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이번엔 대학 총장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자살

含閒 2011. 6. 14. 10:13


이번엔 대학 총장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자살

노무현 정부때 농림수산장관 지낸임상규 순천대 총장 "악마의 덫에 빠졌다" 유서

조선일보 순천 입력 2011.06.14 03:10 | 수정 2011.06.14 10:01

 




건설현장 식당( 함바 ) 운영권 비리와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임상규 (62) 순천대 총장이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 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다. 임 총장은 이날 오전 8시 10분쯤 전남 순천시 서면 동산리 장흥 임씨 선산(先山) 인근에 주차된 쏘나타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내부에서 번개탄과 숯을 피운 흔적이 있고, 뒷좌석에서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조선일보]

그는 자필로 쓴 유서에서 "인생의 뒷모습을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했다. 또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면서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면서 "모두 내 불찰, 내 탓이다. 가족에게는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 툭하면 자살… 더 번지나 

임 총장의 자살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리 연루 의혹을 받은 고위 공직자의 자살이 가뜩이나 자살률이 높은 한국의 자살 풍조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자살했을 때도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통계청 에 따르면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자살자 수는 589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24명이 늘어나 50% 가까이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살은 전염성이 상당히 큰 사회적 현상이라 유명인들의 자살이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임 총장뿐 아니라 정·관계는 물론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사회적·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검찰 수사를 받던 안상영 전 부산 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등 5명이 연이어 자살했다. 

연예인의 자살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08년 탤런트 안재환 씨가 자살하고 한 달여 뒤 톱스타 최진실 씨가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2년 뒤 최씨의 동생 최진영 씨도 뒤따라 자살했다. 한류스타 박용하 씨도 자살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전 전북현대 정종관 선수가 자살했다. 사회 전체의 자살률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2005년에는 1만2011명이던 자살자는 2009년에는 1만5413명으로 35%가량 늘었다.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자살하면 이를 지켜보는 일반인들도 '나도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에 자살률이 급격히 올라간다"고 말했다. 

◆ 함바 비리·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에 쫓기던 장관 출신 총장 

임 총장은 지난해 11월 함바 비리 수사 초기부터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함바 비리는 브로커 유상봉(65)씨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최영 강원랜드 전 사장 등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함바 운영권 수주, 민원 해결,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수억대의 금품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는 브로커 유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일 임 총장을 출국금지했다. 임 총장은 지난해 경북 지역 대형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유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또 유씨가 임 총장의 동생 계좌로 2005년과 2007년 2차례에 걸쳐 입금한 1억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었다. 임 총장은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호남 지역 지인들을 통해서 유씨를 소개받고 친분을 유지하면서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등 고위 공직자들을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또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의 핵심 관계자인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사돈 관계인데다 지난 1월 말 중앙부산저축은행에서 본인 명의 정기예금 5000만원을 인출,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통보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지난 3일 임 총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숨진 만큼 수사는 자동으로 종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