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두보

含閒 2008. 10. 1. 10:26
178 石壕吏     석호리
    杜甫(唐)  두보 712~770

暮投石壕村   모두석호촌   저물녘 석호촌에 투숙하였는데
有吏夜捉人   유리야착인   아전이 밤에 사람을 잡아 가더라
老翁踰墻走   노옹유장주   할아비는 담 넘어 달아나고
老婦出門看   노부출문견   할머니는 문을 나서서 바라본다

吏呼一何怒   사호일하노   아전이 지르는 소리,한결같이 어찌 그리도 성을내며
婦啼一何苦   부제일하고   할미가 우는 소리, 어찌 그리도 괴로운가
聽婦前到詞   청부전도사   할미가 앞에서 넋두리하는 소리 들으니
三男업城戍   삼남업성수  세 아들이 업성으로 변방 지키러 갔는데

一男附書到   일남부서도   한 아들이 보낸 편지에
二男新戰死   이남신전사   두 아들이 금방 싸움터에서 죽었다 하네
存者且偸生   존자차투생   산 자는 그래도 어떻게 살아가지만
死者長已矣   사자장이의   죽은 자는 영원히 그만인 것을

室中更無人   실중갱무인   방안에 다시 사람이 없고
所有乳下孫   소유유하손   있는 것은 젖먹이 손자라네
孫有母未去   손유모미거   손자가 있어 어미는 가지 못하고
出入無完裙   출입무완군   출입에 온전한 치마 한 벌 없어라

老구力雖衰   노구력수쇠   늙은 몸이라 비록 힘은 쇠했지마는
請從吏夜歸   청종리야귀   청컨대, 아전을 따라  밤길을 가서
急應河陽役   급응하양역   급히 河陽의 전쟁터에 다다르면
猶得備晨炊   유득비신취   그래도 새벽밥 짓는 일은 도울 수 있겠지요

夜久語聲絶   야구어성절   밤이 깊어 말소리조차 끊어졌는데
如聞泣幽咽   여문읍유열   울며 나직히 오열하는 소리 들리는 듯
天明登前途   천명등전도   날이 밝아,  길을 나서며
獨與老翁別   독여노옹별   홀로 늙은 할아비와 이별하네

 

179 春望  춘망    봄에 바라보다
    杜甫(唐)  두보712~770

國破山河在   국파산하재   나라는 깨졌으나  산하는 여전하고
城春草木深   성춘초목심   성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다

感時花천淚   감시화천루   시절을 생각하니 꽃을 봐도 눈물이 흐르고
恨別鳥驚心   한별조경심   이별이 한스러워 새 소리에도 놀란다

烽火連三月   봉화연삼월   봉홧불 석 달이나 계속타니
家書抵萬金   가서저만금   집으로부터의 편지가 만금같이 생각되네

白頭搔更短   백두소갱단   흰머리는 긁을수록 짧아져
渾欲不勝簪   혼욕불승잠   이제는 비녀조차 꽂을 수 없다네


180  孤雁  고안    외로운 기러기
     杜甫(唐)  두보 712~770

孤雁不飮啄   고안불음탁   외로운 기러기 마시지도 쪼지도 않고
聲聲飛念群   성성비염군   가족을 그리며 울며 나네

誰憐一片影   수련일편영   누가 가엾이 여기리, 한 조각 그림자
相失萬重雲   상실만중운   만 겹의 구름 속에 서로를 잃어버림을

望盡似猶見   망진사유견   바라보니 지쳐서 머뭇거리는 듯 보이고
哀多如更聞   애다여갱문   슬픔 가득하니 가족의 울음소리 들리는 듯 하다

野鴉無意緖   야아무의서   들까마귀들은 찾을 마음도 없이
鳴조自紛紛   조조자분분  저들끼리 어지럽게 떠들며 지저귀누나


181 獨立  독립    홀로이 서서
    杜甫(唐)  두보 712~770

空外一贄鳥   공외일지조   허공에 한마리 수리가 날고 있고    

河間雙白鷗   하간쌍백구   물가에는 한쌍의 백구가 노닌다

飄床搏繫便   표요박계편   문득 마루에 바람날리어 기대고 스치나 

容易往來遊   용이왕래유   유유자적하게 이리저리 노닐고 있다

草露亦多濕   초로역다습   이슬 머금은 수풀 역시 촉촉하건만  
蛛絲仍未收   주사잉미수   거미는 줄을 거두지 않고 있네 

天機近人事   천기근인사   천지 조화도 인간사와 가까우니
獨立萬端憂   독립만단우   홀로 서서 만 가지 수심에 쌓여 있네

                  


182  吹笛  취적    피리를 불다
     杜甫(唐)  두보 712~770

吹笛秋山風月淸   취적추산풍월청   가을 산 피리소리에 풍월이 맑으니
誰家巧作斷腸聲   수가교작단장성   뉘집에서 교묘히 이루는 단장성일까

風飄律呂相和絶   풍표율려상화절   율려소리 바람에 날려 서로 간절하니
月傍關山幾處明   월방관산기처명   관산땅에는 달 그 얼마나 밝았을까

胡騎中宵堪北走   호기중소감북주   말을 타고 북쪽으로 달리고자 하니
武陵一曲相南征   무릉일곡상남정   무릉에 한노래가 남쪽전쟁을 생각나게 하네

故園楊柳今搖落   고원양류금요락   지금쯤 고향땅에는 버들잎 흔들려 떨어졌을 것이거늘
何得愁中却盡生   하득수중각진생   어찌 근심속에서 삶을 다 하기를 바라리오

 


183 兵車行  병거항    兵車의 행렬
    杜甫(唐)  두보 712~770  

車린린馬蕭蕭   거린린 마소소   수레소리 덜컥거리고 말울음소리 들린다
行人弓箭各在腰   항인궁전각재요   가는 사람마다 활과 화살을 허리에 찼네
耶娘妻子走相送   야낭처자주상송   부모와 처자들 달려가며 전송하네
塵埃不見咸陽橋   진애부견함양교   흙먼지 일어 咸陽橋도 보이지 않네

牽衣頓足란道哭   견의돈족란도곡   옷을 당기고 발구르며 길을 막고 통곡한다
哭聲直上干雲소   곡성직상간운소   곡소리가 올라가서 하늘을 뒤흔든다
道旁過者問行人   도방과자문항인   길가던 과객이 가는 이에게 물었더니
行人但雲點行頻   항인단운점항빈   가는 이, 단지 징발이 잦다고 말한다

或從十五北防河   혹종십오배방하   어떤 이는 십오세부터 북쪽 황하를 지키다
便至四十西營田   변지사십서영전   사십세가 되어서는 서쪽 농사의 노역을 한다네
去時里正與과頭   거시리정여과두   갈 때는 里長이 머리를 싸 주었는데
歸來頭白還戍邊   귀내두백환수변   흰 머리로 돌아와서는 다시 변방에 수자리 살러 간다네

邊亭流血成海水   변정류혈성해수   변방 싸움터에는 피 흘러 바다를 이루었는데
武皇開邊意未已   무황개변의미이   武皇은 변방을 개척할 뜻을 버리지 않고 있다오
君不聞           군부문           그대는 듣지 못 했던가
漢家山東二百州   한가산동이백주   한나라 산동 이백 고을

千村萬落生荊杞   천촌만낙생형기   千村萬落에 잡초만이 무성함을
縱有健婦把鋤?   종유건부파서리   비록 건장한 아녀자 있어 호미와 쟁기를 잡는다한들
禾生롱畝無東西   화생롱무무동서   벼가 두둑과 이랑에 제멋대로 자란다오
況復秦兵耐苦戰   황복진병내고전   더구나 진나라 병사들은 어려운 싸움을 잘 견딘다하여

被驅不異犬與계   피구부리견여계   내몰림이 개나 닭이나 다를 바 없다오
長者雖有問       장자수유문       상관이 혹 물어봐도
役夫敢申恨       역부감신한       졸병이 어찌 감히 원한을 말 하리오
且如今年冬       차여금년동       또 금년 같은 겨울에는

未休關西卒       미휴관서졸       관서의 병졸들은 아직 쉬지도 못 했지요
縣官急索租       현관급삭조       현관이 조세를 거두느라 닥달할텐데
租稅從何出       조세종하출       조세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단 말이오
信知生男惡       신지생남악       진실로 알겠네, 아들 낳음이 싫고

反是生女好       반시생녀호       도리어 여자 낳기 좋아하는 것을
生女猶得嫁比린   생녀유득가비린   딸을 낳으면 이웃집에 시집보낼 수 있지만
生男埋沒隨百草   생남매몰수백초   아들은 죽어 묻혀 거름이 될 뿐
君不見           군부견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靑海頭           청해두           靑海 바닷가에
古來白骨無人收   고내백골무인수   오래전부터 거두는 이 없어 백골이 뒹구는 것을
新鬼煩?舊鬼哭   신귀번원구귀곡   새 귀신 괴롭고 원통해하고 옛 귀신 곡하니
天陰雨濕聲추추   천음우습성추추   날이 어둡고 비가 축축히 내리면 구슬픈 울음소리 들린다오


184 百憂集行  백우집항    온갖 근심 다 모여
     杜甫(唐)  두보 712~770

憶年十五心尙孩   억년십오심상해   생각해보면, 열다섯 나이에 그저 어린아이
健如黃犢走復來   건여황독주복내   거센 황소의 송아지처럼 달음질치며 다녔다

庭前八月梨棗熟   정전팔월리조숙   팔월 앞마당에 배와 대추 익어가면
一日上樹能千廻   일일상수능천회   하루에도 천번이나 나무에 오르내렸도다

卽今숙忽已五十   즉금숙홀이오십   지금은 어느덧 쉰살이 넘어서
坐臥只多少行立   좌와지다소항립   앉거나 눕기에 바쁘고 서는 일은 드물도다

强將笑語供主人   강장소어공주인   억지로 집주인과 우스갯소리 나누며
悲見生涯百憂集   비견생애백우집   평생의 온갖 근심들 슬피 살펴보는구나

入門依舊四壁空   입문의구사벽공   대문에 들어서면 여전히 사방 벽은 비어있고
老妻覩我顔色同   노처도아안색동   늙은 아내가 나를 보나 얼굴빛은 같도다

癡兒不知父子禮   치아부지부자례   어리석은 아이는 부자간의 예의도 모른 채
叫怒索飯啼門東   규노색반제문동   성내며 소리치고 밥을 찾아 부엌에서 울어대는구나


185   江南逢李龜年    강남봉이구년 
     杜甫(唐)  두보712~770

岐王宅裏尋常見   기왕택리심상견   기왕의 집 안에서 (이구년)늘 보았더니
崔九堂前幾度聞   최구상전기도문   최구의 집 앞에서 (명창)몇 번을 들었던가
正是江南好風景   정시강남호풍경   참으로 이 강남의 풍경이 좋으니
落花時節又逢君   낙화시절우봉군   꽃 지는 시절에 또 너를 만나 보는구나

 
186 登岳陽樓  등악양루   악양루에 올라
    杜甫(唐)  두보 712~770

昔聞洞庭水   석문동정수   옛부터 동정호를 들었는데
吳楚東南坼   오초동남탁   오와 초가 동남으로 갈라졌고

親朋無一字   친붕무일자   친한 벗은 한자 소식 없고
戎馬關山北   융마관산북   관산 북쪽은 아직 전쟁 중이라

今上岳陽樓   금상악양루   이제 악양루에 오른다
乾坤日夜浮   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 있다

老病有孤舟   노병유고주   늙고 병든 몸은 외로운 배에 있다
憑軒涕泗流   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흘린다

 

187 秋興  추흥    가을의 흥취 
     杜甫(唐)   두보 712~770

玉露凋傷楓樹林   옥로조상풍수림   玉같은 이슬에 숲속 단풍나뭇잎도 떨어지고
巫山巫峽氣蕭森   무산무협기소삼   어지러운 산과 골짝기의 기운이 쓸쓸함 가득하구나

江間波浪兼天湧   강간파랑겸천용   江의 파도와 물결은 하늘로 성하게 일고
塞上風雲接地陰   새상풍운접지음   城위 바람과 구름은 땅 그늘에 이르니 어두어지네

叢菊兩開他日淚   총국양개타일루   두송이 국화꽃 피니 지난날의 눈물이요
孤舟一繫故園心   고주일계고원심   외로운 배 매였으니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寒衣處處催刀尺   한의처처최도척   겨울옷 준비로 곳곳에 마름질하는 손길 바쁜데
白帝城高急暮砧   백제성고금모침   白帝城 저 높이 저녁 다듬이 소리 급하다

 

188 春夜喜雨  춘야희우   봄 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
    杜甫(唐)  두보712~770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좋은 비 시절을 알아
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봄이 되니 곧 내리기 시작한다

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바람 따라 밤에 몰래 스며들어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소리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신다

野徑雲俱黑   야경운구흑   들판길 구름 낮게 깔려 어둡고
江船火獨明   강선화독명   강 위에 뜬 배의 불만이 밝다

曉看紅濕處   효간홍습처   새벽녘 분홍빛 비에 젖은 곳 보니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금관성에 꽃들 활짝 피었네


189 贈衛八處士 증위팔처사   위팔처사에게
     杜甫(唐)  두보 712~770

人生不相見   인생불상견   살면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모양이
動如參與商   동여삼여상   번번이 떨어져 사는 參星과 商星같네 
今夕復何夕   금석부하석   오늘 밤은 다시 무슨 밤이길래
共此燈燭光   공차등촉광   이 촛불을 함께 하고 있나 

少壯能幾時   소장능기시   젊고 건장한 때가 얼마나 되나
빈髮各已蒼   빈발각이창   귀밑머리 머리카락 모두 세었구나 
訪舊半爲鬼   방구반위귀   친구를 찾아보니 반은 죽어 귀신이 되었으니
驚呼熱中腸   경호열중장   속이 끓어 놀라 소리지르네

焉知二十載   언지이십재   어찌 스무 해 만에야
重上君子堂   중상군자당   다시 그대 집에 오게 될 줄 알았겠나
昔別君未婚   석별군미혼   지난 날 이별할 때에 그대는 혼인하지 않았었는데 
兒女忽成行   남녀홀성항   지금은 아이들이 줄지어 있네

怡然敬父執   이연경부집   기쁘게 아버지 친구를 공경하여 
問我來何方   문아래하방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구나
問答未及已   문담이내이   문답이 마쳐지기도 전에
兒女羅酒漿   구아라주장   아이들이 술과 마실 것을 벌려놓네

夜雨剪春?   야우전춘구   밤비를 맞으며 봄 부추를 베어
新炊間黃粱   신취간황량   노란 좁쌀 섞어 새로 밥을 짓는다
主稱會面難   주칭회면난   주인은 얼굴 보기 힘들다하며
一擧累十觴   일거누십상   한번에 십여 잔을 들이키네

十觴亦不醉   십상역불취   열 잔도 취하지 않으니
感子故意長   감자고의장   그대의 오랜 우정에 감동해서라네
明日隔山岳   명일격산악   내일이면 산악이 가로 놓여 따로 살 것이니
世事兩茫茫   세사양망망   세상일 어찌 될 지 양쪽 다 아득하네

 


190 春歸  춘귀   봄에 돌아와서
    杜甫(唐)  두보 712~770

苔徑臨江竹   태경림강죽   강가에 대나무 숲 속 이끼 덮인 오솔길
茅첨覆地花   모첨부지화   초가 처마 밑 뜰에 꽃이 덮였구나

別來頻甲子   별내빈갑자   떠나간 후로 세월만 덧없이 흘러가서
숙忽又春華   숙홀우춘화   어느덧 봄꽃이 흐드러져 버렸네

倚杖看孤石   의장간고석   지팡이에 의지해서 孤石 바라보다가
傾壺就淺沙   경호취천사  모래밭에 나가 앉아 술병이나 기울이니

遠鷗浮水靜   원구부수정  먼 곳 갈매기는 물 위에 고요히 떠 있고
輕燕受風斜   경연수풍사   날쌘 제비만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네

世路雖多梗   세로수다경   가시밭길 같은 세상사가 어렵다 하지만
吾生亦有涯   오생역유애   나의 인생도 어차피 그 끝이 있는 것을

此身醒復醉   차신성복취   술이 깨고나면 다시 취하면 그 뿐인데
乘興卽爲家   승흥즉위가   흥이 나면 어디든 모두 내 집 아니던가

 

191 江畔獨步尋花  강반독보심화   강변길 꽃 구경
    杜甫(唐)  두보 712~770

江上被花惱不徹   강상피화뇌불철   강가 온통 꽃으로 화사하니 이를 어쩌나
無處告訴只顚狂   무처고소지전광   알릴 곳 없으니 그저 미칠 지경
走覓南隣愛酒伴   주멱남린애주반   서둘러 남쪽 마을로 술친구 찾아갔더니
經旬出飮獨空床   경순출음독공상   그마저 열흘 전에 술 마시러 나가 침상만 덩그랗네

 

192 登高  등고   높은 곳에 올라
    杜甫(唐)  두보712~770

風急天高猿嘯哀   풍급천고원소애   바람 세고 하늘은 높고, 잔나비 울음 슬프니
渚淸沙白鳥飛廻   저청사백조비회   물가 맑고 모래 흰데, 새는 날아오네

無邊落木蕭蕭下   무변낙목소소하   낙엽은 끝없이 쓸쓸히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   불진장강곤곤래   긴 강물은 다함이 없이 쉬지 않고 흐른다

萬里悲秋常作客   만리비추상작객   만리, 슬픈 가을에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   백년다병독등대   한 평생 많은 병든 몸으로, 홀로 대에 오르네

艱難苦恨繁霜빈   간난고한번상빈   가난과 恨속에 머리는 서리처럼 희었음이 슬퍼
요倒新亭濁酒杯   요도신정탁주배   늙고 병든 몸, 이제는 막걸리조차 끊었네

 

 

193 曲江詩   곡강시
   杜甫(唐)  두보 712~770 

朝回日日典春衣   조회일일전춘의   조정에서 돌아와 하루하루 春衣를 잡혀
每日江頭盡醉歸   매일강두진취귀   날마다 강가에서 만취하여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   주채심상항처유   술빛이야 가는 곳마다 흔히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   인생칠십고래희   人生살이 70년 사는 것은 옛부터 드문 일

穿花협蝶深深見   천화협접심심견   꽃 사이 나는 나비는 보이다 말다 하고 
點水청정款款飛   점수청정관관비   냇물 따라 잠자리는 느리게 난다

傳語風光共流轉   전어풍광공류전   말전하니, 風光은 함께 흐르고 구르노니
暫時相賞莫相違   잠시상상막상위   잠시나마 유감없이 즐기다 갈 것이 아닌가

 


194  羌村 1  강촌      강촌에서
     杜甫(唐)  두보 712~770

쟁嶸赤雲西   쟁영적운서   붉은 구름 서편에 산은 높고
日脚下平地   일각하평지   햇발은 평지에 내려 깔리는구나
柴門鳥雀조   시문조작조   사립문에 새들은 시끄럽고
歸客千里至   귀객천리지   고향 돌아온 나그네 천리길을 왔도다

妻노怪我在   처노괴아재   아내와 자식은 살아 왔음이 신기하여
驚定還拭淚   경정환식누   놀라움이 진정되니 다시 눈물을 닦는다
世亂遭飄蕩   세난조표탕   세상의 전란에 떠돌게 되었다가
生還偶然遂   생환우연수   살아 돌아오다니 기적같은 일이라네

린人滿牆頭   린인만장두   이웃사람들 담장에 가득 모여
感歎亦허허   감탄역허희   감찬하고 또한 흐느껴 우는구나
夜란更秉燭   야란경병촉   밤이 깊어도 다시 촛불을 잡고
相對如夢寐   상대여몽매   서로 마주하며 꿈꾸는 듯 하였다

羌村 2 

晩歲迫偸生   만세박투생   만년에는 사는데 급급하여
還家少歡趣   환가소환취   집에 돌아와도 기쁜일이 적었도다
嬌兒不離膝   교아부리슬   사랑스런 아이는 무릎을 떠나지 않고
畏我復却去   외아복각거   내가 다시 떠날까를 두려워하는구나

憶昔好追량   억석호추량   지난 날 생각니, 서늘한 것 좋아하여
故繞池邊樹   고요지변수   연못가의 나무들을 빙둘러 돌았다네
蕭蕭北風勁   소소배풍경   소소하게 북풍이 매섭게 불어
撫事煎百慮   무사전백려   일을 생각하니 온갖 생각이 끓어오른다

賴知禾黍收   뢰지화서수   힘이 나는 것은, 곡식이 추수되었음을 알고
已覺糟牀注   이각조상주   지개미술이 술동에 부어졌음도 깨달았도다
如今足斟酌   여금족짐작   지금 술을 따를 만하다니
且用慰遲暮   차용위지모   이것으로 저무는 저녁을 위로할만 하도다

羌村 3 

군계正亂叫   군계정난규   닭들은 어지러이 소리치더니
客至계鬪爭   객지계투쟁   객이 오니 닭들은 싸우기 시작한다
驅계上樹木   구계상수목   닭을 몰아 나무 위에 올리니
始聞叩柴荊   시문고시형   비로소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父老四五人   부노사오인   동네 어르신 네댓 분이
問我久遠行   문아구원항   나의 오랜 걸음을 물어온다
手中各有휴   수중각유휴   손에는 각자 들고 온 것이 있는데
傾합濁復淸   경합탁복청   술잔을 기울이니 탁주이고 또 청주였다

莫辭酒味薄   막사주미박   술맛이 보잘것 없어도 사양하지 말게나
黍地無人耕   서지무인경   기장밭이 있어도 갈 사람 하나 없었다네
兵革旣未息   병혁기미식   전쟁은 아직 그치지 않아
兒童盡東征   아동진동정   아이들 모두가 동으로 군대에 갔다네

請爲父老歌   청위부노가   어르신들 위하여 청하여 노래부르기를
艱難愧深情   간난괴심정   가난한데도 깊은 정에 부끄러워 했다네
歌罷仰天歎   가파앙천탄   노래가 끝나 하늘 바라보며 탄식하니
四座涕縱橫   사좌체종횡   사방 어르신도 눈물이 마구 흘러내린다

 

195 江村  강촌
    杜甫(唐)  두보712~770

淸江一曲抱村流   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물 한 가닥 마을을 휘감아 흐르고
長夏江村事事幽   장하강촌사사유   강촌의 여름날 마냥 한가롭기만 하네

自去自來堂上燕   자거자래당상연   대들보 위의 제비 제멋대로 드나들고
相親相近水中鷗   상친상근수중구   물 가운데 오리들은 정답게 어울렸네

老妻畵紙爲碁局   노처화지위기국   늙은 마누라는 종이에다 바둑판을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   치자고침작조구   아이는 바늘 두들겨 낚시를 만드네

多病所須唯藥物   다병소수유약물   병약한 몸인지라 약이나 있으면 그만
微軀此外更何求   미구차외갱하구   하찮은 신세 이밖에 더 바랄 것이 무엇이랴


196 題張氏隱居  제장씨은거    은거하는 장씨를 찾아
    杜甫  두보 712~770

春山無伴獨相求   춘산무반독상구   그대 사는 곳 찾아 봄 산골 혼자 가니
伐木丁丁山更幽   벌목정정산경유   나무 찍는 소리 쩡쩡 산 더 깊이 느껴

澗道餘寒歷氷雪   간도여한력빙설   아직도 추운 계곡의 빙판 길을 지나서
石門斜日到林丘   석문사일도림구   석양이 돌문 비출 즈음 언덕에 닿았네

不貪夜識金銀氣   부탐야식금은기   탐냄이 없는 맘, 밤에 금 은 기를 알고
遠害朝看미鹿遊   원해조간미녹유   해칠 마음 없으니 사슴들이 와서 노네

乘興杳然迷出處   승흥묘연미출처   알 수 없는 그윽함이 어디선가 나오니
對君疑是泛虛舟   대군의시범허주   그대가 바로 물 위에 뜬 장자의 빈 배


197 貧交行  빈교행   가난할 때의 사귐
    杜甫(唐)  두보712~770

飜手作雲覆手雨    번수작운복수우    손바닥 뒤집어 비와 구름 바꾸듯
紛紛輕薄何須數    분분경박하수수    가벼운 세상 인정 말해 무엇하리
君不見管飽貧時交  군불견관포빈시교  가난할 적 관포지교 모두 알건만
此是今人棄如土    차시금인기여토    요즘 사람 의리를 흙같이 버리네.


198 月夜  월야     달밤
    杜甫(唐)  두보 712~770

今夜부州月   금야부주월   이 밤 부주에도 떠 있을 저 달을
閨中只獨看   규중지독간   아내 홀로 방안에서 보고 있겠지

遙憐小兒女   요련소아녀   멀리 있는 안쓰러운 어린 자식들
未解憶長安   미해억장안   장안의 아비는 기억도 못 하겠지

香霧雲환濕   향무운환습   자욱한 안개구름에 머리카락 적시고
淸輝玉臂寒   청후옥비한   옥처럼 흰 팔은 달빛에 싸늘하리

何時倚虛幌   하시의허황   언제나 고요한 방 휘장에 기대어
雙照淚痕乾   쌍조누흔건   나란히 달빛에 눈물 자국 지울까


199 夏日李公見訪  하일이공견방  여름 날 李公의 방문을 받고  
    杜甫(唐)  두보712~770

遠林暑氣薄   원림서기박   멀리 떨어진 숲이라 더운 기운 엷은데 
公子過我遊   공자과아유   公子가 내게 놀러왔네
貧居類村塢   빈거류촌오   마을 언덕더미 같은 가난한 내 집은
僻近城南樓   벽근성남루   외딴 성 남쪽 누각 가까이 있지만 

傍舍頗淳朴   방사파순박   이웃집 자못 순박하여
所願亦易求   소원역이구   원하는 것을 구하기 쉽네 
隔屋問西家   격옥문서가   집 너머 서쪽 집에  
借問有酒不   차문유주불   술이 있느냐고 묻자

牆頭過濁료   장두과탁료   담장 위로 막걸리 넘겨주니 
展席俯長流  전석부장류  자리 펴고 길이 흐르는 물 내려다본다
淸風左右至   청풍좌우지   맑은 바람 좌우에서 불어오니
客意已驚秋   객의이경추   객은 속으로 벌써 가을인지 놀라네

巢多衆鳥鬪   소다중조투   둥지가 많으니 뭇 새들이 다투고
葉密鳴蟬稠   엽밀명선조   나뭇잎 빽빽하니 매미가 많이 울고있네 
苦遭此物괄   고조차물괄   괴롭게도 이런 시끄러운 물건을 만났으니 
孰語吾廬幽   숙어오려유   누가 내 집을 그윽하다 하겠나

水花晩色靜   수화만색정   물 꽃이 저녁에 고요히 피었으니 
庶足充淹留   서족충엄류   객 머물러 묵고 가게 하기에 충분하리라
預恐樽中盡   예공준중진   미리 술동이 안의 술이 다할까 걱정이노니
更起爲君謀   갱기위군모   다시 일어나 그대를 위해 마련한다네                      


 
200  秋雨嘆  추우탄   가을비 탄식
     杜甫(唐)  두보712~770

雨中百草秋爛死   우중백초추란사   빗속에 모든 풀이 물러져 죽는데
階下決明顔色鮮   계하결명안색선   섬돌 아래 결명초 빛깔도 곱네

著葉滿枝翠羽蓋   저엽만지취우개   가지마다 촘촘한 잎 푸른 깃 덮개
開花無數黃金錢   개화무수황금전   수 없이 핀 꽃은 황금으로 만든 금전

凉風蕭蕭吹汝急   양풍소소취여급   선들바람 너에게 세차게 불어대니
恐汝後時難獨立   공여후시난독립   얼마나 더 홀로 서 버틸까 두려워
 
堂上書生空白頭   당상서생공백두   공연히 머리만 흰 집안의 서생은
臨風三嗅馨香泣   임풍삼후형향읍   바람에 거듭 향기 맡고 근심이네.


201 曲江  곡강     굽은 강
    杜甫(唐)  두보712~770

一片花飛減却春   일편화비감각춘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風飄萬點正愁人   풍표만점정수인   바람에 만점 꽃 펄펄 날리니 안타까워라

且看欲盡花經眼   차간욕진화경안   보는 이 눈앞에서 꽃 이제 다 져가니
莫厭傷多酒入唇   막염상다주입진   술 많이 마셔서 몸 좀 상해도 저어 말지니라

江上小堂巢翡翠   강상소당소비취   강위에 누각에 물총새 집을 짓고
苑邊高塚臥麒麟   원변고총와기린   궁원가 큰 무덤에 기린 석상 나뒹굴었네

細推物理須行樂   세추물리수행락   세상 변하는 이치 잘 살펴 즐기며 살지니
何用浮名絆此身   하용부명반차신   뜬구름 같은 명리로 이 몸 묶을 게 뭣이랴

 

202 客夜  객야    나그네의 밤
    杜甫(唐)  두보712~770

客睡何曾着   객수하증착   나그네 잠이 어찌 일찍 오리
秋天不肯明   추천불긍명   밝은 가을 하늘 즐기지 않는데

入廉殘月影   입렴잔월영   새벽 달 그림자 발 사이로 비취고
高枕遠江聲   고침원강성   베개를 높이니 멀리 강물 소리

計拙無衣食   계졸무의식   재주가 없으니 옷도 밥도 없어
途窮仗友生   도궁장우생   살아감이 어려워 친구에게 의지했네

老妻書數紙   노처서수지   늙은 아내 몇 장의 편지에는
應悉未歸情   응실미귀정   못 가는 내 뜻을 다 안다고

 


203  夢李白一首   몽이백 1    이백을 꿈꾸며
     杜甫(唐)  두보 712~770

 
死別己呑聲  사별이탄성  죽은 이별이라면 목이 메이겠지만  生別常惻惻   생별상측측   산 이별이라 언제나 그리워했다  
江南장려地   강남장려지   강남은 바로 장려 땅인데  
逐客無消息   축객무소식   쫓긴 나그네 다시 소식 없어라 

故人入我夢   고인입아몽   나는 꿈에서 그대를 보았는데  
明我長相憶   명아장상억   언제나 그대를 생각하기 때문인가
恐非平生魂   공비평생혼   살아있는 혼 아닐까 저어하다가 
路遠不可測   로원불가측   헤아릴 수 없구나, 그 길이 멀었거니

魂래楓林청  혼래풍림청   산 혼이 올 때는 단풍잎 푸르렀고 
魂返關塞黑   혼반관새흑   죽은 혼이 갈 때는 변방이 어두웠다 
君今在羅網   금군재라망   그대는 지금 그물에 걸렸거니  
何以有羽翼   하이유우익   무엇으로 날개삼아 날아왔던가 

落月滿屋梁   락월만옥량   들보에 가득한 지는 달 보면 
猶疑照顔色   유의조안색   그래도 그대 얼굴 비치는가 하네  
水深波浪闊   수심파랑활   물이 깊고 물결도 넓고 또 거세거니  
無使蚊龍得   무사교룡득   부디 저 교룡을 조심하게나 

                  

204  夢李白二首   몽이백 2   이백을 꿈꾸며
     杜甫(唐)  두보 712~770

浮雲終日行   부운종일행   뜬 구름은 한종일 떠돌아 다니는데  遊子久不至   유자구불지   그대 나그네는 오래도록 오지 않는구나  三夜頻夢君   삼야빈몽군   사흘 밤을 연달아 그대 꿈을 꾸었나니  情親見君意   정친견군의   그대를 그리는 정, 깊어서인가

告歸常局促   고귀상국촉   고별할 제는 항상 몸을 움츠리며  
苦道래不易   고도래불역   이제 떠나면 쉬이 오지 못하리라   江湖多風波   강호다풍파   江湖에는 바람과 물결이 많아  
舟楫恐失墜   주즙공실추   배를 타면 두려워, 물에 빠질까 

出門소白首   출문소백수   문을 나서면서 흰머리 긁을 때는  
若負平生志   약부평생지   평생의 장한 뜻을 버리는 것 같았다  冠蓋滿京華   관개만경화   고관 대작들은 서울에 가득한데  
斯人獨憔悴   사인독초췌   이 사람은 왜 홀로 저리도 고달픈가

孰云網恢恢   숙운망회회   누가 일러 그물이 넓고 크다 했던가  장老身反累  장로신반루   눌그막에 그 몸은 도리어 얽매었다 
千秋萬세名   천추만세명   천추 만세에 길이 전할 그 이름  
寂寞身後事   적막신후사   그것이 쓸쓸한 죽은 뒤의 거둠인가  

 

205 絶句   절구
    杜甫(唐)  두보 712~770

 
江碧鳥逾白   강벽조유백   강이 푸르니 갈매기 더욱 희고
山靑花欲然   산청화욕연   산이 푸르니 꽃은 타는 듯 붉네
今春看又過   금춘간우과   올 봄도 타향에서 보내니
何日是歸年   하일시귀년   어느 날에나 고향에 돌아갈고

 

206 客至  객지     그대가 오니
   杜甫(唐)  두보 712~770

舍南舍北皆春水   사남사북개춘수   집의 앞뒤는 봄물이 가득하고
但見群鷗日日來   단견군구일일래   날마다 갈매기 떼 날아와 놀뿐

花徑不曾綠客掃   화경부증록객소   꽃이 길을 덮도록 쓴 적 없는데
蓬門今始爲君開   봉문금시위군개   그대 오니 오늘에야 사립문 여네

盤손市遠無兼味   반손시원무겸미   시장이 멀리 있어 상은 조촐하고
樽酒家貧只舊배   준주가빈지구배   가난하니 술통엔 묵은 탁주 뿐

肯與隣翁相對飮   긍여린옹상대음   옆집 노인과도 같이 마실까
隔籬呼取盡余杯   격리호취진여배   울타리 너머 불러 마저 마시세

 
207 垂老別  수노별     늙어서의 이별
    杜甫(唐)  두보712~770

四郊未寧靜   사교미녕정   사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垂老不得安   수노부득안   늙은이조차 편안할 수가 없네
子孫陣亡盡   자손진망진   자손들이 모두 전사했건만
焉用身獨完   언용신독완   어찌 이 몸 홀로 온전하길 바라리

投杖出門去   투장출문거   지팡이 던지고 문을 나서니
同行爲辛酸   동항위신산   동행도 나를 보며 맘 아파하네
幸有牙齒存   행유아치존   다행히 치아는 남아 있지만
所悲骨髓乾   소비골수건   슬픈 것은 골수가 말라버린 것

男兒旣介?   남아기개주   사나이 이미 군복을 입었으니
長揖別上官   장읍별상관   길게 읍하고 상관과 이별하네
老妻臥路啼   노처와노제   늙은 처는 길에 엎드려 우는데
歲暮衣裳單   세모의상단   세모에도 홑치마를 입고 있네

孰知是死別   숙지시사별   누가 알랴 이 것이 사별이 될지
且復傷其寒   차복상기한   추위에 떨 일 또한 걱정이네
此去必不歸   차거필부귀   이제 가면 분명 돌아오지 못할텐데
還聞勸加餐   환문권가찬   더 먹고 가라 권하는 소리 들리네

土門壁甚堅   토문벽심견   토문관 성벽은 아주 견고하고
杏園度亦難   행원도역난   행원을 건너기도 역시 어렵네
勢異업城下   세리업성하   업성의 싸움과는 형세도 다르니
縱死時猶寬   종사시유관   죽게 되더라도 아직 시간은 있겠지

人生有離合   인생유리합   인생에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으니
豈擇衰盛端   개택쇠성단   어찌 젊고 늙은 때를 가리겠나
憶昔少壯日   억석소장일   예전의 젊은 날을 생각해보며
遲廻竟長嘆   지회경장탄   머뭇거리다 길게 탄식하네

萬國盡征戍   만국진정수   온 나라가 전쟁에 휘말리어
烽火被岡巒   봉화피강만   봉화가 온 산을 뒤덮었으니
積屍草木腥   적시초목성   시체 쌓여 초목에선 비린내나고
流血川原丹   유혈천원단   흐르는 피로 내와 들이 붉게 젖었네

何鄕爲樂士   하향위악사   어느 마을의 악사인가
安敢尙盤桓   안감상반환   어찌 아직도 서성거리나
棄絶蓬室居   기절봉실거   옹색한 살림이나마 두고 가려니
탑然최肺肝   탑연최폐간   폐와 간이 덜컥 내려앉네

 


208 牽牛織女  견우직녀    견우와 직녀
    杜甫(唐)  두보 712~770

牽牛出河西   견우출하서   견우성 은하수 서쪽에 떠고
織女處其東   직녀처기동   직녀성은 그 동쪽에 있구나
萬古永相望   만고영상망   만고의 세월 영원히 바라보다
七夕誰見同   칠석수견동   칠석날에 같이 하는 것을 누가 보았나

神光竟難候   신광경난후   신비한 빛을 알기 어려우니
此事終朦朧   차사종몽롱   이 일은 끝내 몽롱하기만 하여라
颯然積靈合   삽연적령합   삽상하게 신령한 기운 쌓여
何必秋遂通   하필추수통   하필 가을에야 서로 만나는가

亭亭新粧立   정정신장입   정정하게 새로 단장한 채로 서서
龍駕具層空   용가구층공   화려한 수레가 공중에 갖춰있구나
世人亦爲爾   세인역위이   세상사람들도 직녀 위하여
祈請走兒童   기청주아동   빌고 청하느라 아이들을 분주하게 한다

稱家隨豊儉   칭가수풍검   부유하고 가난함에 따르고
白屋達公宮   백옥달공궁   백성들에서 궁궐 사람들에까지 이른다
膳夫翼堂殿   선부익당전   선부 익당전에서는
鳴玉凄房롱   명옥처방롱   차가운 방에 옥패물 소리 울린다

曝衣遍天下   폭의편천하   옷 말리려 천하에 두루 펼치고
曳月揚微風   예월양미풍   달 끌어드리려 가는 바람 일으킨다
蛛絲小人態   주사소인태   거미줄 같은 소인배들의 교태로
曲綴瓜果中   곡철과과중   과일나무 속에 거미줄을 엮어놓는다

 


209  江畔獨步尋花  강반독보심화   강언덕 홀로 거닐어 꽃을 보       면서
    杜甫  두보 712~770

黃四郞家花滿蹊   황사랑가화만혜   황씨 넷째 딸네 집, 꽃이 만발하여
千朶萬朶壓枝低   천타만타압지저   천 송이 만 송이 가지가 휘어졌네
留連戱蝶時時舞   유련희접시시무   쫓고 쫓기며 나비가 춤을 추고
自在嬌鶯恰恰啼   자재교앵흡흡제   흡흡하며 꾀꼬리는 제멋대로 노래한다

 

210 佳人  가인      미인
    杜甫(唐)  두보 712~770

絶代有佳人   절대유가인   세상에 드문 뛰어난 미인
幽居在空谷   유거재공곡   쓸쓸한 골짝에 고요히 산다
自云良家子   자운랑가자   나는 본래 양가의 딸로
零落依草木   령락의초목   아주 몰락해 초목에 의지하지요

關中昔喪敗   관중석상패   옛날 관중에서 난리를 만나
兄弟遭殺戮   형제조살륙   형제는 모두 죽임을 당했지요
高官何足論   고관하족론   벼슬이 높으면 무엇하나요
不得收骨肉   불득수골육   자기 골육도 챙기지 못하는 것을

世情惡衰歇   세정악쇠헐   몰락하면 안 돌보는 세상의 인심
萬事隨轉燭   만사수전촉   모든 일은 바람 따라 쏠리는 촛불인 듯
夫壻輕薄兒   부서경박아   내 남편은 경박한 난봉꾼으로
新人已如玉   신인이여옥   새 사람은 옥 같은 미인이지요

合昏尙知時   합혼상지시   합혼목은 그래도 때를 잘 알고
鴛鴦不獨宿   원앙불독숙   원앙새는 혼자서 자지 않지요
但見新人笑   단견신인책   다만 새 사람의 웃음만을 알거니
那聞舊人哭   나문구인곡   어찌 옛 사람의 울음소리 들리겠어요

在山泉水淸   재산천수청   산에 있으면 샘물은 맑지만
出山泉水濁   출산천수탁   산을 나가면 샘물은 흐려지네
侍婢賣珠回   시비매주회   시비는 나가 구슬 팔아 돌아오고
牽蘿補茅屋   견라보모실   女蘿 덩쿨 끌어와 헌 집을 고치지요

摘花不揷髮   적화불삽발   꽃을 꺽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採柏動盈국   채백동영국   잦을 따면 언제나 한 옹큼 차지요
天寒翠袖薄   천한취수박   하늘이 차가와 푸른 소매 얇은데
日暮倚修竹   일모의수죽   해 저문 날에 대나무에 기대어 본다

 


211新婚別   신혼별     신혼의 이별
   杜甫(唐)  두보712~770     

兎絲附蓬麻   토사부봉마   새 삼이 쑥대에 붙어사는 것은  
引蔓故不長   인만고부장   덩굴을 끌고는 못 살기 때문이니
嫁女與征夫   가녀여정부   출정하는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은
不如棄路傍   불여기노방   길가에 버려지는 것만 못하네

結髮爲君妻   결발위군처   머리 묶고 그대의 아내가 되어
席不煖君牀   석부난군상   잠자리에 온기가 돌 새도 없이
暮婚晨告別   모혼신고별   저녁에 결혼하여 새벽에 이별하니
無乃太총忙   무내태총망   어찌 이리 황망할 수가 있나        

君行雖不遠   군항수부원   그대 가는 길 비록 멀지 않지만
守邊赴河陽   수변부하양   변방을 지키러 하양에 가니
妾身未分明   첩신미분명   나의 신분 아직 분명치 않은데
何以拜姑장   하이배고장   시부모께 어떻게 절을 올리나   

父母養我時   부모양아시   부모님 나를 기르실 적에
日夜令我藏   일야령아장   밤낮 집안에 고이 길렀지만
生女有所歸   생녀유소귀   딸을 낳으면 시집 보내야 하는 것
鷄狗亦得將   계구역득장   닭과 개마저도 데리고 가네         

君今往死地   군금왕사지   그대 이제 사지로 가니
沈痛迫中腸   침통박중장   침통함이 창자까지 밀어닥치네
誓欲隨君去   서욕수군거   맹세코 그대를 따라가려고 하나
形勢反蒼黃   형세반창황   그러면 사정이 더 어렵게 되겠지

勿爲新婚念   물위신혼념   신혼이란 생각은 잊어버리고
努力事戎行   노력사융항   군대의 일에나 힘쓰시기를
婦人在軍中   부인재군중   아녀자 걱정하는 마음 있으면
兵氣恐不揚   병기공부양   병사들의 사기 떨어질까 두렵네

自嗟貧家女   자차빈가녀   스스로 한탄하니 가난한 집의 딸이   久致羅유裳   구치나유상   어렵게 비단 옷을 장만했건만       
羅유不復施   나유부복시   비단 저고리는 다시 입지 않고    
對君洗紅粧   대군세홍장   그대 보는 앞에서 화장을 지우네

仰視百鳥飛   앙시백조비   고개 들어 새들이 나는 것을 보니
大小必雙翔   대소필쌍상   크나 작으나 쌍으로 나는데
人事多錯오   인사다착오   사람 사는 일에는 어긋남이 많지만   與君永相望   여군영상망   그대와 영원히 마주 볼 수 있다면

☞   총= 바쁠 총.  장= 시부모 장.  유= 짧은 저고리,속옷 유.  오= 어길오.

 
212 旅夜書懷  여야서회   나그네 밤의 감회
    杜甫(唐)  두보 712~770

細草微風岸   세초미풍안   강 언덕에는 미풍에 따라 가는 풀이 휩쓸리는데  
危檣獨夜舟   위장독야주   텅 빈 밤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강물 따라 배를 저어간다

星垂平野闊   성수평야활   별이 쏟아지는 평야는 넓기도 하고 
月湧大江流   월용대강류   달이 용솟음 치듯 하는 큰 강물은 도도히 흐른다

 名豈文章著   명기문장저   문장이 뛰어나다 고 이름까지 드러날 것인가  
官因老病休   관인노병휴   벼슬은 늙어가는 병으로 물러났는 걸

瓢瓢何所似   표표하소사   떠도는 이내 신세 무엇에 비유하리 
天地一沙鷗   천지일사구   하늘 땅 사이에 모래 위에 앉은 한 마리 갈매기 이로다

 

213 古柏行  고백항    오래된 측백나무를 노래함
    杜甫(唐)  두보712~770

孔明廟前有老柏   공명묘전유노백   공명의 무덤 앞, 오래된 측백나무
柯如靑銅根如石   가여청동근여석   가지는 청동같고 뿌리는 돌같도다
霜皮溜雨四十圍   상피류우사십위   서리 맞은 껍질에 흐르는 빗방울 사십 겹
黛色參天二千尺   대색삼천이천척   대색이 하늘에 닿은 것이 이천 척 높이로다

君臣已與時際會   군신이여시제회   군신이 때에 맞춰 모여들지만
樹木猶爲人愛惜   수목유위인애석   나무는 여전히 사람을 위해 애석히 여긴다
雲來氣接巫峽長   운내기접무협장   구름이 몰려와 기운이 무협에 길게 닿고
月出寒通雪山白   월출한통설산백   달이 뜨니 한기가 하얗게 설산에 통하는구나

憶昨路繞錦亭東   억작노요금정동   전날을 돌아보면 길이 금정의 동쪽을 둘러있다
先主武侯同비宮   선주무후동비궁   선왕과 무후는 비궁에 함께 했구나
崔嵬枝幹郊原古   최외지간교원고   높다란 줄기와 가지 교외 언덕에 오래 있어
窈窕丹靑戶유空   요조단청호유공   아름다운 단청에도 방과 창문이 비어있고

落落盤踞雖得地   낙낙반거수득지   낙락히 살아 땅을 차지한다해도
冥冥孤高多烈風   명명고고다렬풍   아득히 높아서 강한 바람이 많구나
扶持自是神明力   부지자시신명력   붙어있임은 스스로 신통력이 있어서며
正直元因造化功   정직원인조화공   정직함은 원래 조화옹의 공덕에 의함이로다

大厦如傾要梁棟   대하여경요량동   커다란 집이 기울어지면 큰 들보가 필요하며
萬牛廻首丘山重   만우회수구산중   만 두의 소도 머리를 돌릴 만큼 구산은 무겁도다
不露文章世已驚   부노문장세이경   그 문장 드러나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놀라고
未辭剪伐誰能送   미사전벌수능송   자르고 베는 것을 말하지 않았으니 누가 보낼 수 있을까

苦心豈免容루蟻   고심개면용루의   고심스럽게도 어찌 개미를 받아들임을 면할 수 있으며
香葉曾經宿鸞鳳   향섭증경숙난봉   향기로운 나뭇잎에는 이미 난새와 봉황새가 묵었구나
志士幽人莫怨嗟   지사유인막원차   지사와 은사는 원망하고 탄식하지 말지니
古來材大難爲用   고내재대난위용   예부터 재목이 크면 쓰이기 어려웠다 하였노라

 

214  夜   야      밤중에
     杜甫(唐)  두보 712~770

露下天高秋氣淸   노하천고추기청   이슬 내려 하늘은 높고 가을이 맑으니   
空山獨夜旅魂驚   공산독야여혼경   쓸쓸한 밤, 빈 산에 나그네 마음 놀라고 

疎燈自照孤帆宿   소등자조고범숙   멀리 비추는 등불에 외로운 돛 잠들고   
新月猶懸雙杵鳴   신월유현쌍저명   초생달은 다듬이 소리에 저멀리 머뭇거리네 

南菊再逢人臥病   남국재봉인와병   국화꽃 또 피는데 나는 병들어 누어있고
北書不至안無情   북서부지안무정   북쪽에선 편지 오지 않으니 기러기도 무정구나 

步첨依杖看斗牛   보첨의장간두우   처마밑을 걷다 지팡이 짚고 斗牛星 바라보니
銀漢遙應接鳳城   은한요응접봉성   은하수 멀리 흘러가 궁궐에 닿았네

 

215 前出塞 6    전출새 6   변방을 나서며
    杜甫(唐)  두보 712~770

挽弓當挽强   만궁당만강   활을 당김에는 마땅히 강하게 당겨야 하고
用箭當用長   용전당용장   화살을 쓸 때에는 마땅히 긴 것을 사용해야 한다네

射人先射馬   사인선사마   먼저 말을 쏘아죽일 각오라야 사람을 쏠 수 있고
擒敵先擒王   금적선금왕   먼저 왕을 사로잡을 각오라야 적을 사로 잡을 수 있다네

殺人亦有限   살인역유한   사람을 죽이는 데는 또한 한계가 있는 법이고
立國自有疆   입국자유강   나라를 세움에는 강토의 경계가 있어야 한다네

苟能制侵陵   구능제침능   진실로 적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면
豈在多殺傷   개재다살상   어찌 그리도 많은 살상이 있어야 하겠는가


216 題柏學士茅屋  제백학사모옥    柏學士의 초가집
    杜甫(唐) 두보 712~770 

碧山學士焚銀魚   벽산학사분은어   碧山의 學士가 은어모양의 학사증서 불태우고
白馬却走身巖居   백마각주신암거   白馬로 달려서 몸을 바위 뒤에 숨겼도다

古人已用三冬足   고인이용삼동족   옛사람은 겨울동안 독서에 몰두했다 거늘
年少今開萬卷餘   년소금개만권여   그대 젊은 나이에 이제 만여권을 읽었도다

晴雲滿戶團傾蓋   청운만호전경개   맑은 구름 집에 가득차서 둥글게 덮개를 엎어 놓은 듯 하고
秋水浮階溜決渠   추수부계유결거   가을 물이 섬돌에 넘쳐서 도랑으로 떨어지네

富貴必從勤苦得   부귀필종근고득   부귀는 반드시, 괴롭지만 근면한 곳에서 얻어야 하니
男兒須讀五車書   남아수독오거서   남아로서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을지니라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메모 :

'한시 산책(漢詩散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백낙천  (0) 2008.10.01
[스크랩] 도연명  (0) 2008.10.01
[스크랩] 이율곡  (0) 2008.10.01
[스크랩] 백거이  (0) 2008.10.01
이런저런 생각  (0) 200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