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각해 봅시다·考慮考廬)

[김세형 칼럼] 김정은은 核을 내려놓을 것인가

含閒 2018. 5. 4. 19:00


찬성하든 반대하든 내용을 좀 알고 합시다

특히 야당들은 많이 반성들 하시라

정확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지 내용은 생략하고 자기 주장만 하지 마시라

그리고 문 대통령께서는 이 칼럼이 제시한 문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으면 답하시고

몰랐다면 정신 차리시라.


[김세형 칼럼] 김정은은 核을 내려놓을 것인가

  • 김세형
  • 입력 : 2018.05.02 16:30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판문점)김재훈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김세형 칼럼] 남북정상회담 이후 성과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꽤 높다. 핵 문제가 해결되고 전쟁 위험도 사라지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한민족의 불행은 이제 끝이라는 예후, 그것을 문재인-김정은 간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해내고야 말았다는 안도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문재인-김정은 간 숲속의 대화는 정말 멋져 보였다. 무슨 얘길 나눴는지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케네스 로고프의 말대로 인간은 '이번엔 다르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전 60대의 김정일과 30대의 김정은은 다를 게 틀림없고, 과거 남북 합의에서 6번을 속았지만 이번만은 다르길 염원한다. 한반도는 외세에 의해 허리가 잘리고 6·25 동족상잔으로 100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그 끔찍한 기억에서 이제 좀 해방될 때도 오지 않았을까. 독일처럼 통일하고 좀 행복해지면 안될까. 그런 꿈을 우리는 꾸고 싶다. 회담후 문재인의 판문점 낭독에서 김정은의 뒤따른 스피치에서 우리는 유포리아에 젖는다. 그런데 왜 쇼(show)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가. 

레이건은 공산주의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몰타회담을 하면서 "믿어라, 그러나 증명하라(Trust, but verify it)"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렇다. 남북한은 1945년 이후 73년간 너무 골을 깊게 팠다. 이젠 쓰는 용어조차 많이 다르다. 남북 정상이 몇 시간 만나 담판하고 '위하여!'로 건배한다고 풀어낼 수 없는 세월과 이념의 껍질이 단단하다. 

우리는 편하게 가고 싶지만 단어하나, 말의 순서 하나에도 행(幸)과 참화를 감싸고 도는 수많은 복선이 깔려 있다. 그게 안타깝다. 그런데 그런 복선이 수백만, 아니 남북한 8000만명 생령의 안위가 달린 만큼 우리는 그 복잡 난해한 시비곡직의 골짜기에 오늘도 지친 정신을 이끌고 또 들어가서 따져야 하는 운명이다. 

천천히 그 정신노동을 하자. 우리가 절대로 깜빡해서는 안되는 일은 최초의 목표를 망각하지 않는 일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순서대로 나열하면 1)북핵해결 2)남북 교류 재개 3)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 이 세 가지였다. 북핵이 그 자체로 전부라 할 수 있는 1위 목표고 그 관문을 통과하면 2), 3)번이 기다린다고 봤다. 

정상회담 이전에 보도된 자료를 다시 한번 찾아보라. 이번 회담의 목적은 남한의 특사를 통해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의 육성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를 타게 하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쓰여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정은의 낭독을 온갖 신경을 집중해서 들었다. 누가 김정은의 입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걸 들었는가. 

그에 앞서 문 대통령의 판문점 선언 낭독을 다시 들어보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김정은과 합의했다는 부분이 연설의 인사말을 제외한 첫 부분에 등장한다. 그런데 인쇄돼 나온 판문점 공동 선언문 내용에서는 맨 마지막에 한 줄로 돼 있다. 그 문장의 구조를 보면 "남과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로 돼 있다. 이 문장을 자세히 뜯어보라. 대개 주의를 산만하게 할 목적으로 현란하게 삽입된 형용사(완전한)를 빼버려야 맨 얼굴이 드러난다.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그것이다. 회담의 애초 목표는 북핵 폐기였다. 그런데 한반도와 북이 바꿔치기 됐다. 그리고 당장 혹은 언제까지 폐기한다는 내용이나 수단은 없고 목표로 하겠다는 거다. 50년 혹은 100년이 걸려도 이 문장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11년 만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아마 20·30대는 지난번 정상회담 때는 너무 어려서 이번 3차 정상회담이 최초의 회담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니까 맨날 핵전쟁을 한다고 했다가 이번에 발표한 미사여구에 현혹됐을 공산이 높다. 북핵에 관한 한 1)한반도 비핵화(1992년) 2)제네바협의(1994년) 3)9·19 공동성명(2005년) 4)10·4 선언(2007년) 등 적어도 네 차례 남북한 합의문이 도출됐다. 기억에 없는 분들은 그 합의문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한번 검색해보시라. "모든 현존하는 北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조선인민공화국은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IAEA와 합의에 따라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시킨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한다." 이런 내용들이 꽉 차 있다. 콕 찍어 북핵 폐기를 겨냥한 문구에 북한이 도장을 찍어준 것들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합의를 하고도 핵사찰 검증을 거부하고 온갖 핑계를 대서 뒷구멍으로 핵개발을 하여 2006년 1차 핵실험을 시작한 이후 6차(2017년 9월 4일) 실험까지 감행해 국제사회를 농락하였던 것이다. 그런 사전 지식을 갖고 이번 판문점 합의에서 비핵화 부분을 다시 한번 보라.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 이는 역대 어느 합의에 비해서도 가장 텅 빈 말잔치다. 

이번 북핵 해결은 트럼프가 이니셔티브를 쥐었으니 5월 3~4째주에 열릴 미·북정상회담으로 공을 넘긴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도 우리 운명을 책임질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미국에 완전히 주도권을 넘기면 나중에 한국의 권리를 찾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꽤 설득력이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회담에서 '종전협정→평화협정'의 프로세스로 가기 전에 (한반도가 아닌) 북핵 폐기를 못 박는 요구 정도는 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북핵회담을 10년 이상 해본 한 전문가는 "이번 문재인-김정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아무런 보장장치도 없이 평화협정, 군사 대치 완화 같은 결정적 선물을 줘버려서 김정은이 '핵을 내놓으려다가도 도로 거둬들여도 되겠구나'라고 미·북회담을 훼방한 성격도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북은 수명이 다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정도만 말로 했을 뿐인데 문재인정부는 김정은 측이 사자보다 무서워하는 휴전선 방송시설을 알아서 꺼버리고 북으로 날리는 전단도 금지시켜줬다. 우리만 떡을 척척 주는 것이다. 

북핵회담 베테랑들은 북측이 핵 폐기를 안 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말을 예로 드는데 이번에 '(비핵화) 목표'라는 다른 단어가 등장했다고 해석한다. 이렇게 비핵화는 디테일이 없지만 그 밖에 다른 합의 구절들, 즉 개성공단에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와 가을에 평양에서 정상회담 개최 같은 내용들은 세세하게 판문점 공동선언문에 명기됐다. 

문 대통령은 가을에 평양을 방문한다고 했는데 과거 2차례 회담을 평양에서 했으니 다음번에 김정은 본인도 청와대에 초청하면 달려오겠다고 한 만큼 가을 회담은 서울에서 하겠다고 큰소리 쳐볼 만했다고 본다. 이번 판문점 남측에서 회담한 것을 두고 남한에서 했다고 말하면 안된다. 과거 통독 전 동서독은 정상회담을 7번 하면서 철저히 번갈아 했고 서독이 4번으로 더 많이 했다. 연락사무소를 개성에 두기로 한 것도 이산가족 면회소를 금강산에 둬 생겼던 부작용을 감안하면 국민이 꺼림칙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번 회담 이후 우리 측은 김정은의 설명을 모두 믿어주는 분위기다. 국민이 북한의 자세 전환을 믿는다는 응답률도 회담 전 13%에서 69%로 치솟았다. 

이렇게 분위기가 급변한 데 대한 1등 공신은 김정은의 화려한 말솜씨, 능수능란한 일련의 정상외교 댄스(dancing) 때문이라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서른네 살의 김정은이 그렇게 감쪽같이 국제무대에 등장해 시진핑을 홀릴 정도의 솜씨는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김정은은 대박을 터뜨렸다. 세계적 연쇄협상의 운전자는 트럼프가 아닌 김정은이란 평가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 체제안정이라면 고모부 장성택, 이복큰형 김정남을 살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잔인성을 절대 깜빡해선 안된다고. 그럼에도 남측의 대중이 순식간에 북을 믿는다고 전환하자 예비역 장성들은 "냄비 근성이 한탄스럽고 염려된다"고 말한다. 과거 25년에 결쳐 북은 회담 합의문을 6번이나 깼는데도, 그렇게 속았으면서도 망각했단 말인가. 

김정은은 정말 핵을 내려놓을 것인가. 김정은은 회담을 일주일 앞둔 4월 20일 노동당중앙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인가. 개발된 핵무기를 갖고 있겠다는 것이다. 불과 회담 일주일 전에 그렇게 선언했다. 이 문구는 NPT 가입국들의 의무사항 1조에 포함된 내용이라 한다. 장차 미·북회담을 앞두고 핵보유국임을 인정해달라는 장치를 그렇게 해놨다는 것이다. 악마를 디테일 속에 수도 없이 교묘하게 숨겨놓는 데는 이골이 난 협상꾼들이다. 김정은이 순순히 핵을 내놓으리라는 전망은 10% 이하라고 최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핵화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이미 개발해 놓은 핵물질(핵무기), 핵시설(고농축우라늄 등)을 모조리 폐기하고 핵물질은 미국이 가져가 보관했던 게 리비아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 관련 모든 것을 신고하면 사찰팀이 구체적으로 점검하는데 IAEA에 맡기지 않고 미국이 직접 할 것으로 본다. 과거 6차례 합의에선 이 사찰과 검증 과정에서 북한이 거부하여 실패로 끝나곤 했다. 이번에 승패는 사찰과 검증 허용, 그리고 북측 신고물 외에도 수상해 보이는 시설까지 미군이 헤치고 들어가 볼 수 있을 것인지, 그런 부분을 어떻게 협상에서 마무리 지을 것인지에 성패가 달렸다. 우크라이나를 비핵화시켰을 때는 핵 개발 과학자들까지 모두 데리고 나갔다. 과학자의 머릿속에 있으면 또 개발하니까 그들의 머릿속 핵지식까지 머물지 못하게 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도 그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 

전문가들 관측은 이렇다. 모든 걸 100% 검증할 수는 없을 것이고 북측이 미국에 닿을 ICBM을 폐기해 미국인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과거의 핵에 대해선 시늉 사찰을 받아주고, 그리고 미래의 핵 개발은 안 한다는 총체적 핵동결 선에서 북핵 폐기가 그치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면 한국만 핵의 노예로 전락한다. 

그러나 한국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은 있다. 

김정은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체제안정 보장을 요구했다. 그 조건만 채워주면 정말 비핵화로 갈 것이란 분석도 분명 있다. 종전에는 경제 발전을 하면 중산층 증가로 민주화를 요구하고 그러면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공산당 1당 독재가 와해돼 권력을 잃는다는 새뮤얼슨의 법칙이 독재자들의 두려움이었다. 카다피, 차우셰스쿠, 후세인 등 철권 통치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요즘 사무엘슨의 법칙을 깨고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두 나라 모델을 보고 김정은이 결심을 했으리라는 관측이다. 중국, 베트남 방식이 그것이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입만 열면 CVID를 외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번 협상의 주인공들은 노벨상감이다. 김정은을 한국 국민은 순진하게 믿어줬다. 트럼프-김정은이 대좌하는 순간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김정은이 핵을 놓지 않고 트럼프가 걸어나가 버린다면 그동안 벌인 소동은 모두 쇼가 된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공동선언을 국회에서 비준해달라고 독촉하는데 미·북회담 결과를 보고 하는 게 순리가 아니겠는가. 

[김세형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