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코리안드림 꿈꾼 베트남女 '한줌 재'로

含閒 2010. 7. 15. 16:01

往生極樂願..... 명복을 빕니다.

코리안드림 꿈꾼 베트남女 '한줌 재'로

연합뉴스 | 입력 2010.07.15 14:55 | 수정 2010.07.15 15:07 

 

남편에게 피살된 탓티황옥씨 부산서 화장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라 사잉 룽 쯔억 라 방(푸른 잎이 노란 잎보다 먼저 떨어졌구나.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었을 경우'를 의미하는 베트남 성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신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47)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베트남 이주여성 고(故) 탓티황옥(20)씨는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먼 이국땅에서 한줌의 재로가 됐다.

이날 오전 고 탓티황옥씨의 시신이 화장된 부산 금정구 선두구동 영락공원.
탓티황옥씨의 시신이 든 관이 화장장으로 들어가자 탓티황옥씨의 부모는 관을 부여잡고 "젊은 나이에 왜 이렇게 비참하게 먼저 가느냐. 부디 좋은 세상에 가거라"라며 오열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아버지 딱상(54)씨는 "마음이 아프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틀 동안 총영사관 등에서 도와준 성의에 감사드린다."라며 "다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탓티황옥씨의 유골은 화장장으로 들어간 지 1시간20여분만에 수습돼 항아리 분골함에 담겼다.

이날 영락공원엔 아버지 딱상씨와 어머니 쯔엉티웃(48), 사촌언니 탓티부너(30)씨를 포함해 부산, 경남의 이주여성 20여명,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와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 등이 와서 탓티황옥씨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정정수 부산다문화인권교육센터 소장은 "한류 등으로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많다."라며 "최소한 배우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만 전달될 수 있어도 이번같이 불행한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락공원을 나선 탓티황옥씨 유족들은 모처에서 휴식을 취한뒤 16일 오전 10시 김해공항에서 베트남으로 떠난다.

고 탓티황옥씨의 유골은 자신의 고향인 베트남 껀터시 외곽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안장될 예정이다.

꺾인 코리안드림 희생자 유족에 '온정' 답지

연합뉴스 | 입력 2010.07.15 16:39 | 수정 2010.07.15 16:41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을 통해 부산으로 이주했다가 불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씨 유가족의 슬픔을 어루만지기 위한 온정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

부산시가 고인의 장례비용으로 500만원을 내놨고, 빈소가 마련된 부산의료원은 장례식장 비용을 받지 않기로 했다.

또 박수관 베트남 명예총영사가 탓티황옥씨 유가족의 부산 체류 비용을 부담한 데 이어 위로금 500만원을 전달했고,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1천만원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교수와 기업인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모금운동을 벌여 500여만원을 모았다.

베트남의 호찌민 한인회도 유가족을 위해 미화 5천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원만하게 수습하면서 반한감정의 확산을 막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관계기관의 움직임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부산에 등록된 98개 결혼중개업체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영업중인 미등록 중개업체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특별점검과 함께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부산시도 중개업체에 대한 지도·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건전한 영업활동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유가족을 위한 시민 모금운동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부산출신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편지를 보내 이번 사건을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이와 같은 내용의 서신을 베트남에 전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