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첫 마음 ,정채봉

含閒 2020. 12. 4. 19:44

첫 마음

정채봉(丁埰琫 1946-2001)


1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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