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충지의 한중자경(삼도헌의 한시산책 237)

含閒 2012. 7. 21. 13:13

충지의 한중자경(삼도헌의 한시산책 237)

전기(田琦)계산포무도(溪山苞茂圖)] 지본 수묵, 24.5×41.5 cm,국립중앙박물관 소장

閑中自慶(한중자경)

충지(沖止·1226~1292)

日日看山看不足(일일간산간부족) 날마다 산을 보아도 보는 것이 모자라고

時時聽水聽無厭(시시청수청무염) 때때로 물소리 들어도 듣는 것이 싫증나지 않아.

自然耳目皆淸快(자연이목개청쾌) 귀와 눈이 저절로 다 맑고도 상쾌해

聲色中間好養恬(성색중간호양념) 소리와 색깔 그 속에 편안함을 기르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여름은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녹음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산이다.

멋진 산수가 있는 곳에 이르면 사람은 누구나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옛부터 산수화를 좋아했던 것 같다.

집안에서 산과 물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고려후기 때 스님이었던 원감국사(圓鑑國師) 충지(冲止:1226~1292)의 시다.

산은 아무리 보아도 싫지가 않고 들려오는 물소리는 반복해서 들어도 싫지 않다.

산을 보니 눈이 맑아지고 물소리를 들으면 귀가 시원해진다.

작자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산수 속에서 상쾌해지고

그 속에서 편안해져서 이 시를 지었다고 밝힌다.

그리하여 한중자경(閑中自慶)’이라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이 시를 지은 충지는 19세에 장원급제한 이후에 승려가 되었기 때문에

시는 물론이거니와 소나 표등 여러 문체를 자유롭게 구사하였다.

이런 출중한 문장 실력이 원나라와의 외교적 문서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국사가 되어 몽고 침입 때도 원나라 세조에게 글을 보내

세조를 감동시켜 빼앗겼던 사찰의 토지를 돌려받고,

세조의 청으로 연경을 다녀오기도 했다.

시와 문장을 잘 지어 조선시대에 편찬된 '동문선(東文選)'에 많은 작품이 실려 있다.

이번 주말에 산수를 찾아 상쾌함을 되찾아 보시기 바란다.

자연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속에서 번다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한가한 충전을 해 보시기 바란다.

산수 속에서 충지가 느꼈던 기분을 되살려보시기 바란다.

충지 [冲止, 1226~1292]

고려 고종~충렬왕대에 활약했던 승려. 시호는 원감국사(圓鑑國師).

속성은 위(), 이름은 원개(魏元凱)로 정안(定安-현재의 장흥)인이다.

처음 법명은 법환(法桓)이었는데 후에 충지로 바꾸었다. 스스로 호를 복암(宓庵)이라 하였다.

1226(고려 고종 13) 11월에 태어나 1292(충렬왕 18)에 입적하였다.

9세에 공부를 시작하여 19세인 1244(고종 31)년에 장원급제 후 28세까지

관직생활을 하다가 원오국사(圓悟國師) 천영(天英)에게서 출가하였다.

41세에 김해 감로사(甘露寺)의 주지가 되었고, 61세에는 스승인 원오국사의

뒤를 이어 수선사(修禪社)6세 법주(法主)가 되었다.

후에 명성이 퍼져 원() 세조가 그를 초청하여 그는 빈주(賓主)로서 극진히

대접받고 금란가사와 백불(白拂)을 하사받기도 하였다.

선승으로서의 뚜렷한 입지를 가지게 되었으며, 문장으로도 유명해

그의 작품은 동문선에 승려로서는 가장 많은 글이 실렸다.

저서로 원감집(圓鑑集)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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