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이채시인의 "여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含閒 2014. 8. 7. 14:09

 이채시인의 "여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 이채시인의 여름에 어울리는 시 7편
1. 중년의 삶이 힘겨울 때 / 이채

의미 없이 사는 건 아니지만
살다 보면
살아가는 일이 무의미할 때가 있더라

비우고 또 비우라는 말이
정녕 옳은 줄은 알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러하더냐

잠 없는 밤엔
덮어도 온기 없는 이불이네
어둠이 깊어가듯 고뇌도 깊어갈 때
저 달빛은 무슨 이유로 나를 찾아드는가

이 세상 모든 돌이
황금으로 변한다 한들
나하고 무슨 상관이랴

저 하늘 모든 별이
우르르 쏟아진다 한들
어느 별이 내 것이더냐

나는 세상을 등진 적 없어도
살다 보면
세상이 나를 등질 때가 있더라


2.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 이채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겠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세상이란, 삶이란 결코
혼자 살 수도 없겠지만
혼자 살아서도 안 되겠지요

가끔 홀로 핀 꽃을 보노라면
아름답긴 해도 왠지 쓸쓸한걸요
꽃도 사람도
어울려 피어야 풍경이지요

푸른 하늘, 희망의 광야로
길이 열리고, 뜻이 펼쳐질 때
'우리'라는 말은 소망의 빛이 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과 마음끼리
향기로운 인간애를 주고받을 때
'함께'라는 말은 기쁨의 샘터가 됩니다

성공한 당신이라면, 성공 저편에 있는
실패의 눈물을 기억하세요
당신이 풍요롭다면
그늘을 돌봐야 함을 잊지 마세요

삶이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를 이길 전쟁도
누구에게 질 전쟁도 없는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의 꽃이 활짝 핀 세상
믿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세상
행복의 물결이 파도 치는 세상
바로 우리의 몫입니다


3. 오늘을 위한 기도 / 이채

칭찬에 기뻐하기보다
충고에 귀 기울이는 마음가짐으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나를 꿈꾸며
내 안의 물살을 조율할 줄 아는
성숙한 오늘이 되게 하소서

거짓과 진실은
당장은 구분하기 어려워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흑과 백이 드러나게 됨을, 하여
늘 곧고 정직한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

목소리는 작게,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생각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소리와 소음을 가릴 줄 알게 하소서

비록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묵묵히 기다리며 해답을 구하는 여유와
직접 보고 듣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고 속단하지 않기를
현명한 귀와 어진 입을 갖게 하소서

오만과 편견이
이웃과 벗을 멀게 하고
집착과 아집이
결국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부디 깨닫게 하소서


4. 우리라는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 / 이채

만남에 이익을 구하지 아니하니
진실로 반갑고
헤어짐에 보고픔이 가득하니
한결같은 우애로다

말로써 상처를 입히지 아니하니
사려 또한 깊고
돌아서서 헐뜯지 아니하니
고맙기 그지없어라

나누는 일에 인색하지 아니하니
천심이 따로 없고
베푸는 일에 이유가 없으니
그 또한 지심이로다

처음과 끝이 같지 아니하면
풀잎 같은 인연에도 바람이 일 것이요
겉과 속이 같이 아니하면
바위 같은 믿음에도 금이 가리라

모름지기
가다듬고 바로 세우는 일은
평생을 두고도 다 못하나
사람의 향기만은 간직하고 싶을 때

손에 손을 잡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우리라는 이름,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


5. 중년의 여름밤 / 이채

화가는 별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별을 보고 시를 쓰겠지만
나는 별을 보고 추억에 젖습니다

여름이 오고, 또 밤이 오면
밤바람 시원한 창가에서
어린 날의 눈망울처럼
초롱초롱한 별을 바라봅니다

웃고 있어요. 별도 나도
유난히 내 눈에 빛나는 별 하나
나를 알고 있나 봅니다
퍽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별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마운 별

밤마다 별을 심은 적이 있었지요
어른이 되면 그 별을 꼭 따오리라 믿으며
우정의 별로 일기를 쓰고
사랑의 별로 편지를 쓰고
소망의 별로 꿈을 꾸던 나이

세월은 흘러도 별은 늙지 않고
어느덧 나는 중년이 되었지요
눈물의 별로 술을 마시고
추억의 별로 커피를 마시는 나이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요

별은 따오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며, 이렇게 그리워하며
그저 바라보는 것이라고..


6.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 / 이채

마음은 바다를 향해도
몸은 고된 하루에 지쳐 있을
나의 이웃, 나의 벗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얀 파도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나보다 더 소중한 그 누구를 위해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담아내며
긴 긴 하루 저물도록 걸어가는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에게
시원한 바람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의 고향이 있지요
정겨운 그 고향 언덕에
늘 그리움의 집 한 채 짓고 사는 우리
그 언덕 푸른 숲 나뭇잎은 흔들리고
새소리 바람소리 가슴을 적실 때

어디에 가면
세상에 없는 꿈이 거기 있을까요
비 개인 아침 숲
박하내음 같은 당신이여!
홀로 조용히 시간을 더듬어 보면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독한 일입니다

하늘은 결코 기적을 주지 않고
인내에 응답하는 믿음을 약속 할 뿐
숭고한 노동의 의미와
그 가치의 소중함을 아는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
당신은 오늘의 빛이고 내일의 희망입니다


7. 여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 이채

여름엔 당신에게 한 그루의 나무로 서고 싶습니다
지친 피곤이 돌아와 시원한 바람에 쉴 수 있는
잎이 무성한 나무, 그 나무의 몸짓으로
휴식의 평온한 그늘이 되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어머니의 숲에서 바람소리가 좋은 계절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지혜로
당신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혜안의 나무

물매미 울음소리가 그토록 길었던
어느 해 여름을 잊을 수 없다 해도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버린 눈물까지
나뭇잎의 손길로 달래주고 싶습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토닥토닥 세월도 흘러갈 때
산다는 건 무엇입니까
사랑한다는 건 또 무엇입니까

내가 흔들려서
당신을 쉬게 하고 싶은 건
나누는 기쁨이요 덜어주는 슬픔인 것을
내가 당신에게 한 그루 나무의 사랑일 때
당신은 내게 짙고도 푸른 믿음의 숲인 것을
이채 프로필

-경북 울진 출생
-정신여고 졸업
-한성대학교 의상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

-종교: 카톨릭 (세례명: 프란체스카)
-영주시립병원 법률고문
-인애가 한방병원 법률고문
-한국패션협회 특별위원
-스포츠연예신문 객원기자
-한국청소년문화예술협회 이사

수상경력
-스포츠연예신문 예술인상 수상
-세계문인협회 2006 공로상 수상
-국제문화예술친선회 2007 예술인상 수상
-한국농촌문학 2007 우수상 수상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한국예총회장상 2008 대상 수상
-독서문화대상 수상 (2010)
-제6회 노천명문학상 대상수상(수필부문)
제3회 조지훈문학상 대상수상(시부문)

시집:
-그리워서 못살겠어요. 나는
-중년이라고 그리움을 모르겠습니까
-중년의 그사랑에는 상처를 피한 흔적이 있다
-중년에도 사랑을 꿈꾼다
-중년이라고 이러면 안됩니까
-중년의 당신, 어디쯤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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