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으로 활동한 김태우 수사관과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지낸 신재민씨의 폭로를 과연 공익신고라 할 수 있을까. 한 쪽은 ‘공무상 얻은 국가 기밀을 누설한 범법자’라는 주장을 펴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양심에 따라 조직 비위를 공개한 제보자’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공익신고 판단과 보호를 전담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인 박은정(66) 국민권익위원장은 이 뜨거운 공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싶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권익위 사무실에서 만난 박 위원장은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는 (우리가) 청렴한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진통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_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폭로한 신 전 사무관은 공익신고자인가.
“(공익신고라면) 우선 권익위나 수사기관 등 법률에 규정된 신고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언론이나 유튜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해당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신고해서 권익위 전원위원회(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공익신고로 인정 받으면 신변보호 등 보호조치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행법은 신고 당시 내용이 허위임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고발의 내적 동기가 순수한가의 여부까지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_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 수사관은 권익위에 신고했다. 그리고 이후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중 하나인 ‘불이익처분 절차 일시정지’를 신청했는데 권익위는 이를 기각했다. (인터뷰 도중 기각 소식이 들렸다)
“김 수사관 측이 밝힌 대로 8일 권익위에 부패, 공익신고를 했다. 인정 여부는 전원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위원장인 제가 여기서 뭐라 말씀드릴 순 없다. ‘불이익보호조치’는 신고를 이유로 신분상ㆍ행정적ㆍ경제적 불이익을 받으면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다. 다만 오늘 ‘불이익처분 절차 일시정지’신청에 대한 기각 판단은 좀 다른 차원이다. 김 수사관은 ‘대검의 징계 처분 진행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으로 보호 신청을 했지만 대검이 징계를 예고한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기각한 것이다.”
_공익신고 내용이 사실이 아니면 어떻게 되나.
“신고자로 인정 받는 데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내부 비리를 고발하면서 그 내용이 100%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 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공익침해행위 여부와 별개로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로 인정하면 보호 받을 수 있다.”
_이번 폭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공익신고에 대한 사회 인식과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비리 척결을 위해 내부고발자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그러나 현행법에서 인정하는 공익신고 대상은 국민 안전, 건강, 환경, 소비자이익, 공정경쟁, 이에 준하는 284개 법률에서 정하는 행위에 한정돼 있다. 횡령이나 배임, 탈세는 신고해도 현행법상 그 대상이 아닌 것이다. 공익신고 대상을 확대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_권익위가 지난달 31일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 38명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면죄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의원 인원수조차 공개하지 않아 과도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몇 명이 문제가 있었는지는 국민들도 궁금했을 것이다. 굳이 인원수를 공개 못할 이유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말씀 드리면, 38명 중에 적법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출장을 간 경우가 23명이었다. 그러나 개인 일탈이라기보다는 기관의 제도미비 측면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_공공기관 해외출장 부당지원 전수조사를 계기로 무엇이 달라졌나.
“국회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활동 신고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외부 경비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가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대부분 부처도 감독기관 출장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 청렴수준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_권익위 명칭을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는 법안이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08년(이명박 정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3개 기관을 통합한 것이 국민권익위원회인데, 많은 분들이 국가인권위원회와 헷갈려 하고, 권익위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분들도 상당수다. 그래서 행정심판 기능은 법제처로 보내고 부패방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안을 냈는데 자유한국당에서는 전 정권이 했던 일을 다 돌려놓는 거 아니냐는 반감이 큰 것 같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