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 하대석 기자 | 입력 2015.03.28 08:42

 

 

인천시 강화군에는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한 미용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할머니 한 분이 가운데 누워계십니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이는 미용실 주인이자 할머니의 딸인 박명숙 씨.

영업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박명숙 씨와 사위 전형만 씨도 할머니의 침대 옆에서 잠을 청합니다.

날이 밝아 영업이 시작돼도 할머니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계십니다.

어머니를 계속 돌보기 위해서입니다. 박 씨는 미용 일을 하는 도중 수시로 돌아보고 거울에 비친 어머니가 불편해하는 모습이 보이면 일손을 멈추고 달려갑니다.

이 가족이 이렇게 미용실에서 ?생활을 한 지도 벌써 6년째입니다. 어머니는 딸이 미용실 일로 바빠 손주들을 대신 키워주셨습니다. 그러다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해지면서 이렇게 딸이 어머니를 미용실에서 돌보게 된 겁니다.

[박명숙 씨 : 저렇게 병이 생기니까 잘 해드리지 못한 게 후회되고 마음의 빚을 갚고 싶어서]

미용 일로 바쁜 아내를 위해 남편 전형만 씨도 퇴근 후에는 장모님의 말동무도 돼드리고 사위로서 하기 어려울지 모르는 용변 처리도 해드립니다.

이런 모습을 본 손님들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제는 박명숙 씨의 모습을 이해하고 종종 할머니의 말벗도 해드리고 안부도 물으면서 친근하게 다가갑니다.

미용대회에서 상도 받고 강남에서 손님들이 팁을 들고 대기할 정도로 잘 나갔던 미용사 박명숙 씨. 새로운 전원주택 생활을 꿈꿨지만 지금의 모습에 후회는 없습니다.

-사위 전형만 씨-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환한 미용실. 박명숙 씨의 미용실에는 오늘 밤에도 사랑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하대석 기자, 박대연 인턴 기자subusunews@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