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高尔夫球冠軍)

끝내 울어버린 박성현, 2년차 징크스 날린 메이저 2승

含閒 2018. 7. 2. 15:01

끝내 울어버린 박성현, 2년차 징크스 날린 메이저 2승

    
입력 : 2018-07-02 13:50:41      수정 : 2018-07-02 14:20:33

               

2일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674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65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16번 홀(파4). 이날 보기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던 박성현(25·하나금융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린을 향해 워터헤저드를 가로질러 날린 두번째 샷이 턱없이 짧았다. 갤러리들이 “악”하고 비명을 지를 정도여서 처음에는 물에 빠진 것으로 알았지만 공은 워터해저드 끝 러프에 간신히 걸렸다. 캐디 데이비드 존스가 물속에 발을 담그며 공을 찾을 정도로 위치가 나빴고 억세고 긴 풀때문에 샷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성현이 스탠스를 잡기 불안한 자세로 친 세번째 샷은 기기 막힐 정도로 완벽하게 높이 떠올랐고 홀 1m에 붙어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샷을 마친 뒤 클럽 헤드에 긴 풀이 칭칭 감길 정도로 어려운 샷이었다. 1타 차 선두이던 유소연(28·메디힐)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달아났기 때문에 박성현이 만일 이 홀에서 타수를 잃었더라면 3타 차 이상으로 벌어져 추격에 실패할뻔했다.

박성현이 16번 홀의 환상적인 파세이브를 발판삼아 연장혈투끝에 대역전극을 펼치며 생애 두번째 메이저 타이틀 수집에 성공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이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LPGA 제공
박성현은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기록하는 깔끔한 플레이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박성현은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혼자 버디를 잡지 못한 하타오카가 먼저 탈락했다. 16번 홀(파4)에서 열린 2차 연장에서 유소연의 7m 버디 퍼트가 홀컵 앞에서 왼쪽으로 살짝 휘어져 버렸고 박성현은 3m 버디 퍼트를 떨궈 승부를 결정지었다. 우승 상금은 54만7500달러(약 6억1000만원). 박성현은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이후 1년 만에 메이저 2승 고지에 올랐고, 5월 텍사스 클래식 포함 시즌 두번째 우승이자 LPGA 투어 통산 4승째를 따냈다. 한국 선수 시즌 첫 메이저 우승이기도 하다.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박성현(왼쪽)이 우승하자 유소연이 축하해주고 있다. LPGA 제공
눈물을 보인적이 거의 없던 박성현은 버디 퍼트가 들어가자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린 뒤 눈물을 터뜨릴 정도로 이날 우승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다. 박성현은 LPGA 투어에 데뷔한 지난해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 상금 1위를 휩쓸어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신인 3관왕’의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박성현은 올 시즌 컷 탈락을 5차례나 할 정도로 기복이 심했다. 이 때문에 ‘2년차 징크스’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이 16번홀 어프로치샷 시도 후 타구의 방향을 살피고 있다. PGAOA 제공
박성현은 이번 대회 퍼터와 퍼트 루틴에 변화를 주면서 퍼트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 시즌 라운드 당 퍼트 수는 30.3개(106위)로 부진했는데 이번 대회는 4라운드 퍼트 수가 27-29-31-27개로 라운드당 28.5개로 줄었다. 박성현은 “마지막 퍼트 뒤 오늘처럼 울컥하면서 바로 눈물이 쏟아진 건 처음이다. 힘든 것을 보상받는 듯해서 눈물이 났다”며 “트로피가 제 옆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기다림 속에 얻은 우승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우승이 될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6번 홀 상황에 대해 박성현은 “데이비드가 공 아래쪽에 물이 없으니 평소처럼 치면 된다며 믿음을 줬다. 벙커샷 하듯이 쳤는데 임팩트가 잘 됐다”고 말했다. LPGA 투어는 “박세리의 1998년 US오픈 때의 샷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박세리의 ‘맨발 샷’은 한국 전체에 큰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PGA 제공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경기였다. 유소연에게 4타 뒤진 단독 3위로 출발한 박성현은 유소연이 2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는 사이 3, 4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순식간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유소연이 다시 6, 7번 홀 연속 버디를 솎아내며 2타 차로 달아났다. 박성현이 16번 홀에서 환상적인 파세이브를 한 탓일까. 유소연의 기세는 17번 홀(파3)에서 갑자기 꺾었다. 티샷이 그린 왼쪽 워터해저드에 빠지면서 유소연은 이 홀에서 에만 2타를 잃고 말았고 결국 연장으로 끌려가 트로피를 내줬다. 김인경(30·한화큐셀)은 5언더파 283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