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하루 11시간 ‘훈련기계’ 이승훈, 10대 둘 이끌고 2연속 2위

含閒 2018. 2. 22. 09:32

하루 11시간 ‘훈련기계’ 이승훈, 10대 둘 이끌고 2연속 2위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 대표팀이 태극기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17세 고교생 정재원은 스피드스케이팅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은 4강전에서 뉴질랜드를 꺾었지만 결승전에서 노르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왼쪽부터 김민석·이승훈·정재원. [오종택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 대표팀이 태극기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17세 고교생 정재원은 스피드스케이팅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은 4강전에서 뉴질랜드를 꺾었지만 결승전에서 노르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왼쪽부터 김민석·이승훈·정재원. [오종택 기자]

대한민국 ‘빙속 황제’ 이승훈과 그의 동생들이 해냈다. 
  

남자 팀추월, 노르웨이 이어 은메달

한국 남자 팀추월 대표팀 이승훈(30·대한항공)-김민석(19·성남시청)-정재원(17·동북고)이 멋진 팀워크를 보여주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승훈·김민석·정재원은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팀추월 노르웨이와의 결승전에서 3분38초52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3분38초82를 기록하며 뉴질랜드(3분39초53)를 눌렀지만 결승전에선 노르웨이(3분37초32)에 1초20 차로 뒤져 은메달을 땄다. 이로써 한국 남자 팀추월은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땄다.
 

맏형 "잘 뛰어준 동생들 고맙다” 
  
400m 트랙을 여덟 바퀴 도는 레이스에서 막내 정재원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김민석의 다리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두 바퀴를 앞에서 이끌었던 이승훈은 후배들을 다독였다. 이승훈은 “금메달이 목표였는데 아쉽다. 그래도 동생들이 잘 해줘서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이승훈은 올림픽에서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그가 이제까지 따낸 메달은 총 4개. 아시아 선수 가운데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또 아시아 남자선수 최초로 3개 올림픽 연속 메달도 획득했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과 1만m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선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평창올림픽 팀추월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지난 14일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땄던 김민석은 팀추월에서도 메달을 추가하며 이번 대회 개인 메달을 2개로 늘렸다. 17세인 정재원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가운데 역대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승훈, 역대 메달 4개로 아시아 최다 
  
남자 팀추월 선수들

남자 팀추월 선수들

이승훈과 김민석은 열한살 차이, 정재원과는 열 세살 차이가 났다. 나이만큼 경험과 기량에서 차이가 났다. 이승훈은 이미 두 차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베테랑 선수였고, 김민석과 정재원은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였다. 
  
이승훈은 미완의 대기인 동생들의 실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다른 한편으론 한창인 동생들에게 밀리지 않도록 체력을 키워야 했다. 이승훈은 그 두 가지를 전부 해냈다. 
  
‘성실’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는 이승훈은 후배들에게 “강한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범한 선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하면 딴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그걸 넘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를 보며 김민석과 정재원은 이를 악물고 구슬땀을 흘렸다. 
  
성실한 모범생 이승훈은 시계 알람이 필요없을 정도로 정확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새벽 5시에 기상한 뒤 밥 먹고 잠 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10~11시간 동안 훈련을 거듭했다. 스스로 “나도 훈련이 지겹다. 그런데 꾸역꾸역 훈련에 나간다. 못할 것 같아도 일단 빙상장에 와서 쉰다”고 말할 정도다. 그 덕분에 동생들 못지않은 강철 체력을 만들 수 있었다. 
 

김민석, 1500m 이어 두번째 메달 
  
이승훈의 노력은 평창올림픽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1일 남자 5000m 경기에서 전체 22명 중 5위(6분14초15)에 올랐다. 
  
특히 3800m 구간부터 한 바퀴(400m)를 돌 때마다 순위를 한 계단씩 끌어올리는 막판 스퍼트를 보여줘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5일 열린 최장거리 종목 1만m에서는 한국신기록(12분55초54)을 세우며 4위에 올랐다.
  
3명이 일렬로 서서 달리는 팀추월은 가장 앞에서 달리는 선수가 가장 힘들다. 공기의 저항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기에 체력의 부담이 크다. 그래서 앞장서서 달릴 때 최대한의 힘으로 속도를 끌어올려 이끈 뒤 뒤로 빠져 체력을 비축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이승훈은 항상 가장 앞에서 많이 뛰기를 자청했다. 소치 올림픽 때도 8바퀴 중 4바퀴를 리드했다. 이번에도 에이스 이승훈이 레이스를 이끌었다. 
 

17세 정재원은 국내 최연소 메달 
  
그동안 맏형의 희생을 보고 자란 김민석도 큰 몫을 해냈다. 이번 대회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며 절정의 컨디션을 뽐낸 그는 이승훈과 거의 절반씩 나눠 레이스를 이끌었다. 김민석은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팀추월이 남아 있기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릉 선수촌에는 자전거를 갖고 들어가 매일 체력운동을 했다. 
  
지난해 10월 태극마크를 단 막내 정재원은 떨지 않고 제 몫을 다해 냈다. 주로 가운데와 마지막을 오가며 형들을 밀어 줬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고교생 정재원은 “형들이 정말 빨라서 그저 잘 쫓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첫 올림픽이지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했다. 정재원은 이승훈과 김민석이 속도를 올릴 때마다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붙었다. 
  
정재원은 “형들이 안 밀어줬으면 레이스가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형들이 있어서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옆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이승훈은 “나에겐 엄청 든든한 동생들이었다. 앞으로 든든한 선수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사진] 이승훈과 아이들 … 한몸처럼 은빛 레이스

 

 

이승훈과 아이들 … 한몸처럼 은빛 레이스

이승훈과 아이들 … 한몸처럼 은빛 레이스

‘빙속 황제’ 이승훈(30)과 동생들이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팀추월 결승전에서 이승훈-김민석(19)-정재원(17)이 호흡을 맞춘 한국 대표팀은 노르웨이(3분37초32)에 1초20 뒤진 3분38초52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남자 팀추월은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땄다. 김민석이 앞에서 레이스를 이끄는 가운데 정재원(가운데), 이승훈(뒤)이 힘차게 빙판을 가르고 있다. [뉴스1]



 

 

 

 

 

 

 

 

 

 

 

 

 

 

 

 

 

 

 

 

 

 

 

 

 

 

 

 

 

 

 

 

 

 

 

 

 

 

 

 

 

 

 

 

 

 

 

 

 

 

 

 

 

 

 

 

 

 

 

 

 

[올림픽] 팀추월 막내 정재원, '한정판' 수호랑 인형 던진 사연

신원철 기자 입력 2018.02.22. 00:09

 
▲ 정재원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어사화를 단 수호랑 인형은 사고 싶어도 못 사는 '한정판'이다. 경기 후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돌아가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2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딴 정재원(동북고)은 그 귀한 어사화 수호랑을 관중석에 던졌다.

정재원은 이승훈(대한항공), 김민석(성남시청)과 함께 팀추월 결승까지 진출해 노르웨이를 상대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졌지만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미래를 밝혔다. 정재원은 경기 후 "첫 올림픽 메달을 따서 기쁘다. 아직 매스스타트가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시상대에 선 소감에 대해서는 "진짜로 시상대에 내가 서는구나 했다. 다음에는 1등 자리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정재원의 형 정재웅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다. 정재원은 경기 후 정재웅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며 "형이 수고했다. 대단했다고 카톡을 남겼다"고 전했다. 또 "어머니가 한 명도 챙기기 힘든데 둘을 챙기느라 고생하셨다. 끝나고 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며 효심을 자랑했다.

귀한 수호랑 인형을 던진 마음도 기특하다. 그는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함성이 커지는 걸 느꼈다. 그게 힘이 됐다. 응원을 해주셨으니 당연히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