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財增殖)

유도복 벨트로 600억을 벌다

含閒 2014. 7. 11. 10:23

유도복 벨트로 600억을 벌다

 

맨즈헬스|입력2014.07.10 01:31

 

TRX의 대표 랜디 헤트릭. 이 남자는 한 개의 유도복 벨트로 시작해 10년 만에 매출 5천700만 달러의 기업을 일궈냈다. 비결이 궁금한가? "그냥 매달렸을 뿐"이라는 그를 만나보자.

그래, 맞다. 어떤 성공담들은 읽기에 거북하다. '한 개의 유도복 벨트로 6천만 달러의 기업을 일궈냈다'는 표현도, 당신을 지레 피곤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원 펀치 쓰리 강냉이' 풍의 과장된 무용담 냄새가 나는가? 하지만 정말이다. 여기 이 남자, 랜디 헤트릭이 성공 신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 정말로 한 개의 유도복 벨트에서부터였다.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의 사령관이었던 그는 1997년 여름 아시아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가족도 보고 싶고 동네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맛도 그리웠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를 괴롭힌 건 운동 시설이 전무한 선내 환경이었다. 체력을 관리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던가. 결국 그는 운동기구를 대체할 만한 다양한 도구로 운동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유도복 벨트를 발견했다. 매듭을 지어 문에 단단히 고정시켜놓은 후 '싱글 암 로우' 비슷한 운동을 몇 번 해봤는데, 만족스러운 듯 미묘하게 불만족스러웠다. 그걸 조금씩 수정 보완해 탄생한 게 최초의 프로토타입 제품, '기즈모'다.

낙하산 서스펜더를 수리할 때 쓰는 나일론 띠를 Y자로 고정한 뒤 손잡이를 덧붙인 것. 풀업, 컬, 코어 운동, 다리 운동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 기즈모는 이내 특수부대원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스트랩이 TRX라는 이름으로 1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어떤가? 아직도 허풍처럼 들리는가? 솔직히 털어놓겠다. 그의 성공을 이렇게만 설명하는 건 조금은 비약적이다. 출발점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맞지만, 그게 성공으로 이어진 데에는 그의 비범한 기질과 노력이 한몫했다. 자, 이제 유도복 벨트와 6천만 달러 사이에 제대로 된 연결선을 그어보자.

1 깊이 접근하라

헤트릭은 2001년 해군을 제대한 후 곧장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나이는 36세였고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게다가 스무 차례의 시험에서는 항상 최하위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기즈모의 가능성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는 벤처 창업 강의에서 기즈모를 공개했고, 시제품을 교내 트레이닝 센터에 가져갔다. "그날 이후 운동하는 학생들이 계속 찾아오더라고요. 한 번 써보고 싶다고." 그가 현명했던 건 자신의 제품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럼에도 맹신하지 않고 타깃 사용자층을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했다는 점이다.

2 테스트하고 수정하라

첫 시도에 성공시키지 못했다며 투정을 늘어놓는 발명가를 본 적이 있는가? 누구나 다 실패를 겪는다. 헤트릭의 TRX 디자인은 최소 50번 이상 수정됐다. 그는 네이비실 동료들과 일류 운동선수를 찾아가, 서슴없는 조언을 요청했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똑똑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급류를 헤쳐 나갈 때는 반드시 급류에 해박한 가이드가 필요한 법입니다." 헤트릭은 자신이 겪은 49번의 시행착오를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은 좋은 것, 실패는 나쁜 것이라고 나누는 건 너무 일차원적이에요. 실패를 해봐야만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3 지름길을 찾아라

헤트릭이 TRX를 제작한 도구는 39달러짜리 재봉틀이었다. 그럼에도 그 결과물은 경쟁자들보다 훨씬 인기를 끌었다. 다른 이들이 내놓은 게 겉모양은 좀더 세련될 수 있지만 사용성에서 TRX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특허에서 이윤까지From Patent to Profit > 의 저자 밥 디매티스Bob DeMatteis는 수많은 이들이 시제품 제작에 수천 달러를 사용하곤 하지만 꼭 대형 연구소에서만 혁신적 제품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디매티스는 단돈 2달러로 '자동 열림 식료품 가방'을 발명했다. 그가 사용한 재료는 세공 칼과 베니어판, 옷걸이가 전부. 하지만 지금 그의 사업은 15억 달러 규모가 되었다.

4 흐름을 가져오라

스탠퍼드 MBA를 취득한 후, 헤트릭은 샌프란시스코에 '피트니스 애니웨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한 달 순이익은 고작 1천 달러 정도. 그는 힘든 시간을 끈질기게 견디며 프로 운동선수와 트레이너, 피트니스 센터에 제품을 판매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사업을 확장했다. 운동 DVD와 TRX를 세트 상품으로 판매했고, TRX 운동 강사 전용 자격증도 만들었다. 이내 사용자들이 TRX를 이용한 자신만의 운동법을 소개하고 공유하자 사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5 메시지를 전달하라

서스펜션 트레이닝은 헤트릭이 창조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활용되어온 운동법. 다만 TRX가 특별한 이유는 '당신의 몸을 운동기계로 만들어라'라는 슬로건에서 엿볼 수 있다. 헤트릭은 TRX를 '가방 속의 헬스클럽'처럼 묘사했다. TRX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 심리학자 파비오 코마나Fabio Comana는 이렇게 말한다. "운동기구의 휴대성과 사용 편리성이 크게 각광받고 있어요. TRX는 고객들의 욕구를 정확히 짚어 만족시켜줬죠. 심지어, 자신들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욕구를요."

6 끊임없이 혁신하라

현재 TRX 제조사는 11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5천만 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헤트릭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삼 년마다 계속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최근에 나온 TRX 립 트레이너는 긴 막대기와 탄성 끈을 결합한 기구로, 신체 회전 속도를 강화하거나 코어 트레이닝을 하는 데 효과적이다. 아직 판매량 추이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헤트릭은 판매량 상승폭이 오리지널 TRX보다 훨씬 더 급격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이비실 vs. 스탠퍼드


랜디 헤트릭은 아무나 들어가기 힘든 세계적 훈련 조직을 두 곳이나 거쳤다. 네이비실, 그리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그가 거기서 얻었던 중요한 영감들을 공개한다.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서 체력 단련용으로 탄생한 TRX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핵심 가치


네이비실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여라.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도전하라. 항상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스탠퍼드약속은 적게, 행동은 더 많이 하라.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은 마라톤과 같지만, 때로 전력 질주하는 순간도 필요하다.

필독서


네이비실

알프레드 랜싱Alfred Lansing의 <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Endurance > . 강인한 끈기와 현명한 판단, 팀워크로 대원들을 무사히 구조한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에게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탠퍼드월터 아이작슨 Walter Isaacson의 < 스티브 잡스Steve Jobs > . 잡스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멋진 브랜드 경험을 창출하겠다는 열정을 한순간도 잊지 않은 사람이다.

리더십


네이비실

언제나 최종 목표는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는 걸 배운다. 팀을 구성할 때는 먼저 팀원들 각자의 능력이 서로를 보완하는지 확인한다. 각 팀원에게 특정한 역할을 할당하고, 거기에 맞게 교육하고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
스탠퍼드CEO, 창업가, 스포츠 스타들의 리더십 사례를 연구하며 최고 사례를 뽑아내곤 했다. 물론, 그 어떤 것도 네이비실에서 직접 대원들을 지휘하며 얻은 깨달음에 비견할 수 없다.

기자/에디터 : 오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