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자세(職員姿勢)

버림과 비움

含閒 2009. 5. 13. 17:29

조인스HR 가재산 대표님의 글입니다.

 

 

 

일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손님이 방문했을 때 단무지 몇 조각을 내놓고 손님이 다 먹으면 하산토록 해서 "다꽝도사"라는 별명을 얻게 된 선승(禪僧)에 관한 이야기다. 한번은 도쿄 제국대학 철학부의 한 교수가 다꽝도사의 명성을 듣고 그를 시험하기 위해 방문했다. 하지만 선승은 쉽게 그 교수를 만나주지 않았다. 마침내 면담이 허락된 날 교수가 자리에 앉자 선승은 교수의 찻잔에 아무 말 없이 차를 따랐다. 그런데 차가 잔을 가득차 넘쳐도 선승은 계속 차를 따랐다. 놀란 교수가 선승을 만류하며 말했다.

"스님! 차가 넘치고 있습니다.”

선승이 차 따르는 것을 멈추더니 드디어 교수에게 말문을 열었다.

"그대의 마음은 넘쳐흐르는 이 찻잔과 같아서 내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그대의 머릿속에는 내 이야기가 남아 있을 자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하산 하시지요....."하고는 역시 다꽝 몇 쪼각만 내놓더라는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지금까지의 습관이나 관행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습관을 바꾸는 일은 기존의 생각과 틀을 깨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습관을 바꾸려면 우선 마음을 비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의 과정에서 제일 중한 것이 마음 비우기나 힘 빼기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결정적인 골 찬스에 골을 넣지 못하고 실축하는 것도 그 순간 힘을 빼지 못했기 때문이고, 복싱에서나 야구의 경우들처럼 힘을 빼야만 결정타가 나올 수 있는 것과 같다.

폐기학습(Unlearning)이란, 새로운 지식이나 프랙티스(Practice)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거의 사고방식을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Learning)이 새로운 대안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라면, 폐기학습은 오랜 동안 굳어진 타성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에 학습된 사고의 틀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Gary Hamel은 조직이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 것을 배우는 학습만이 아니라, 낡은 것을 버리는 폐기학습도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한다. 그 선택들은 작게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고, 크게는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 예로 케케묵은 연공서열의 틀 속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거나 법, 규정, 감사, 상사의 의중 등등을 무시할 수는 없는 중요한 것들이지만 이 틀 속에 갇혀서 생각한다면 변화란 있을 수 없고 변화가 있더라도 근본적 접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 것을 배우는 학습과 낡은 것을 버리는 폐기학습 모두가 필요하다.

개인들도 매한가지다. 요즘처럼 직장의 수명이 짧은 경우 전직이나 재취업을 많이 하게 되는데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과거와의 단절이다. 특히 대기업 출신들처럼 잘 나가던 사람들 일수록 더욱 그렇다. 번쩍이었던 계급장, 높기만 했던 자리, 몸에 밴 예전 직장의 기업문화를 빨리 털어내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직무수행의 자세도 현 직장과 맞춰야 한다. 가치관과 행동 방식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직장의 문화를 버리는 '폐기학습'이 필수적이다. 특히 현 직장의 단점을 들춰내는 언행은 금물이다.

노자에 이런 말이 있다.'깨달은 자는 빛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빛나고, 자신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존경받으며,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원치 않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고,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권력이 있다.'

-끝-

 가재산
조인스HR

'직장인의 자세(職員姿勢)'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워지는 법.  (0) 2009.05.22
상사병(上司病)  (0) 2009.05.21
상사와 좋은관계를 유지하는 기술  (0) 2009.02.07
승진탈락 / 법륜스님  (0) 2009.01.22
군자무일  (0) 200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