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대훈, 8kg 빼고도 '은빛 발차기'
(런던=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8일(현지시간)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은메달을 딴 이대훈(20·용인대)에게 4년 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58㎏급과 68㎏급에 선수를 내보낸다면 어떤 체급에 도전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이대훈의 대답은 "많이 먹고 68㎏급에 출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대훈은 원래 63㎏급에 출전하던 선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지난해 경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체급도 63㎏급이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 남자 58㎏급으로 체급을 낮췄다.
한 체급 위인 남자 68㎏에 출전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체격 조건이나 힘에서 경쟁자들에게 많이 밀린다.
올림픽은 세계선수권대회나 아시아게임의 절반인 남녀 4체급씩, 총 8개 체급으로 나눠 기량을 겨룬다. 우리나라는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남자부는 68㎏급과 80㎏초과급에만 출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68㎏급 대신 58㎏급을 선택했다. 68㎏급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 58㎏급에서 금메달을 캘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대훈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이대훈으로서는 체중과의 싸움이 우선이었다.
이대훈의 평소 몸무게는 65∼66㎏이다. 63㎏급에 출전하려면 대회가 임박해 2∼3㎏만 줄이면 됐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8㎏ 가까이 살을 빼야 했다.
이대훈은 올해 5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58㎏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체중 감량 요령을 터득해가며 자신감도 쌓았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식사량은 크게 줄이지 않는 대신 혹독한 훈련으로 살을 조금씩 빼왔다.
이번 대회 남자 58㎏급 계체는 경기 전날 오전 11시에 있었다. 그나마 오전에 체중을 잰 것이 다행이었다. 계체 하루 전까지만 해도 1.2㎏이 초과됐지만 무사히 계체를 통과했다.
계체가 끝난 뒤 이대훈은 일단 대한체육회의 브루넬대학 훈련캠프에서 가져온 전복죽을 반 공기 정도 먹으며 빈속을 달랬다. 이어 훈련캠프에서 가져온 도시락 밥을 뜨거운 물에 풀어 조금씩 먹으며 기운을 차렸다.
하루 사이에 3㎏ 정도를 다시 불렸다지만 이대훈의 볼살은 쑥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16강전과 8강전에서 잇따라 3라운드까지 승부를 내지 못해 연장전을 치르는 등 체력소모가 많아 더 힘들었다.
이대훈은 이날 경기 후 "체중을 많이 줄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보여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살을 빼고 경기하다 보니 힘들었다"면서 "다음에는 체중을 줄이지 않고 재밌고 화끈한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hosu1@yna.co.kr
이대훈 父 “15살 때 묘비에 런던 金 새긴 아이”
[일간스포츠 송지훈]
"태권도 국가대표로 2012년과 2016년, 2020년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고 99세에 눈을 감았다."
한국 태권도의 희망 이대훈(20·용인대)이 학창시절 적은 글이다. 이대훈은 중학교 2학년 때 '내가 죽고난 뒤 묘비에 어떤 글이 쓰여질지 적어보세요'란 과제를 받고 이렇게 썼다. 그는 묘비명 그림을 앨법에 곱게 끼워놓고 자주 꺼내보며 의지를 다졌다. 그 때부터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각오가 확고했다. 하지만 그는 8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58kg급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이대훈은 한 때 태권도장을 운영한 아버지 이주열(42) 씨의 영향으로 5살에 태권도에 입문했다. 어릴 적부터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이대훈은 초 2 때 전국대회에 나갔다. 초등학교는 재학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몰래 4학년 이상 부문에 나섰다. 8강에서 삭발하고 무섭게 생긴 6학년과 맞붙었다. 이대훈은 상대가 반칙으로 얼굴을 때리자 똑같이 얼굴을 때렸다. 태권도가 아니라 싸움이 됐다. 이 씨는 "곱상하게 생긴 대훈이도 '싸움닭 기질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대훈은 중학교 1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3학년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하지만 2학년 때 슬럼프가 왔다. 이대훈은 그 때부터 왼손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른발 잡이지만 왼발도 잘쓰고 싶었다. 이대훈은 밥을 흘려가면서도 왼손을 고집한 끝에 지금은 왼발잡이로 알려질 만큼 변신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유일한 고교생으로 참가한 그는 63kg급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듬해 경주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꽃미남 효자 아들
이대훈은 꽃미남이다. 아이돌 가수 못지 않다. 여성 팬들도 많다. 이주열 씨는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내 연락하는 여성팬들이 있다. 여고생과 여대생들이 '아버님 응원할게요'란 문자를 보내곤한다. 내 입장에서는 신기할 따름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대훈은 외모만큼이나 심성도 곱다. 이대훈은 초등학교 4학년 어버이날 편지에 "아빠. 시합장에서 어깨 펴고 다니게 해드릴게요"라고 적은 효자다. 학창시절 용돈을 안받고 상금을 모아 적금을 부어 1600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설날에 세배만 하고 바로 훈련으로 향하는 성실함의 대명사였다.
◇8kg 빼고도 은빛 발차기
원래 63kg급이었던 이대훈은 런던올림픽에서 체급을 58kg급으로 낮췄다. 체격조건이나 힘에서 경쟁자들에게 밀린다고 판단해 용단을 내렸다. 체중과의 싸움이었다. 평소 몸무게가 66kg였던 이대훈은 올림픽을 위해 혹독한 훈련으로 8kg 가까이 살을 뺐다. 계체를 통과하고 하루만에 3kg를 찌운 이대훈은 볼이 쑥 들어가있었다. 16강전과 8강전에서 잇따라 연장전을 치러 체력이 방전된 이대훈은 결국 결승에서 졌다. 올림픽 최종선발전 때 뼈가 부러진 코를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마쳤다. 이대훈은 "이 정도로 열심히 해서 안됐으니 다음에는 더욱 열심히 하겠다. 4년 뒤 우리나라가 58kg급과 68kg급에 선수를 내보낸다면 많이 먹고 68kg급에 출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대훈이 15살 때 묘비에 적은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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