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충주] '땅 속에서 끓다 못해 터져버린 생명수여/ 색깔도 맛도 없고 내음조차 없을 만큼/ 한사코 익어설랑은 다 주고야 마는가'('수안보 속말'의 일부)
'수안보지킴이'를 자처하는 산강(山堈) 김락기 시조시인이 4년간 발품을 파는 각고의 노력 끝에 53℃ 왕의 온천 수안보를 예찬하는 책을 발간했다.
'수안보 속말'은 수안보 관련 예찬 시조 79편과 함께 자유시 1편, 대중가요 1편 등 총 81편의 창작시가로, 총 5부로 구성됐다.
2013년부터 4년에 걸쳐 수안보에 거주하고 있는 김락기 시조시인은 발품을 팔아 직접 현장을 답사한 후 느낀 감회를 시조로 풀어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 시인은 책의 첫머리에 '또 하나의 고향'이란 자서(自序)로 충주 수안보가 서울 상계동(제2의 고향)에 이은 제3의 고향임을 밝혔다.
제1부에서는 '충주 14경'을 향토 사진작가 이광주 씨의 실경사진과 함께 14편의 시조작품을 실었다.
'계명산 해돋이'를 시작으로 '탄금대 우는 소리', 중앙탑의 비원, 두무소, 장미산성의 절규, 목계나루터, 삼등산 이야기, 금봉산의 눈물, 충주호 판타지, 수안보 속말, 미륵대원지 여래입상, 보련산 수룡폭포, 대림산의 품속, 수주팔봉 등 충주14경의 멋진 풍경과 함께 서경ㆍ서정ㆍ서사가 어우러진 주옥같은 정형시로 담아냈다.
'산에 산이 손을 잡고 가두어낸 충주호는/ 뱃길 장장 백삼십리 더 말할 게 없거니와/ 비취빛 깊은 수궁엔 호국룡이 살 만하다'(충주호 판타지의 일부)
제2부부터 제5부까지는 충주 수안보의 사계(겨울 15편, 봄 15편, 여름 16편, 가을 17편)를 표현했다.
수안보의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을 주제로 삼되 문학적 시공간을 충주시 전역으로 넓히고 확대했다.
'수안보의 봄은 늦다 서울보다 늦게 온다/ 서울 꽃이 질 때서야 꽃은 피기 시작한다/ 속 뜨건/ 그 오랜 날을/ 무지하게 참아왔다'(수안보의 봄의 일부)
정유지 문학평론가는 시조집 수안보 속말에 대해 "왕의 온천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힐링 시조집"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통적 한국 정서를 미학적으로 잘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충주 및 수안보온천을 소재로 한 최초의 시조집임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장 한국적인 풍경으로 자리잡은 수안보온천을 주된 공유 아이콘으로 삼고 있으면서 수안보 지킴이가 돼 수안보의 캐릭터를 찾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조 '수안보 속말'은 임긍수 작곡가에 의해 가곡으로 만들어져 지난해 제2회 임긍수 가곡음악회에서 개막곡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이기도 한 김락기 시인은 "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민족 고유의 시가인 시조와 수안보 온천과의 만남을 통해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웠다"며 "수안보 지킴이로서 수안보온천을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부각시키는 홍보대사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충주 / 김주철기자 kimjc56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