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자탄, 이황

含閒 2008. 8. 18. 14:27

자탄                              이황

이미 지난 세월이 나는 안타깝지만
그대는 이제부터 하면 되니 뭐가 문제인가.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
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둘지도 말게.

自歎(자탄)

已去光陰吾所惜,當前功力子何傷.
이거광음오소석   당전공력자하상
          竹
但從一貴爲山日,莫自因循莫太忙.
단종일궤위산일   막자인순막태망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루다

퇴계 이황이 64세 무렵에 쓴 시다. 도산서원에 머물 때 서울에서 찾아온 제자 김취려에게 준 것.자기는 이미 늙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대는 아직 젊으니 성심껏 노력하면 잘 될 거라며,조급하게 굴지도 말고 어영부영하지도 말며 그저 꾸준하게 해 나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어느 분야든 장인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합 3시간 전부터 코트에 나와 슈팅 연습을 했다. 남보다 먼저 도착해 남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는 프로 스타.놀라운 것은 그가 두 눈을 감은 채 끊임없이 자유투를 던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때까지 얼마나 피눈물나는 노력을 거듭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미국 프로농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구단주 팻 크로스였다. 그는 조던의 탁월한 능력과 집중력이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던이 자신의 시간과 땀을 투자하고,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나와 연습하는 과정은 곧 팀원 전체의 승리로 이어졌다. 그는 팀원들이 함께 '흙'을 쌓고 '산'을 이룰 수 있도록 솔선수범의 리더십까지 자연스레 발휘한 것이다.

노력파 조던의 진면목을 알아본 팻 크로스도 구단주가 되기 전엔 평범한 물리치료사였다. 그가 동부 리그 최하위팀을 5년 만에 최강팀으로 키워낸 비결은 '흙을 쌓아 산을 이루는' 불변의 진리를 미리 깨우친 것이었다.

목표를 설정한 뒤 가장 많이 겪는 유혹이 조급증이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얻으면 좋겠지만,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당장의 목표보다 꾸준한 성장을 중시하는 CEO가 '산'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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