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경영(人生經營)

빛을 줄이고 세속에 맞춰라

含閒 2015. 11. 17. 10:26

빛을 줄이고 세속에 맞춰라
박재희

만나면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말 한마디 하더라도 습관적으로 가르치려 하거나 훈계조로 말하는 사람 말입니다. 이런 분들은 아무리 배운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어쩐지 만나면 부담스러워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됩니다. 심지어 하는 말이 구구절절 옳다고 해도 말입니다. 나아가 사소한 일에 너무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마치 무슨 중대한 이슈라도 되는 것처럼 이성까지 잃어가며 강력하게 주장하다 보면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게 되고 말하는 사람의 성품마저 의심하게 됩니다. 아무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직선적이고 저돌적으로 말하는 것이 용납되는 요즘의 세태라고 해도 말입니다.

 노자 도덕경에는 자신의 날카로운 빛을 감추고 온화한 분위기로 상대방의 눈높이에 자세를 낮추라고 제안합니다. 일명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철학입니다. 여기서 화(和)는 온화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광(光)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광채와 재능을 말하죠. 동진(同塵)의 진(塵)은 티끌이라는 뜻으로 속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화광동진은 상대방을 정확히 분석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빛을 잘 조절하여 상대방의 눈높이에 나를 맞춘다는 눈높이 철학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빛이 아무리 밝고 화려하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가갈 때 오히려 내 빛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노자의 역발상 철학입니다.

회의 시간에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 일방적으로 말하고 참가한 사람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내 주장이 아무리 옳다하더라도 그 생각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연스럽게 내 의도로 접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맞추는 것도 화광동진 철학의 한 방편입니다.

노자 도덕경에는 리더의 화광동진 철학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진정 아는 사람은 말이 없다. 知者不言이라! 말이 많은 자는 정말 아는 자가 아니다. 言者不知라! 당신의 입을 닫아라!  塞其兌! 당신의 그 머릿속에 의도를 닫아라! 閉其門 당신의 그 날카로움을 버려야 한다! 挫其銳! 당신의 그 현란한 말을 쉽게 풀어야 한다! 解其紛! 당신의 그 빛나는 광채를 줄여라! 和其光. 그리고 당신 앞에 있는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라!  同其塵. 이런 사람이 진정 현동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是謂玄同이라!

 예 여기서 현동은 검을 현자에 같을 동자입니다. 그러니까 리더가 자신의 주장과 광채를 줄여서 상대방을 스스로 나와 동화되게 만드는 철학입니다.
 
화광동진은 불교에서 부처가 해탈한 자신의 본색을 감추고 속세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쉽게 불법을 설파하는 것으로도 후대에 해석되기도 되었습니다.

 화광동진의 철학은 자신의 빛을 감추고 그저 속세에 동화되어 한 세상 살라는 의미로 난세의 지식인들의 철학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청나라 정판교라는 지식인은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며 살기는 힘들다는 뜻으로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철학을 자신의 삶의 철학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시에게 이렇게 화광동진의 철학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총명난(聰明難) 호도난(糊塗難) 총명해 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어렵다. 유총명이전입호도경난(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그러나 총명한데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  방일착(放一着) 퇴일보(退一步) 내 고집을 내려놓고 일보 뒤로 물러나면
당하심안(當下心安) 하늘 일마다 마음이 편할 것이다. 비도후래복보야(非圖後來福報也) 그러면 의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올 것이다.

 세상에는 총명하고 혜안이 밝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총명을 조절하여 세속의 눈높이 맞추고 사는 화광동진의 철학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