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태권도가 어떤 스포츠인지 보여주겠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던진 출사표다. 비록 이번에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대훈은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을 획득함과 동시에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의 매력을 보여줬다. 이대훈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서 자우드 아찹(벨기에)을 11-7로 이겼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이대훈은 올림픽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
--> | ▲ 이대훈이 19일 태권도 남자 68kg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던 이대훈은 런던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그랜드슬램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얼굴 표정은 밝았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경기장에서 쏟아냈기 때문이다. ◆ 승자의 손 들어준 태권도 간판, 부상 딛고 동메달 획득 기권승으로 16강 관문을 통과한 이대훈은 8강에서 요르단의 복병 아흐메드 아부가우시와 만났다. 이대훈은 올림픽랭킹 2위, 아우가부시는 40위다. 하지만 이대훈이 대회 전부터 다크호스로 꼽았을 정도로 아우가부시는 68㎏의 숨은 고수였다. 우려했던 대로 이대훈이 쉽사리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고 결국 11-8로 석패했다. 그런데 이대훈은 4강 진출이 좌절된 뒤 다소 의외의 행동을 했다. 아쉬운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밝은 표정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아우가부시를 바라봤다. 이어 그에게 다가간 이대훈은 직접 손을 들어주고 박수를 치며 상대의 승리를 인정하는 동작을 취했다. 이대훈의 밝은 표정에서 8강 탈락의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졌지만 성숙한 경기 매너를 보여준 이대훈은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 ▲ 이대훈이 19일 8강전에서 패한 뒤 승자인 아우가부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이대훈의 스포츠맨십은 빛났다. 올림픽랭킹 1위 자우드 아찹을 상대로 마지막 3라운드에서 7-5로 역전한 이대훈은 찍기를 하는 과정에서 왼쪽 다리를 다쳤지만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며 또 한 번 머리 공격을 적중시켰다. 이 한 방으로 승기를 잡은 이대훈은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경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 염려될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이대훈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승자가 됐다. ◆ 태권도가 지루하다고? '닥공'으로 올림픽 즐겼다 태권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특유의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자호구 도입 후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지 않으려는 선수들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에 팬들은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대훈은 이런 시선을 거둬들일 만큼 박진감 넘치는 공격을 펼쳤다. 뒤돌려 차기 공격은 물론이고 긴 다리를 이용한 머리 공격도 종종 시도했다. 이것이 적중하면서 많은 포인트를 쌓았다. 이대훈이 이번 올림픽 4경기를 치르며 따낸 점수는 총 39점. 다이내믹한 공격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 ▲ 이대훈이 19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리우로 떠나기 전 이대훈은 “올림픽 현장에서 즐기고 싶다.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린 것이니 내가 후회 없이 노력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훈은 자기가 한 말처럼 경기장에서 온 힘을 쏟았고 올림픽을 즐겼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태권도도 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