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高尔夫球冠軍)

박인비 '복귀하자마자 두번째만에 우승'

含閒 2017. 3. 5. 18:19
박인비 '복귀하자마자 두번째만에 우승'
[센토사(싱가포르)=마니아리포트 김상민기자]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6,683야드)에서 2017시즌 미국프로골프협회(LPGA)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 한화 약 16억9,000만 원) 최종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박인비(KB금융그룹)가 19언더파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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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엔 보장이 없어요" 박인비, 우승 부른 17번홀의 대담함

출처뉴스엔 | 입력 2017.03.06 05:59

기사 내용

[뉴스엔 글 주미희 기자/센토사(싱가포르)=사진  기자]

"골프엔 보장이 없어요" 골프 여제 박인비가 승부처인 17번 홀에서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박인비 다운 대담함과 강인한 멘탈이 박인비를 흔들리지 않게 했다.

박인비(29 KB금융그룹)는 3월5일(이하 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683야드)에서 끝난 2017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네 번째 대회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 한화 약 16억9,500만 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 들어올린 박인비
우승 트로피 들어올린 박인비
주타누간과 포옹하는 박인비(왼쪽)
주타누간과 포옹하는 박인비(왼쪽)
리우올림픽 후 귀국 현장에서 할아버지 박병준 씨와 포옹하는 박인비(뉴스엔DB)
리우올림픽 후 귀국 현장에서 할아버지 박병준 씨와 포옹하는 박인비(뉴스엔DB)

마지막 날 무려 8타를 줄인 맹타를 휘두른 박인비는 LPGA 복귀 두 대회 만에 LPGA 통산 18승을 달성했다.

▲ "퍼팅 연습 안 해, 그냥 날 믿었다"

LPGA에 따르면 박인비는 이날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퍼팅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쇼트 퍼팅을 놓치며 박인비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퍼트 수는 33개로 많았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1.5미터~2미터의 짧은 퍼팅부터 10미터 이상의 롱퍼팅까지 치는 족족 홀컵에 떨어졌다. 이날 박인비가 기록한 퍼트 수는 27개. 그러나 그린에 볼을 17번 올린 것을 생각하면 퍼팅이 정말 잘 됐음을 알 수 있다. 동반 플레이어였던 2016년 LPGA 올해의 선수 아리아 주타누간(태국)은 "놓친 퍼트가 없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박인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에서 퍼팅이 정말 좋았던 것 같고, 오늘도 최고의 퍼팅 데이 중 하나였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하루 만에 퍼팅이 180도 달라진 것이 신기한 부분이다. 박인비는 "3라운드가 끝나고 퍼팅 연습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어젠 퍼팅 스트로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들어가지 않더라. 아무것도 바꾼 것은 없다. '인내심을 갖고 플레이하자, 어느 시점엔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퍼팅 스트로크는 좋다고 생각하고 날 믿었다. 그냥 퍼팅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복귀전이었던) 지난주(혼다 LPGA 타일랜드)는 워밍업 주간이었다.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샷은 좋았지만 퍼터와 쇼트게임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이번 주에 그것을 해냈다"며 "사실 복귀하고 내 리듬을 찾기까지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해서 놀랍다. 우승으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 위기 상황에서도 “골프엔 보장이 없다”

박인비에겐 17번 홀(파3)이 승부처였다. 박인비는 10미터 이상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남겨놨고, 박인비를 2타 차로 쫓던 주타누간은 티샷을 핀 가까이 붙여 버디를 예약해둔 상태였다.

더 먼 거리 퍼트를 남겨둔 박인비가 먼저 퍼팅을 했는데 10미터 넘는 거리의 버디에 성공하고 말았다. 이 홀에서 박인비가 버디를 하지 못 하고 주타누간이 버디를 하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7번 홀에서 먼 거리 버디를 넣은 박인비는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하고도 주타누간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주타누간과 3일 연속 동반 플레이를 한 박인비가 주타누간의 스코어를 몰랐을 리 없다.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것도 뻔히 알았을 것이다.

그런 박인비는 17번 홀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되뇌었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내가 몇 타(2타) 앞서고 있었고 주타누간이 버디에 성공하고 내가 성공하지 못 해도 1타 차 리드로 마지막 홀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인비는 "오랫동안 골프를 치면서 골프엔 어떠한 보장된 상황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퍼팅을 놓칠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며 주타누간이 퍼팅에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러면서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는 반드시 지켰다. 박인비는 주타누간에 대해 "3일 동안 같이 플레이를 했는데 일관된 게임을 하더라. 퍼팅도 좋았고 좋은 동반 플레이어였다. 왜 그녀가 훌륭한 골프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고 호평했다.

▲ 하루에 28홀도 따라다닌 할아버지 박병준 씨

박인비의 가족 사랑은 끔찍하다. 이날도 온 가족이 싱가포르에 방문해 박인비의 우승을 지켜봤다. 박인비가 끔찍이 생각하는 할아버지 박병준 씨도 싱가포르를 찾았다. 박인비는 박병준 씨로 인해 처음 골프채를 잡기도 했다.

박병준 씨는 지난 2016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귀국한 인천 국제공항으로 손녀 딸을 마중나갔고, 출국장을 나온 박인비는 곧바로 할아버지에 금메달을 걸어드렸다. 박병준 씨는 손녀딸이 대단한지 눈물을 흘렸다.

고령의 박병준 씨는 이날만큼은 싱가포르를 방문해 손녀딸의 우승을 지켜봤다.

박인비는 "할아버지는 올해 83세이시며 매우 헌신적인 분이다. 이번 대회에 오셨다"고 소개한 뒤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우천순연 때문에) 하루에 28홀을 돌아야 했던 때가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내 라운드를 계속 따라다니셨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가족이 보는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박인비는 "가족들에게 에너지를 받았고 무언가를 돌려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LPGA에 따르면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선 박인비가 침착함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박인비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공유하겠지만 비결 같은 건 없다. 골프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경험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압박감이 있을 때 더 차분해지는 것 같다. 또 내가 원래 너무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인데 그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사진=박인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