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감(老)

[스크랩] 이제 부부 혜어짐 (死別)이 현안인가 ?

含閒 2011. 4. 12. 18:48

 

    이제 부부 혜어짐(死別)이 현안인가 ?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있는 동안 잘하면서
       인생 出口전략도 생각해야 할 때


최근 喪配한 친구나 선후배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아이들 결혼시키고 손자손녀 얻고 부모님들 저 세상 떠나보내고

나면 당면 현안이 부부 死別일 것임은 자명한 일이지만 어느덧

그렇게 되었나...마침 봄이와서 꽃소식이전해지는데
공연히 심난해진다. 인간의
生老病死 문제에 超然까지는
아니더라도 毅然할 때가 되었건만
도무지 의젓하질 못하다.

여태까지 참아냈으니 離婚은 안 하는 걸 전제로 할 때 어쨌든

남은 大事는 부부 死別이다. 내 경우 장인, 장모가 비교적 일찍

돌아가시고 우리 부모는 모두 長壽하셨지만 그런 가족력으로만

따져 집사람 먼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설사 내가 나중이라고 한들 이 나이에 “이제 해방이다” 흐뭇해하며

뭘 도모할 처지도 아닐 바엔 차라리 내가 앞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게 마음대로 될 일은 아니다.
 하여튼 내가 먼저라면 만사 그걸로

끝일 테고 내가 나중일 경우가 문제이다.

솔직히 간섭과 잔소리 듣지 않고 자유 만끽하는 새 삶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아 있기도 하다.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돌아온 부인이 핸드백 집어던지며 “에이, 재수 없는 년은 나뿐이네”
신경질을 부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다들 영감 저 세상 보내놓고
재미있게 사는데
나는 무슨 팔자로 아직껏 당신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는가” 일갈하더라는 조크도 있듯 구박 속에 눈치 보며 산다고 느끼는 남편도 많은 요즘이다.

인형의 집에서 뛰쳐나오는 노라의 逆으로 현대판 남성해방을 위한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는
풍조도 있음직하다.
요즘 인터넷 용어에 ‘솔까발’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라는데 “솔까발, 저 꼴 좀 안 보고 살았으면...” 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나. 하지만 그렇다고 이 나이에 자유가 주어진들
뭘 어쩔까 생각하면 모두 부질없다.

혼자 된 친구들은 “사는 게 사는 것 아니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모 때보다 훨씬 애통하다, 쓸쓸해 죽겠다, 말 상대가 없어 허전하다, 살아 있었을 때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의 애틋한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남은 사람의 정신적 혼란, 방황은 어쨌거나 결국 세월이 약일 것이다. 아무리 슬퍼해도 간 사람 기억은 엷어진다.

결국 문제는 나도 갈 때까지 혼자 어떻게 지내느냐는 방법론이다.

재혼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古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나 개인적으로는 가능성 제로이다.

결혼은 한 여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고 보면 전에는 왜들 그럴까...이상하게 여겼던 서양 사람들의 잦은 이혼도 합리적 사고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천생연분이 어느 틈에 평생원수가 되었을망정 어쩔 수 없이 해로하는

우리네보다는 이성적인 것 같다. 가족과 가정, 부부라는 틀에 얽매여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두고

고통스러워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예전엔 미처 실감하지 못했던

"Leave me alone"이란 말의 좋은 점도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공연히 붙어 있으면서 보기 싫은 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느니 各自圖生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들과 다르게 많이 불합리한 편이다.

허구헌날 잔소리에 정나미가 떨어진다면서도 그냥 뭉개면서 지내는 게 우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생각하면 마음이 처연해진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 "가는 자"나 "남는 자"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미안해...용서해...사랑해...” 등이라고 한다.

미안하다는 말속에는 많은 뜻이 내포돼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짐을 맡겨 놓고 가는 것이

미안하고 함께 살아오면서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것, 그동안 마음 아프게 한 것이

미안할 수도 있다.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온 것을 늦게나마 깨달았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먼저 떠나는 것, 떠나보내는 것이 미안할 것이다.

만약 배우자에게 시한부 1개월의 삶이 남았다고 상상해 보자.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우리는 평소 정말 소중한 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며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떠나고 나면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모양이다.

그런 연유로 “살아있는 동안 잘 하자”라는 말을 내 자신에게도 하고 싶다.

잘 해주려고 마음 고쳐먹었는데 또 심사를 긁어놓는 경우도 물론 있다.

아는 사람 가운데 매일 집사람으로부터 “뒈지게 혼난다”고 하여 웃기는 양반이 있지만

사실 정말 싫어지는 때도 흔한 게 노부부들의 일상이긴 하다.

일본의 이른바 황혼이혼이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잘 해주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恨을 남길 필요가 뭐 있겠는가.

다 내려놓고 최선을 다해주는 게 현명한 도리인 듯싶다.

그리고 언제든 홀로 남을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부터 우선 하고 그 세월을 어떻게 살까...

바야흐로 인생의 出口전략을 모색할 때다.

비상사태, 有故, 急變상황, 有備無患은 국가 안보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자식들과의 관계, 어디서 무얼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곰곰이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대충 그림이 그려지면 내가 먼저 갈 때를 대비해 집사람에게도 노하우를 전수해줄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게 바로 요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獨居노인 100만명 시대’ 얘기 아닌가.

마침 최근 신문에서 읽은 “어느 독거노인의 하루...아내 잃고 홀로된 지 15년,

가난보다 외로움이 무섭다.

오래 사는 건 축복 아닌 罰이다. 내일이면 버텨내야 할 힘겨운 하루가 또다시 찾아오겠지.

남은 세월을 이렇게 산다고 생각하니 진저리가 처진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기사가 아른거린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않은 공연한 얘기 때문에 이미 그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아픔을 건드렸다면
본의 아니고 죄송할 뿐이다.
                                                           모셔온글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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