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 졸기도… 광주 시민들 비난
“발포 명령 부인하나” 취재진 질문에 고함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하며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고 질문한 취재진을 향해 “이거 왜 이래”라고 고함치고 있다. 그 순간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오른쪽)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힌 고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1일 오후 2시 36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의 질문에 피고인석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보청기 역할을 하는 헤드셋을 쓴 채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힌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78분 동안 거주지 등을 묻는 장 부장판사의 질문에 답한 서너 차례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판 도중 꾸벅꾸벅 졸다 깨기를 반복했다. 5·18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법정에서 “회고록은 검찰 수사기록 등 정부 문서를 토대로 쓴 것으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5·18 당시 헬기 사격에 대해서는 논쟁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진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은 사자명예훼손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재판을 마치고 법원에서 나온 전 전 대통령을 향해 광주 시민들은 “살인마”라고 비난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하며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고함을 쳤다. 장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조사를 위해 다음 달 8일 오후 2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