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고 검소한 이미지의 아이콘, 김생민마저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방송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2일 김생민은 10년 전 방송 스태프 여성 두명을 상대로 한 성추행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성추행 인정과 함께 26년만에 찾아온 그의 제 1의 전성기도 끝이 났다. 고공행진 중이었던 대세 예능인이었던만큼 이번 '미투' 폭로는 그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날 디스패치는 한 방송사에서 스태프로 일한 여성이 10년 전에 김생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매체는 "김생민이 2008년 한 프로그램 노래방 회식에서 두 명의 여성 스태프에게 성추행을 했다"며 "해당 프로그램 책임자들은 피해 사실을 1건으로 축소 시켰고, 피해자 중 한 명은 사과를 받지 못 한채 방송국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 발생 10년만인 2018년 3월, 김생민이 방송국을 떠난 피해자와 직접 만나 사과하는 자리에 동행했다"며 당시 김생민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10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릴 것 같아서,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 밖에 못하겠습니다"고 사과한 사실을 전했다.
이후 김생민은 소속사 SM C&C 측을 통해 "10년 전 출연 중이었던 프로그램의 회식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습니다. 그 당시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다고 인지하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피해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피해자분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대처는 누구보다 빨랐고, 정확했고, 진정성이 엿보였지만, '미투'라는 글로벌적 반감을 생각할 때 김생민의 반듯하고 겸손한 이미지는 더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일부 팬들은 실망감에 등을 돌렸다. 이날 '통장요정 김생민 팬카페'는 팬들이 대거 탈퇴했다. '미투 가해자'인 김생민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는 이유다. 카페 운영자는 "이 카페는 폐쇄 예정이다. 카페명을 바꿔 계속 함께 소통하길 바라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면서 "모든 회원분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당분간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운영자는 "저 역시 실망이 크다.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글은 무통보 삭제하고, 카페를 비공개로 전환한 뒤 더는 회원 가입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그가 출연 중인 KBS '김생민의 영수증 시즌2' '연예가중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tvN '짠내투어' SBS 'TV 동물농장' MBN '오늘 쉴래요?', YTN '원 포인트 생활 상식', EBS TV '호모 이코노미쿠스', MTN '김생민의 비즈정보쇼' 등 각종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초비상 상태다. 김생민이 십수년 맡아온 장수 프로그램들과 그의 이름과 이미지가 타이틀인 프로그램들은 그의 출연 여부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고정 출연 방송이 10개라면 최근 찍은 광고도 16개에 이른다. 광고계도 초비상이다. 김생민은 지난해 12월 한국기업평가연구소가 선정한 '남자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 1위'에 오를 정도로 신뢰감을 주는 모델로 평가받았다. 지난해부터 반듯한 이미지를 내세워 제약, 자동차, 여행, 보험사를 비롯해 기획재정부의 '김생민의 내 삶을 바꾸는 2018 예산안' 등 16 편의 광고에 출연했다. 한 광고관계자는 "김생민 측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만큼 광고를 계속해서 내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 아닝겠느냐"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김생민은 지난 1992년 KBS 특채 코미디언으로 데뷔, 앞서 KBS2 '연예가중계', '출발 비디오 여행', SBS '동물농장' 등에 출연하며 리포터로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리포터 이미지에 갇혔던 김생민은 지난해 송은이-김숙과 함께한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을 발판삼아 '짠돌이 캐릭터'로 26년 만에 제1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의 흥행에 힘입어 '통장요정'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됐고,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이 KBS 2TV에서 정규 편성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MBC '전지적 참견 시점', tvN '짠내투어'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비슷한 이미지로 잇따라 출연하며 방송 활동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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