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서예들(我寫的書法)

因雪示衆, 慧諶

含閒 2014. 12. 17. 16:59

    因雪示衆( 은세계 ),  혜심(慧諶, 1178-1234)


大地變成銀世界  대지변성은세계     대지는 은세계로 변하여 버려

渾身住在水晶宮  혼신주재수정궁     온몸이 수정궁에 살고 있는 듯.

誰能久作華胥夢  수능구작화서몽      화서(華胥)의 꿈 뉘 능히 길이 잠기리

 風撼琅玕日已中 풍감랑간일이중      대숲엔 바람 불고 해는 중천에.

고려 때 혜심 스님이 눈온 날 아침 법단에 올라 대중들에게 법어(法語)로 내린 말씀이다. 밤새 내린 눈 때문에 세상이 온통 은빛으로 변했다. 수정궁궐이 따로 없다. 어제까지 찌든 삶이 눈뜨고 보니 다 달라졌다. 하지만 달콤한 꿈은 깨게 마련이다. 내린 눈은 금새 녹는다. 바람은 대숲을 흔들어 쌓인 눈을 털고, 햇님은 이미 중천에 높이 솟았다. 대중들아!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라. 미망(迷妄)과 집착(執着)의 고리를 끊자. 내린 눈은 다시 녹겠지만,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다. 새 눈 새 마음으로 새 세상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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