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6)이 2019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정복했다. 연장으로 넘어갈 줄 알았던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8m짜리 버디 퍼트를 낚아 극적인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사상 최고액으로 이 대회에 걸린 우승상금 150만 달러(약 17억6000만원)가 김세영의 손에 쥐어지면서 고진영은 경쟁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상금왕을 확정했다. 투어 시즌 마지막 경기를 태극낭자들이 ‘윈-윈’하는 모양새로 마치면서 유종의 미를 달성했다.
김세영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는 18언더파 270타. 2위 찰리 헐(잉글랜드)을 1타 차로 따돌렸다. 김세영은 시즌 3승, 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에 이어 LPGA 투어에서 두 자릿수 승수를 쌓은 네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극적인 승리였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았던 김세영은 2위 헐에게 공동 선두로 추격을 허용하고 18번 홀(파4)에 들어섰다. 우승을 위해서는 버디가 필요했다. 하지만 세컨드샷이 핀 8m 앞에 떨어지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김세영은 이때 기교와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세영의 퍼트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더니 극적으로 홀컵 안에 빨려 들어갔다. 김세영은 눈을 지그시 감고 불끈 쥔 두 주먹을 들어올렸다.
김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시즌 상금을 275만3099달러(약 32억3800만원)로 늘렸다. 상금 랭킹은 단숨에 2위까지 치솟았다.
김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거의 울 뻔했다.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며 “한국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받은 상금이 10만 달러 정도였다. 큰 상금을 받았으니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시즌의 목표로 “올림픽 출전과 4승”이라고 말했다.
김세영의 우승은 고진영에게 상금왕 타이틀을 안겼다. 이 대회에서 이정은6, 브룩 핸더슨(캐나다), 넬리 코다(미국) 등 상금 랭킹 선두권 선수가 우승할 경우 고진영을 추월할 수 있었다. 고진영은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11위로 대회를 완주했지만, 시즌 상금을 277만3894달러(약 32억6200만원)로 늘려 1위를 확정했다.
고진영은 가장 원했던 타이틀 중 하나인 타수왕도 확정했다. 평균 타수에서 69.062타를 기록해 2위 김효주(69.408타)를 제치고 최저 기록을 냈다. 고진영은 세계 랭킹 1위, LPGA 투어 올해의 선수는 물론 올 시즌 유일한 메이저대회 2승으로 확정한 아니카 메이저 어워드 트로피까지 주요 부문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한국 선수는 올 시즌 15승을 합작했다.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한 시즌 최다승 합작 타이기록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