 
梅花本瑩然   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
映月疑成水   영월의성수   달빛이 비치니 물결 같구나


霜雪助素艶   상설조소염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淸寒徹人髓   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對此洗靈臺   대차세령대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今宵無點滓   금소무점재   오늘밤엔 한 점의 찌꺼기 없네

 

622  求退有感  구퇴유감   세 번 상소하고 물러나기를 허락 받고서
    李珥  이이 1536~1584

 
行藏유命豈有人   행장유명기유인   벼슬에 나가고 돌아오는 것도 천명이지, 어찌 사람에 달렸으랴
素志會非在潔身   삭지회비재결신   본래의 뜻이 내 몸만 깨끗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었네

 
여闔三章辭聖主   여합삼장사성주   대궐문에 세 번 상소하여 성스러운 님을 하직하고는
江湖一葦載孤身   강호일위재고신   강호 조각배에다 외로운 몸을 실었네

 
疎才只合耕南畝   소재지합경남무   재주가 못났으니 다만 밭을 갈기에 알맞은데
淸夢從然繞北辰   청몽종연요북진   맑은 꿈은 부질없이 북극성을 감도네

 
茅屋石田還舊業   모옥석전환구업   초가에 돌밭 옛 살림이 되어
半生心事不憂貧   반생심사불우빈   반평생에 가난 따위는 걱정도 않네

 
623 山中     산중   산 속에서
    李珥    이율곡 1536~1584

 
採藥忽迷路   채약홀미로   약초 캐다 홀연히 길을 잃었네
千峯秋葉裏   천봉추엽리   봉우리마다 단풍 곱게 물들었는데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산에 사는 스님이 물길어 돌아간 뒤
林末茶烟起   임말다연기   숲 끝에 피어오르는 차 달이는 연기

 

624  溪分峰秀    계분봉수
     李珥   이율곡 1536~1584

 
溪分泗洙派   계분사수파   시내는 사수가 흐르는 것 같고
峰秀武夷山   봉수무이산   산봉우리 무이산 보다 아름답다

 
活討經千卷   활토경천권   재산이라고는 천 권 경서와 몸담을 방 몇 간 뿐인데
行藏屋數間   행장옥수간   주고받는 얘기와 웃음은

 
襟懷開霽日   근회개제일   밝은 달이 가슴속까지 환하게 비치는 듯하여
談笑止狂란   담소지광란   설레는 이 가슴을 진정시켜 주노라

 
小子求聞道   소자구문도   선생을 찾아온 뜻은 도를 알고자 함이지
非偸半日閒   비투반일한   한가로이 놀러 다님이 아니 오리

 

625    滿月臺    만월대
      李珥  이이 1536~1584

 
下馬披荊棘   하마피형극   말에서 내려 가시밭길 이리저리 헤치며
高臺四望虛   고대사망허   높은 누대에 올라서 사면을 바라보니 허전하구나
雲山孤鳥外   운산고조외   구름 자욱한 산 속에서 외로운 새마저 날아가니
民物故都餘   민물고도여   백성 사는 옛 도읍은 황폐하기 그지없네
 


626 土亭李之函送別詩     土亭 李之函 송별시
    栗谷  율곡(李珥)  1536 ~ 1584

難兄難弟摠淸流   난형난제총청류   형과 아우 모두 깨끗한 사대부인데
選勝移家占一區   선승이가점일구   좋은 곳 골라 집 옮기며 구역을 차지하였네


活計鼎條車不滿   활계정조거불만   살림살이라야 조촐하여 한 수레에 가득하지 않지만
塵紋間絶地偏幽   진문간절지편유   시끄러운 세속 멀리 떨어져 주위가 더욱 그윽하네

 
紫荊陰裏三間足   자형음리삼간족   붉은 가시나무 그늘 속에 초가삼간으로 만족하고
黃犢披邊二頃優   황독피변이경우   누런 송아지 언덕 가에, 두어 이랑 밭으로 넉넉하다니

 
何日得諧携手約   하일득해휴수약   다시 만나지는 약속은 어느 날이나 이루려나
春江佇立送扁舟   춘강저립송편주   봄날 강가에 우두커니 서서 조각배를 보낸다네

 


627 

 

 

 

 

 

 

 

    

628 瀟湘夜雨  소상야우  어두운 밤  瀟湘에 비 내리네 
     李仁老  이인로 1152~1220

 
一帶滄波兩岸秋   일대창파양안추   한 줄기 푸른 물결, 양켠 언덕 가을인데
風吹細雨灑歸舟   풍취세우쇄귀주   바람 불자 보슬비 가는 배에 흩뿌리네
夜來泊近江邊竹   야래박근강변죽   밤이 되어 江邊의 대나무 숲 가까이 배를 대니
葉寒聲摠是愁   엽엽한성총시수   잎마다 차가운 소리, 모두 다 수심일세 

 
629 詠雪  영설    눈
    李仁老   이인로 1152~1220

 
千林欲瞑已棲鴉   천림욕명이서아   온 숲이 저물어 갈가마귀 깃드는데
燦燦明珠尙照車   찬찬명주상조거  찬란히 반짝이며 수레를 비추는 눈

 
仙骨共驚如處子   선골공경여처자   신선도 놀랄 만큼 깨끗한 순수세상
春風無計管光花   춘풍무계관광화   봄바람도 저 꽃들은 어쩌지 못하네

 
聲迷細雨鳴窓紙   성미세우명창지   가랑비 소리인 듯 창호지를 울리고
寒引羈愁到酒家   한인기수도주가   추위에 시름은 주막으로 발길 끌어

 
萬里都盧銀作界   만리도로은작계   만리천지 은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
渾敎路口沒三叉   혼교로구몰삼차   뿌여니 동구 앞 세 갈래 길 덮였네


630  山居  산거   산에 살면서
    李仁老  이인로 1152~1220

 
春去花猶在   춘거화유재   봄은 갔어도 꽃은 아직 남아있고
天晴谷自陰   천청곡자음   하늘 맑아도 골짜기엔 그늘 있어
杜鵑啼白晝   두견제백주   대낮에도 두견새 우는 것을 보니
始覺卜居深   시각복거심   깊은 산골에 사는 것을 깨닫겠네


631 秋夜東山  추야동산    가을밤 동산에서
    李의 이의 

林臥避殘暑   림와피잔서   숲에 누워 늦더위를 피하고 
白雲長在長   백운장재장   흰 구름은 하늘에 장구하구나  

 
賞心旣如此   상심기여차   자연을 즐기는 마음 이미 이와 같으니  
對酒非徒然   대주비도연   술을 먹음이 부질없는 일은 아니로다  

 
月色편秋露   월색편추로   달빛은 가을 이슬에 두루 비치고  
竹聲兼夜泉   죽성겸야천   이 밤에 대나무 소리, 샘물 소리 모두 들리네  

 
凉風懷袖裏   량풍회수이   서늘한 바람 소매 속으로 불어들면   
玆意與誰傳   자의여수전   이러할 때 내 마음 누구에게 전할까


632 存養  존양   양기를 보존함  
    李彦迪   이언적 1491~1553

 
山雨蕭蕭夢自醒   산우소소몽자성   산에 내리는 비 쓸쓸하여 꿈에서 저절로 깨니
忽聞窓外野鷄聲   홀문창외야계성   문득 창밖의 꿩 우는 소리 들린다
人間萬慮都消盡   인간만려도소진   인간세상 온갖 생각들 녹아 내리고
只有靈源一點明   지유령원일점명   다만 신령한 근원 있어, 마음만은 또렷하다

 

633 無爲    무위    하는 일 없이
    李彦迪   이언적 1491~1553

 
萬物變遷無定態   만물변천무정태   만물이 변천함은 일정함의 형태 없나니
一身閒適自隨時   일신한적자수시   한가로이 자적하며 때를 따라 사노라
年來漸省經營力   년래점성경영력   근년 들어 사는 일은 돌보질 않고
長對靑山不賦詩   장대청산부부시   청산을 마주 보며 시도 짓질 않는다

 
634 林居十五詠  임거십오영    숲에 살면서
    李彦迪  이언적 1491~1553

 
卞築雲泉歲月深   복축운천세월심   자연에 집을 짓고 세월만 깊었는데
手栽松竹摠成林   수재송죽총성림   손수 심은 솔과 대가 온통 숲이 되었구나

 
烟霞朝慕多新態   연하조모다신태   아침 저녁 안개와 노을의 모습 변하여도
唯有靑山無古今   유유청산무고금   저 푸른 산만은 예나 지금이나 꼭 같아라

 

635  閨情  규정    여자의 속마음
     李玉峰  이옥봉

 
平生離恨成身病   평생이한성신병   평생 이별의 한이 병이 되어
酒不能療藥不治   주불능료약불치   술로도, 약으로도 못 고칩니다
衾裏泣如氷下水   금리읍여빙하수   이불 속 눈물 얼음 아래 물같아
日夜長流人不知   일야장류인부지   밤낮을 흘러도 사람들 모르리라

 

633  寧越道中  영월도중   영월가는 도중에
     李玉峰   이옥봉

 
五月長干三日越   오월장간삼일월   오월 긴 산을 삼 일만에 넘어서니
哀歌唱斷魯陵雲   애가창단노릉운   노릉의 구름에 애처로운 노래 끊어진다
安身亦是王孫女   안신역시왕손녀   내 몸 또한 왕가의 자손이라
此地鵑聲不忍聞   차지견성불인문   이 곳 두견새 우는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634  夢魂  몽혼    꿈속의 넋
     李玉峰  이옥봉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하시나요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달 비친 紗窓에 저의 恨이 많습니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꿈 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석로반성사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걸

 
635 造化  조화   永遠大自然理致
    李用休(朝鮮) 이용휴 1708~1782

 
村郊景物日芳菲   촌교경물일방비   시골 마을 풍경이 날로 꽃다워지니 
閒坐松陰玩化機   한좌송음완화기   솔 그늘에 가만히 앉아 때가 변하는 것 바라보네
金色청령銀色蝶   금색청령은색접   금빛의 잠자리와 은빛의 나비들이  菜花園裏盡心飛   채화원리진심비   채마밭 동산에서 마음껏 날고 있네

 

636  田家  전가    농가
    李用休  이용휴 1708~1782

婦坐도兒頭   부좌도아두   아낙이 앉아, 아이 머리 다독이고
翁구掃牛圈   옹구소우권   늙은이는 외양간을 치운다
庭堆田螺殼   정퇴전나각   마당에는 우렁이 껍질 쌓여있고
廚遺野蒜本   주유야산본   부엌에는 마늘 뿌리 남아 있네

 
637 初春感興   초춘감흥    초봄의 감흥
    이원

陽生混沌竅   양생혼돈규   陽 기운이 混沌에게 구멍 만드니
萬物自陶鎔   만물자도용   만물들이 저절로 모습 갖추네
誰知有形物   수지유형물   누가 알랴 형체 갖춘 모든 사물이
生此無形中   생차무형중   형체 없는 가운데서 생겨난 것을

 

638 西京永明寺  서경영명사   西京永明寺에서
    李混  이혼 1252~1312 

 
永明寺中僧不見   영명사중승불견   영명사에는 스님 보이지 않고
永明寺前江自流   영명사전강자류   영명사 앞에는 강물만 흐르고 있네

山空孤塔立庭際   산공고탑립정제   산은 비고 탑만 뜰 안에 외로이 서 있고
人斷小舟橫渡頭   인단소주횡단두   사람은 없는데 빈배만 나루에 매어 있네

 
長天去鳥欲何向   장천거조욕하향   하늘을 날아가는 저 새는 어디로 가나
大野東風吹不休   대야동풍취불휴   넓은 들에 동풍은 불어 그치지 않는데

 
往事微茫問無處   왕사미망문무처   지난일 아득하여 물을 곳 없어
淡煙斜日使人愁   담연사일사인수   연기 속 석양을 바라보니 시름뿐이네

 


639 杜宇  두우     소쩍새
   李弘暐(端宗)  이홍위 1452~1455

 
一自寃禽出帝宮   일자원금출제궁   한 마리 원한을 품은 새 되어 궁궐을 나왔네
孤身隻影碧山中   고신척영벽산중   외로운 몸, 홀 그림자 푸른 산속에 깃들었네

 
假眠夜夜眠無假   가면야야면무가   밤마다 밤마다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질 않고
窮恨年年恨不窮   궁한연년한불궁   해가 갈수록 괴로운 恨은 끝없이 깊어가네

 
聲斷晩岑殘月白   성단만잠잔월백   울음소리 끊어진 해질 녘, 산봉우리엔 달빛이 흰데
血流春谷落花紅   혈류춘곡낙화홍   피처럼 흐르는 봄 맞은 계곡의 떨어진 붉은 꽃잎이여

 
天聾尙未聞哀訴   천농상미문애소   하늘은 귀 멀었나, 애닯은 호소 듣지 못하는데 
何奈愁人耳獨聰   하내수인이독총   어이하여 수심에 찬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가

                  
640   美人梳頭歌  미인소두가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빗으며 
      李賀   이하 790~816

 
西施曉夢초帳寒   서시효몽초장한   西施의 새벽 꿈은 얇은 사 안에 싸늘한데
香환墮계半沈檀   향환타계반침단   머리카락은 흩뜨러져 향기롭고, 반쯤 지워진 입술 연지
록로이啞轉鳴玉   록로이아전명옥   우물 가 옥 구르는듯 맑은 도르래 소리에
驚起芙蓉수新足   경기부용수신족   놀라 깬 연꽃같은 미녀 기지개 켠다

 
雙鸞開鏡秋水光   쌍난개경추수광   한 쌍 난새를 조각한 거울은 맑기 가을 물 같은데
解환臨鏡立象牀   해환임경입상상   상아 침상 위 거울 마주해 머리를 푼다
一編香絲雲撒地   일편향사운살지   향기로운 머리카락 구름같이 바닥에 흘러 내려
玉비落處無聲니   옥비락처무성니   옥비녀 떨어져도 소리 없이 매끄럽네

 
섬手却盤老鴉色   섬수각반노아색   섬섬옥수로 새카만 머리 다시 틀어 올리고
翠滑寶釵簪不得   취골보차잠불득   비녀 꽂으려 해도 검은 머리 매끄러워 꽂지 못하네
春風爛慢惱嬌용   춘풍난만뇌교용   봄 기운 무르녹아 미녀는 수심에 잠겨
十八환多無氣力   십팔환다무기력   열여덟 머리숱 까만 아가씨 기운 없구나

 
粧成권추의不斜   장성권추의불사   화장 마치고 머리 가지런히 빗고
雲거數步踏雁沙   운거수보답안사   구름 옷소매 하늘하늘 얌전히도 걷는구나
背人不語向何處   배인불어향하처   말 없이 돌아서서 어디로 향하는가
下階自折櫻桃花   하계자절앵도화   섬돌 내려서 앵도꽃 꺽어드네


641 官街鼓  관가고    官街의 북소리
     李賀(唐)   이하 790~816

 
曉聲隆隆催轉日   효성륭륭최전일   새벽녘 둥둥둥 해 뜨는 것 재촉하고
暮聲隆隆呼月出   모성륭륭호월출   저물녘 둥둥둥 달을 불러오네
漢城黃柳映新簾   한성황류영신렴   長安의 새봄 버드나무 가지 주렴발에 비추이는데
柏陵飛燕埋香骨   백릉비연매향골   지난날 황제나 妃嬪들 지금은 모두 무덤 속

 
추碎千年日長白   추쇄천년일장백   북소리에 천년 세월 부서져 내리고 하루 해가 지루한데
孝武秦皇聽不得   효무진황청부득   漢武帝,秦始皇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네

 
從君翠髮蘆花色   종군취발노화색   검은 머리 갈대꽃처럼 희어지도록 산다지만
獨共南山守中國   독공남산수중국   저홀로 남산처럼 오래오래 중원 땅에 함께할 수 있으랴

 
幾回天上葬神仙   기회천상장신선   신선 된다는 사람들 수없이 하늘 위에 장사 지내고
漏聲相將無斷絶   루성상장무단절   시계소리, 북소리 속에 시간은 그저 흘러만 간다네

 

642 南園  남원   남쪽 텃밭
    李賀(唐)  이하 790~816

 
小樹開朝徑   소수개조경   키작은 나무 사이로 새벽 길이 보이고
長茸濕夜煙   장용습야연   길가의 풀섶 이슬에 젖어있네

柳花驚雪浦   유화경설포   날리는 버들솜 포구에 덮인 눈인가 놀라고
麥雨漲溪田   맥우창계전   때마침 내린 비에 개울 논 밭고랑에 물이 불었네

 
古刹疏鐘度   고찰소종도   고찰의 종소리 아련히 들려오고
遙嵐破月懸   요람파월현   산마루엔 달이 이지러져 걸렸네

 
沙頭敲石火   사도고석화   물가에서 부싯돌로 불을 부치니
燒竹照漁船   소죽조어선   대나무 타는 불에 고기배 비치네

 

643 將進酒   장진주  
    李賀(唐)  이하 790~816

琉璃鐘             유리종             유리잔에
琥珀濃             호박농             호박 빛 짙은 술
小槽酒滴眞珠紅     소조주적진주홍     조그마한 술통에 남술은 술 진주같이 붉어라
烹龍포鳳玉脂泣     팽룡포봉옥지읍     용을 삶고 봉을 지지니 옥 같은 기름 눈물 흘린다

 
羅屛繡幕圍香風     라병수막위향풍     羅屛 치고 繡幕 두르니 향기로운 바람 감싸고,
吹龍笛             취룡적             용의 피리를 불고
擊타鼓          격타고             악어가죽 북을 두드린다
皓齒歌             호치가             미인은 노래하고
細腰舞             세요무             미인은 춤을 춘다

 
況是靑春日將暮     황시청춘일장모     하물며 이 푸르른 봄도 저무는데
桃花亂落如紅雨     도화란락여홍우     복사꽃 어지러이 붉은 비 오듯 떨어진다
勸君終日酩酊醉     권군종일명정취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토록 취해보세
酒不到劉伶墳上土   주불도류령분상토   유령의 무덤에는 아무도 술 권하지 않으리

 


644 秋來  추래     가을이 오니
    李賀   이하 790~816
 
桐風驚心壯士苦 동풍경심장사고  오동에 부는 바람 사람을 놀라게 하여 장사도 괴로운데
衰燈絡緯啼寒素 쇠등락위제한소  꺼져가는 등잔 불빛휘장을 두르고 귀뚜라미 차가운 베를짜듯 울어댄다

 
誰看靑簡一編書 수간청간일편서  그 누가 죽간으로 엮은 나의 책을 보아주어
不遣花蟲粉空   불견화충분공두  책벌레가 가루내어 헛되이 좀먹지 않게 할까

 
思牽今夜腸應直 사견금야장응직  온갖 생각에 오늘밤 창자가 곧추서고
雨冷香魂吊書客 우랭향혼적서객  비 내려 차가운 이 곳, 어여쁜 여자 귀신 책 지은 나를 조상한다

 
秋墳鬼唱鮑家詩 추분귀창포가시  가을 내 무덤 속에서, 내 넋은 포조의 시를 읊으며
恨血千年土中碧 한혈천년토중벽  한스러운 내 피는 흙무덤 속에서 천년을 푸르리라

 

645 題歸夢   제귀몽    돌아가는 꿈
     李賀(唐)   이하 790~816

 
長安風雨夜   장안풍우야   장안의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書客夢昌谷   서객몽창곡   객지 서생은 창곡을 꿈꿨네

怡怡中堂笑   이이중당소   어머니는 기뻐 즐거운 웃음소리 내고
小弟裁澗菉   소제재간록   동생은 산골 개울에서 푸른 미나리를 꺾는구나

 
家門厚重意   가문후중의   집안의 두터운 사랑과 기대는
望我飢充腹   망아기충복   나에게 주린 배 채워주길 바라지만

 
勞勞一寸心   노노일촌심   피곤에 지친 마음
燈花照魚目   등화조어목   등불만 잠못 이룬 눈 비춰주네

 
646 崇義裡滯雨    숭의리체우   崇義裡 비 오는데
    李賀(唐)   이하 790~816

 
落莫誰家子   락막수가자   뉘 집의 자식이 이리도 낙망한가
來感長安秋   래감장안추   돌아와 장안의 가을에 젖어본다
壯年抱羈恨   장년포기한   젊은 나이로 떠도는 한을 품고
夢泣生白頭   몽읍생백두   백발이 된 것을 꿈에서 보고, 눈물 흘리며 울었다

 
瘦馬말敗草   수마말패초   여윈 말에 마른 풀을 먹이는데
雨沫飄寒溝   우말표한구   빗방울은 차가운 도랑에 날려 떨어진다
南宮古簾暗   남궁고렴암   흐름한 발 저쪽 남궁은 어둑하고
濕景傳籤籌   습경전첨주   칙칙한 풍경 속으로 시간 종소리 들려온다

 
家山遠千里   가산원천리   고향은 천리 아득한 곳
雲각天東頭   운각천동두   구름은 하늘 동쪽 머리에 걸려 있다
憂眠枕劍匣   우면침검갑   시름에 칼 상자 베고 잠이 들어
客帳夢封侯   객장몽봉후   나그네 장막 안에서 제후 되는 꿈을 꾼다

 ☞  말?= 말먹이 말.


647 長平箭頭歌     장평전두가
   李賀   이하 790~816

 
漆灰骨末丹水沙   칠회골말단수사   옻칠 한 검은 점, 뼛가루, 붉은 물가 모래
凄凄古血生銅花   처처고혈생동화   흥건히 굳은 옛 피 흔적 쇠에 꽃처럼 돋아 있다
白翎金竿雨中盡   백령금간우중진   흰 깃 쇠 화살 대 빗속에 남아
直余三脊殘狼牙   직여삼척잔랑아   다만 엷어진 잔혹한 늑대 이빨 같은 세 개의 화살촉

 
我尋平原乘兩馬   아심평원승량마   나는 평원을 찾아 두 마리 말에 타니
驛東石田蒿塢下   역동석전호오하   역 동쪽 돌밭에 쑥 흐트러진 언덕 아래
風長日短星蕭蕭   풍장일단성소소   바람은 길고 낮은 짧아 별빛 쓸쓸하다
黑旗雲濕懸空夜   흑기운습현공야   검은 깃발 구름에 젖어 공중에 드리운 밤

 
左魂右魄啼肌瘦   좌혼우백제기수   좌우에 혼백은 말라빠진 살에서 통곡한다
酪병倒盡將羊炙   락병도진장양자   굴러 흩어진 병에 양 잡아 구워나 볼까
蟲棲雁病蘆筍紅   충서안병로순홍   벌레 깃들고 기러기도 병들고 갈대 잎 붉게 물들이고
回風送客吹陰火   회풍송객취음화   회오리바람 나를 몰아치고 도깨비불 불어온다

 
訪古환瀾收斷鏃   방고환란수단족   옛 곳을 찾아 눈물 흘리며 부서진 화살촉 주워
折鋒赤문曾귀肉   절봉적문증귀육   부러진 화살촉 붉은 끝으로 누구의 살을 찔렀나
南陌東城馬上兒   남맥동성마상아   동쪽 성 남쪽 길 말 위의 젊은이
勸我將金換료竹   권아장금환료죽   광주리와 쇠 화살촉 바꾸자고 조른다.

 


648 感諷 3   감풍     풍자함
    李賀   이하 790~816

 
南山何其悲   남산하기비   남산은 어찌 그렇게 서글픈지
鬼雨灑空草   귀우쇄공초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비가 아무도 없는 풀빛에 뿌린다 

 
長安夜半秋   장안야반추   장안의 이 깊은 가을밤
風前幾人老   풍전기인로   불어오는 바람에 몇 사람이나 늙어가나

 
低迷黃昏徑   저미황혼경   황혼에 길은 어둑하고
요뇨靑력道   요뇨청력도   푸른 굴참나무 흔들린다

 
月午樹無影   월오수무영   낮에 뜬 달인가, 나무에는 그림자 하나 없고
一山唯白曉   일산유백효   온 산은 오직 하얀 새벽

 
漆炬迎新人   칠거영신인   옻빛 횃불은 새로이 죽은 사람 맞아들이고
幽壙螢擾擾   유광형요요   어둑한 무덤에는 반딧불이 어지럽다 

 

649 神弦     신현
   李賀(唐)  이하 790~816

 
女巫酌酒雲滿空   여무요주운만공   무녀가 술을 부으면 하늘에 구름 가득 해지고
玉爐炭火香동동   옥로탄화향동동   향로에 숯불은 향불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海神山鬼來座中   해신산귀래좌중   바다귀신 산귀신 모두 몰려와 앉고
紙錢何處鳴旋風   지전실솔명선풍   지전을 느릿느릿 타오르니 어디선가 회오리바람 소리울려온다

 
相思木貼金舞鸞   상사목첩금무란   상사나무에 금빛 춤 방울 달고
찬蛾一잡重一彈   찬아일잡중일탄   눈썹 한번 찡그리며 다시 또 연주한다

 
呼星召鬼歆杯盤   호성소귀흠배반   별을 부르고 귀신도 불러 술과 음식 흠향하니
山魅食時人森寒   산매식시인삼한   산도깨비 흠향할 때 사람들 숲들에 놀란다

 
終南日色低平灣   종남일색저평만   종남산 지는 햇빛 산등성에 깔리고
神兮長在有無間   신혜장재유무간   귀신은 이승과 저승사이에 영원히 있다

 
神嗔神喜師更顔   신진신희사경안   귀신 노하고 기뻐함에 무당은 얼굴빛 바꾸며
送神萬騎還靑山   송신만기환청산   신을 보내고 온갖 것 타고서 청산으로 돌아온다


650 神弦曲    신현곡
   李賀(唐)  이하 790~816

 
西山日沒東山昏   서산일몰동산혼   서산에 해지고 東山이 어두워지면
旋風吹馬馬踏雲   선풍취마마답운   회오리바람 馬에 불고, 馬은 구름 밝고 날아온다

 
화弦素管聲淺繁   화현소관성천번   비파소리, 퉁소소리 얕은 듯 깊은 듯 어지럽고
花裙萃봉步秋塵   화군췌봉보추진   꽃 치마 끌면서 가을 티끌 밝으며 온다

 
桂葉刷風桂墜子   계엽쇄풍계추자   계수나무 잎들 바람에 쓸리고 열매는 떨어지는데
청狸哭血寒狐死   청리곡혈한호사   삵은 피 토하며 울고, 여우는 추위에 죽는다

 
古壁彩규金貼尾   고벽채규금첩미   오래된 벽에 그려진 용은 황금에 꼬리를 담그고
雨工騎入秋潭水   우공기입추담수   비의 神은 용을 타고, 가을 못 속으로 들어간다

 
百年老효成木魅   백년로효성목매   백년 묵은 올빼미는 나무귀신이 되고
笑聲碧火巢中起   소성벽화소중기   웃음소리 지르는 푸른 도깨비불은 새둥지 안에서 나오네


651 馬        말
    李賀   이하 790~816

 
臘月草根甛   납월초근첨   섣달에도 풀 뿌리는 달착지건 하건만
天街雪似鹽   천가설이염   장안 거리엔 소금같은 눈발만
未知口硬軟   미지구경연   내 입에 닿을 것이 무엇일지는 몰라도
先擬칠藜衝   선의질려함   가시 덩굴 한입에 힘껏 뜯어 보련다


652 嘲少年  조소년    소년을 조롱하며
    李賀(唐)   이하 790~816

 
청총馬肥金鞍光   청총마비금안광   청백색 총이 말은 살찌고 금 안장은 번쩍번쩍
龍腦如縷羅衫香   룡뇌여루라삼향   용뇌향을 실로 삼아 비단옷을 짜니 향기로워라
美人狹坐飛瓊觴   미인협좌비경상   미인들이 끼고 앉아 옥 술잔을 돌리니
貧人喚雲天上랑   빈인환운천상랑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을 구름 위의 도련님이라 부른다

 
別起高樓臨碧소   별기고루림벽소   또 다른 곳엔 높은 누각이 우뚝한데 푸른 대숲에 있다
絲曳紅鱗出深沼   사예홍린출심소   낚싯줄에 싱싱한 고기를 낚아 깊은 못에서 건져낸다

有時半醉百花前   유시반취백화전   때로는 온갖 꽃 앞에서 취하고
背把金丸落飛鳥   배파금환락비조   등 뒤로는 총을 잡고 날아가는 새를 쏘아 떨어뜨리네

 
自說生來未위客   자설생래미위객   스스로 말하기를 한번도 나그네가 되어보지 못했고
一身美妾過三百   일신미첩과삼백   한 몸에 첩이 삼백 명이 넘는다고

 
豈知촉地種田家   기지촉지종전가   땅을 파서 농사짓는 집의 사정을 어찌 알랴
官稅頻催沒人織   관세빈최몰인직   관가에서는 세금 재촉 잦고, 남이 짠 천을 빼앗아간다
長金積玉과豪毅   장금적옥과호의   금 늘이고 옥을 쌓아 부호임을 자랑하고
每揖閒人多意氣   매읍한인다의기   매일 한가한 자들과 인사 나누며 의기를 자랑한다

 
生來不讀半行書   생래불독반행서   평생 동안 반줄의 글도 읽지 않고
只把黃金買身貴   지파황금매신귀   다만 황금으로 몸의 귀함을 산다
少年安得長少年   소년안득장소년   젊음을 어찌 능히 연장할 수 있으리
海波상變위桑田   해파상변위상전   바다 물결도 오히려 뽕나무 밭으로 변하고 마는 것을

 
榮枯遞轉急如箭   영고체전급여전   영고성쇠의 변함이 화살과 같이 빠른 것을
天公豈肯於公偏   천공기긍어공편   조물주가 어찌 그대들만 생각해주랴
莫道韶華진長在   막도소화진장재   아름다운 꽃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간다고 말하지 마라
發白面皺專相待   발백면추전상대   흰 머리와 얼굴의 주름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653 我笑堂  아소당    興宣 大院君의 별장
    李昰應  이하응 1820~1898

 
吾負吾身任不輕   오부오신임불경   나의 짐, 내 몸이 맡은것 가볍지 않아
退公閒日酒樽傾   퇴공한일주준경   벼슬 물러나와 한가히 술잔 기울이네
從知往事皆吾夢   종지왕사개오몽   지난간 일 모두가 꿈인줄 알았고
惟愧餘年任世情   유괴여년임세성   오직 남은 삶, 세속에 맡기자니 부끄럽네
理극山村俚談好   리극산촌리담호   나막신 신고 山村을 걸으니 시골 덕담 좋고
聞蟬溪柳古詩成   문선계류고시성   시냇가 버드나무, 매미소리 들으며 詩 짓는다네
世論百歲安排地   세론백세안배지   世論은 어찌 이삶이 물러난 신분이라 논하나 
我笑前生又此生   아소전생우차생   전생과 이생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네

 

 
654 題王處士山居  제왕처사산거    왕거사의 산속 집
    李咸用  이함용 

 
雲木沈沈夏亦寒   운목침침하역한   구름 낀 나무숲 무성하여 여름이 차갑고 
此中幽隱幾經年   차중유은기경연   이곳에서 지낸 지가 몇 년이나 되는지 

無多別業供王稅   무다별업공왕세   남처럼 별장이 많아서 세금 낼 일도 없이 
大半生涯在釣船   대반생애재조선   반생을 고깃배를 탔겠소 

 
蜀魂叫回芳草色   촉혼규회방초색   두견은 울어 향기로운 풀빛 새로 불러오고 
鷺사飛破夕陽煙   로사비파석양연   해오라기 날아들며 저녁연기 깨뜨린다  

 
干戈消地能高臥   간과소지능고와   전쟁이 그치면 베개 높이 베고 잠들 수 있건만 
只個逍遙是謫仙   지개소요시적선   이런 중에도 소요하는 그대가 곧 신선이라오

 


655  春日  춘일     어느 봄날
     李咸用  이함용

 
浩蕩春風裏   호탕춘풍리   호탕한 봄바람 속
徘徊無所親   배회무소친   아는 사람 없어 배회하노라

 
危城三面水   위성삼면수   높은 성, 삼 면은 물
古木一邊春   고목일변춘   고목의 한 켠에도 봄이로다

 
衰世難行道   쇠세난행도   어지러운 세상 도를 행하기도 어려워
花時不稱貧   화시불칭빈   꽃 피는 시절, 가난하다 말하지 말라

 
滔滔天下者   도도천하자   천하는 도도한 것
何處問通津   하처문통진   어디서 나룻터를 물어볼까

 
656  雪後  설후    눈 내린 뒤
    李恒福  이항복 1556~1618

 
雪後山扉晩不開   설후산비만부개   눈내린 뒤  산 사립은 늦도록 닫혀 있고
溪橋日午少人來   계교일오소인래   시내 다리 한낮에도  오가는 사람 적다
구爐伏火騰騰煖   구로복화등등난   화로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기운
茅栗如拳手自외   모률여권수자외   알 굵은 산 밤을  혼자서 구워 먹네.


657  春行卽興  춘행즉흥    봄나들이
     李華(唐) 이화 715~766

 
宜陽城下草처처   의양성하초처처   宜陽城 아래 풀이 무성하고
澗水東流復向西   간수동류복향서   시냇물은 동쪽으로 흐르다가 다시 서쪽으로
芳樹無人花自落   방수무인화자락   보는 이 없는데도 꽃 절로 지고
春山一路鳥空啼   춘산일로조공제   봄 산길   내내 새 소리만 들리네

 

658 花徑   화경       꽃길
    李荇   이행 1478~1534

 
無數幽花隨分開   무수유화수분개   무수한 이름 없는 꽃 저마다 피어있고
登山小逕故盤廻   등산소경고반회   산 오르는 작은 길은 옛부터 구부러져 있다
殘香莫向東風掃   잔향막향동풍소   남은 꽃향기 東風을 향해 쓸지 말아라
당有閑人載酒來   당유한인재주래   혹 한가한 사람 술 가지고 올지도 모르겠노라

 


659  感懷      감회
     李荇   이행 1478~1534

 
白髮非白雪   백발비백설   白髮은 白雪이 아니거니
豈爲春風滅   기위춘풍멸   어찌 봄바람에 사라지리 
春愁若春草   춘수약춘초   봄날 시름은 봄풀 같아     
日夜生滿道   일야생만도   밤낮으로 길 가득 생겨나네

 
東海無返波   동해무반파   동쪽 바다에는 돌아오는 물결 없고 
西日難再早   서일난재조   서쪽 해는 다시 새벽 되기 어렵다네
大運只如此   대운지여차   큰 운수가 이러하니
安得不衰老   안득불쇠로   어찌 쇠하고 늙지 않음을 바라리요

 
生也本澹泊   생야본담박   삶이란 본래 담박한 것인데
外物作煩惱   외물작번뇌   바깥 사물이 번뇌를 만드네
奈何今之人   내하금지인   어찌하여 요즘 사람들은
不自寶其寶   부자보기보   스스로 그 보배를 보배라 하지 않는가

 
簞食是金液   단사시금액   도시락 밥은 금 같은 음식이요
陋巷乃蓬島   누항내봉도   누추한 거리는 봉래산이라네
超然萬世事   초연만세사   온갖 세상사에 초연하면
下視彭갱夭   하시팽갱요   오래 삶과 일찍 죽음을 하찮게 보게 되리라

 

660 八月十五夜   팔월십오야     추석날 밤
     李荇  이행 1478~1534

 
平生交舊盡凋零   평생교구진조령   평생 사귄 벗들은 먼저들 갔고
白髮相看影與形   백발상간영여형   흰머리에 몸과 그림자만 서로 바라보네
正是高樓明月夜   정시고루명월야   높은 누에 달 밝은 이런 밤이면
笛聲凄斷不堪聽   적성처단불감청   피리 소리 처량하여 차마 듣기 어렵네


661 溪上秋興   계상추흥   시냇가 가을 흥취  
    李滉  이황 1501~1570

雨捲雲歸暮天碧   우권운귀모천벽   구름 흘러가고 비 걷혀, 저녘 하늘 푸르고 
西風入林鳴策策   서풍입림명책책   서녘바람 숲에 들어 소슬히 울고 있네
溪禽忘機立多時   계금망기립다시   물새가 때 잊고서, 오래도록 서 있다가   
忽然決起飛無迹   홀연결기비무적   홀연히 솟아올라 자취도 없이 날아가네


662 溪堂에서 우연히
    李滉   이황 1501~1570

 
국泉注硯池   국천주연지   샘물을 두손으로 움켜다 벼루에 붓고
閒坐寫新詩   한좌사신시   한가로이 앉아 새로지은 시 쓰네
自適幽居趣   자적유거촉   그윽하게 사는 맛 스스로 즐기나니
何論知不知   하론지부지   남이 알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어라

 

663 善竹橋頭血   선죽교두혈
   李滉   이황 1501~1570

 
善竹橋頭血   선죽교두혈   선죽교 머리 위의 피
人悲我不悲   인비아불비   사람들은 슬퍼하지만 나는 슬퍼하지 않네


忠臣當國危   충신당국위   충신이 나라의 위기를 맞아
不死更何爲   불사경하위   죽지 않고 어찌하리

 
蕭蕭草蓋屋   소소초개옥   보잘것없는 초가 오막살이
上雨以旁風   상우이방풍   위로는 비가 새고 옆으로는 바람이 치네


就燥屢種狀   취조루종상   바른 곳을 찾아 가구를 옮기고
叛書故萊中   반서고래중   서적은 헌 상자 속에 거두네

 

664   陶山月夜詠梅 1  도산월야영매   도산 달밤에 핀 매화
      李滉   이황 1501~1570

 
獨倚山窓夜色寒   독의산창야색한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매초월상정단단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 달이 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   불수갱환미풍지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 불어오니
自有淸香滿院間   자유청향만원간   맑은 향기 저절로 뜨락에 가득 차네

 


665  陶山月夜詠梅 2  도산월야영매   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다
    李滉   이황 1501~1570

 
步섭中庭月진人   보섭중정월진인   뜰을 거니노라니 달이 사람을 좇아오네
梅邊行繞幾回巡   매변행요기회순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夜深坐久渾忘起   야심좌구혼망기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香滿衣巾影滿身   향만의건영만신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

 

 

666 陶山月夜詠梅 3  도산월야영매   도산 달밤에 핀 매화
    李滉  이황 1501~1570

 
晩發梅兄更識眞   만발매형갱식진   늦게 피는 매화꽃, 참 뜻을 새삼 알겠네
故應知我怯寒辰   고응지아겁한진   일부러 내가 추위에 약한 것을 알아서 겠지
可憐此夜宜蘇病   가련차야의소병   가련하다, 이 밤 내 병이 나을 수만 았다면
能作終宵對月人   능작종소대월인   밤새도록 달만 보고 있겠네

 

667 陶山言志    도산언지
    李滉   이황 1501~1570

 
自喜山堂半已成   자희산당반이성   기쁘게도 山堂이 벌써 반이나 지어졌으니  
山居猶得免躬耕   산거유득면궁경   산에 살면서도 오히려 밭갈이 면할 수 있네


移書稍稍舊龕盡   이서초초구룡진   책 옮기니 차츰차츰 해묵은 책장 비어가고  
植竹看看新筍生   식죽견견신순생   대나무 심었더니 볼 때마다 새 죽순 돋아난다

 
未覺泉聲妨夜靜   미각천성묘야정   샘물소리 밤의 고요, 방해해도 깨닫지 못하고  
更憐山色好朝晴   경린산색호조청   사랑스런 山色은 맑은 아침에 더 아름답구나

 
方知自古中林士   방지자고중림사   이제야 알겠구나! 예로부터 숲속에 사는 선비는  
萬事渾忘欲晦名   만사혼망욕회명   萬事를 다 잊고 이름마저 숨기려 했던 것을

 


668 晩步  만보     저녁무렵 거닐며
    李滉   이황 1501~1570 

 
苦忘亂抽書   고망란추서   건망증이 염려되어 책들을 어지러이 뽑아 놓고서
散漫還復整   산만환부정   이리저리 흩어진 책을 다시 정리한다
曜靈忽西頹   요령홀서퇴   해는 문득 서쪽으로 기울고
江光搖林影   강광요림영   강에는 빛이 번쩍이고 숲 그림자는 들린다

 
扶공下中庭   부공하중정   대나무 지팡이 짚고 뜰로 내려가
矯首望雲嶺   교수망운령   고개 들고 구름재를 멀리바라본다
漠漠炊烟生   막막취연생   밥짓는 연기 아득히 피어오르고
蕭蕭原野冷   소소원야랭   언덕과 들이 차가워 쓸쓸하구나

 
田家近秋穫   전가근추확   농가의 가을걷이 가까워지니
喜色動臼井   희색동구정   고을 방앗간에 기쁜 빛 도는구나
鴉還天機熟   아환천기숙   갈가마귀 돌아오니 절기 익어가고
鷺立風標형   로립풍표형   나뭇가지에 바람 불고 해오라기 우두커니 서있다

 
我生獨何爲   아생독하위   내 인생 홀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宿願久相梗   숙원구상경   숙원은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다
無人語此懷   무인어차회   내 마음 속의 이야기 나눌 사람 아무도 없어
瑤琴彈夜靜   요금탄야정   고요한 이 밤에 거문고만 타본다

 

670    浮碧樓   부벽루 
     李滉  이황 1501~1570

 
永明寺中僧不見   영명사중승부견   영명사에 스님은 보이지 않고
永明寺前江自流   영명사전강자류   절 앞에는 강물만 흘러가네


山空孤塔立庭際   산공고탑립정제   산은 고요하고 뜰에는 탑만 우뚝 서 있고
人斷小舟橫渡頭   인단소주횡도두   나루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조각배만 매어있네

 
長天去鳥欲何向   장천거조욕하향   높은 하늘을 날아가는 저 새는 어디로 가나
大野東風吹不休   대야동풍취부휴   넓은 들에 봄바람은 끝없이 불어오네

往事微茫問無處   왕사미망문무처   지난일 아득하여 물을 곳 없고
淡煙斜日使人愁   담연사일사인수   뿌연 연기 속의 석양은 사람을 수심케 하네


671 詠花王   영화왕      모란을 읊다
    李玄逸  이현일 1627~1704

 
花王發春風   화왕발춘풍   화왕이 봄바람에 피어
不語階壇上   부어계단상   말없이 단 위에 서 있네
紛紛百花開   분분백화개   분분히 핀 온갖 꽃들 중에
何花爲丞相   하화위승상   어느 꽃이 정승일까

 

 

672   寄僧  기승    스님에게 
      李주  이주

 
鐘聲鼓月落秋雲   종성고월락추운   종소리 달을 치니, 가을 구름에 떨어지고
山雨유유不見君   산우유유불견군   산에 소낙비 내리는데, 그대는 보지 않는다
鹽井閉門猶有火   염정폐문유유화   鹽井에 문 닫아도 불빛은 깜박거리고
隔溪人語夜深聞   격계인어야심문   개울 건너 사람의 말소리 밤이 깊어도 들려온다

 


673 白雲庵    백운암
    李楫  이집 1668~1731 

 

雲爲臥점石爲扉   운위와점석위비   구름을 자리 삼고 바위를 사립삼아
月滿心臺風滿衣   월만심대풍만의   마음엔 달이 가득 옷에는 바람 가득
盡與魚龍說經罷   진여어룡설경파   魚龍을 데리고서 說經을 마치시면
院庭歷亂雨花飛   원정력란우화비   뜨락엔 어지러이 꽃비가 날리겠지

 
674  晩晴  효청    저녁 비 개이고
     李集  이집 1327~1387

 
晩晴溪水振風凉   만청계수진풍량   저녁 비 갠 시내에 바람이 서늘하고
屋上峰陰半入墻   옥상봉음반입장   지붕 위의 산 그림자 반쯤 담 안에 들어왔네
滿眼新詩收未得   만안신시수미득   눈 가득한 그 풍경을 미처 시에 담기 전에
一枝花月送淸香   일지화월송청향   꽃 가지에 걸린 달이 맑은 향기 보내오네


675 尋僧  심승    스님을 찾아
    李廷龜   이정귀 1564~1635

 
石逕崎嶇杖滑苔   석경기구장활태   지팡이 짚고 이끼 낀 미끄러운 石逕 오르니
淡雲疎磬共徘徊   담운소경공배회   아득한 풍경소리 엷은 구름 위에서 노니네
沙彌叉手迎門語   사미차수영문어   어린 중이 두 손 모으며 맞더니
師在前山宿未回   사재전산숙미회   스님은 앞산에서 잠들어 돌아오지 않으셨다하네


676 幽居  유거    한가히 살며
    李廷龜   이정귀 1564~1635

 
幽居地僻斷過從   유거지벽단과종   외진 곳에 한가로이 사니, 발길 끊기고
睡起閑齋萬事용   수기한재만사용   한가한 집, 잠에서 깨어도 할 일이 없네
猶有憂時心未已   유유우시심미이   그래도 근심은 있어, 마음이 안 좋으면
夕陽扶杖看前峯   석양부장간전봉   석양에 지팡이 짚고 산 봉우리 바라보네

 


677    雪   설     눈
     李廷柱(朝鮮)  이정주

 
曉失雙白鶴   효실쌍백학   새벽에 백학 한 쌍이 보이지 않아
초창望遠空   초창망원공   마음 섭섭하여 먼 하늘을 바라본다
忽聞淸려響   홀문청려향   문득 맑은 학 울음소리 들리니
依舊在庭中   의구재정중   예전과 같이 뜰 안에 있었구나

 

678 自寬  자관    스스로 너그럽게
    李藏用   이장용  1201~1272

 
萬事唯宜一笑休   만사유의일소휴   모든 일은 오직 한번 웃고 마는 것이 마땅하리
蒼蒼在上豈容求   창창재상기용구   위로는 아득함 있어 어찌 구하는 모든 것을 허락하겠나
但知吾道何如耳   단지오도하여이   다만 나의 길이 어떠한지 알고 싶을 뿐
不用斜陽獨依樓   불용사양독의루   夕陽에 홀로 망루에 기댈 필요가 없으리

                  

679 無題    무제
   文山 李載毅   이재의 1772~1839

 
孤松不改節   고송불개절   외로운 소나무가 절개를 안 고치니
隱者盤桓處   은자반환처   은둔자가 이리저리 노니는 곳 되었지
傍有小壇築   방유소단축   그 곁에는 작은 壇이 하나 있으니
此心誰與語   차심수여어   이 맘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으랴

 

 
680 題香山僧軸    제향산승축 
    李제 이제  讓寧大君 1394~1462

 
山霞朝作飯   산하조작반   산의 노을로 아침에 밥을 짓고
蘿月夜爲燈   라월야위등   숲 사이 돋는 달로 밤에 등불을 삼네
獨宿孤庵下   독숙고암하   외로운 암자 찾아와 홀로 자니
惟存塔一層   유존탑일층   중들은 어디 가고 탑만 서 있네

 

681  戱贈西關妓  호증서관기   西關의 기생에게 
     李제  이제   讓寧大君 1394~1462

 
別後音容杳莫追   별후음용향막추   이별 후 소식 묘연하니
楚臺無路覓佳期   초대무로멱가기   楚臺에서 만날 기약 없구나
粧成玉貌人誰見   반성옥모인수견   단장한 고운 얼굴 누가 볼까 
愁殺紅顔鏡獨知   수쇄홍안경독지   수심진 紅顔은 거울이 홀로 알겠지


夜月猶嫌窺繡枕   야월요혐규수침   달빛은 비단 베개 엿보고
晩風何事捲羅?   만풍하사권라?   저녘 바람은 무슨 일로 휘장을 걷어 치나
庭前賴有丁香樹   정전뢰유정향수   뜰앞에 丁香樹 서 있기에
强把春情折一枝   강파춘정절일지   春情을 못잊어 한 가지 꺾었네

 

682 贈別丁香  증별정향   이별하는 丁香에게
    李제  이제   讓寧大君 1394~1462

 
別路香雲散   별로향운산   헤어진 길에는 향기로운 구름 흩어지고
離情片月鉤   리정편월구   이별의 情은 휘어진 조각달
可憐轉輾夜   가련전전야   가련타 잠 못 이루는 이 밤
誰復慰殘愁   수복위잔수   누가 다시 남은 근심 위로해 주리

 

683 普德窟     보덕굴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陰風生巖谷   음풍생암곡   찬바람 바위 골짜기에서 불어오고
溪水深更綠   계수심갱녹   계곡 물은 깊고도 푸르네
倚杖望層전   의장망층전   지팡이에 기대  겹친 산꼭대기 바라보니
飛첨駕雲木   비첨가운목   구름은 나무를 감싸 안으며 날아가네

 


684 山舍朝炊  산사조취    山舍 아침 굴뚝연기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山下誰家遠似村   산하수가원사촌   산 아래 외딴 집은 누구의 집일까
屋頭烟帶大平痕   옥두연대대평흔   굴뚝에선 가느다란 연기 피어오르고
時聞一犬吠籬落   시문일견폐리락   무너진 울타리 옆에서는 개 짖는 소리
乞火有人來구門   걸화유인래구문   불씨 꾸러 온 사람이 문이라도 두드리나  


685 山中雪夜   산중설야    산 속  눈 내리는 밤에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紙被生寒佛燈暗   지피생한불등암   얇은 이불에선 한기가 일고 佛燈 어두운데
沙彌一夜不鳴鐘   사미일야불명종   어린 중은 밤새도록 종을 울리지 않는구나
應嗔宿客開門早   응진숙객개문조   자는 客 문을 일찍 연다고  화를 내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   요간암전설압송   암자 앞 눈 쌓인 소나무 꼭 보리라

 

686 登峨眉山 등아미산    아미산에 올라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蒼雲浮地面   창운부지면   검푸른 구름 땅 위에 떠 있고
白日轉山腰   백일전산요   밝은 해는 산허리로 둘러간다
萬像歸無極   만상귀무극   萬像은 無極으로 돌아가니
長空自寂寥   장공자적요   허공은 스스로 고요하기만 하다


687 沙里花       사리화
   李齊賢 (高麗)    이제현 1287~1367

 
黃雀何方來去飛   황작하방래거비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우느냐
一年農事不曾知   일년농사불증지   일 년 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鰥翁獨自耕耘了   환옹독자경운료   늙은 홀아비 홀로 갈고 맸는데
耗盡田中禾黍爲   모진전중화서위   밭의 벼며 기장을 다 없애다니


688 鄭瓜亭     정과정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憶君無日不霑衣   억군무일부점의   그대를 생각하느라 하루도 옷을 적시지 않는 날이 없으니
政似春山蜀子規   정사춘산촉자규   바로 봄 산 접동새 같네
爲是爲非人莫問   위시위비인막문   옳고 그릇됨을 사람들아  묻지를 마오
只應殘月曉星知   지응잔월효성지   단지 응당 지는 달과 새벽별만은 알리라
    


689 居士戀    거사연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鵲兒籬際塞花枝   작아이제새화지   울타리 꽃가지엔 새벽까치 짖어대고
희子床頭引網線   희자상두인망선   갈거미는 침상 머리에서 그물 실을 뽑아내네
余美歸來應未遠   여미귀래응미원   우리 님 머지않아 오시려나
精神早己報人和   정신조기보인화   어쩐지 내 마음이 미리 설레네

 

 690 九曜堂  구요당    깊은 산 속 집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溪水潺潺石逕斜   계수잔잔석경사   시냇물 잔잔하고 돌길이 비탈진 곳 
寂廖誰似道人家   적요수사도인가   적막하기 도인 사는 거처와 비슷해라
庭前臥樹春無葉   정전와수춘무엽   뜰 앞 누운 나무 봄에도 잎은 없고 
盡日山蜂咽草花   진일산봉인초화   진종일 산 벌만 풀꽃에서 잉잉대네

 
691 桐花  동화    오동 꽃
    李春元   이춘원  1571~1634

 
桐花一朶殿群芳   동화타염전군방   오동 꽃 한 송이 뒤늦게 피었기에
折揷金壺別有香   절삽금호별유향   꺾어 꽃병에 꽂으니 향기 새롭네
幾度春風開落後   기도춘풍개락후   몇 해를 봄바람에 피고 진 뒤엔
化身琴瑟夜鳴堂   화신금슬야명당   거문고 되어 대청에서 울어댈 거야

 

692 幇甚  방심    게으름  
    李詹  이첨 1345~1405

 
平生志願已蹉타   평생지원이차타   평생에 뜻하던 일 이미 글렀고
爭奈衰慂十倍多   쟁내쇠용십배다   어쩌랴 게으름만 부쩍 느는 걸
午枕覺來花影轉   오침각래화영전   낮잠에서 깨보니 꽃 그늘은 옮겨가
暫携稚子看新荷   잠휴치자간신하   아이의 손잡고 갓 핀 연꽃 구경하네

                  


693 偶成  우성   우연히 짓다
    李淸照(宋)   이청조 1084~1155

 
十五年前花月底   십오년전화월저   십오년전 달빛 어린 꽃 아래서  
相從曾賦賞花詩   상종증부상화시   함께 꽃을 보며 詩 지었었지
今春花月渾相似   금춘화월혼상사   그 꽃과 그 달은 예전 그대로 인데
安得精懷似往時   안득정회사왕시   이내 마음 어찌 옛날과 같겠는가

 

694   雨夜有懷 우야유회   비오는 밤에
     印毅  인의

 
草堂秋七月   초당추칠월   초가집 칠월 가을날
霖雨夜三更   임우야삼경   한밤에 장마비는 주절주절

의枕客無夢   의침객무몽   베개를 높여도 잠은 오지 않고
隔窓충有聲   격창충유성   창밖엔 벌레소리 요란하네

 
淺莎번亂滴   천사번난적   잔디에 어지러이 빗방울 떨어지고
寒葉쇄餘淸   한엽쇄여청   떨어진 빗방울에 나뭇잎 남은 푸른 빛 더 씻기겠네

 
自我有幽趣   자아유유취   자연히 나에게 그윽한 마음 생기니
知君今多情   지군금다정   이제 그대 다정함을 알겠네

 
695 華嚴一乘法界圖   화엄일승법계도
    義湘스님  의상스님 625~702

 
法性圓融無二相   법성원융무이상   법과 성품은 원융하여 두가지 모양이 없나니
諸法不動本來寂   제법부동본래적   모든 법이 움직임이 없어 본래부터 고요하다
無名無相絶一切   무명무상절일체   이름없고 모양도 없어서 온갖 경계가 끊겼으니
證智所知非餘境   증지소지비여경   깨달은 지혜로만 알 뿐 다른 경계 아니로다

 
眞性甚深極微妙   진성심심극미묘   참된 성품 깊고 깊어 지극히 미묘하나
不守自性隨緣成   불수자성수연성   자기 성품 지키잖고 인연따라 이루더라
一中一切多中一   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중에 일체있고 일체 중에 하나있으니
一卽一切多卽一   일즉일체다즉일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

 
一微塵中含十方   일미진중함시방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一切塵中亦如是   일체진중역여시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無量遠劫卽一念   무량원겁즉일념   끝이 없는 무량겁이 곧 일념이요
一念卽是無量劫   일념즉시무량겁   일념이 곧 끝이 없는 겁이어라

 
九世十世互相卽   구세십세호상즉   구세 십세가 서로서로 섞였으되
仍不雜亂隔別成   잉불잡란격별성   잡란없이 따로따로 이뤘어라
初發心時便正覺   초발심시변정각   처음 발심 하온 때가 정각을 이룬 때요
生死涅槃相共和   생사열반상공화   생사와 열반이 서로 서로 함께 했고

 
理事冥然無分別   이사명연무분별   이와 사가 그윽히 조화하여 분별할 것 없으니
十佛普賢大人境   십불보현대인경   열 부처님 보현보살 큰 사람의 경계더라
能仁海印三昧中   능인해인삼매중   부처님의 해인 삼매 그 가운데
繁出如意不思義   번출여의불사의   불가사의 무진법문 마음대로 드러내며

 
雨寶益生滿虛空   우보익생만허공   빗방울같이 보배로 중생을 이롭게 한 일 허공에 가득 차니
衆生隨器得利益   중생수기득이익   중생들이 그릇따라 갖은 이익 얻음이라
是故行者還本際   시고행자환본제   이 까닭에 수행자들은 마음자리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碻息妄想必不得   파식망상필부득   망상을 쉬지않곤 얻을 수 없네

 
無緣善巧着如意   무연선교착여의   인연 짓지않는 좋은 방편으로 마음대로 잡아쓰니 
歸家隨分得資糧   귀가수분득자량   집에 돌아가 분수따라 양식 얻네
以陀羅尼無盡寶   이다라니무진보   이 다라니 무진법문 끝이 없는 보배로써
莊嚴法界實寶殿   장엄법계실보전   온 법계를 장엄하여 보배궁전 이루고서

 
窮坐實際中道床   궁좌실제중도상   영원토록  법의 중도 자리에 편히 앉아
舊來不動名爲佛   구래부동명위불   억만겁에 부동함을 이름하여 부처라하느니라

 

 

696   그대 무릎 베고 빈몸으로 가네
    一休禪師(日本)  일휴선사

 
十年花下理芳盟   십년화하리방맹   십년 동안 꽃 아래서 부부언약 잘 지켰으니
一段風流無限淸   일단풍류무한청   한 가락 풍류는 무한한 정치여라
情別枕頭兒女膝   정별침두아여슬   그대 무릎 베고 누워 이 세상을 하직하니
夜深雲雨約三生   야심운우약삼생   깊은 밤 운우 속에서 삼생을 기약하네


697 吉祥寺古梅  길상사고매    吉祥寺에 묵은 매화
    林古度(淸)   임고도

 
一樹古梅花數畝   일수고매화수무   묵은 매화나무 가지에 꽃 흐드러져
城中客子乍來看   성중객사작래간   도성 안 사람들 몰려와 구경하네
不知花氣淸相逼   부지화기청상핍   꽃에서 맑은 기운 피어나는 줄 모르고
但覺深山春尙寒   단각심산춘상한   산이 깊어 봄인데도 아직 춥다 말하네


698 山園小梅  산원소매   산속 동산에 핀 작은 매화
    林逋(北宋) 임보 967~1028

 
衆芳搖落獨暄姸   중방요락독훤연   꽃들은 떨어졌건만 홀로 곱고 아름다워
占盡風情向小園   점진풍정향소원   풍정을 모두 앗아간 채 작은 정원을 향해 피었다

 
疎影橫斜水淸淺   소영횡사수청천   성긴 그림자 가로질러 흐르는데 물은 맑고
暗香浮動月黃昏   암향부동월황혼   그윽한 향기 뿜어내니 때는 달뜨는 황혼이로다

 
霜禽欲下先偸眼   상금욕하선투안   흰 학은 내려 올려는 듯 먼저 자리를 살피고
粉蝶如知合斷魂   분접여지합단혼   나비도 아는 듯이 넋을 잃고 함께 한다

 
幸有微吟可相狎   행유미음가상압   다행히 나직이 시를 읊어 서로 가까이할 수 있으니
不須檀板共金尊   불수단판공금존   단판 과 금 술잔은 필요가 없으리라

 


699  貧女吟  빈녀음    가난한 여인의 노래
     林碧堂金氏(朝鮮)   임벽당김씨 1480~

 
夜久직末休   야구직말휴   밤 깊도록 베를 짜며 쉬지 않으니
憂憂鳴寒機   우우명한기   베 짜는 소리만 차가운 베틀에서 울려 퍼지네
機中一疋練   기중일필련   베틀의 한 필 옷감
終作阿誰衣   종작아수의   마침내 누구의 옷이 지어지려나
 
         ☞  練= 흰 명주.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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