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백거이

含閒 2008. 10. 1. 10:24

274 村居苦寒  촌거고한   시골살이의 고생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八年十二月   팔년십이월   팔년 십이월
五日雪紛紛   오일설분분   五日에 눈이 분분하게 내린다
竹柏皆凍死   죽백개동사   대나무 잣나무 모두 얼어죽었는데
況彼無衣民   황피무의민   하물며 옷도 하나 없는 백성들 어떻 하랴

廻觀村閭間   회관촌려간   시골 마을의 집들을 돌아보면
十室八九貧   십실팔구빈   십중팔구는 빈곤하게 산다네
北風利如劍   북풍리여검   차가운 북풍은 칼과 같은데
布絮不蔽身   포서부폐신   몸에는 솜옷으로 몸도 가리지 못하네

唯燒蒿棘火   유소호극화   오직 약간의 잡초와 잡목을 불때고
愁坐夜待晨   수좌야대신   쓸쓸히 앉아서 밤이 새도록 기다린다
乃知大寒歲   내지대한세   大寒이 있는 해임을 알지만
農者猶苦辛   농자유고신   농민들이 여전히 고생이 심하였다

顧我當此日   고아당차일   나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날에 나는
草堂深掩門   초당심엄문   초가집에 깊이 문을 가리고
석구覆시被   석구복시피   갈대와 시피를 걸치고
坐臥有餘溫   좌와유여온   앉거나 누워도 남아있는 온기 있었네

幸免飢凍苦   행면기동고   다행히도 굶어 얼어죽는 고생 면하였도다
又無壟畝勤   우무롱무근   또 밭에 나가 일도하지 않았으니
念彼深可愧   념피심가괴   저들 농민들 생각하면 심히 부끄러워서
自問是何人   자문시하인   스스로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물어보노라
 


275 湖亭晩望殘水   호정만망잔수   저녘무렵 호수의 정자에서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湖上秋혈寥   호상추혈요   호수 위의 가을은 공허하고 적막하여
湘邊晩蕭瑟   상변만소슬   호숫가의 저녁은 소슬하고 쓸쓸하도다
登亭望湖水   등정망호수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니
水縮湖底出   수축호저출   물은 줄어들어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淸渟得早霜   청정득조상   조금 있는 맑은 물은 아침 서리를 맞고
明滅浮殘日   명멸부잔일   석양에 밝아지고 없어진다
流注隨地勢   유주수지세   지세에 따라서 흐르고
와요無定質   와요무정질   웅덩이 모양은 바탕이 일정하지 않구나

泓澄白龍臥   홍징백룡와   물이 깊고 맑은 곳에 흰 용이 누워
宛轉靑蛇屈   완전청사굴   미끄러져 굴려서 푸른 뱀처럼 꿈틀거린다
破鏡折劍頭   파경절검두   빛남을 흩뜨리려 칼 끝을 부러뜨리니
光芒又非一   광망우비일   칼끝의 빛 또한 하나가 아니로다

久爲山水客   구위산수객   오랜 기간 산수의 객이 되어
見盡幽奇物   견진유기물   그윽하고 기이한 것 모두다 보았지만
及來湖亭望   급내호정망   호숫가 정자에 와 바라보니
此狀難談悉   차장난담실   이 형상을 모두 말하기 어렵다

乃知天地間   내지천지간   알 수 있나니, 천지간에
勝事殊未畢   승사수미필   좋은 일은 특별히 다할 수가 없음을

 

276 覽鏡喜老  람경희로  거울보고  늙음이 기뻐서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今朝覽明鏡   금조람명경   오늘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니
鬚빈盡成絲   수빈진성사   구레나릇 살쩍머리 온통 백발이네
行年六十四   행년육십사   나이 예순 넷이니
安得不衰羸   안득부쇠리   어찌 노쇠하지 않을 수 있으랴

親屬惜我老   친속석아노   가족 친척들은 나의 늙음이 아쉬워
相顧興歎咨   상고흥탄자   서로 돌라보며 탄식을 하는데
而我獨微笑   이아독미소   나는 홀로 미소를 지으니
此意何人知   차의하인지   그 뜻을 누가 알랴

笑罷仍命酒   소파잉명주   웃음 멈추고 나서 술상 차리라 이르고
掩鏡랄白자   엄경랄백자   거울 덮고 흰 수염 쓰다듬네    
爾輩且安坐   이배차안좌   그대들 자리에 편히 앉아
從容聽我詞   종용청아사   조용히 내 말 들어보게

生若不足戀   생약불족연   사는 것이 소중한 일 못 된다면
老亦何足悲   노역하족비   늙는 것이 어찌 슬퍼할 일이랴
生若苟可戀   생약구가연   사는 것이 진실로 소중한 일이라면
老卽生多時   노즉생다시   늙음은 곧 그만큼 오래 살았음일세

不老卽須夭   부노즉수요   늙지 않았다면 요절하였을 것이고
不天卽須衰   부천즉수쇠   요절하지 않았다면 노쇠하여 마땅한 법
晩衰勝早夭   만쇠승조요   노쇠는 요절보다 나은 것
此理決不疑   차리결부의   그 이치 의심할 나위 없네

古人亦有言   고인역유언   옛 사람도 말하였거니
浮生七十稀   부생칠십희   덧없는 인생 일흔 넘기기 드물다고
我今欠六歲   아금흠육세   내 이제 여섯 살이 모자란 터
多幸或庶幾   다행혹서기   다행히 그렇게 될 수도 있으리라

당得及此限   당득급차한   만약, 그때까지 살 수 있다면
何羨榮啓期   하선영계기   어찌 영계기를 부러워할 것이랴
當喜不當歎   당희부당탄   기뻐할 일이로다 탄식할 일 아니로다
更傾酒一치   갱경주일치   다시 술이나 한 잔 기울임세

 


277 賣炭翁  매탄옹   숯 파는 노인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賣炭翁           매탄옹           숯 파는 늙은이 있어
伐薪燒炭南山中   벌신소탄남산중   남산에서 나무를 베어 숯을 굽고 있네
滿面塵灰煙火色   만면진회연화색   얼굴 가득 재를 뒤집어쓴 그을음 색이고
兩빈蒼蒼十指黑   량빈창창십지흑   두 살쩍은 세어, 열 손가락은 새까맣네

賣炭得錢何所營   매탄득전하소영   숯 팔아 돈 생기면 무엇에 쓸고
身上衣常口中食   신상의상구중식   몸에 걸칠 옷과 입에 넣을 음식이라네
可憐身上衣正單   가련신상의정단   가련하게도 몸에 걸친 것은 홑옷이지만
心憂炭賤願天寒   심우탄천원천한   마음으로는 숯 값이 싸질까봐 날씨가 더 춥기를 바라네

夜來城外一尺雪   야래성외일척설   간 밤에는 성 밖에 눈이 한 자나 쌓여
曉駕炭車輾氷轍   효가탄차전빙철   날 새자 숯 실은 수레를 몰고 얼어붙은 길을 삐걱거리며 왔네
牛困人飢日已高   우곤인기일이고   소는 지치고, 사람은 허기지고, 해는 이미 높이 솟아
市南門外泥中歇   시남문외니중헐   시장 남문 밖에 이르러 진흙 속에서 쉬었다네

翩翩兩騎來是誰   편편량기래시수   펄럭이며 말 타고 오는 두 사람은 누구인고
黃衣使者白衫兒   황의사자백삼아   노란 옷의 내시와 흰 저고리의 젊은이네
手把文書口稱赦   수파문서구칭사   문서를 손에 들고 입으로는 어명을 칭하고는
廻車叱牛牽向北   회차질우견향북   수레를 돌려 소를 채찍하며 북쪽으로 끌고 가네

一車炭重千餘斤   일차탄중천여근   수레에는 천근이 넘을 숯이 있건만
宮使驅將惜不得   궁사구장석부득   대궐 심부름꾼이 몰아가니 아까운들 어찌하리
半匹紅초一丈綾   반필홍초일장릉   붉은 생사 반 필과 비단 한 장
繫向牛頭充炭直   계향우두충탄직   소머리에 걸쳐주고 숯 값으로 친다네


278 出府歸吾廬  출부귀오려   내 집에 돌아와서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出府歸吾廬   출부귀오려   退廳하여 내 오두막으로 돌아오니
靜然安且逸   정연안차일   고요하니 또한 편안하도다
更無客干謁   갱무객간알   다시 찾아와 만나자는 客없고
時有僧問疾   시유승문질   이따금 중이 병문안 올뿐이네

家동十餘人   가동십여인   집에는 머슴아이 십여 명이 있고
驛馬三四匹   역마삼사필   마굿간에는 말이 서너 필 있네
傭發經旬臥   용발경순와   게으름을 피면 열흘을 누워있고
興來連日出   흥래연일출   흥이 나면 매일 같이 나가노라

出遊愛何處   출유애하처   좋아서 찾아 나가 노는 곳은
嵩碧伊瑟瑟   숭벽이슬슬   푸르름이 짙은 嵩山 이라네
況有淸和天   황유청화천   더구나 고르고 맑은 날씨에
正當梳散日   정당소산일   마침 한가로운 계절과 겹쳤네

身閑自爲貴   신한자위귀   몸을 한가하면, 스스로 貴할것이니
何必居榮秩   하필거영질   어찌 잘 살고, 벼슬을 할 것인가
心足卽非貧   심족즉비빈   마음이 흡족하면 가난하지 않으리니
豈唯金滿室   기유금만실   어찌 황금을 집에 가득 채우려 하나

吾觀權勢者   오관권세자   權勢 있는 者들을 바라보니
苦以身徇物   고이신순물   몸이 물질을 쫓으니 괴롭네
炙手外炎炎   자수외염염   밖으로는 훨훨 타오르는 세도이지만
履빙中慄慄   이빙중율율   내심은 얼음 밟듯이 부들부들 떤다오

朝飢口忘味   조기구망미   아침에는 배고파도 입맛이 없고
夕慽心憂失   석척심우실   저녁에는 자리 잃을까 근심 걱정
但有富貴名   단유부귀명   오직, 부귀의 이름만이 있을 뿐
而無富貴質   이무부귀질   실제로 富貴는 누리지 못 하노라

 

279 感興   감흥   興을 느끼고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吉凶禍福有來由   길흉화복유래곡   길흉이나 화복은 연유를 따라오는 것이니
但要深知不要憂   단요심지부요우   깊이 그 원인을 살필지언정 겁내지는 말아라

只見火光燒潤屋   단견화광효윤실   불길이 윤택한 집을 태우기는 하여도
不聞風浪覆虛舟   부문풍량복허주   풍랑은 속이 빈 배를 뒤집지는 않는다

名爲公器無多取   명위공기무다취   명예는 사회의 공기니 많이 취하지 말아라
利是身災合少求   이시신염합소구   이득은 내 몸의 재난거리니 적당히 탐내야한다

雖異匏瓜難不食   수이포고난불식   사람은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어야 살지만
大都食足早宜休   대도식족조선휴   대강 배가 부르면 일찌감치 그만 먹어야 한다

 

280 古秋獨夜   고추독야   가을 밤에  홀로이
    白居易  백거이 772~846

井梧凉葉動   정오양엽동   우물가에 오동 잎새 싸늘하게 나부끼고
隣杵秋聲發   인저추성발   이웃집 다듬이는 가을 소릴 내는구나
獨向첨下眠   독향첨하면   처마 밑에 홀로 누워 졸고 있다가
覺來半牀月   각래반상월   깨어보니, 평상에  달빛 반쯤 들었네


281 輕肥  경비    가벼운 가죽옷과 살찐 말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意氣驕滿路   의기교만로   교만한 기세는 길가에 넘치고
鞍馬光照塵   안마광조진   눈부신 말안장은 먼지조차 비출 정도
借問何爲者   차문하위자   저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니
人稱是內臣   인칭시내신   황제의 측근이라 대답하네

朱불皆大夫   주불개대부   붉은 인끈을 한 자는 대부이고
紫綏或將軍   자수혹장군   자주색 인끈을 한 자는 장군이겠지
誇赴軍中宴   과부군중연   으시대며 軍中 연회 가면서
走馬去如雲   주마거여운   말을 타고 구름처럼 몰려간다

樽뢰溢九온   준뢰일구온   술잔엔 숙성 美酒 넘치고
水陸羅八珍   수륙라팔진   자리엔 산해진미 가득하다
果擘洞庭橘   과벽동정귤   洞庭湖의 귤을 차리고
膾切天池鱗   회도천지린   天池의 회를 썰어놓아

食飽心自若   식포심자약   배불리 먹고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酒감氣益振   주감기익진   취기가 오르니 기세가 더해진다
是歲江南旱   시세강남한   올해도 강남에는 가뭄이 들어
衢州人食人   구주인식인   衢州에서 사람을 먹는다는데

☞  불= 인끈 불. 뢰= 술그릇 뢰. 온= 빚을 온. 감= 빚을 감.

 

 
282  연子樓   연자루
    白居易   백거이 772~846

滿창明月滿簾霜   만창명월만렴상   창에 가득 밝은 달빛,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   피냉등잔불와상   찬 이불, 희미한 등잔불빛 뜰치고 잠자리에 든다
燕子樓中霜月夜   연자누중상월야   서리 내린 달밤, 연자루 안
秋來只爲一人長   추내지위일인장   이 가을밤, 홀로 있는 사람에게는 길기만 하다

283 不致仕  불치사    퇴직하지 않는 관리들
     白居易   백거이 772~846

七十而致仕   칠십이치사   일흔이면 관직에서 물러나라고
禮法有明文   례법유명문   예법에 분명 쓰여 있거늘
何乃貪榮者   하내탐영자   어찌 영화를 탐하는 자들은
斯言如不聞   사언여불문   이 말을 못 들은척 하는가

可憐八九十   가련팔구십   가련하게도 팔 구십이 되어
齒墮雙眸昏   치타쌍모혼   이 빠지고 두눈 흐려졌어도
朝露貪名利   조로탐명리   아침 이슬 신세로 명리를 탐하고
夕陽憂子孫   석양우자손   지는 석양 신세로 자손을 근심한다

掛冠顧翠유   괘관고취유   걸어둔 관 끈을 돌아보고
懸車惜朱輪   현거석주륜   매어둔 수레 바퀴 아까워하며
金章腰不勝   금장요불승   허리에 찬 금인장이 무거워
구루入宮門   구루입군문   곱사등이 모습으로 입궐한다

誰不愛富貴   수불애부귀   누가 부귀를 싫어하고
誰不戀君思   수불련군은   누가 임금 은총 미워하리
年高須告老   년고수고로   늙으면 마땅히 퇴직해야 하고
名遂合退身   명수합퇴신   공명을 성취하면 물러나야지

少時共嗤초   소시공치초   젊을 때는 한결같이 비웃어 놓고서
晩歲多因循   만세다인순   늙어서는 대부분 악습을 따르다니
賢哉漢二疏   현재한이소   어질도다! 漢의 疏廣 疏受여
彼獨是何人   피독시하인   그들은 오직 어떤 사람이었던가

寂寞東門路   적막동문로   적막하구나! 동문 밖의 길이여
無人繼去塵   무인계거진   아무도 그들의 유풍을 계승하지 않으니

 
284 渭上偶釣  위상우조   渭江에서 낚시를 하며 
    白居易   백거이 772~846

渭水如鏡色   위수여경색   위수의 물은 거울같아
中有鯉與?   중유리여방   그 속에 잉어와 방어가 있다
偶持一竿竹   우지일간죽   우연히 낚싯대 하나 들고
懸釣在其傍   현조재기방   그 강 곁에 가 낚시를 놓는다

微風吹釣絲   미풍취조사   바람은 산들산들 낚싯줄에 불고
뇨뇨十尺長   뇨뇨십척장   열자 긴 줄은 바람에 하늘거린다
身雖對魚坐   신수대어좌   몸은 비록 고기 향해 앉아있으나
心在無何鄕   심재무하향   마음은 무아지경에 놀고 있도다

昔有白頭人   석유백두인   그 옛날에 백발인 노인 있어
亦釣此渭陽   역조차위양   또한 위수의 북쪽에서 낚시하였다
釣人不釣魚   조인부조어   낚시꾼은 고기를 낚지 않고
七十得文王   칠십득문왕   칠십에 문왕을 만났었도다

況我垂釣意   황아수조의   하물며 내가 낚시하는 뜻은
人魚亦兼忘   인어역겸망   사람도 고기도 다 잊어버리는 것

無機兩不得   무기량부득   노리지 않으니 둘 다 잡지 못하고
但弄秋水光   단농추수광   다만 가을의 강빛만 즐기노라
興盡釣亦罷   흥진조역파   흥이 다되면 낚시 마치고
歸來飮我觴   귀내음아상   돌아와서 내 술잔 마시노라


285  聞夜砧  문야침    다듬이 소리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誰家思婦秋搗帛   수가사부추도백   가을옷 다듬이질 뉘 집 아낙일까
月若風悽砧杵悲   월약풍처침저비   달빛 썰렁 바람 쓸쓸 그 소리 구슬프네

八月九月正長夜   팔월구월정장야   팔구 월 바야흐로 밤은 길어만 가는데
千聲萬聲無了時   천성만성무료시   천 번 만 번 그 소리 그칠 줄 모르네

應到天明頭盡白   응도천명두진백   날이 새면 머리카락 온통 백발 되리니
一聲添得一莖絲   일성첨득일경사   그 소리 한 번에 흰머리 한 가닥 늘 테니까

 

286  春題湖上  춘제호상   봄날 호수에서
     白居易   백거이 772-846

湖上春來似圖畵   호상춘래사도화   호수에 봄이 오니 그림만 같은데
亂峰圍繞水平鋪   난봉위요수평포   산봉우리들이 에워쌌고 수면은 잔잔하네

松排山面千重翠   송배산면천중취   소나무 가지런히 천 겹 비취색으로 산자락 수를 놓았고
月點波心一顆珠   월점파심일과주   밝은 달 호수 한가운데 한 알 구슬로 박혔네

碧담線頭抽早稻   벽담선두추조도   파란 담요 펼친 논에 뾰죽뾰죽 벼가 자라고
靑羅裙帶展新薄   청라군대전신박   푸른 비단 허리띠런가 새록 새록 창포잎이 돋았네

未能抛得杭州去   미능포득항주거   내 차마 항주 떨치고 떠나가지 못하나니
一半勾留是此湖   일반구류시차호   그 까닭 반절쯤은 바로 이 호수 때문이라네

 


287   鶴    학
     白居易   백거이 772-846

人有各所好   인유각소호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바가 있고
物固無常宜   물고무상의   사물에는 애당초 꼭 그래야만 되는 법도 없어
誰謂爾能舞   수위이능무   누가 너를 일러 춤을 잘 춘다 하는가
不如閑立時   부여한립시   한가롭게 서 있을 때만 못한 것을


288 對酒  대주   술잔을 잡고
    白居易   백거이 772~846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달팽이 뿔마냥 좁은 곳에서 다투긴 무얼 다투나
石火光中寄此身   서화광중기차신   부싯돌에 번쩍이는 불꽃같은 세월에 이내 몸 부쳐둔 것을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   있으면 있는대로 또 없으면 없는대로 그저 즐겁게 살 일
不開口笑是癡人   부개구소치시인   입 벌려 웃을 줄 모른다면 그 사람이 바보지


289 池上二絶    지상이절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山僧對棋坐   산승대기좌   산승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는데
局上竹陰淸   국상죽음청   바둑판 위에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네

映竹無人見   영죽무인견   대나무 그림자에 가려 사람은 보이지 않고
時聞下子聲   시문하자성   때때로 바둑 두는 소리만 들리네

小娃撑小艇   소왜탱소정   소녀가 작은 배 저어
偸菜白蓮回   투채백연회   흰 연을 훔쳐 따 가지고 돌아오다

不解藏踪迹   불해장종적   종적 감출 줄을 몰라
浮萍一道開   부평일도개   물풀위로 산뜻 길이 하나 생겼네


 
290 長恨歌  장한가    긴 恨의 노래
   白居易  백거이 772~846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한황제 색을 즐겨 경국지색 찾았으나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부득   오랜 세월 구하여도 얻을 수 없었네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양씨 가문에 갓 성숙한 딸이 있어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집안 깊이 길러 누구도 알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   천생려질난자기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 뽑혀 황제 곁에 있게 됐네
回眸一笑百媚生   회모일소백미생   한번 눈웃음지면 이는 애교 그지없어
六宮粉黛無顔色   육궁분대무안색   단장한 육궁 미녀들의 얼굴빛을 가렸네

春寒賜浴華淸池   춘한사욕화청지   봄 추위에 화청지 목욕함을 허락하니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골세응지   온천물 부드럽게 매끄러운 몸을 씻네
侍兒扶起嬌無力   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 부축에도 연약하기만 한 교태
始是新承恩澤時   시시신승은택시   그 때부터 황제 사랑 받기 시작하였네

雲빈花顔金步搖   운빈화안금보요   구름 머리, 꽃 얼굴, 한들리는 금장식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난도춘소   부용휘장 안에 따뜻한 봄 밤은 깊어
春宵苦短日高起   춘소고단일고기   짧은 봄밤 한탄하며 해 높아 일어나니
從此君王不早朝   종차군왕부조조   황제는 이로부터 조회를 보지 않았네

承歡侍宴無閑暇   승환시연무한가   총애로 연회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어
春從春游夜專夜   춘종춘유야전야   봄에는 봄 놀이에 밤에는 밤 잠자리에
後宮佳麗三千人   후궁가려삼천인   빼어난 후궁에 미녀 삼천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총애재일신   삼천 명에 내릴 사랑 그녀 혼자 받았네

金屋粧成嬌侍夜   금옥장성교시야   황금방에 단장하고 교태로 밤시중 들고
玉樓宴罷醉和春   옥루연파취화춘   옥루 잔치 끝나면 봄기운에 취했네
姉妹弟兄皆列士   자매제형개열사   자매와 형제 모두에게 영지를 내려주니
可憐光彩生門戶   가련광채생문호   이윽고 그들 가문에 광채가 나게 되어

遂令天下父母心   수령천하부모심   이에 따라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   부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됐네
驪宮高處入靑雲   여궁고처입청운   화청궁 높이 솟아 구름속에 들어 있고
仙樂風飄處處聞   선낙풍표처처문   선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려오네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느린 노래 나른한 춤 여운 긴 가락에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황제는 하루 종일 넋 잃고 바라보네
漁陽비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내   돌연 어양 쪽 땅 울리는 전고 소리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을 놀라 멎게 하였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 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기서남행   수천수만 관군들은 서남으로 달아나네
翠華搖搖行復止   취화요요행복지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西出都門百餘里   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 이르러

六軍不發無奈何   육군부발무나하   양귀비 처결하라 군사들이 멈춰서니
宛轉蛾眉馬前死   완전아미마전사   양귀비는 몸 뒤틀며 군마 앞에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   화전위지무인수   땅에 떨군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翠翹金雀玉搔頭   취교금작옥소두   취교, 금작, 옥소두 땅에 흩어졌네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엄면구부득   황제는 얼굴 가린 채 구하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   회간혈루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
黃埃散漫風蕭索   황애산만풍소삭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雲棧영紆登劍閣   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굽은 잔도 검각산을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하소인항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旌旗無光日色薄   정기무광일색박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네
蜀江水碧蜀山靑   촉강수벽촉산청   촉강 맑게 흐르고 촉산은 푸르건만
聖主朝朝暮暮情   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아침저녁 양귀비 생각에 잠겨

行宮見月傷心色   항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에 마음 절로 상하고
夜雨聞鈴腸斷聲   야우문령장단성   밤비 속에 들리는 단장의 말방울 소리
天旋地轉回龍馭   천선지전회룡어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부능거   마외역에 이르러는 걸음 뗄 수 없었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니토중   양귀비 쓰러져 죽은 진흙더미 속에는
不見玉顔空死處   부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자리만 남아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황제 신하 서로 보며 눈물 옷깃 적시네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歸來池苑皆依舊   귀내지원개의구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변함 없어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양귀비 얼굴 버들은 눈썹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불루수   이들을 대하고 어이 아니 눈물 지리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하고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엽낙시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落葉滿階紅不掃   낙섭만계홍부소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어낼 사람 없네

梨園子弟白發新   이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노   양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네
夕殿螢飛思?然   석전형비사초연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하여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遲遲鍾鼓初長夜   지지종고초장야   더딘 종과 북소리에 밤이 긺을 알았네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냉상화중   원앙 같은 기와에 서리꽃이 무거운데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함께 덮을 이 없어 싸늘한 비취금침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부증내입몽   꿈에서도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었네
臨공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사가 도성에서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하니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양귀비 그려 잠 못 드는 황제를 위해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방사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하였네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낙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   양처망망개부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 있어
山在虛無표묘間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영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玉眞   중유일인자옥진   그 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삼차시   흰 살결 고운 얼굴 그인 것 같다"하네

金闕西廂叩玉경   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소옥시켜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   남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이이開   주박은병이이개   구슬발과 은병풍 열리며 모습을 나타냈네
雲빈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교   구름 머리 반 드리우고 방금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내   머리장식 안 고친 채 당에서 내려왔네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메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던 그 모습인 듯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방울지니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 비에 젖은 듯

含情凝제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정어린 눈길 돌려 황제에 전할 말을 하니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량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듣고 뵙지 못하여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回頭下望人환處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   부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 뿐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오래 지닌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니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지고 가라하네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쪽씩 상자는 한 쪽씩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황금 비녀 토막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보게 되리라네

臨別殷勤重寄詞   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양심지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한면면무절기차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比翼鳥= 날개와 눈이 하나밖에 없어 혼자 날수 없는 새.
連里枝= 뿌리는 다르지만 자라다가 가지가 서로 이어져서 한몸이 됨.
  (玄宗(唐)이 楊貴妃를 그리워하는 心情을 읊은 詩)

 


291  夜雨  야우    밤비
     白居易  백거이 772~846

早공啼復歇   조공제부헐   귀뚜라미는 울다가 또 그치고
殘燈滅又明   잔등멸우명   가뭇거리는 등불 꺼질듯 다시 밝아지는데
隔窓知夜雨   상쟁양와각   창 밖엔 밤비가 오나보다
芭蕉先有聲   파초선유성   파초에 먼저 후득이는 빗방울 소리


292  後宮詞  후궁사    後宮의 詩文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淚盡羅巾夢不成   루진라건몽불성   눈물은 비단 수건 흠뻑 적시고 꿈도 꾸지 못하는데
夜深前殿按歌聲   야심전전안가성   깊은 밤 앞 궁전에서 노래소리 들려 온다
紅顔未老恩先斷   홍안미노은선단   붉은 얼굴, 늙지도 않았는데 은총이 먼저 끊기니
斜倚熏籠坐到明   사의훈롱좌도명   날이 밝도록 熏籠에 기대 앉아 지새우네

 

293 商山路有感  상산로유감   상산 길에서
    白居易   백거이 772~846

萬里路長在   만리로장재   만 리 길은 늘 그대로 있는데
六年今始歸   육년금시귀   육년 만에야 이제 돌아왔노라
所經多舊館   소경다구관   지나가는 곳은 옛 여관이 많으나
太半主人非   태반주인비   태반이 주인이 다르구나

 
294 村夜  촌야    마을의 밤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霜草蒼蒼蟲切切   상초창창충절절  서리 내린 풀이 푸르고 벌레가 찍찍거려
村南村北行人絶   촌남촌북행인절   마을 남쪽, 마을 북쪽에 오가는 사람이 없어졌다
獨出門前望野田   독출문전망야전  홀로 문앞에 나가 들을 바라보니
月出蕎麥花如雪   월출교맥화여설  달이 뜨고 메밀꽃이 눈 같이 하얗다.


295  悲哉行  비재행    슬프다, 선비의 길
     白居易   백거이 772~846

悲哉爲儒者   비재위유자   슬프구나! 선비된 자여   
力學不知疲   역학부지피   지칠 줄 모르고 힘써 배워
讀書眼欲暗   독서안욕암   책 읽느라 눈은 어두워지고
秉筆手生?   병필수생지   붓 잡은 손에는 굳은 살이 박혔네

十上方一第   십상방일제   열 번 과거에 응시하여 겨우 급제를 해도
成名常苦遲   성명상고지   이름을 얻기는 항상 괴롭고도 더디어
縱有宦達者   종유환달자   비록 벼슬에 영달한 자라도
兩빈已成絲   양빈이성사   양 쪽 귀밑머리는 이미 다 세어 버렸구나

可憐少壯日   가련소장일   가련하구나! 젊은 날에는
適在窮賤時   적재궁천시   궁색하고 천하게 지내다가
丈夫老且病   장부노차병   대장부 구실을 할 때가 되면 병이 들어
焉用富貴爲   언용부위귀   부귀영화를 누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沈沈朱門宅   침침주문댁   권문세가의 깊고 깊은 집에
中有乳臭兒   중유유추아   젖비린내 나는 아이가 있어
狀貌如婦人   상모여부인   생김새는 계집애같고
光明膏粱肌   광명고량기   살은 기름지고 빛이 나네

手不把書卷   수불파서권   책은 한 번 잡아 보질 않고
身不환戎衣   신불환융의   군복은 입어 본 적이 없고
二十襲封爵   이십습봉작   스무 살이 되면 봉록과 작위를 이어 받으니
門承勳戚資   문승훈척자   가문의 공훈에 힘입었기 때문이네

春來日日出   춘래일일출   봄이 오면 매일 매일 봄 놀이 나가
服御何輕肥   복어하경비   가벼운 비단 옷 입고 살찐 말만타네
朝從博徒飮   조종박도음   아침부터 노름꾼들과 술 마시고
暮有娼樓期   모유창루기   저녁이면 기생집에서 노니는구나

平封還酒債   평봉환주채   봉토의 수입으로 외상 술값을 갚고
堆金選蛾眉   퇴금선아미   황금을 쌓아 놓고 미녀들을 고르네
聲色狗馬外   성색구마외   주색잡기 이외에는
其餘一無知   기여일무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山苗與澗松   산묘여간송   산 위의 묘목과 산골짜기의  소나무는
地勢隨高卑   지세수고비   지세에 따라서 높고 낮음이 정하여 지는것
古來無奈何   고래무내하   예로부터 어찌할 수 없으니
非君獨傷悲   비독군상비   그대 홀로 슬프게 아파하지 말게나

 

296 對酒五首中其一  대주오수중기일    술을 마주하여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巧拙賢愚相是非   교졸현우상시비   솜씨 있고 없고 잘나고 못나고 서로 따지는데
何如一醉盡忘機   하여일취진망기   술 한번 취해서 몽땅 잊음이 어떨런지
君知天地中寬窄   군지천지중관착   하늘과 땅 사이 넓고 좁음을 그대는 아시는지
雕악鸞凰各自飛   조악란황각자비   독수리 물수리 난새 봉황새 제멋대로 나는 세상

 

297 賦得古原草送別   부득고원초송별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離離原上草   이이원상초   언덕 위에 풀이 길 나마 우거져
一歲一枯榮   일세일고영   해마다 시들고는 되 살아나

野火燒不盡   야화소부진   들불도 다 태우지 못하여
春風吹又生   춘풍취우생   봄바람이 불면 또다시 돋아난다

遠芳侵古道   원방침고도   그윽한 향기 길에 스며 들고
晴翠接荒城   청취접황성   연연한 푸른 빛은 거친 성을 덮었다 

又送王孫去   우송왕손거   너를 또 다시 보내고 나면
悽凄滿別情   처처만별정   애끓는 정만 가득 넘쳐 흐른다

 

298 琴茶   금다      음악과 차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兀兀寄形群動內   올올기형군동내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陶陶任性一生間   도도임성일생간   내 멋대로 한평생 즐겁게 살았네

自抛官后春多夢   자포관후춘다몽   벼슬을 그만두니 늘그막에 더욱 한가롭네
不讀書不老更閑   부독서부노갱한   책 읽기도 그만두니 늘그막에 더욱 한가롭네

琴里知聞唯녹水   금리지문유녹수   음악이라면 녹수곡이나 겨우 알고
茶中故舊是蒙山   다중고구시몽산   차로 말하자면 몽산차가 바로 나의 친구

窮通行止常相伴   궁통행지장상반   형편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함께 지내는 터
誰道吾今無往還   수도오금무왕환   누가 지금 나에게 오가는 이 없다 하는가

 

299 池窓  지창   연못이 보이는 窓에서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池晩蓮芳謝   지만연방사   연꽃이 시드는 연못가의 저녁
窓秋竹意深   창추죽의심   창밖에 가을, 대나무의 뜻 깊어라
更無人作伴   갱무인작반   다시 친구 삼을 사람도 아무도 없어
唯對一彈琴   유대일탄금   오직 거문고 하나만을 마주하고 있다

 

300 買花   매화       꽃을 사다   
    白居易  백거이 772-846

帝城春欲暮    제성춘욕모    장안에 봄 저물려 할 때면
喧喧車馬度    훤훤거마도    마차들 요란하게 지나간다
共道牡丹時    공도모란시    모란이 필 때라 말하면서
相隨買花去    상수매화거    줄지어 모란꽃을 사 간다

貴賤無常價    귀천무상가    정해진 가격이 있지 않고
酬直看花數    수치간화수    꽃송이 수에 따라 정해진다
灼灼百朶紅    작작백타홍    불타는 빠알간 꽃송이들
전전五束素    전전오속소    자잘한 하이얀 꽃다발들

上張幄幕庇    상장악막비    위에는 천막으로 가려주고
旁織籬파護    방직리파호    옆에는 울타리로 보호한다
水灑復泥封    수쇄부니봉    물 뿌리고 다시 흙 북돋우어
移來色如故    이래색여고    옮겨심어도 빛깔은 그대로다

家家習爲俗    가가습위속    집집마다 유행처럼 퍼져나가
人人迷不悟    인인미불오    사람마다 정신없이 열중한다
有一田舍翁    유일전사옹    어떤 시골 늙은이가
偶來買花處    우래매화처    때마침 꽃가게에 왔다가

低頭獨長歎    저두독장탄    고개 숙여 길게 탄식해도
此歎無人喩    차탄무인유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一叢深色花    일총심색화    고운 모란꽃 한 떨기가
十戶中人賦    십호중인부    열가구 中農의 세금인것을

☞  喧= 떠들석할 훤. ?= 적을 전. 灑= 뿌릴 쇄 . 泥= 진흙 니.

 

301 醉中對紅葉  취중대홍엽   단풍잎을 마주하여
    白居易   백거이 772~846

臨風梢秋樹   임풍사초수   늦가을 찬바람 을씨년스런 나무
對酒長年人   대주장년인   술잔 마주하고 앉은 쓸쓸한 노인
醉貌如霜葉   취모여상엽   취한 모습 서리 맞은 나뭇잎 같아
雖紅不是春   수홍부시춘   불그레하지만 청춘은 아니라네


302 白樂天勸學文    백낙천권학문
    白居易   백거이 772~846

有田不耕倉름虛   유전불경창름허   밭이 있어도 갈지 않으면 곳간이 비고
有書不敎子孫愚   유서불교자손우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네

倉름虛兮歲月乏   창름허혜세월핍   곳간이 비면 살기가 궁핍해지고
子孫愚兮禮義疎   자손우혜예의소   자손이 어리석으면, 예의가 소홀해진다

若惟不耕與不敎   약유불경여불교   만약 밭 갈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면
是乃父兄之過歟   시내부형지과여   이는 부형의 잘못이라


303 逍遙詠  소요영   자유로이 사는 이의 노래
    白居易   백거이  772~846

亦莫戀此身   역막연차신   이 몸을 그리워도 말고
亦莫厭此身   역막염차신   또한 이 몸을 싫어하지도 말라

萬劫煩惱根   만겁번뇌근   만겁 번뇌의 뿌리이거늘
一聚虛空塵   일취허공진   한 번 모인 허공의 먼지일 뿐

無戀赤無厭   무연적무염   그리움도 싫어함도 없어야
始是逍遙人   시시소요인   비로소 곧 자유인이 되리로라

 

304 長相思  장상사   끝없는 그리움 1
    白居易   백거이 772~846

九月西風興   구월서풍흥   구월에 서풍은 불어오고
月冷霜華凝   월냉상화응   달빛은 차고 서리 희게 엉킨다
思君秋夜長   사군추야장   그대 생각에 가을밤은 길기도하고
一夜魂九升   일야혼구승   혼백은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오른다

二月東風來   이월동풍내   이월 동풍이 불어오니
草坼花心開   초탁화심개   풀은 싹을 트우고 꽃이 피어난다
思君春日遲   사군춘일지   그대 생각에 봄날은 더디 가고
一夜腸九廻   일야장구회   하로 밤에 간장 아홉 번이나 뒤집힌다

妾住洛橋北   첩주낙교배   저는 낙교의 북쪽에 살았는데
君住洛橋南   군주낙교남   당신은 낙교 남쪽에 살았었지요
十五卽相識   십오즉상식   열다섯 나이에 서로 알게 되어
今年二十三   금년이십삼   금년에 스물세 살이 되었어요

有如女蘿草   유여녀나초   마치 담쟁이덩굴처럼 되어
生在松之側   생재송지측   소나무에 기대어 사는 것 같았습니다
蔓短枝苦高   만단지고고   줄기가 짧아 가지는 높아 오르기 힘들고
영廻上不得   영회상부득   아무리 타 오르려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人言人有願   인언인유원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람에 소원이 있으면
願至天必成   원지천필성   소원을 하면 하늘이 반드시 이루어준다 합니다
願作遠方獸   원작원방수   원하기는, 먼 곳의 비견수 되어
步步出肩行   보보출견항   걸음마다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으면 해요

願作深山木   원작심산목   또한 원하기는, 깊은 산에 나무되어
枝枝連理生   지지련리생   가지마다 이어져 서로 닿아 살아갈 수 있었으면

 

305 丘中有一士 1 구중유일사  산 속에 사는 선비 있어
    白居易   백거이 772~846

丘中有一士   구중유일사   산 속에 한 선비 있으니
不知其姓名   부지기성명   그의 이름은 알지 못하네
面色不憂苦   면색불우고   얼굴엔 걱정이나 근심 빛 없고 
血氣常和平   혈기상화평   혈기 언제나 화사하고 평화롭네

每選隙地居   매선극지거   언제나 한적한 곳 골라서 살아
不踏要路行   불답요로행   출세며 번잡한 길 가지를 않네
擧動無尤悔   거동무우회   움직임에 뉘우칠 일 하지 않으니
物莫與之爭   물막여지쟁   남들과 다투는 일 또한 없네

黎藿不充腸   여곽불충장   콩잎을 먹어도 배불리 먹지 않고
布葛不蔽形   포갈불폐형   거친 베로도 몸을 덮진 못했네
終歲守窮餓   종세수궁아   늘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려도
而無嗟歎聲   이무차탄성   한 마디 탄식의 소리도 없네

豈是愛貧賤   기시애빈천   어찌 가난이 좋아서이랴
深知時俗情   심지시속정   속세의 욕정을 깊이 앎이네
勿矜羅익巧   물긍라익교   그물이나 활 솜씨 자랑 말아라
鸞鶴在冥冥   난학재명명   난새나 학은 아득히 나느니

 

306 丘中有一士 2  구중유일사   산 속에 사는 선비가 있어
    白居易   백거이 772~846

丘中有一士   구중유일사   산 속에 한 선비 있으니
守道歲月深   수도세월심   도를 지키기에 오랜 세월 흘렀네
行披帶索衣   행피대삭의   걸을 때는 새끼로 맨 옷을 입고
坐拍無絃琴   좌박무현금   앉아서는 줄 없는 거문고를 타네

不飮濁泉水   불음탁천수   흐린 샘의 물은 마시지 않고
不息曲木陰   불식곡목음   굽은 나무 그늘에는 쉬지를 않네
所逢苟非義   소봉구비의   티끌만큼이라도 의에 맞지 않으면
糞土千黃金   분토천황금   천냥의 황금도 흙 같이 여기네

鄕人化其風   향인화기풍   마을 사람들 그의 품행 따르니
薰如蘭在林   훈여난재림   난초 숲에 있는 듯 향기가 났네
智愚與强弱   지우여강약   지혜롭든 어리석든 강하든 약하든
不忍相欺侵   불인상기침   서로 속이고 괴롭히는 일 없었네

我欲訪基人   아욕방기인   그 선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將行復沈吟   장행부침음   만나러 가려하다 다시 생각하네
何必見其面   하필견기면   그 선비 반드시 만나봐야만 하랴
但在學其心   단재학기심   배울 것은 다만 마음 속에 있는 것을

 

 

309  不如來飮酒  불여래음주   이리와 술이나 한잔하세
     白居易(唐)  백거이 772~846

莫入紅塵去   막입홍진거   먼지 혼탁한 속세에 들어가
令人心力勞   영인심력노   마음과 정력을 헛되게 말라

相爭兩蝸角   상쟁양와각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싸운들
所得一牛毛   소득일우모   얻는 것은 한 가닥 소털 뿐인 걸

且滅嗔中火   차멸진중화   잠시, 화를 가라 앉히고
休磨笑裏刀   휴마소리도   웃음 뒤 감춘 칼도 갈지 말고

不如來飮酒   불여래음주   차라리 이리와 술이나 마시며
穩臥醉陶陶   온와취도도   조용히 누워 도연히 취하세


310 太行路   태행로    험한 인생길
     白居易  백거이 772~846 

太行之路能최車  태행지로능최거   태행산길은 능히 수레도 꺽으나
若比人心能坦途  약비인심능탄도   그대의 마음에 비하면 편안한 길
巫峽之水能覆舟   무협지수능복주   무협의 물길이 비록 배를 뒤집어도
若比人心是安流   약비인심시안류   그대의 마음에 비하면 편안한 흐름이네

人心好惡苦不常   인심호악고불상   그대마음 좋고 싫음  변화무쌍하여
好生毛髮惡生瘡   호생모발악생창   좋으면 감싸주고 싫으면 상처주네
與君結髮未五載   여군결발미오재   그대와 결혼한 지 오 년도 못되어
豈期牛女爲參商   기기우녀위삼상   정 깊던 우리 둘 멀어질줄 몰랐네

古稱色衰相棄背   고칭색쇠상기배   옛부터 늙어지면 서로가 등진다고
當時美人猶怨悔   당시미인유원회   옛 미인들도 원망하고 후회했지만
何況如今鸞鏡中   하황여금난경중   어찌된 일인지 거울속에 비친 얼굴
妾顔未改君心改   첩안미개군심개   늙지도 않았는데 그대 마음 변했네

爲君薰衣裳       위군훈의상       그대 위해 향훈을 옷에 뿌려도
君聞蘭麝不馨香   군문란사불형향   그대는 난사의 향내 초차 모르고
爲君盛容飾       위군성용식       그대 위해 화장하고 치장을 해도
君看金翠無顔色   군간금취무안색   그대는 보고도 표정이 없네

行路難難重陳   행로난 난중진 인생 길은 험난하여,그 어려움 말도 못해     
人生莫作婦人身   인생막작부인신   세상에 나서 여자 몸 되지마라
百年苦樂由他人   백년고락유타인   백년의 고락이 남에게 달렸다네
行路難難於山   행로난난어산   인생 길 험난하기가 산보다 험난하네

險于水           험우수           물보다 험난하네
不獨人間夫與妻   부독인간부여처   오직 부부간만 그런 것이 아니니
近代君臣亦如此   근대군신역여차   요즈음 군신간도 또한 같다네

君不見           군불견         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左納言右納史     좌납언우납사   임금의 좌우 측근들
朝承恩暮賜死     조승은모사사  아침에 은총 받고 저녁에 죽음 받네

行路難           행로난           인생 행로가 어렵기는
不在水           부재수           물에 있는 것도 아니요
不在山           부재산           산에 있는 것도 아니요
只在人情反覆間   지재인정반복간   단지 마음의 변덕 속에 있을 뿐이다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메모 :

'한시 산책(漢詩散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두보  (0) 2008.10.01
[스크랩] 이율곡  (0) 2008.10.01
이런저런 생각  (0) 2008.08.27
낡은 벼루, 구양수  (0) 2008.08.20
자탄, 이황  (0) 200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