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白鷺 鷥 / 노동

含閒 2008. 8. 15. 13:46

 

해오라기                                         노동

 

옥으로 다듬었나 백로 한 마리


물고기 잡으려고 마음 조이며


물가 모래밭에 발 쫑긋 세우고 때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영문 모르고 그 모습 한가롭다 말하네.

 

白鷺      (백로사)

 

刻成片玉白鷺,欲捉纖鱗心自急.
각성편옥백로사   욕착섬린심자급

 

翹足沙頭不得時,傍人不知謂閑立.
교족사두부득시   방인부지위한립

때를 기다려라,그리고 집중하라

겉보기에는 한가로운 것 같아도 백로는 숨을 죽인 채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물고기를 정확하게 사냥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당나라 시인 노동(盧仝)은 세상 사람들에게 '물가 모래밭의 백로 한 마리'가 매순간 얼마나 집중해서 한 생을 사는지를 일깨워준다.

무슨 일이든'때'를 잘 맞춰야 한다. 그 '때'가 우연히 찾아올 수도 있지만,대부분은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보다 '그래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일 스페인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사벨 1세 여왕은 어릴 때 궁에서 쫓겨날 정도로 고난의 시기를 보냈지만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로 통일 왕국의 꿈을 이뤘다. 게다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다릴 줄 몰랐다면 신대륙은 못 찾았다' 그의 말처럼 콜럼버스가 약속한 황금을 가지고 오지 못했을 때도 주위의 문책 요구를 물리치고 다시 기회를 주었다. 그 덕분에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활짝 열 수 있었다.

그가 공주로 태어나 '옥으로 다듬은 백로'처럼 고상하게만 살았다면 스페인의 전성기를 일궈낼 수 있었을까. 불우한 어린 시절과 수많은 정적 때문에 날마다 '마음 조이며/ 물가 모래밭에 발 쫑긋
세우고 때를 기다린'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정적인 타이밍은 늘 그 순간을 기다리며 준비해온 사람에게만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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