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올림픽(温哥华奥运会)

'亞 최초 중장거리 메달' 이승훈, 쇼트트랙 좌절 이겨낸 쾌거

含閒 2010. 2. 14. 22:06

'亞 최초 중장거리 메달' 이승훈, 쇼트트랙 좌절 이겨낸 쾌거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 이승훈(21.한체대)이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선물했다.

이승훈 14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발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16초95의 기록으로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6분14초60)에 이어 은메달을



▲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아시아 선수 사상 첫 메달을 따낸 이승훈. 사진=Gettyimages

차지했다.
이승훈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은메달을 따냈던 김윤만,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강석(한국체대)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세번째로 메달을 목에 건 한국선수가 됐다.

이승훈의 메달은 전혀 기대치 못한 것이었다. 그동안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1500m 이상의 중장거리 종목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8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훈이 이번에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아시아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속설을 완전히 뒤집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승훈이 불과 10개월전까지 스피드스케이팅이 아닌 쇼트트랙 선수였다는 것. 이승훈은 초등학교 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다가 중학교 때 쇼트트랙으로 전환했다.

쇼트트랙에서 주니어 대표와 시니어 대표로 활약했고 2009년 2월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선 3관왕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그 해 4월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좌절의 쓴맛을 봐야 했다.

이승훈으로선 실망감이 컸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승훈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초등학교 때 이후 타지 않았던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과감히 종목을 전환했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꾼 이승훈은 승승장구했다. 단숨에 여상엽이 2005년 11월에 세웠던 한국기록 6분28초49를 뛰어넘으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최강자로 올라선 이승훈은 월드컵 4,5차 대회에서 잇따라 한국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처음 스피드스케이팅을 탔을 때 기록으 6분48초대였지만 이후 엄청난 기록발전을 이루면서 6분14초57까지 단축했다. 1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34초 이상 기록을 끌어올린 것. 디비전B로 출전했던 월드컵 1차 대회 이후 곧바로 디비전A로 도약했다.

4년전 토리노 올림픽 당시 이 종목에 출전했던 여상엽이 출전선수 중 최하위인 28위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이승훈의 은메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알 수 있다.

당초 남자 5000m는 6분12초대에 메달이 가려질 것으로 보였다. 이승훈도 기록을 감안해 5위권 이내 입상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속도가 잘 나지 않는 특성을 가진 리치몬드 올림픽 오발 링크위에서 전체적으로 라이벌 선수들의 기록이 저조하게 나온 반면 이승훈은 자기 기록에 육박한 성적을 내 값진 메달을 수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