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님의 건투를 빕니다.
열차안에서 장자를 만나다...........
얼마전 숭산(소림사있는곳)에 손님과 트레킹을 갔다가
태산으로 돌아 오는 열차속에서의 일이다
우리 일행이 탄 열차는 야간에 이동하는 6인실 침대 열차였고 일행은 침대에 걸터앉아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맥주를 좋아해서 너무 많이 마셨던지 화장실이 급했다
열차는 무슨 영문이지 모르지만 이름 모를 역에서 갈 생각도 않고 정차해 있는 중이였다
화장실에 도착해 보니 안에 사람이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급한김에 다른 열차칸으로 가 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람들이 내가 오는 시간을 일부러 맞춘 것일까?
아니면 중국에 인구가 많아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나는 문명국에서 왔으니 ..... 하면서 점잖하게 담배를 한대 피우면서 얌전히 기다렸지만
참을수 없는 고통에 허리도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데 안쪽의 이 친구는 해도 너무한다
급기야 나는 인내력 한계에 부딫혀서 체면도 불구하고 문을 발로 차면서 몇번 노크겸 항의 표시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이러기를 몇차례 반복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모르는척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열차가 쉴만큼 쉬었는지 덜컹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열차 승무원이 잽싸게 화장실문을 열쇠로 열어 주는것이다
열차가 정지해 있을때는 역 구내에 악취가 풍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실 문을 잠근다는 규칙을 몰랐던 나의 무지함도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나혼자 짜증을 내고 문을 발로 찼다는 공허함에 내가 얼마나 초라해 졌는지 모른다
장자의 빈배의 논리가 생각난다
한사람이 배를 저어 강을 건너는데 다른 배가 와서 부딪혔다
그런데 얼굴을 들고 배를 바라보니 아무도 타지 않은 빈배였다
다른 배가 와서 내 배에 부딪혔다면 잘잘못의 논쟁이나 싸움이 벌어 질수도 있지만
빈배와 누가 따지고 싸우겠는가?
세상을 살아갈때 상대를 빈배처럼 보고 상대가 나를 바라 볼때도 빈배처럼 보이면서 살아라는
장자의 말이 생각났다
이번 여행에서 위대한 철학자 장자를 열차속에서 만나고 장자의 가르침을 1% 라도 깨우칠수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즐거웠고 보람된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9년 9월 어느날 태산에서.........풍운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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