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戰時생활
조갑제
1950년 여름도 더웠다. 부산 임시 수도에서 지내던 프란체스카 여사는 일기를 적었는데 8월10일자는 이렇다.
이 대통령과 나는 온몸에 땀띠를 뒤집어썼다. 대통령의 잔등은 모기에 물린 곳까지 겹쳐서 보기에 딱할 지경이었다. 워낙 물이 부족하여 밤이면 물 한 대야를 떠다가 수건을 적셔서 대통령의 땀을 닦았지만 땀띠는 점점 심해져서 진물까지 흘렀다.
나는 워커 장군에게 땀띠 연고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다. 무초 대사나 워커 장군, 그리고 우리 집에 드나드는 미국인들은 나를 보면 “마담 리, 도와 드릴 일이 없습니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알려 주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들에게 사사로운 부탁은 일체 못하도록 나에게 엄명(嚴命)을 내려놓고 있었다. 나는 참다못해 워커 장군에게 땀띠 약을 부탁한 것이다. 장군은 땀띠 연고 외에도 다른 상비약과 영양제를 한 박스 보내왔다.
그런데, 내가 부엌일을 보러 잠시 들어간 사이에 약상자가 대통령의 눈에 띄고 말았다. 대통령은 나에게는 한 마디 의논도 없이 아침 보고를 하러 들어 온 신성모 국방장관에게 “일선의 우리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라”면서 약상자를 주어 버렸다.
약상자뿐 아니라 나의 친정에서 온 비타민까지 몽땅 합쳐서 주어 버린 것이다.
내가 부엌에서 나올 때 신 장관은 막 약상자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가는 참이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나는 말도 못한 채 땀띠연고 하나만 빼 놓으라는 사인을 신 장관에게 보냈다. 신 장관은 알았다는 듯 한 개를 슬쩍 빼 놓으려 했다.
그때 갑자기 뒷머리가 따갑다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리자 대통령이 무서운 눈으로 우리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무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고 신 장관도 멀쓱한 표정으로 냉큼 나가버렸다.
평소에도 남에게 무엇을 줄 때는 나에게 물어보는 법이 없는 대통령이었다. 그러한 성격에 자신의 땀띠를 치료하겠다고 얻어 온 약을 전선에 보내면서 나의 의사를 물어 볼 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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