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伦敦奥运会)

[런던 2012]한쪽 눈으로 금 캐낸 김현우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含閒 2012. 8. 8. 10:20

[런던 2012]한쪽 눈으로 금 캐낸 김현우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동아일보]

버팅(Butting·머리로 얼굴을 받는 행위)에 오른쪽 눈은 완전히 가려졌다. 평소보다 눈덩이가 두 배 가까이 부어올랐다. 왼쪽 눈으로만 싸운 김현우(24·삼성생명)가 한국 레슬링의 금메달을 선사했다. 김현우는 씩씩하게 "정신력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8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2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에서 헝가리의 타마스 로린츠(26)에게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김현우는 "너무 기쁘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말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었다"며 "같이 고생한 선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기 때문에 주위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김현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3위에 오르며 레슬링의 눈을 떴다. 같은 해 12월에는 프레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며 자신감까지 얻었다. 레슬링계 내부에서는 정지현(29·삼성생명)보다 김현우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봤을 정도로 비장의 무기였다.

2004아테네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0㎏급 정지현에 이어 8년 만에 나온 레슬링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김현우는 "과연 내가 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씀하셨다"며 "몇 년전부터 시상대에 올라서는 것과 세레모니를 어떻게 할까 상상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아무 생각도 안 났다"고 웃었다.

김현우는 예선전부터 상대의 버팅에 오른쪽 눈을 다쳐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승전에서는 한쪽 눈으로만 상대 위치를 파악해야 했을 정도였다. 이에 김현우는 "정신력으로 했다. 많이 거슬렸는데 개의치 않고 정신을 집중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는 경기 후 태극기를 매트 중앙에 가져다 놓은 뒤 큰절을 올렸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자신을 지켜봐 준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김현우는 "국민들이 응원해주신 만큼 감사해서 보답했다"고 말했다.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한국 레슬링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현우는 "체중 감량을 9~10㎏ 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애틋함을 표현했다.

1984 LA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방대두 총감독은 "내가 메달 딸 때보다 지금이 훨씬 기분이 좋다"며 제자의 성공을 기뻐했다.

◇김현우와의 일문일답

- 현재 소감은.

"너무 기쁘다.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말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었다. 같이 고생한 선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기 때문에 주위의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눈이 많이 부었는데 지장은 없었나.

"결승 때 한쪽 눈이 안보였다. 정신력으로 했다. 많이 거슬렸는데 개의치 않고 정신을 집중하자고 했다. 예선부터 계속 부딪혀서 준결승 때는 거의 안보이는 상태가 됐다."

- 금메달을 예상했나.

"솔직히 과연 내가 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몇 년전부터 시상대에 올라서는 것과 세레모니를 어떻게 할까 상상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아무 생각도 안났다."

- 언제 훈련이 가장 힘들었나.

"안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코치님과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고 훈련을 버텨낸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뿌듯하다."

- 절은 누구에게 한 것인가.

"감독님과 코치님께 너무 감사해 감사의 절을 올렸다. 태극기 앞에서 절한 것은 전 국민이 응원해주신 만큼 감사해서 보답했다. 관중석에 삼성생명 코치님(김인섭 코치)이 계셨는데 태릉에는 안 계시지만 밖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됐다."

-자신에게 레슬링이란 어떤 것인가.

"내 삶의 전부다. 레슬링으로 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체중 감량을 9~10kg 할 정도였다.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동아닷컴>

 

 〈스포츠경향〉레슬링 살린 김현우, “나보다 더 땀흘렸다면 메달 가져가라”

김현우(24·삼성생명)는 올림픽 전 "나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아니, 가져가지 못했다. 그는 8일 런던 엑셀 레슬링경기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김현우는 결승서 헝가리의 타마스 로린츠(헝가리)를 2-0(1-0 2-0)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우는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방대두 감독(58)에게 넙죽 절을 올렸다.

김현우는 끊어졌던 레슬링 올림픽 금맥을 다시 이었다. 레슬링을 효자종목으로 다시 부활시켰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양정모)의 주역이었고, 7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레슬링은 2008베이징올림픽 노골드에 이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서도 노골드에 그치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지만 김현우의 금메달로 바닥을 치고 반등의 계기를 잡게 됐다.

런던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kg급 금메달 김현우 선수. 사진출처 SBS 방송캡처박장순 삼성생명 감독은 "현우가 레슬링을 살렸다. 고맙다"고 말했다.

8강까지 순탄하게 올랐던 김현우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티브 귀노(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고비를 맞았다. 8강에서 이 체급 세계최강자인 이란의 사에이드 아브드발리를 잡고 기세를 탄 귀노의 파떼루 공격에 몸통이 돌려지며 2점을 내줬고, 결국 1라운드를 뺏겼다. 배구의 세트제처럼 라운드제로 규정이 바뀐 탓에 2라운드를 따내지 못하면 결승행이 좌절되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현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파떼루 공격 때 점수를 따내며 2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한 김현우는 3라운드까지 따내며 결승티켓을 손에 넣었다.

1m74의 김현우는 팔이 길고, 손이 커 잡기에 능하다. 박장순 삼성생명 감독은 "그레코로만형을 위해 타고난 체형"이라며 "몸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도 영리하다. 체력과 기술, 정신력의 3박자를 갖춘 토털레슬러"라고 말했다. 타고난 근지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원주교동초등학교 때 유도를 하다 평원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레슬링으로 전향했다. 2006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 금메달, 같은 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땄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서 2회전 탈락한 게 약이 됐다. 2011세계선수권대회 3위, 2011 런던프레올림픽 1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길을 걸어왔다.

그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을 한 번도 아닌 두 번 따겠다는 것. 박장순 감독은 "꿈이 큰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꿈만 꾸지 않았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아침훈련, 10시부터 12시까지 웨이트,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메트, 오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야간훈련으로 이어지는 강훈련을 군소리없이 소화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김현우는 "죽기살기로 해서 하늘을 감동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할 때마다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각오로 나설 만큼 근성과 독기가 대단하다.

그를 올림픽 챔피언으로 만든 건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을 지 모르겠다. 그는 레슬링을 즐긴다. 김현우는 "운동 선수 아닌 다른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고 하기도 싫다"면서 "태생부터 운동선수 체질인 것 같다"고 웃었다. 즐기는 것 보다 더 강한 건 없다.

< 런던|류형열 기자 rhy@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