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索契冬季奥运会)

빅토르 안 귀화 '오해와 진실'

含閒 2014. 2. 16. 22:07

 

빅토르 안 귀화 '오해와 진실'

출처 스포츠경향 | 입력 2014.02.16 21:05
빅토르 안(29·안현수)이 지난 15일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역사상 남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낸 것은 안현수가 처음이다. 여자 선수도 전이경과 양양A(중국) 등 2명뿐이다. 안현수가 500m와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쇼트트랙 남녀를 통틀어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리스트로 올라선다.

안현수의 선전과 한국대표팀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한국팬들은 그동안 파벌 논란, 짬짜미 파문 때문에 비리조직으로 찍힌 대한빙상경기연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안현수=선' '빙상연맹=악'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만연됐다. 하지만 안현수의 귀화 배경은 복잡하다.

↑ 안현수가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그의 연인 우나리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안현수 인스타그램

■안현수가 파벌에 희생됐다?



안현수는 2002년 1월 춘천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깜짝 등장했다. 그때 안현수를 지켜본 전명규 당시 대표팀 감독(현 빙상연맹 부회장)은 연맹에 안현수를 한 달 뒤 열리는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대표로 선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마침 이재경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게 되면서 안현수는 대표팀에 특별선발됐다.

빙상계 관계자들은 "안현수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득을 본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 안현수는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를 나왔고, 국내 빙상계의 막강한 권력자로 통하는 전명규 부회장도 한체대 출신이다. 2005년 4월에는 남자 국가대표 8명 중 안현수를 제외한 7명이 선수촌 입촌을 거부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당시 "대표팀 코치가 특정 스케이트를 신으라고 요구했고 특정 선수(안현수)를 편애한다"고 주장했다.

안현수는 2006년 2월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뒤 3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다만 토리노올림픽 전후 한체대 출신 안현수가 당시 비한체대 코치와 비한체대 선수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은 사실이다. 안현수는 한체대파 코치가 있는 여자대표팀에서 훈련하기도 했다.

■부상 이후 고의 방치?



안현수는 2008년 1월 훈련 중 무릎을 크게 다쳤고 2년 동안 3차례 수술을 받았다. 안현수 아버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때 현수가 재기할 수 있도록 빙상연맹에서 도와줘야 했다"면서 "다치니까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신경 쓰지 않은 게 너무 섭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쇼트트랙 메달리스트는 "안현수와 같이 올림픽 3관왕이었던 진선유도 부상을 당했고, 결국 은퇴했다. 이정수·곽윤기 등도 부상 때문에 이번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했다"며 "안현수가 특별한 선수라 지원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벌 때문에 대표팀 탈락?



수술을 3차례나 받은 안현수는 2009년 4월 밴쿠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했는데 하위권으로 밀렸다. 2010년 국가대표선발전은 4월 열릴 예정이었고 안현수는 5월에 군사훈련을 받으러 입소할 계획이었으나 선발전이 9월로 연기됐다. 안현수는 "군사훈련 후 9월 선발전에 맞춰 몸을 만들기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현수를 배제하기 위한 고의적인 일정 변경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당시 연맹은 파벌 논란, 짬짜미 파문으로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 받으며 선발전 방식을 완전히 바꿨고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재기를 원하는 베테랑, 자신을 위한 선택



2010년 12월 소속팀 성남시청이 해체됐다. 2011년 1월 러시아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았다. 안현수는 2월 열린 평창 전국동계체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뒤 "4월 국가대표선발전에 참가해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현수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5위를 기록해 4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선발전과 비슷한 시기에 안현수는 러시아 진출을 선언했고 두 달 후인 6월 러시아로 출국했다. 8월 러시아 귀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12월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안현수는 지난해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한국 국적 포기가 불가피했음을 주장했다.

안현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종목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면서 "부상당한 내게 모든 걸 맞춰 준비할 수 있는 곳이 러시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