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일(開心的事兒)

선행 여경 "맨발이라 부끄러웠지만 친할머니 생각에.."

含閒 2015. 5. 4. 13:14

[한수진의 SBS 전망대] 선행 여경 "맨발이라 부끄러웠지만 친할머니 생각에.."

* 대담 : 진안 경찰서 여성 청소년 계 최현주 순경 SBS | 입력 2015.05.04 10:00 | 수정 2015.05.04 10:57
▷ 한수진/사회자:

주말 동안 '맨발의 여경' 뉴스가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죠. 전라북도 진안 경찰서 여성 청소년 계 최현주 순경 이야기입니다.

치매 할머니 실종 신고를 받고 긴 시간 수색 끝에 발견을 했는데요. 맨발인 채로 추위에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자기 양말과 신발을 벗어드렸다고 합니다. 구조 당시 비도 내리고 기온까지 떨어져서 조금 늦었으면 자칫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마음 따뜻한 최현주 순경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최 순경님 나와 계십니까?

▶ 최현주 순경:

네. 나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 최현주 순경: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목소리가 참 앳되시네요. 경찰관 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최현주 순경:

저는 이번 달까지 해서 9개월 차 신임 순경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직 1년이 채 안 되셨네요?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렇게 아주 전국적인 화제 인물이 되셨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 최현주 순경:

어... 큰일을 한 게 아닌데 일이 좀 커진 것 같아서 좀 마음에 부담감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기저기서 연락 많이 받으셨죠?

▶ 최현주 순경:

네. 어제 특히 주위에서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뭐라고들 하시던가요?

▶ 최현주 순경:

음... 친척분들이나 친구들은 다 잘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동생이나 언니는 왜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해가지고.

▷ 한수진/사회자:

정말 좋은 일 했다, 하는 말씀들이군요.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이야기 좀 해봐야겠습니다. 일단 치매 할머니 실종 신고가 들어온 게 정확히 언제였죠?

▶ 최현주 순경:

실종 신고는 정확히 4월 27일 오후 11시 반경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요즘에 이런 치매 어르신들 실종 신고 종종 들어오죠?

▶ 최현주 순경:

네. 날이 따뜻해진 이후에 겨울보다는 좀 자주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1시 반이라고 하셨어요. 이게 밤인가요, 낮인가요?

▶ 최현주 순경:

오후 11시 반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밤에요?

▶ 최현주 순경:

네, 밤에.

▷ 한수진/사회자:

밤늦게 실종신고가 들어온 거군요?

▶ 최현주 순경:

실종된 것은 낮 4시경이었는데 실종신고는 오후 11시 반 경에 자정이 다 될 무렵에 들어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족들이 찾다가 잘 안 되니까 늦은 밤에 경찰서에 신고를 한 거군요.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실종신고 받으시고 바로 움직이셨던 거예요?

▶ 최현주 순경:

신고를 받고나서 야간 당직 근무하시는 분들께서는 바로 수색작업을 시작하셨는데 다음에 저는 아침 수색 작업부터 참가해서 같이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침부터 같이 하셨고. 이 치매 할머니가 말하자면 하룻밤이 지난 상황에 밖에서 밤을 새셨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군요?

▶ 최현주 순경: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경찰들이 이 치매로 길을 잃은 어르신들을 찾을 때 꼭 참고하는 행동 유형이 있다면서요?

▶ 최현주 순경:

네. 저도 이번에 수색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치매 어르신들의 경우 위험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앞으로만 가는 직진 본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 한수진/사회자:

길을 가도 직진? 곧바로 계속 가신다는 말씀이세요?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좌우로 이렇게 보시지도 않고?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대부분의 치매 어르신들이 이렇게 하신다는 말씀이네요?

▶ 최현주 순경: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실종사건의 경우 이웃 어르신들의 말씀이 평소 길을 다니실 때에도 차가 와도 길을 비켜서지 않고 가실 길을 쭉 가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위험한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었겠어요. 치매 어르신을 둔 가족들 꼭 참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최현주 순경께서는 그런 행동 유형에 따라서 할머님을 찾아 나서셨겠어요?

▶ 최현주 순경:

그런 행동 유형을 알았어도 처음에 수색 범위를 찾거나 하는 데 방향을 잡거나 하는데 쉽지 않았고 제가 판단해서 지휘할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제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할머니를 찾아가던 중에 할머니가 지니고 계셨던 물건들이 하나하나 발견되기 시작했다면서요?

▶ 최현주 순경:

네. CCTV를 확인하고 수색 범위를 마을 안으로 좁혔었는데요. 마을 근처로 좁혔었는데 마을을 수색하던 도중에 마을 근처 하천이 있는데 거기서 할머니의 모자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됐다는 무전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요? 어떻게 하셨어요?

▶ 최현주 순경:

그래서 다른 곳에서 수색하던 전 직원이 하천으로 가서 하천 근처 풀밭을 수색하는데 모자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가지고 나가셨던 노란 장바구니 그리고 신발이 한 짝, 한 짝씩 풀밭에서 발견이 됐었습니다. 그런데 방향이 점점 하천 쪽에 가까워지고 결정적으로 신발이 하천 쪽으로 향해 있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처음에는 할머니께서 거동이 불편하신데 과연 하천을 건너서 가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하천을 건너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직접 건너게 되셨어요? 그 하천이 폭이나 깊이는 어느 정도였어요?

▶ 최현주 순경:

하천의 폭은 한 20~30m 정도 되었던 것 같고 깊이는 얕은 곳은 무릎을 넘지 않는 깊이 정도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하천을 직접 최 순경도 걸으면서 옷이 물에 젖고 그랬겠어요?

▶ 최현주 순경:

네. 조금 조이는 바지를 입어서 바지가 무릎 위까지 잘 안 올라가서 조금 젖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20~30m면 그래도 폭이 꽤 넓은 편인데요. 하천 건너고 나서 바로 할머니를 찾으신 거예요?

▶ 최현주 순경:

하천을 건너고 나서 하천을 넘어서 할머니를 발견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고 그 이후에 거의 제가 저 혼자 다닌 게 아니라 저랑 의경분이랑 강력 팀장님이랑 같이 다녔었는데 의경분이 수색 경험이 많으셨는지 어디에 가면 이런 부분에서는 많이 발견되시더라 이런 얘기를 하면서 같이 다니다가 반경 100m 이내 정도 되는 풀숲에 움푹 파인 구덩이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계시는 할머니를 의경분이 먼저 발견하셔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웅덩이 같은 곳에?

▶ 최현주 순경:

파인 구덩이에 빠져서

▷ 한수진/사회자:

할머니가 상당히 놀란 상태였나요? 어떤 상태였나요?

▶ 최현주 순경:

할머니께서는 되게 지쳐있는 상태였고 약간의 탈수 증세도 보이시고 몸에 긁힌 자국이나 멍 같은 게 많이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집을 나서신 다음에 계속 앞으로 곧바로 오셔서 하천을 건너서 그러고 밤을 그 웅덩이에서 보내신 것 같고요?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 옷도 물에 다 젖고 그러셨겠어요? 탈진 상태였고?

▶ 최현주 순경:

네. 할머니를 그때 뵈니까 할머니 바지도 다 젖어있고 옷도. 물에 젖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맨발이셨고. 옷도 젖으셨고?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만나니까 경찰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 최현주 순경:

처음에는 말씀이 거의 없으셨는데 저나 의경분이나 발견하고 나서 너무 반가워서 할머니 어디 가셨냐고, 주위 사람들이 많이 걱정했다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가 조금 시간이 흐르니까 정신이 드셨는지 내가 이 은혜를 앞으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반복적으로 하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처음에는 경황도 없으시고. 할머니도 상당히 놀란 상태였고. 그런데 조금 맑아지시니까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거죠.

정말 큰일 날 뻔 했네요. 그 부근에 비도 많이 내렸다고 하고.

그때 제때 할머니를 찾지 못 했다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 최현주 순경:

네. 그때 다행히 12시가 되기 전에 발견을 했는데 조금 지나고 나서 2시 3시 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비가 많이 쏟아졌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양말, 신발 벗어서 신겨 드렸다고 하는데 이건 언제, 어떻게 된 거예요?

▶ 최현주 순경:

처음에 할머니를 발견했을 때 발에 있는 상처를 보고 의경분이랑 제가 같이 신발을 신겨드리려고 했었는데 그때는 조금 미안하신지 신발을 신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가 바로 헬기로 이송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의경분들이 할머니를 업고 갔는데 그 후에 제가 보호자 분이 안 계셔서 보호자를 대신해서 헬기에 탔다가 계속 다리 상처가 있는 발이 좀 추워 보이기도 하셨고 발이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연세가 저희 할머니랑 비슷한 연배셔서 할머니 생각도 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아파 보이시고 그래서 제가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최 순경님도 그런 비슷한 할머니가 계신 거예요?

▶ 최현주 순경: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는 아닌데 그냥 정정하시지만 연배가 비슷하니까 할머니 생각도 나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그 발을 감싸주신 거군요. 그래서 병원 응급실 모셔 드릴 때 최 순경은 말하자면 맨발의 상태였고.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부끄럽고 그럴 경황도 없었겠어요?

▶ 최현주 순경:

처음에는 경황이 없이 딱 나왔는데 막상 응급실까지 맨발로 가려니까 조금 약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긴 했는데 그래도 할머니를 무사히 찾아서 병원까지 모시고 왔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바로 그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서 보도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번에 아주 큰일 하셨어요.

▶ 최현주 순경: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앞으로도 이렇게 어려운 일 겪는 우리 이웃들을 위해서 좋은 일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최현주 순경:

네, 당연히

▷ 한수진/사회자:

당연히 그렇게 하시겠죠?

▶ 최현주 순경:

네.

▷ 한수진/사회자:

오늘(4일) 이른 아침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현주 순경: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