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함께(喝酒)

어느 금주가의 각오

含閒 2007. 7. 12. 16:34
 
 



눈도 침침해 지고 어깨도 아프고 머리도 멍하고
얼굴은 까맣게, 눈동자는 누렇게 변하고
기억력이 자꾸 감퇴하는 등등의 증세.

꼬박 28년 간 술을 마셨습니다.
일주일에 2번, 1번 당 소주 2병씩 먹었다고 생각하면
6,272병을 내 몸에 넣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나의 간은 약 2,000리터(10드럼)의 소주를
감당해 내느라 너무 힘겨웠을 것입니다.

18세부터 술에 취해서 살아온 탓에
이제 겨우 45세인데도 여기 저기 안 아픈 곳이 없고
얼굴은 쭈글쭈글 60세 할아버지 몰골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건강에 대한 고민을 수도 없이 하면서
병원 의사의 실력만 탓했지 한 번도
술을 끊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술을 마실 줄 모르면 남자가 아니야.'
'술 없이는 인간관계가 원활할 수 없어!' 라며
담배는 끊어도 술을 끊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몸 상할까 봐
"애비야! 몸 괜찮나? 술 적게 마시제?"
"애비만 바라보는 식구가 있다는 것 알아야 한데이~."
걱정하시는 어머니께 그 때마다
"걱정마이소!" 라고 건성으로 대답하며
불효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출장을 가서 2일 동안
동료들과 밤늦게 술을 마시고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몇 번 구역질을 하고 난 후에 거울을 보았습니다.
그 거울 안에는 초점 흐린 눈에,
60대의 피부를 가진 초췌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는 것일까?'
'왜 내 몸을 학대하고 빨리 죽기를 자처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먼저 죽으면 절대 안 되는데...'

그 때 불현듯 해결책이 떠올랐습니다.
'술을 먹지 않으면 된다.'
'술을 먹지 않고도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은 많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아주 명쾌하고 간단한 해결책을 그 동안 몰랐었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인생의 반 가까이를 술로 채웠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채워진 술독을 쏙 빼는 데 보내기로.

그래서 탱탱한 피부를 되찾고 기억력을 회복하며
먹고 있는 6가지의 치료약을 딱 끊어
식구에게 존경 받는 가장이 될 것입니다.

부모님께 걱정 끼치지 않는 자식이 될 것이고
툭 튀어 나온 뱃살을 쏙 들어가게 만들어
아내 손잡고 행복하게 살려고 합니다.

27년 간 피우던 담배를 단번에 끊었듯이
술도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주위의 많은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 문 태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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