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在生活裏)

내 몸 모든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含閒 2008. 8. 21. 09:34

남산편지에서 모셔 왔습니다.       

선배님 중에도 본문과 같이 시신 기증을 하신 분이 계십니다. 한선배님 존경합니다. 형수님도...

 

내 몸 모든 것을 필요한 분들에게

 

남산편지 518  내 몸 모든 것을 필요한 분들에게

 

최근 시신과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심현동(48.경북 김천시 태촌성결교회 목사)씨는 1991년 시신과 장기 기증을 서약했습니다. 그는 또 같은 해에 신장을, 2003년엔 간을 기증했습니다. 심씨의 부인과 부모, 장인. 장모, 두 명의 여동생 부부뿐 아니라 딸 샛별(19)양과 아들 찬양(16)군까지 시신과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심씨가 딸에게 기증 유언을 반드시 지켜 달라는 편지를 띄웠고, 이에 샛별양은 아빠의 뜻을 따르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다음은 심현동 목사는 딸에게 남긴 글입니다.

 

"내 몸 모든 것을 필요한 분들에게"

 

내가 중학교 국어 선생님의 말씀을 이야기했던가. 조선시대의 명기(名妓) 황진이는 "내가 죽거든 내 시신을 감나무 밑에 묻어 주시오. 감이라도 많이 열리게…"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그는 비록 기녀지만 평생을 그런 정신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한평생 살다가 미련 없이 떠나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느냐.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몹시 힘들어하시는 네 할머니도 "내가 죽으면 시신을 대학병원에 기증하여 귀에서 소리가 나는 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데 쓰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세상을 떠날 때 모든 것을 주고 가련다. 내가 죽거든 당황하지 말고 이 글을 기억했다가 침착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내가 죽은 지 여섯 시간 안에 각막을 떼 앞을 못 보는 사람의 눈을 뜨게 해라. 그런 뒤 조촐한 장례식을 치르고 내가 즐겨 입던 옷을 입혀 대학병원에 시신을 내주거라. 의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내주어 해부학 교육과 연구를 위해 쓰이게 해라.

특히 신장과 간 기증 후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연구할 수 있게 해라. 뼈와 연골, 그리고 피부까지도 필요한 분들에게 내줘라. 어차피 육신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 돌아가는 내가 조금만 덜 부끄럽게 도와주기 바란다.

 

뇌사(腦死)는 생각하기에 따라 복된 죽음으로도 볼 수 있다. 내가 사고로 뇌사에 빠지면 남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눠줘라. 그러면 세상을 떠나가면서도 마지막 기쁨을 누리는 셈이다. 의과대학에서 연구가 끝났다고 (내 몸을) 돌려줄 것이 있다고 하거든 땅에 묻지 말고 화장하여라. 좁은 땅에서 내 묏자리 하나 없애는 것도 산 자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요즘 많은 목사님들이 화장운동에 앞장서는 것 잘 알고 있지? 아름다운 강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 가끔 내가 생각나거든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시신 기증자들을 위한 추모공원에 도시락 싸서 놀러 와라.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즐겁게 놀다 가거라.

마지막으로 베푸는 삶을 살되 건강할 때 자주 헌혈하면서 주는 자의 복을 누리거라.

 

 

이 편지에 답하여 딸이 말했습니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는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시신을 기증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투명한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빠가 자주 하시는 말씀인데 이제 저도 주위에 곧잘 말하곤 해요. '자기 것을 주길 아까워하면 내가 필요로 할 때 누가 주겠느냐고.“ [2005.05.14  중앙일보참조]

 

심현동 목사님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시는 분이란 생각이 됩니다. 말이야 누구든 쉽게 말하고 좋은 말을 골라 그럴듯하게 할 수 있지만 그이 삶이 말을 따라 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심 목사님은 이를 실천함으로써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딸의 대답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이 얼마나마 아름다운 세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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