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패션 인생 마치고… ‘천상의 무대’로 떠나다
입력 :2020-12-29 22:32ㅣ 수정 : 2020-12-30
佛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 영면
▲ 29일 98세를 일기로 영면에 든 피에르 가르뎅은 생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삶을 위해 만든 옷”이라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의 전설적 디자이너이자 패션 사업계 거장인 피에르 가르뎅이 29일(현지시간) 파리 근교 뇌이의 한 병원에서 영면에 들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98세.
●14세 패션계 입문… 98세까지 활동
피에르 가르뎅은 1922년 이탈리아 북부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인이던 부모를 따라 프랑스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14세 때 재단사 견습생으로 패션계에 발을 들인 뒤 24세에 크리스티앙 디오르 디자이너가 됐다. 이어 28세인 1950년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피에르 가르뎅’을 설립했다.
피에르 가르뎅이 패션계에서 자신의 직업을 찾아간 여정은 ‘동전 던지기’ 일화와 맞물려 전해지고 있다. 먼저 파리 적십자사에서 일할지, 디자이너로 일할지를 선택해야 할 때 그는 동전을 던져 패션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제자로 일하던 중 디오르가 사망하자 회사에 남을지, 독립할지를 가늠하기 위해 피에르 가르뎅은 다시 동전을 던진 뒤 독립을 선택했다. 피에르 가르뎅은 한 인터뷰에서 “동전이 좋은 선택을 해 준 것이 아니라, 일단 결정한 뒤 믿음을 갖고 밀고 나가면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피에르 가르뎅은 1960~1970년대 초현대적 디자인으로 기존의 패션 스타일을 전복한 인물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실제 우주탐사 꿈이 커지던 1960년대 피에르 가르뎅은 반짝이는 페이턴트 가죽, 플라스틱, 메탈릭 보디 수트로 꾸민 ‘스페이스 룩’을 선보이며 미래 패션의 아이콘이 됐다.
●사업 수완 뛰어나 ‘오트 쿠튀르’ 대중화 앞장
피에르 가르뎅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의류)를 대중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1958년 맞춤복을 전문으로 하는 ‘쿠튀리에’ 가운데 최초로 기성복 라인을 출시했고, 1983년 가을 시즌부터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이 피에르 가르뎅의 컬렉션을 취급했다. 피에르 가르뎅은 또 자신의 이름을 선글라스, 시계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하도록 라이선스를 허용하며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과시했다. 한때 프랑스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부호들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피에르 가르뎅은 최근까지 노익장을 과시하며 디자이너로서 활동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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