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북 피격 실종자 유족, 문재인 대통령 편지 공개
뉴스1입력 2020.10.14 12:53수정 2020.10.14 15:02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47)의 친형 이래진씨(55)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47)의 유족이 1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의 편지는 이씨의 아들이 8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친필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이씨의 아들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 국방부와 해경 등 관계당국이 결론 내린 '(아버지의)월북'에 대한 반박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내용을 편지에 담았다.
유족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을 13일 낮 12시30분쯤 우체국 등기로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 대통령 답장 전문.
아드님께.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습니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합니다.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버지 일로 많이 상심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합니다.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내 주길 바랍니다.
2020년 10월 8일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님, 아빠 죽임당할 때 나라는 뭐 했나요" 분노의 편지[전문]
중앙일보 2020.10.06 00:06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나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 A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사진)에 담긴 문구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가 5일 공개한 A군의 편지에는 아버지를 월북자로 규정한 데 대한 원망과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비판,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대한 호소의 글이 빼곡히 담겼다.
피격 공무원의 고2 아들 편지
“공무원 자부심 높았던 아빠
월북 얘기 믿을 수 없어요
가족들 삶 비관 않고 살 수 있게
아빠의 명예 찾도록 도와주세요”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자필로 작성한 편지. 이 편지는 5일 이모씨의 친형인 이래진씨가 공개했다. [이래진씨 제공]
자신을 고교 2학년으로, 자신의 여동생을 초등학교 1학년으로 소개한 A군은 편지의 서두에서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어린 동생과 저, 엄마는 매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을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늦게 공무원이 된 아빠는 우리 학교에 와서 직업소개를 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고, 해수부 장관 표창장과 중부해경청장 표창장까지 받은 분”이라고 부친을 소개했다.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쓴 편지. 친형 이래진씨가 5일 공개했다. [이래진씨 제공]
편지는 이후 부친을 월북자로 규정한 데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A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고, 180㎝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신상정보를 북에서 알고 있었다는데, 총을 든 북한군이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 없어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A군은 이어 “아빠가 해외 출장을 간 줄 알고 있는 어린 동생은 아빠가 선물을 사 들고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매일 밤 아빠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잠이 든다”며 “그걸 보는 저와 엄마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편지가 이어질수록 나라에 대한 원망의 강도도 강해졌다. A군은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아빠가 나라의 잘못으로 오랫동안 차디찬 바다에서 고통받다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며 “국가는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가족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되돌려주고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함민정·최모란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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