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의 다향(茶香)을 따라
서라벌에 깃든 석당(石堂) 최남주의 향기 따라 - 신라 흥덕왕비(碑) 발견 -
서라벌신문 기자 / 2022년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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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 최정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흥덕왕은 신라 후기 가장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군주였다. 장보고를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신라의 뛰어난 항해술과 강력한 군사력을 통해 아라비아해역과 동남아, 인도 항로를 개척했다.
신라, 당, 일본 아랍을 이어주는 해상 실크로드의 완성을 꿈꿨다. 당나라에서 차의 종자를 수입하여 지리산 부근에 심게 하였고, 장보고를 통해 당나라의 최첨단 기술인 청자번조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흥덕왕은 10년 재위의 짧은 기간 동안 신라의 청해진을 세계적인 무역항구로 만들어갔다.
해상왕 장보고는 동양사학자 에드윈 라이샤워(1910-1990)가 논문을 통해 세계적인 인물로 조명한 바가 있을 만큼 현재도 그 명성이 전해지고 있지만, 장보고와 청해진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신라 42대 국왕 흥덕왕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현저히 적다.
동아시아 최고의 서체 흥덕대왕비
동아시아 최고의 서체 흥덕대왕비
1957년 봄. 흥덕왕릉귀부 부근에서 석당이 발견한 흥덕(興德) 이란 음각으로 새겨진 비석머릿돌 |
석당이 발견한 신라금석문 중 가장 애착이 컸던 것은 신라 42대 흥덕왕릉 귀부 주변에서 발견한 비편들이다.
최초 발견한 1937년부터 해방 이후까지 무려 20여편이었다. 발견한 비편 모두 경주박물관을 비롯한 전국대학박물관들에 기증하여 현재도 보관되고 있다.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에 위치하고 있는 흥덕왕릉은 신라 능묘제도를 가장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서 신라 능묘사 연구에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있다. 거대한 비신을 잃은 귀부까지 현존하고 있다.
석당은 1957년 봄, 흥덕왕릉 귀부에서 여러 편의 비편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비신머리돌(이수)에 새겨진 흥덕(興德)이란 제명(題銘)의 비편이었다.
서체 크기가 13.5cm으로, 웅혼한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음각(陰刻)의 전서(篆書)체였다. 이 ‘흥덕’의 서체는 당시 동아시아 3국 금석문사에 있어서 최고의 수작이라고 동빈 김상기 박사가 고증한 바 있다.
그동안 흥덕왕릉에서 발견된 비편들의 서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신라가 당의 구양순(557-641) 서체를 수용한 후 200년 동안 개량 및 진화하여 독창적인 신라만의 서풍을 창조한 신라금석문 예술의 결정체였던 것이다.
이 비문을 쓴 사람은 신라 김생 이후 최고의 명필인 요극일(姚克一)이었다. 석당이 발견한 ‘흥덕’이 새겨진 비편은 신라 능묘의 주인공을 알 수 있는 결정적 자료였다.
신라 능묘의 주인공을 알 수 있는 곳은 무열왕릉과 흥덕왕릉이 유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흥덕왕릉비는 신라금석문사적으로 사료적인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도난당한 흥덕왕릉비(碑)
석당이 ‘흥덕’이라고 새겨진 비편을 발견할 당시 함께 동행한 연세대학교의 한 사학과 교수는 석당에게 이 비편을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기증을 해달라고 간청했다.
석당이 ‘흥덕’이라고 새겨진 비편을 발견할 당시 함께 동행한 연세대학교의 한 사학과 교수는 석당에게 이 비편을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기증을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동안 석당이 발견한 흥덕왕릉 비편은 경주박물관에 많이 소장되어 있으므로 서울 소재의 대학도서관에 이 귀중한 유산을 전시하면 신라사를 연구하는 후학들에게 커다란 학문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석당은 간청을 못 이기고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때만 해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이 귀중한 신라금석문이 1963년까지 연세대도서관에 전시중이었는데 어디론가 증발한 것인지 행방이 묘연했다.
필자는 2000년 경 한일교섭사를 전공하는 한 노교수로부터 흥덕왕릉 비편이 일본 천리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지만 도서관 측으로부터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고 허탈하게 돌아왔다.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지 못한 비극에 대한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흥덕왕릉 비편이 언젠가는 우리들 곁에 돌아와 후손들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서라벌신문 기자 / 2022년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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